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19)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19화(220/668)
유미르에게 윤이선의 훈련을 부탁한 이후.
나는 관사로 돌아와 TV를 켰다.
-…이번에 대운동회의 우승자라고 할 수 있는 윤이선 양이 도전장을 내밀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구나 도전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게 승리로 이어질지는, 글쎄요. 하하. 저보다 나이 많은 누님이라 봐 드리고 싶은데, 제가 S급 판독기라서.
-크흠, 그걸 본인 입으로 말씀하시다니.
-딱히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나보다는 강해야 S급이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요. 저보다 약하면 다 A급입니다. S급이 너무 많으면 그건 그거대로 싫잖아요? 하하하.
TV 속, 아머드 태조가 토크쇼에 나와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은 가히 건방지기 짝이 없었으나, 나는 그의 심정을 이해했다.
‘자기가 정배인 걸.’
아머드 태조가 이길 확률, 89.2%.
윤이선이 이길 확률이 고작 10.8%에 불과하다는 걸 생각하면, 사실상 국민 10명 중 9명은 아머드 태조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눈나선이 출동하면 어떨까.’
누나 윤이선.
S급 각성을 마치고, 내게 트레이닝까지 받은 실력자.
다른 S급과 붙으면 경험의 차이로 패배할 수 있겠지만, 아머드 태조만큼은 이길 수 있다.
세상 다른 S급 모두에게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아머드 태조를 상대로 무조건 이긴다.
내가 맞춤형으로 그녀를 위해 가르쳐놓았기 때문에.
만약 사람들이 눈나윤이선의 존재를 알고, 도깨비가 옆에서 가르쳐줬다는 걸 안다?
심지어 백금태양이 서포트까지 해주면서 S급으로서의 마력 컨트롤을 배웠다?
‘그러면 윤이선이 정배지.’
많은 이들이 윤이선의 승리를 점칠 것이다.
그 정보가 새어 나간다면 분명 내 배당은 떨어질 테니, 나는 무조건 입을 꾹 다물기로 했다.
내 통장 속 10억이 따기만 하면 10배, 아니 점점 더 복사 배율이 높아지고 있으니까.
‘이번에 무조건 딴다.’
도깨비가 가진 자산은 전부 암호화폐와도 같은 것.
아무리 도깨비의 자산에 훗날 이용될 결사 코인이 수백억 수천억이 있다고 해도, 지금 당장 결사 코인이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현금인 원화와 달러화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난 반년, 나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악착같이 현금을 모으고 또 모았다.
10억이 내 전 재산은 아니지만, 도지환이라는 남자가 가진 가용현금의 7할을 때려 박은 배팅이다.
이 승부, 무조건 이긴다.
일부러 윤이선에게도 ‘너한테 10억 걸었다’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나 윤이선이 ‘그럼 저를 돈벌이로 생각하신 거예요? 실망이에요.’라고 하면서 일부러 패배할까 봐.
지금 그대로 가면 윤이선은 무조건 이긴다.
지금도 나 대신 유미르가 아머드 태조와 비슷한 방식으로 대련하고 있으니, 그 경험을 살리기만 하면 질 수가 없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의 외압만 없으면.
삐리릭.
“……?”
방에 돌아와 잠깐 배당 화면을 보고 있었는데, 태극워치가 울린다.
“아, 네. 설희 씨. 뭔가 오랜만에 통화하는 것 같네요.”
[실제로 오랜만이에요. 직접 전화할 타이밍이 없어서. 전화 주시는 것도 제가 못 받을 때가 많았고.]백설희였다.
[혹시 지금 어디세요? 울릉도에요? 그러면….]“세종섬입니다. 관사에 있어요.”
[……저도 일단 세종섬이긴 한데.]“역설이네요. 서로 같은 섬에 있는데 오히려 울릉도보다 만나기가 더 어렵다니.”
세종섬은 다른 이들의 눈이 많은 만큼, 함부로 만나기가 어려운 곳이다.
[혹시 유미르 있어요?]“아뇨. 지금은 저 혼자입니다. 친구랑 같이 야간 훈련 중입니다.”
