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43화(244/668)
결사의 간부진은 S+급 이상으로 구성되어있지만, 각국에 퍼져있는 결사의 사원이나 협력자들은 이능력자가 아닌 이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의 도움으로 결사는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어둠을 걷어내고 있다.
하니엘라 수녀처럼 헌신과 봉사를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하며 사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결사는 어린아이들부터 케어하며 언젠가 평화로운 세계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내가 결사이기에, 나는 결사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사의 방식에 대해 옳지 않다고 말하는 자들도 있다.
그것이 억까이든, 아니면 진심으로 하는 소리든.
“사상범 교육소라.”
성당의 상태를 살피고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나누고 나온 뒤, 나는 파타야의 도로를 달리며 예전에 빌런들이 하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혜라야. 어떻게 생각해?”
“라플라스? 오빠 지금 말하는 거, 저기 성당 이야기하는 거야?”
“그래. 빌런 놈들이 그러잖아. 고아들 데려다가 키우는 거, 사실은 결사의 요원 키우는 거 아니냐고.”
“흥. 우리가 뭐 세뇌 교육을 하거나 하는 건 아니잖아.”
조수석에 앉은 윤혜라는 태블릿으로 자료를 정리하며 답했다.
“우리는 그저 사회인으로 길러줄 뿐이야. 사상범 교육은 저기 다른 놈들이나 하는 거지. 라플라스와 적랑장군처럼.”
“그렇지. 그 말을 듣고 싶었어.”
“뭐야. 흔들리는 거야?”
“흔들리지는 않지. 단지,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옛날?”
“그래.”
아무래도 빌런 생활이 빙의하고 반년, 그리고 아카데미 학기가 시작된 게 고작 석 달 정도 지나서 그런지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남아있다.
“결사의 사람이라는 시각이 아니라, 일반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생각했던 때 말이야.”
일반인적 사고.
빌런 조직, 결사의 사람이 아니라 외부에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게 되는 객관화된 시각.
그 사고와 시각으로 바라본 결사는 이능력자아이를 병기로 키우는 빌런들과 다를 바가 없다.
-엥? 그래봐야 자기네 결사의 하수인을 기르려고 하는 거잖아.
라고 하는 소리를 작년에 실제로 들은 적도 있다.
보육원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보호하여 키우는 것을 두고, 빌런들은 우리 결사의 행동을 ‘위선자의 세뇌 교육’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모든 인간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인간으로 만든다.”
들리는 소리는 참 좋다.
어딘가 유토피아 같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디스토피아 같기도 하다.
“이상적인 목표지. 근데 우리는 적어도 사회 대부분의 이들이 공감할 목표를 가지고 있지, 다른 놈들은 다르잖아.”
윤혜라는 말하는 것도 질린다는 듯 치를 떨었다.
“섬에서 아이들을 길러서 사병으로 만드는 것도, 이능력자조차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서 뼛가루 갈아버리는 것도, 전부 이 세계의 어둠 속 단편에 지나지 않아. 태국이 전 세계 국가 중 하나에 불과한 것처럼.”
빌런들의 행각은 각양각색으로 이루어진다.
“제국주의의 부활을 외치는 자도 있고, 인종이나 성별 갈라치기를 하는 자들도 있지. 정말로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걸로 자신의 부와 권력을 축적하기 위해서.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졌던 조직도 있고.”
“어디 이야기하는 거야? 그런 애들이 워낙 많아서.”
“독일.”
“네오나치 말이야?”
“그래. 지금 한창 도철이 고생하고 있는 쪽 말이야.”
윤혜라는 안쓰러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주 제대로 뿌리를 뽑겠다고 해서 고생하고 있지만, 나 같으면 그냥 거기서 끝내도 될 것 같던데 말이지. 아 참, 오빠는 네오나치 박살 냈을 때는 그냥 말단이었지?”
“뭔가 제대로 좀 해보려고 마음먹기 무섭게 네오나치라는 조직이 궤멸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지.”
빙의 일주일.
원작에서 결사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장치기도 했지만, 동시에 빙의하고 일주일 만에 결사의 무서움을 직접 체감하게 만든 소식이며 성과였다.
-공지사항. 네오나치 붕괴. 네오나치의 수장, ‘실패한 미대생’ 사살 완료.
네오나치가 붕괴되었다.
내 입장에서는 하이드라라는 조직이 궤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뭔가 네오나치라고 하면 유럽뿐만 아니라 저기 미국이나 UN에까지 손을 뻗고 있을 것 같은 그런 조직인데, 결사는 네오나치의 수장을 깔끔하게 제거했다.
단지 머리만 제거한다고 조직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
“혜라 너는 그때 거기 없었지?”
“응. 도철이랑 혼돈 둘이서 나섰지. 아, 도올은 알걸? 도철이 빡 돌아서 도올까지 불러서 다 죽여버리겠다고 길길이 날뛰었으니까.”
윤혜라는 잠시 표정을 굳혔다.
“네오나치가 독일 지하 곳곳에 만들어놓은 시설에서 그런 게 있었다더라. 우리는 실패했다. 하지만 초능력으로 우리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은….”
윤혜라는 슬쩍 내 눈치를 봤다.
“괜찮아. 신경…안 써볼게.”
“…한국인이 아닌 우리 게르만이며, 한국은 그저 운 좋게 운석이 바다에 떨어진 걸로 꿀이나 빠는 놈들에 불과하다.”
“…다시 들어도 충격적인 말인걸.”
