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2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24화(225/668)
태조가 궁극기라고 할 수 있는 ‘철혈대왕’을 꺼낸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쟤 저런 기술 없었을 텐데?’
아머드 태조의 컨셉은 강철남자다.
저런 거대한 메카와도 같은, 기갑군주와도 같은 형태는 처음 본다.
원작 소설을 읽었던 독자로서의 나도, 이 세계를 반년 동안 살아온 빌런으로서의 나도.
“윤이선, 좀 당황한 것 같은데?”
궁기도 도올도 긴장한 얼굴로 TV를 바라봤다.
“신입 사원이 저기서 패배하면 곤란한데.”
“도 과장 10억은 일단 차치하고, 저기서 지면 S급 안 되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본인들이 싸우는 것도 아니고, 윤이선에게 마력을 보조해준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윤이선이 가진 전투력만으로 싸우는 걸 보자니 불안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설령 각성했더라도 태조 미만이 되어버리면….”
“윤이선이 S급 판독기가 되어버리는 셈이잖아.”
“음. 여기서 사직구장까지 거리가 얼마지?”
나는 어플을 켜서 바로 지도의 직선거리를 확인했다.
10km.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중간에 난입한다면 충분히 깽판을 칠 수 있는 거리다.
“윤이선이 진다면…내 10억은 깔끔히 사라지는 건가.”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나는 확신한다.
“윤이선은 지난 일주일 동안 최선을 다해 오늘을 준비했어. 나와 유미르가 옆에서 붙어서 매일 도와줬다. 설령 아머드 태조가 저런 신규 스킬을 들고 왔다고 해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저 얼굴을 보고도?”
도올이 가리킨 TV 화면 속, 윤이선의 얼굴은 제대로 ‘당황’한 게 엿보였다.
“저거 연기가 아니라 진짜잖아.”
“……나는 메카임금님을 보고 쫄 정도로 약하게 단련시키지 않았어.”
“그럼 왜 당황하는데?”
“흐흥. 나는 알 것 같은데?”
궁기는 자기 옷을, 한복을 살짝 들어 올리며 이죽거렸다.
“컨셉이 겹치잖아.”
“뭐?”
“컨셉?”
“그래. 윤이선이 변하기로 한 컨셉, 활옷, 혼례복, 그러니까 궁중 공주님이나 왕비의 혼례복이잖아?”
“……설마.”
나는 입이 바싹 말라붙는 기분이 들었다.
“자기 컨셉이랑 아머드 태조의 컨셉이 겹친다고, 지금 그것 때문에 당황한 건가…?”
“그럴걸? 그게 아니라면, 도 과장이 생각하기에 윤이선이 당황할만한 요소가 뭐가 있어?”
“……없지.”
윤이선에게는 온갖 경우의 수를 알려줬다.
그 경우의 수 중에는 ‘윤이선에게 질 것 같아 악마가 되어 폭주하는 태조’까지 있었고, 당연히 윤이선은 그 정도까지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저건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윤이선, 자기 컨셉이랑 태조랑 컨셉 겹쳐서 커플로 떡밥 굴러갈까 봐 머뭇거리는 거라고?”
“그럴 거야. 이능력자 중에 그런 사람 있잖아. 컨셉 겹치는 거 못 견디는 사람.”
“개성파네. 흐흥.”
윤이선이 자신의 S급으로서의 근본과 배틀방식을 정했던 ‘전통혼례 속 신부’의 의상 컨셉에 흔들려 당황하다니.
“와, 쟤 마포 쏜다. 곤룡포에서 저렇게 금빛으로 쏘니까, 꼭 골드 드래곤이 브레스 쏘는 거 같지 않아?”
“…진짜 브레스랑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지. 뭐, 그래도 나름 S급 기술이라는 건 인정.”
그것도 아머드 태조의 엄청난 마나 응집 포격 앞에서 흔들린다?
“…….”
“불안한가 봐?”
“솔직히, 조금 불안하긴 하군.”
내가 싸우는 게 아니라 내가 트레이닝한 이능력자가 싸운다는 게 이렇게 긴장될 줄이야.
“텔레파시라도 전하고 싶군. 이기면 바이크 태워주겠다고-”
파ㅡ앗.
윤이선을 중심으로 아홉 개의 여우 꼬리가 타올랐다.
“오. 마음 다잡은 것 같은데.”
