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46화(247/668)
파타야 섬 호텔에 베이스 캠프를 차린 뒤, 나는 윤혜라와 함께 산호섬에 도착했다.
새애액.
해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적막만이 감돌았다.
아무리 어둠을 틈타 움직이기 위해 밤에 들어왔다고 해도, 차가운 밤공기와 바람소리는 섬 전체가 버려진 곳처럼 을씨년스러웠다.
“이거 참. 잠깐만. 시동 끄고 직접 몰게.”
“파도 따라서 접근하는 건 어때?”
“상황 보고.”
오히려 배의 모터 소리가 울릴까봐 신경이 쓰일 정도였고, 서큐버스의 섬이 보인 시점부터 나는 방망이를 노처럼 만들어 직접 배를 해안으로 몰았다.
“섬 주변에 인기척이 느껴져?”
“아니. 느껴지지 않아. 그래서 더 소름이 돋는 걸.”
나는 윤혜라를 안고 모래사장으로 뛰었다.
신발에 모래가 묻는 것 정도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서큐버스의 섬에 있어야할 흔적들.
“…섬에서 탈출하려고 했던 흔적이 없네.”
“이곳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아. 한 바퀴 쭉 둘러봤잖아. 다른 곳도 없어.”
그게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흔적이라고 해야 할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래사장에 들어오기 전, 산호섬 전체를 배로 한 바퀴 돌며 해안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흔적을 지우진 않았을 거야. 그렇지?”
“응. 아직 소요가 일어난 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잖아. 물론 이틀이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력이라면 대규모로 움직였을테니 결사의 감시망에 걸렸을 거고, 이능력의 힘으로 지워냈다면 우리가 마력의 잔향을 읽어냈겠지.”
둘 다 아니다.
그러므로, 직접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들어가자.”
나는 윤혜라와 함께 섬 안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여?”
“아니. 전혀. 인기척이 아예 없어. 마력 반응도 없고. 당장 겉으로는.”
좀 더 안쪽을 훑어봐야겠지만, 적어도 보트로 접근한 해안 근처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우리의 감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존재가 있거나,아니면 다른 무언가겠지. 하나, 느껴지는 게 있어.”
윤혜라는 흙바닥을 손으로 쓸었다.
“오빠. 이거 봐봐.”
“……아무래도 이쪽이 정답에 더 가까웠던 모양이군.”
나는 흙더미 아래, 어딘가 젖은 것 같은 흔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흔적은 붉은 핏자국이었다.
불과 이틀 전에 흐른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흙 아래로 스며든 흔적이었다.
“이능력자의 피는 아닌 것 같고, 그냥 평범한 사람 피인 것 같은데.”
“그게 더 문제야. 어느 쪽인지 특정을 할 수가 없잖아.”
이 피의 주인이 누구인가.
피의 양으로 봐서는 큰 상처를 입은 것 같은데, 감이 오지 않는다.
“놈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이미 다 빠져나갔겠지?”
“응. 아마 향단이 조치를 내렸을 거야. 그게 아니더라도…상황을 봐서는 우리가 신의 안식처를 습격했을 때 이미 동시에 상황이 정리된 것 같은데.”
한 곳을 습격하고 다른 곳을 순차적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라플라스가 죽고 향단이 쫓겨났고, 적랑장군이 자결했기에 여유가 있을 것이다.
설마 이틀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
혹시나 나타날 수 있는 향단을 상대하기 위해 마력을 복구하는 동안, 무슨 큰 문제라도 생기겠어.
라고 안일하게 기대했다.
왜냐하면 그런 기대와 희망이 없다면, 이 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일과 마찬가지가 될테니.
“둘이서 나눠서 습격할 걸 그랬나.”
“그랬으면 지지부진하게 시간이 끌려서 다 죽었을 걸.”
“…그래. 합일해서 신의 안식처를 습격했으니까 그 때 한 명 머리 터진 걸로 끝났지, 아니었으면 줄줄이 연달아서 다 터졌을 거야.”
“사람 머리를 두고 할 말은 아니지만, 그 뭐야, 푸요푸요처럼?”
“아마도. 합일한 상태에서 최속으로 도착해도 그 속도였는데, 아마 더 늦었으면….”
마력결계를 펼쳐서 라플라스가 신의 안식처로 보내는 신호를 차단하지 못했을 것이며.
