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45화(246/668)
교육은 자고로 한국만큼 열성적인 곳이 또 없다.
한국에서는 핀란드식 교육 방법이라거나 미국식 교육 방법이라거나 다양한 곳에서 그 방법을 배워오지만, 다른 나라에서 ‘한국 교육의 폐해’라고 단점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능력자라도 수능에 있어서 특혜를 받을 수는 없다! 서울대학교 부산 캠퍼스에 들어오고 싶다면, 당연히 수능으로 합격하라!
적어도 ‘열성적’이라는 면에서는 다른 그 어떤 나라도 교육에 대한 열의를 따라올 수 없다.
그것은 이능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한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전 지구인이 유학하러 오는 교육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한국은 이능력자를 가장 잘 교육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능력자가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표본이 많이 쌓인 것도 있지만, 이능력자에 관련된 인프라를 가장 많이 가진 곳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선생님! 쟤가 저 초능력으로 때렸어요!
-어허. 선생님 이능력은 독심술이라고 했지.
-…….
-거짓말했으니까 칭찬 스티커 하나 뗄까?
-아, 안 그럴게요….
-괜찮아. 선생님도 어렸을 때는 거짓말하고 그랬어. 그럼 우리 영웅이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선생님이 물어봐도 될까?
-그게….
무엇보다도 이능력자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들이 이능력자를 가르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세~25세 사이의 성인들.
-갓 성인이 된 이능력자들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전문 상담교사로 동원하는 건 어떻습니까? 중간중간, 이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부산에 있는 이능력자 유치원에 보내도 되겠군요. 그, 제 조카가 거기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 친구한테 붙여줬으면….
사회에 갓 나온 이들은 대학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저마다 직업전선에 투입되었다.
다른 이들은 20대 초반을 대학에서 보냈지만, 이들은 대학까지의 과정을 충분히 세종섬에서 배웠다.
-속성교육도 괜찮다! 이능력자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기 때문에!
-뭐라고? 1년 만에 남들 4년 대학 다니면서 배우는 과정을 마칠 수 있냐고?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애초에 본인들도 그만큼 의욕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지!
그만큼 사회가 이들의 사회진출을 바라고 있었기도 했고, 그들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바지하고자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이 남자, ‘정상인’.
이름처럼 사회가 바라는 규범대로 정상적으로 자라, 공익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헌신하기로 한 사나이.
“어떻게 사람 이름이 정상인…이라고 하기에는 부모의 심정이 이해가 가네.”
정공인이었던 남자가 있었다.
레드 스카프라는 이명을 가진 빌런이었고, 빌런이면서 서울을 폭파하려고 했던 존재다.
-우리 아이는 빌런이나 악마가 되지 않을 거예요! 분명히!!
그런 자와 달리, 정상인의 부모는 분명 정상인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존재가 아닌 엄연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여겼을 터.
이능력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 걸 제외하면,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정상적인 남자로 자라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그런 이름을 붙였겠지.
그는 자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고, 한국 해병대의 자랑이 되었다.
어느 정도냐면, 한정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재사회화 교관으로 지명되었을 정도로.
태국의 소요 사태에서 발견된 세뇌 교육받은 어린아이들을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만들기 위해, 전 세계가 택한 남자가 바로 빨딱 정상인 해병이다.
“오빠. 그러면 라플라스의 아이들은 전부 해병이 되는 거야?”
“해병과도 같은 마음을 가지는 거지, 꼭 해병대에 들어갈 필요는 없어. 하지만…확실히 그냥 일반 교육기관보다는 적응하기 쉽겠네.”
우리는 파타야에서 드라이브를 즐긴 뒤, 해변의 호텔에서 TV로 재사회화 과정에 관한 정상인 휘하 ‘레드팀’의 기자회견을 시청했다.
-태국과 한국의 문화는 매우 다른데, 과연 한국식 해병 교육을 적용해도 괜찮을까요? 해병 또한 군대가 아닙니까?
-한국에는 해병대 캠프라고 따로 있습니다. 해병대에서 이루어지는 군사 훈련 중 단결과 협동, 단체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훈련만을 모아둔 극기 훈련이지요. 군대의 프로그램을 따왔다고 해서 군인을 기르는 게 아닙니다.
군복이 아닌 검은 정장을 갖춰 입고 나온 정상인은 전 세계 기자들의 앞에서 당당히 한국어로 자기 소신을 밝혔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군대식 교육이 더 효율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는 어디의 분들이죠?
-한국의 교육기관 종사자분들, 세종 아카데미 교수님들….
“오빠, 저 사람들이 과연 세계를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가지고 있나…?”
“그래도 교수야. 이 상황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논문이나 이론은 없겠지만, 적어도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충분하겠지.”
한국은 태국의 소요를 파악한 이후 교육 전문가들을 불러 모았다.
과거 세종 아카데미를 만들 때와 같이,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이능력자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첨예한 논의를 나눴다.
“그들이 결론을 내린 거야. 해병대식 교육이 이들의 재사회화에 가장 합당하다고.”
-저희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것이 정답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능력자로서, 그들의 혼란스러운 심정에 가장 가까이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능력자는 국경을 초월하여,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있으니까요.
“오빠. 오빠는 저 빨딱을 믿어?”
“믿으려면 그 사람의 행동을 봐야 하는데, 지금까지 정상인이 보여준 행동은 나라에 충성하는 군인이었지.”
정상인에 관한 자료는 히어로 위키만 들어가도 확인할 수 있다.
“사고를 친 게 고향에 내려왔다가 학교폭력 당하는 고등학생을 구하려고 1:17으로 싸웠던 거 같은 경우 말고는 없잖아. 정상인은 지극히 정상적인 히어로야. 결사에서 가장 까다로워하는 부류의 인간들이지.”