“컨셉 겹치는 거 각오하고 쓰는 건가? 그런 건가?”
“아니다. 저건….”
마치 연꽃을 보는 것 같은 구미호의 아홉 꼬리 속에서, 윤이선은 이전에 변신했던 것과 마찬가지인 성숙해진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의복은, 그녀가 준비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형태.
“…신부 컨셉은 아니고, 선녀 컨셉인가.”
“구미호는 그대로 유지하는 걸 봐선, 구미호가 신선이 된 경우…?”
온통 연분홍색으로 되어버린 활옷은 어딘가 심심해 보였지만, 팔에 휘감긴 선녀의 베일과 등 뒤로 펄럭이는 아홉 개의 불꽃 꼬리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딱히 이상하지는 않았다.
“흐흥, 나, 왠지 쟤랑 잘 통할 것 같아서 하는 이야기인데.”
“넌 새잖아.”
“성격 말이야, 성격.”
궁기는 키득거리며 윤이선을 가리켰다.
“쟤, 살짝 뇌 정지 왔던 거, 저 옷 컨셉 즉석에서 바꾸는 것 때문에 그럴걸?”
“…에이, 설마.”
머릿속에, 누군가가 말하고 있다.
-자신의 위기를 연출하고….
위기 연출을 하는 게 스킨을 정하는 일 때문이라고…?
“……인정.”
기존에 준비한 활옷 스킨을 그대로 사용해서 아머드 태조와 억떡이 굴러갈 바에는, 차라리 저런 게 낫다.
“임기응변이 뛰어나네.”
“나중에 그런 칭찬 해주려고?”
“아니.”
이기고 나면, 당연히 이야기해줄 거다.
“예쁘다고 말해줘야지.”
느낀 그대로.
* * *
화륵.
윤이선은 두 손을 모았다.
양손을 각 팔의 소매 안으로 집어넣으며, 복부에 손을 올리며 가볍게 바닥을 뛰었다.
화르륵.
여전히 불꽃의 꼬리는 넘실거리고, 팔 뒤로 흩날리는 반투명한 베일이 펄럭인다.
[굉장하군. 설마, 각성할 줄이야.]이전에 태조가 허공을 날았던 높이와 똑같은 위치까지 떠오른 윤이선을 향해 태조가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과인을 상대로 압도한 S급은 있었어도, 과인과의 대결에서 각성한 자는 네가 처음이다.]“…이봐.”
윤이선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위로 뻗었다.
“내가 너보다 3살, 누나거든?”
[…….]“그리고 길게 끌 생각 없어.”
윤이선이 두 팔을 좌우로 뻗었다.
“피어나라.”
곧 아홉 개의 꼬리가 부채처럼 펼쳐지며 각각 끝에 여우불을 만들어냈다.
“산탄화.”
화르륵!
아홉 개의 꼬리 끝에서 무수히 많은 불씨가 터져 나오며, 작은 여우와도 같은 모습으로 허공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수는 거의 수십에 이르렀고, 그 속도는 빛과도 같았다.
콰과과광!!
불꽃을 머금은 여우들이 금방 아머드 태조의 몸에 닿아 폭발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분홍빛 폭연을 일으켰지만, 이전보다도 더 색이 짙고 폭발이 강렬했다.
[…크윽.]폭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머드 태조의 외부 장갑에 그을음이 생겼다.
심지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은 어깨 부분은 구멍까지 뚫렸다.
[화끈한걸.]“화끈하다는 말 정도가 아닐 텐데?”
구멍 쪽, 마나를 통해 재배합한 강철원자가 여우불의 폭발에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다.
거대한 갑옷을 만들어낸 태조에게 명백한 데미지를 넣었다.
[서, 설마설마하던 클린히트ㅡㅡㅡㅡ! 각성 윤이선! 태조를 상대로 공격을 성공시켰습니다!!]와아아ㅡㅡㅡㅡㅡ!!
함성이 울려 퍼진다.
특히, 남자들의 함성이 더 크게 울려 퍼진다.
“젠장, 믿고 있었다고!!”
“역시 윤이선이야! 그래! 레이 황 따위가 어딜 한국의 자랑에 비빈다고!”
“오우야아아아!!”
아마도 그 함성의 원인은 일방적으로 밀리던 윤이선이 각성하여 성공적으로 반격한 것 때문이리라.