네오나치가 질투하는 민족.
전 세계의 민족주의자들이 대격변으로 변해버린 대 국뽕의 시대에 열폭하게 만드는 민족.
“네오나치가 질투하는 민족이라니. 하하.”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않아? 운석 떨어지고 난 뒤로 한국에서 이능력자가 얼마나 많이 태어났는데. 부럽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건 당연한 거야. 이능력자가 석유라고 생각해봐.”
“갑자기 사람을 석유라고 생각하니까 이상하긴 한데, 뭔가 느낌이 확 와닿는걸.”
비록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면서 석유가 나오는 건 확인하지 않았지만, 무려 4333년의 존버 끝에 외계 운석이 떨어지는 곳 이능력세권에 터를 잡은 민족.
우스갯소리기는 하지만, 이 세계 사람들은 자조적이든 진심이든 한국과 한민족을 ‘신의 은총을 받은 국가와 민족’이라고 부른다.
“현실이 그렇잖아.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S급만 몇 명이야? 30명이야. 죽은 사람들, 빌런이 된 사람들, 이민 간 사람들, 뭐 기타 등등 다 포함하면 무려 30명이나 되는 S급이 나왔다고. 그런데 다른 나라는 어때? 그나마 일본이 제일 많네. 10명.”
“…….”
한 나라에 S급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S급 한 명이 나오는 것도 정말 ‘간신히’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세상.
“오빠. 새삼스럽지만, 나는 한국이 지금 되게 오만하다고 생각해. 아머드 태조가 S급 판독기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서 그렇지, 다른 나라로 치면 S급으로 봐도 무방한 A+급들이 차고 넘치는 게 한국이잖아.”
이미 세상 곳곳에 국뽕이 가득하지만, 빌런으로서 바라보는 뒷세계에서도 국뽕의 정취가 가득한 게 참 그랬다.
“당장 저기 밑에 있는 싱가포르만 하더라도 그래. 아머드 태조한테 지고 바로 이민 간 A+급이 싱가포르 유일의 S급이 되었잖아.”
“…그렇네. 생각해보면, S급 진짜 많이 배출하기는 했다.”
한국에서는 판독기에 밀렸던 내가 다른 나라에 가니 유일무이의 S급?
그런 이야기가 단순히 라노벨 소설 제목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이 세계에서는 그렇다.
한국의 것은 위대하고, 한류는 세계 최고.
그 국뽕이 잠식한 이 세계에서, 모든 논리는 국뽕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태국까지 와서.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다 했잖아. 혹시 잔업하려고?”
“잔업까지는 아니고, 그냥 걱정되니까.”
“누구? 아항, 라플라스의 아이들?”
“…그래.”
세상이 신의 안식처 속 지하 공간이라고만 알고 있던 이들.
설령 조금 더 안다고 해도, 다리 밖으로 넘어오지 못했던 이들.
공식 명칭은 따로 있지만, 사람들은 구분을 위해 그들을 ‘라플라스의 아이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평생 병기로 살아온 아이들을 보육원에서 맡는 건 안 되겠더라. 따로 시설이 필요하겠더라고.”
그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태국 각지, 결사에서 관리하는 보육원에서 가르치는 건 어떨까 싶었지만, 직접 와서 봤더니 그건 무리가 있었다.
“여럿을 뭉쳐놓으면 무리를 지어버릴 테고, 혼자 따로 놔두면 망망대해 속에 던져진 기분일 거야. 정확히는…마치 다른 세계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겠지.”
“그건 그렇네. 신의 안식처라는 세계에서 지구라는 세계로 넘어온 셈이니까.”
나의 경우와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그래도 나는 어른이고 세상의 변화에 대해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들은 전혀 다른 감각일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이 제일 무서운 것이 바로 그 아이들이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라 ‘이능력자’라는 것.
“유미르한테 전화하거나 내가 나설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아이들이 멘탈이 나가버리면 악마가 되어버리니.”
“…….”
영유아도 악마가 되는 세상이다.
그렇기에 다들 이능력자인 아이들을 대함에 있어 정말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만, 라플라스와 적랑장군은 악마가 되든 말든 그들을 병기로 삼았다.
“이 아이들, 어떻게 해결할까. 적어도 지금 당장은 결사에서도 나서기 힘들 것처럼 보이는데.”
“…방법, 하나 있지 않아?”
“응?”
“오빠, 혹시 내가 말해주기를 빌드업하고 있는 거야? 본인이 직접 말하기는 껄끄러우니까, 내가 옆에서 대신 말해주기를 바라는 거지? 그렇지?”
“…….”
어쩌면, 윤혜라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걸 생각한 건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정답을 찾아낸 걸지도 모른다.
“세뇌되었던 아이들을 어떻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시 만들 것인가. 그 방법으로, 지금 오빠는 떠올린 거잖아. ‘갱생’을.”
“…….”
“세피로트 기사단에 의한 정신 표백을.”
“…….”
끼익.
나는 차를 멈췄다.
마침 목적지 바로 앞이었고, 나는 빨간 신호에 차를 멈추고 윤혜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혜라야.”
“응, 오빠.”
“병기로 살아온 인격을 죽이고 평범한 인간의 기억을 덧씌우는 게 잔인할까, 아니면.”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다.
“…극기 훈련으로 해병대 캠프식 교육을 2년 동안 하는 게 더 잔인할까.”
현재.
태국을 향해.
빨간 모자를 쓴 수상한 남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