[유미르가 친구가 있…. 아, 죄송해요. 이상한 말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이해합니다.”
실제로 친구가 없고, 두 달 만에 한 명 간신히, 그것도 악마 사태와 실습으로 한 명 이제 겨우 사귄 게 맞으니까.
“제가 지금 나가기는 좀 애매한데, 혹시 오실래요?”
[…금방 갈게요. 현관에 CCTV 걸리니까, 베란다 통해서 들어갈게요. 문 열어줘요.]“알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아머드 태조에 관해 조사했던 자료들을 빠르게 정리한 뒤, 백설희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그냥 막무가내로 들어오려나.’
아무래도 ‘백설’인 만큼, 밤에는 아무리 모습을 숨기려고 해도 하얀색은 잘 보이기 마련.
냅다 빛의 속도로 뛰어버리면 괜찮겠지만, 동체시력이 좋은 사람들은 백설희가 남자의 집 창문으로 뛰어드는 걸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뭐, 들키면 백설희가 알아서 책임지겠지.
‘혹시 공간이동으로 오는 건가?’
나는 혹시나 백설희가 유미르처럼 공간이동을 배웠나 싶었다.
유미르 본인은 백설희에게는 공간이동의 원리를 가르쳐준 적이 없다고 했으니, 아마도 공간이동을 사용한다면 스스로 원리를 깨우치고 사용하는 것일 터.
만약 그렇다면 진정한 S급-
쏴아아아.
“……?”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에는 강수량이 불과 10%밖에 되지 않는데, 생각보다 굵은 빗방울은 제대로 소나기 그 자체였다.
“이거 설마-”
첨벙.
창문 앞에 판초 우의 비슷한 걸 두른 인영이 튀어나왔다.
마음의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깜짝 놀라 손이 나갔겠지만, 다행히 검은색 무광 우의를 입고 나타난 존재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거, 미리 준비한 겁니까?”
“네.”
백설희는 바로 베란다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창문을 닫고 바로 암막 커튼을 펼쳤고, 백설희는 물을 뚝뚝 흘리다가 아래로 손을 뻗었다.
“모여라.”
백설희가 나지막하게 명령하자, 백설희의 우의에 달라붙어 있던 물방울과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까지 전부 백설희의 손에 뭉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 있어요?”
“없습니다. 갑자기 유미르가 나타나는 거 아니면, 오늘은 설희 씨밖에 없어요.”
“…그럼, 다행이네.”
백설희는 바로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물방울을 싱크대로 던지며 우의를 벗은 뒤.
“하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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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로 몸을 던졌다.
하얀 셔츠와 정장 치마를 입은 그녀는 오늘도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머리 벗겨진 늙은이들이 또 뭐라고 했어?”
“…웅.”
내가 백설희의 아래로 다가가 허벅지에 손을 올리자, 백설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저기, 있잖아.”
“응.”
“나, 연애는 드라마만 봐서 잘 몰라. 그러니까….”
“이런 거 원하는 거야?”
나는 백설희가 엎어진 뒤로 다가가,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이제 조금 안정돼?”
“…조금 정도가 아니라, 편안해지네. 이대로 자고 싶어질 정도야.”
“자도 돼.”
“그 잔다는 게 아니라면?”
“그것도 좋고.”
“…그건, 조금 있다가.”
백설희는 자기 목에 걸고 있던 히어로증을 들었다.
“나, 조만간 더 바빠질지도 몰라.”
“왜?”
“S급 정부 행사에 더 불려 다닐 것 같아. 아카데미 강의도 대학부 강의가 끝나면, 방학 동안은 부산에 머무르면서 외국인들 상대로 의전 때 나가야 할 수도 있어.”
“S급 2위라서?”
“…그래.”
백설희는 자기 허리를 휘감은 내 손을 맞잡았다.
“너는 계속 여기서 일하는 거지?”
“일단은?”
“일단은 이 뭐야. 그럼 어디로 가게? 나 따라서 부산이라도 오려고?”