악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자.
백설희처럼 허니트랩을 통해 설득할 수도.
유미르처럼 그녀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걸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도.
윤이선처럼 결사의 사상에 공감하는 부분을 가지고 있어 결사의 행동을 직접 보여주는 걸로 결사에 영입할 수도 없는 존재다.
하다못해 응우옌과 같이 결사의 컨설팅과 도움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자국 내의 어둠을 걷어내고자 할 일도 없으니, 결사로서는 상대하기 몹시 껄끄럽다.
이전에 내가 윤이선과 하야부사의 대결에서 난입했을 때.
결사의 협력자나 관계자들은 적당히 나와 대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머드 태조, 뇌제, 투신과 같은 자들은 나를 진짜로 체포하려고 하거나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 같다.
“다행이네. 해병 교육이 이루어지든 말든, 일단 우리는 우리대로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러게. 아, 도착했다고 하는데?”
윤혜라는 단숨에 외투를 걸쳤다.
“골치 아픈 어린아이들은 빛의 세계에 맡겨두고, 우리는 어둠의 세계 쪽을 봐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지.”
검은 드레스 위에 반코트를 입은 그녀는 나를 향해 손을 뻗었고, 나 또한 외투를 걸치고 윤혜라와 손을 맞잡았다.
“설마 윤혜라 씨가 밤일이 두려워서 야근을 하자는 제안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지.”
“…오빠를 혼자서 매일매일 상대하느니, 차라리 그냥 야근 좀 더 하는 게 낫겠더라고.”
윤혜라는 목덜미에 난 붉은 자국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볼을 부풀렸다.
“그리고 그냥 매일 애국하는 것보다, 야근 좀 하고 피로해졌을 때 애국하는 게 더 좋잖아. 안 그래?”
“……하긴.”
원래 가득 찬 상태에서 하는 것보다, 서로 살짝 비워졌을 때 하는 게 가장 충만감이 가득해지는 법이다.
“그럼, 가볼까.”
어린아이들은 해병 아카데미에 맡긴 뒤.
우리는 어린아이들보다 더 심각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신경 쓰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러.
“서큐버스의 섬으로.”
푸켓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며, 동시에 향락을 즐기러 오는 이들을 위해 좀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곳.
태국의 수도, 방콕의 남쪽.
파타야로부터 배를 타면 금방 들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섬.
대외적으로는 아름다운 섬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실체는 신의 안식처보다 더 심각한 곳.
끼이익.
작은 쪽배가 호텔 밖에 도착했다.
쪽배를 호텔의 밖 해안에 거치한 여자는 보트의 키도 뽑지 않고 그대로 사라졌고, 나와 윤혜라는 바로 보트를 향해 걸어가 보트 위에 앉았다.
“내가 운전할까?”
“아니. 내가 할게.”
이럴 때가 아니면 또 언제 보트를 운전해보겠는가.
이 세계에 와서 국뽕과 세계의 어둠을 접하며 정말 매일매일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빙의 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새롭고 신비하다.
어쩌면 지금부터 겪게 될 일은 현실에서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겪을 수 없는 경험일 터.
“…사람들이 워낙 충격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다들 하나를 놓치고 있어.”
지배자가 사라져 지금 한창 혼란에 빠져있을 사치와 향락의 섬으로.
“신의 안식처보다 더 심각한 곳이 하나 더 있다는 걸.”
구 명칭, ‘산호섬’.
“당장 눈에 보이는 게 애들이라서 그렇지, 그 애들은 어디서 나왔겠냐고.”
* * *
“후….”
레드 브라사드, 정상인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손으로 두드리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장소가 꼭 취조실처럼 되어있지만, 자신은 안전하지만, 이건 저기 유리창 밖에 있는 태국 부총리를 비롯하여 소위 ‘높으신 분’들을 위한 안전장치다.
혹시나 라플라스의 버려진 자식들이 위협을 가하거나, 혹은 ‘악마’가 될 경우.
정상인조차도 제압하기 힘들 수준으로 타락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 최소한의 조치.
그리고 동시에, 전 세계인들이 보도록 하는 조치.
“녹화 스탠바이. 준비 끝났습니다. 정상인 대위님.”
“바로 첫 번째 학생 들여보내도록.”
“예.”
문이 열렸다.
곧 불안해하는 어린아이가 눈치를 보며 의자에 앉았다.
“본 교관이 누군지 알고 있나?”
시작부터 만들어낸 강압적인 분위기.
아이에게 겁을 먹게 하려는 건 아니지만, 조사에 따르면 이런 분위기는 신의 안식처 속 라플라스 휘하 교도관들이 보여주던 행동과 비슷하다고 하더라.
“아, 알고 있어요.”
어쭙잖게 저자세로 나가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강자를 따르고, 무언가 변화된 환경에서 라플라스만큼 강한 남자가 눈앞에 있다면 자연스레 기세가 꺾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오신 A+급이시라고….”
“그렇다. 본 교관은 너희들을 가르칠 해병 아카데미의 대표이자 교관, 정상인 대위다.”
교육을 해야 할 자가 동시에 군인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런 게 필요한 이유는, 저기 높으신 분 중에 아이들을 ‘패잔병’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있었기 때문.
“첫 번째 질문. 악마 라플라스는 죽었다. 도깨비에 의해 처형되었지. 혹시 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없나?”
“…그,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라서 그런 건지, 아이는 천천히 화두를 던졌다.
“대신,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부탁?”
“예. 그.”
아이는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감정을, 간신히 토해냈다.
“…저희들의 어머니를 찾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