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3화(24/668)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굳이 지금 그 방법들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 세계에서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만 말하자면.
“우오오! 도깨비의 새로운 궁극기!”
“제자리에서 십자로 참격을 날리고 그게 적에게 닿는 순간 십자를 만들다니! 앗, 설마 저건 ‘그 종교’에 대한 모티프…?! 엄청난 신성모독이다!”
“저렇게 많은 마나를 사용하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니. 역시 S급 빌런이라는 건가…!”
다들 내가 사용한 기술에 놀란다.
당연하다.
이들은 사람이 죽는 것보다 엄청난 이능력에 감탄하고 열광하니까.
감정의 폭주든 뭐든 악마가 된 이능력자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그냥 개쩌는 기술 하나를 본 것에 대한 열광이 더 큰 건지.
이 세계의 인간들은, 특히 이능력자들은 감성이 결여되어있다.
좋게 말하면 인류애가 없고, 나쁘게 말하면 사고관념이 쓰레기같다.
그런 와중에.
[당신, 무슨 짓을 한 거야!]주인공으로 대표되는 ‘히어로’들을 띄워주는 방법.
[아무리 빌런이라고 해도,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어!]착한 모습.
빌런이라는 명백한 악과 인간성이 결여된 대중의 앞에, 인간성을 챙기는 능력있는 선한 히어로는 당연히 부각될 수밖에 없다.
진창 속에서 다이아몬드가 반짝이고 있는데, 누가 그걸 보고 ‘다이아가 더럽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는 죽을 뿐이다. 이미 인간을 포기했지. 살려둬봐야 어차피 사람 죽이는 괴물로 평생 살아갈 뿐.] [하지만!] [나라의 세금이 저런 악귀를 먹여살리기 위해 나가는 것보다는, 저기 쓰러진 사람들을 치료하고 저 악귀에게 죽은 사람의 유족을 위한 위로금으로 쓰이는 게 더 낫지 않겠나.]딱히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하는 게 아니다.
[한 번 빌런은 영원한 빌런이다. 살아있는 것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그 죄를 죽음으로 속죄하는 게 맞아. 자살이 가장 좋은 길이겠지만, 저런 자가 자살을 할 리가 없으니 내가 대신 죽음을 선사했다.]지금, 나는 말을 하면서 이곳에서 도망치기 위해 몰래 주문을 읊고 있을 뿐이니까.
[불살주의를 꿈꾸는 히어로가 세상에 많겠지만, 불살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만 알아뒀으면 좋겠군.]사아아.
나는 벨트 부분에 가볍게 손을 올렸고, 곧 원래의 모습-검은 정장의 신사 도깨비로 변했다.
‘휴. 사회적 자살을 할 뻔.’
혹시나 변신이 풀려서 알몸이 드러나면 어쩌나 속으로 괜히 쫄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빌런조차 지키고 싶나? 그렇다면 강해져라. 나를 막을 수 있을만큼. 기대하지, 히어로.] [기다려!!]솔라 플라티나는 나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나는 바닥을 가볍게 구둣발로 디디는 걸로 자리를 이탈했다.
[도깨비걸음.]어떻게?
순간이동으로.
“앗, 도깨비가 도주한다!”
“놓치지 마라! 잡아!”
“도깨비를 잡으면 내 명성이!!”
검은 안개를 주변에 뿌리자 주변에서 나를 향한 공격이 날아왔지만, 애꿎은 허공만 가로지를 뿐.
나의 몸은 이미 내가 있던 곳에-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고, 그 어떤 이능력에도 탐지되지 않고, 그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도깨비 방망이와 함께하는 또다른 이능력.
‘도깨비 감투.’
아무리 국뽕 라노벨 세계관이라고 해도 진짜 감투를 뒤집어 쓸 수는 없기에 신사의 중절모로 대체했지만, 모자 아래에 도깨비의 가면을 하관만 가리는 방식으로 유지되도록 바꾸는 식으로 도깨비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택티컬 마스크를 쓴 정장 신사’라고 해야 할까.
‘이 모습도 들킬 수는 없어.’
도깨비 감투를 쓴 상태,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귀신화’로 영체와도 같은 상태로 전장을 이탈하는 모습도 다른 이들에게 찍힐 수 없다.
하관을 가리는 마스크가 콧대까지 가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눈동자와 눈매가 모자 아래로 살짝 드러나니까.
‘아직 도서관에서 읽지 못한 책이 얼마나 많은데, 정체가 발각되어서 쫓겨날 수는 없지.’
도지환이 도깨비라고 발각되는 건 총수에게 민폐다.
도서관장을 비롯하여, 이곳에 나를 찔러넣어준 모든 이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
“도깨비를 찾아!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다!”
“공간이동이라니까! 분명 자기 아지트로 갔을 거야!”
“공간이동도 정도가 있지! 세종섬에서 부산이나 서울로 워프하지는 못했을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지, 도깨비라면!”
역시나.
다들 ‘귀신’ 상태가 되어, 물리적인 간섭과 마나의 간섭을 받지 않는 에테르체가 되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내가 계속 귀신화 상태를 유지하며 현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거기 황금 여기사! 가면을 벗고 정체를 공개하라!”
내가 사라졌지만, 나와 함께 나타난 또다른 존재-솔라 플라티나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한 번도 듣지 못한 히어로 네임! 세종섬에 등록되지 않은 이능력! 모든 것이 정체불명! 히어로 협회에서는 너를 가만 놔둘 수는 없다!”