“못할 건 없지. 부산에 월세방 구하면 되잖아. 가격은 더럽게 비싸지만.”
“…몰래 펜션 하나 구할까?”
“네가 펜션 구하면 거기 근처에 CCTV 쫙 깔릴걸. 네 집은 촬영하지 못해도, 드나드는 차 종류랑 차량번호까지 조사하면서 네 주변을 캐내려고 할 거야.”
“그러면…내가 부산에서 여기로 순간이동 하면 되겠다.”
순간,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뒤에서 안고 있는 건 난데, 백설희가 등 뒤에서 나를 안는듯한 기분이-
“……!”
등 뒤에 뭔가가 느껴진다.
내가 입고 있는 셔츠 안으로 손이 파고들어,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한기가 느껴진다.
단순히 기시감 같은 게 아니라, 마력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아니라, 진짜 차가운 감각이.
누군가가 겨울에 차갑게 얼어붙은 손을 등 뒤로 밀어 넣는 듯한 감각이.
“……뭐야?”
“신스킬.”
“백설희가, 둘?”
“짜잔.”
내 등 뒤에서 손을 넣고 있던 백설희가 키득거리며 나를 뒤에서 안았다.
“어느 쪽이 진짜게?”
“내가 안고 있는 쪽.”
“뭐야. 어떻게 그걸 바로 확신해? 그냥 때려 맞춘 거지?”
“등 뒤에서 가슴 붙이고 있는 백설희 씨는 그냥 가슴만 느껴지지만, 여기 내가 안고 있는 백설희는 심장이 느껴지니까.”
“…뭐래. 로맨스 소설 같은 거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하지만 맞췄지?”
“…칫.”
백설희는 볼을 부풀리며 내게로 몸을 돌렸다.
졸지에 백설희가 반듯하게 누워있고 내가 그녀에게 딱 달라붙어 옆으로 누운 자세가 되었지만, 백설희는 자신의 배 위에 올라간 내 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옆으로 뻗었다.
“공간이동을 하면 참 좋겠는데, 유미르가 그건 끝까지 안 가르쳐주더라고. 뭐, 이해는 해. 연적 비슷한 거니까.”
“…….”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했지. 이거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백설희의 분신은 백설희와 똑 닮아있었다.
옷도 백설희와 같았지만, 좀 더 표정이 없는 인형과도 같았다.
차가운 얼음의 인형.
“원래대로.”
쩌적!
백설희가 손가락을 튕기자, 분신은 금방 얼음덩어리로 변했다.
“마력으로 나처럼 움직이게 할 수 있어. 그리고 이런 것도 가능하지. 예를 들어….”
파스스.
내가 안고 있던 백설희가 순식간에 드라이아이스처럼 흩어졌다.
하얀 안개는 금방 백설희의 인형으로 파고들었고, 곧 백설희의 얼어붙은 인형에 생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빠직!
얼음 결정이 부서지며, 안에서 백설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우.”
생전 처음 보는 이능력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인간이 드라이아이스가 되는 것도 신기한데, 심지어 비치해둔 얼음 인형에 깃들어 그 자리에 나타나다니.
“이거, 혹시?”
“맞아. 공간이동 비슷하게 할 수 있게 되었어. 이 얼음 인형만 있으면.”
“…굉장하네. 어쩌다 이런걸?”
“그야.”
백설희는 다시 침대로 다가와, 어정쩡하게 일어났던 내 위로 몸을 던지며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도 모르게 당신 만나고 싶어서.”
“…….”
“어때? 이제는, 나도 당신 방에 몰래 들어올 수 있게 되었어.”
“굉장히…엄청난 기술이네.”
꾸우욱.
“왜? 사생활 침해가 될까 봐 신경 쓰여?”
백설희의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괜찮아. 나 누구처럼 아무 예고도 없이 남의 방에 침입하는 여자 아니야. 네가 허락할 때만 들어올게. 대신.”
백설희의 얼굴이 서서히 내 볼 위로 올라왔다.
“네 곁에, 내 인형 하나는 있었으면 해. 내가 언제든지 올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