결코 이전에는 ‘쓰으읍’하던 것이 지금은 대놓고 입맛을 다셔도 될 정도로 변해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흐, 흐흐. 그래, 이래야 대결할 맛이 나지!”
철혈대왕의 몸이 다시 가루가 되었다.
용솟음치는 쇳가루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머드 태조는 자기 몸에 붙인 강철 슈트까지 떼어내며, 하얀 정장을 펄럭이며 자세를 취했다.
“전력 전개다!”
“이쪽이야말로.”
서로 같은 높이.
“오너라, 철룡이여! 나의 다리에 깃들어, 나와 함께 하라!”
“타올라라.”
두 명의 이능력자가 서로를 향해 전력을 쏟아내기 위한 마력을 모으고 있다.
모두가 숨을 죽인다.
관중석도, 중계석도, TV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던 모두가 두 사람의 ‘준비’를 지켜본다.
현실은, 격투게임이 아니다.
현실은, 만화가 아니다.
상대를 이기는 대결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능력의 시대가 되었다.
현실은, 낭만이 되었다.
캬오오오ㅡㅡㅡㅡㅡ!!
쇳가루가 다시 하나로 뭉쳐지며 은빛의 용으로 변했다.
날카로운 눈동자를 빛내며 태조의 주변을 빙빙 돌며 똬리를 틀더니, 그대로 태조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른다.
윤이선보다 높게.
자신이 여전히 위에 있는 존재라는 듯, 태조는 강철의 용과 함께 높이 날아오른다.
“설령 S급이라고 해도!! 내가, 너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하겠어!!”
태조가 용의 머리를 밟고 뛰어오른다.
동시에 그의 오른쪽 다리에 모인 적금색 마력이 서서히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ㅡㅡㅡㅡㅡ!”
기합과 함께, 태조가 윤이선을 향해 떨어진다.
마력이 깃든 다리를 뻗고, 마치 혜성처럼 낙하하듯 윤이선을 향해 쇄도한다.
강철의 용은 태조의 뒤를 따라 달리며, 크게 아가리를 벌리며 윤이선을 집어삼키려 했다.
“타올라라.”
윤이선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 뒤, 가슴의 앞에 손을 모았다.
화륵.
작은 여우불이 터져 나왔다.
그 여우불은 이전의 그 어떤 여우불보다도 작았지만, 겉에 왕관과도 같은 아지랑이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태양과도 같았다.
“끝이야.”
등 뒤의 아홉 꼬리가 앞으로 뻗어 나와 원을 그렸고, 윤이선은 태양처럼 타오르는 여우불을 아홉 꼬리가 만든 원의 안으로 튕겼다.
“코로나 블래스터.”
콰아아아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머드 태조가 철혈대왕의 형태로 쐈던 비격진천뢰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도 더 압도적인 화력의 폭격이 터져 나왔다.
진분홍색으로 타오르는 불꽃의 빔 포격은 순식간에 태조를 향해 날아갔다.
키아아아악!!
강철의 용이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강렬한 열기에 융해되다 못해 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기체가 되어버리듯, 강철의 용은 순식간에 타들어 갔다.
키기기긱!
하지만 그 안쪽, 포격의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마력과 마력이 부딪치는 소리.
이전에 윤이선이 그러했던 것처럼, 태조는 윤이선의 포격을 뚫어냈다.
사르르.
포격이 멎은 순간, 윤이선의 꼬리가 안개처럼 사그라들었다.
선녀처럼 변했던 옷도 원래대로 돌아왔고, 윤이선은 점차 아래를 향해 떨어졌다.
동시에 포격이 잦아드는 연기 속에서 태조가 뛰쳐나왔다.
몸에 여우불을 뒤집어쓴 채, 다시 작아진 윤이선을ㅡ
“어.”
향해 떨어지지 않고, 윤이선이 떨어지기 전에 있던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이런…!”
그의 앞에는.
“하, 씨바.”
잔불처럼 남아있던, 여우불이 흩날리고 있었다.
콰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앙!!
하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철푸덕.
불타버린 마운드에 대자로 누군가가 떨어졌다.
아래에 타오르던 여우불의 잔불이 쿠션처럼 누군가를 받아냈다.
그리고 경기장 한가운데, 살포시 착지한 이는.
“…….”
연분홍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작은 체구의 소녀였다.
이날.
한국은 8번째 현역 S급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