“‘빌런 릴리스’를 제압하려는 움직임은 알겠지만, 고도의 기만 전술일 수도 있지! 갑옷을 벗어라! 너는 누구지?!”
“히어로라면 순순히 정체를 드러내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빌런으로 간주하겠다!!”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빌런 릴리스를 제압하고 체포했을텐데, 졸지에 나 때문에 지금 저 황금의 여기사는 곤혹을 치르고 있다.
“셋을 세겠다! 셋!”
아마도 높은 확률로 유미르일-아니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여인은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둘!!”
현장에 출동한 경찰 히어로들이 저마다 마나를 끌어올리며 솔라 플라티나에게 무기를 겨눈 순간.
“하나-”
[빛이여.]솔라 플라티나가 마치 안아달라는 듯, 두 팔을 좌우로 가볍게 펼치자, 그녀의 몸에서 엄청난 금빛이 터져나왔다.
삐이이ㅡㅡㅡㅡㅡㅡㅡ!
마치 섬광탄을 터뜨린 것 같은 빛무리가 터졌다.
“끄아아악!!”
영체화로 한 차원 빗겨서있는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엄청난 플래시뱅에 모여있던 모두가 눈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리며 괴로워하고 있다.
‘도망치네.’
나는 빠르게 현장을 이탈하는 솔라 플라티나의 뒤를 쫓았다.
그냥 현장을 이탈하는 건 아니고 레스토랑 잔해 근처에서 뭔가를 챙긴 듯 주섬주섬 찾고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뭘 챙긴 거지? 혹시 변신 전에 벗어둔 물건?’
있다고 한다면 아마 태극워치가 아닐까.
태극워치의 GPS와 생체정보가 까딱 잘못하면 유미르인 걸 알릴 수 있으니.
나는 ‘특별사양’이라서 변신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유미르라면 얘기는 다를 것이다.
왜 자꾸 유미르인지 알고 싶느냐.
혹시나 유미르인지 아닌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도 있고,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유미르가 아니라면.
지금 유미르는 어디에 있는 거지?
혹시 내가 변신을 머뭇거리는 사이에 레스토랑 건물에 깔리거나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은 건가?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라는 얼굴로 떠났던 게, 사실은 이능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정의감 때문에 사라진 거였다면?
아니다.
레스토랑 건물 쪽은 이미 내가 마나로 가볍게 스캔을 통해 확인했다.
유미르는 증발했다.
그래서 더욱더 확인해야 한다.
만약 저 솔라 플라티나가 유미르가 아니라면, 유미르는 이미-
파아앗.
기숙사의 벽과 담벼락 사이에 난 작은 틈.
에어컨 실외기 하나 간신히 놓을 곳에 몸을 비집고 들어간 황금의 여기사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몸이 번쩍였다.
‘아.’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돌려, 내가 본 모습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어떡해.’
설마.
쟤도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을 줄이야.
‘세상에.’
나도 마찬가지지만.
‘설마 저 패널티를 각오하고 빌런을 제압하겠다고 변신한 거야?’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전라가 되어버린 ‘유미르’가, 자신의 방으로 추정되는 창문을 잡자마자 굳어버린 걸.
“아, 아아…!”
당황하며 바닥에 놓아둔 태극워치-아마도 변신 전에 벗어뒀다가 방금 현장을 빠져나오면서 챙긴 것을 열심히 창문에 대어보지만-
“왜, 왜 안 열리지…?”
열리지 않는다.
당연하다.
기숙사도 마찬가지겠지만, 태극워치는 일단 방의 현관 문 앞에 대어야 창문도 열리니까.
그런데 그게 될까?
일단 기숙사 현관부터 지난 다음에 방문 앞에 가야 할텐데?
“아, 이런….”
[곤란한 모양이군.]나는 도깨비 가면을 쓴 채 유미르의 앞에 섰다.
“꺕….”
비명을 지르려다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중요 부위를 가리며 쪼그려 앉는다.
‘어우야.’
역시 캐나다인.
장난 아니다.
많은 여체를 봤지만, 너무나도 아름답다.
‘정신 차려. 지금 얘는 사회적 타살을 당하기 일보직전이라고.’
아무리 강력한 이능력자라도 수치심 앞에서는 약한 병아리가 되는 법.
[빌려주마.]나는 정장 자켓을 벗은 다음, ‘원래 형태’로 되돌렸다.
펄럭.
정장 자켓은 속이 전혀 비치지 않는 검정 두루마기가 되었다.
[자.]“…감사, 합니다….”
귀까지 벌게진 유미르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두루마기를 받았다.
“저, 저기…. 어떻게 저를…?”
[뒤를 쫓았을 뿐이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나는 정장 안, 검은 셔츠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몸을 돌렸다.
[곤란한 처지인 것 같아 지금은 도와주지만.]나는 고개만 옆으로 돌린 채, 유미르에게 경고했다.
[다음에도 내 앞을 가로막는다면, 나는 너를 부수고 내 할 일을 할 뿐이다.]타ㅡ앗.
순간이동을 하듯 귀신이 되며, 나는 담벼락 위로 올라갔다.
“……흥.”
유미르는 홍시처럼 달아오른 얼굴로 두루마기를 꽉 붙잡은 채, 기숙사 현관으로 달렸다.
[쯧.]그 모습을 보며, 나는 정신이 괜히 아찔해졌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유미르.
그녀는 자신의 패널티를 감수하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변신할 수 있는, 분명한 히어로였다.
[그럼 나도 돌아갈까.]어디로?
…현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