적랑장군이 쏘아대는 미사일을 파괴하지 못했을 것이며.
시설 내부로 들어가 감옥 안에 있는 이들의 머리 속 폭탄벌레를 빠르게 제거한 뒤, 라플라스를 향해 최속으로 날아가 놈을 처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머리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 이게 참 마음은 그렇지 않네.”
“오빠. 그건 너무 히어로같은 생각이야.”
“가끔은 히어로가 되고 싶기도 해. 이런 걸 보면 말이지.”
바닥에 길게 핏자국이 이어져있다.
“이 사람들도 언젠가 우리가 지배할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이들이라고 생각하면, 참 안타깝고 씁쓸하고 그래.”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말자. 혹시 모르잖아.”
그냥 핏자국도 아니고 길쭉하게 이어진 핏자국은 사람이 안쪽에서 도망쳐온 흔적이었고, 나는 윤혜라와 함께 핏자국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빌런이라는 것들은 말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철두철미하고 악랄한 놈들인 것 같아. 우리는 정부에 의해 빌런으로 지정된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이들은 정말이지 ‘악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섬 안으로 들어갈수록 핏자국이 가득하다.
그리고 핏자국의 옆에 무언가 가루 같은 것이 흩날리고 있다.
인간의 흔적이라고 해야할까.
시신이라도 있으면, 머리가 없어진 시체라도 있다면 신의 안식처에 있던 노예들과 같은 경우일 터.
하지만 시신은 없고, 핏자국만 가득할 뿐이다.
사람의 육편이나 신체 조각이라도 하나 남아있을 법 한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 아무것도.
“오빠, 저기 호텔있다.”
“…라플라스와 적랑장군이 직접 관리했던 곳 답게, 대규모 시설이군. 카지노를 방불케 할 정도인데?”
산호섬의 크기가 큰 편은 아니지만, 건물 하나 세우기에는 적당한 수준은 된다.
신의 안식처보다 섬의 크기는 작지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이들이 라플라스 일당에 의해 선별된 VIP만 가능하다는 걸 생각하면, 이곳은 신의 안식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섬을 먼저 칠지 결정한 건 응우옌이지만, 그 선택을 존중하고 따르기로 결정한 건 우리야. 그나마 다행인 점은…오빠가 생각하는 최악의 결과는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는 거.”
“내가 생각하는 최악이 뭔데?”
“몰살.”
윤혜라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서큐버스의 섬에 있는 이들의 실체가 드러날까봐 이 섬에 있던 이들을 모조리 죽여 없앤 뒤, 섬을 불태우거나 수장시키는 거.”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했어.”
다른 빌런들이 대부분 그렇게 하듯, 라플라스를 비롯한 놈들도 똑같이 행동할 거라고 생각했다.
“섬 내부에 있는 자들을 전부 죽이고, 섬에 있던 모든 자료를 파기하고 폭파시키고, 거기에 이어서 자신들은 안전하게 섬에서 도망쳐나올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머리들을 잘라낸 게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나봐.”
머리가 잘린 개미는 몸통만 남은 채, 몸에 각인된 페로몬과 본능에 따라 꿈틀거리다 죽기 마련.
사고할 수 있는 머리에 해당하는 자들이 전부 사라졌으니, 이 서큐버스의 섬에 있는 책임자는 결단을 내려야했다.
“지금까지 해온 행동을 생각하면 즉결처형이 마땅하지만, 일단 내부의 상황을 보고 어떻게 처형할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
“…저기, 슬슬 느껴지는 것 같지 않아?”
“그래.”
대형 카지노와 같은 호텔의 정문으로 다가간 순간, CCTV 카메라 속 렌즈가 우리를 향해 움직였다.
[딱 걸렸군.] [아직, 사람이 있다는 거겠지?]변신에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가면만 빼고 변신한 상태였고, 그 누구에게도 얼굴을 들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우리가 가면을 썼다?
다른 이들이 이 안에 있다는 것.
콰ㅡㅡ앙!
나는 바로 정문을 향해 달려가 발로 문을 걷어찼다.
두꺼운 철문이 문 옆의 경첩과 함께 순식간에 안으로 나가 떨어졌다.
호텔 로비는 빛 한 점 없이 을씨년스러웠다.
마치 오랫동안 방치된 흉가를 보는 것 같았고, 안으로 들어온 윤혜라-궁기는 정문 바로 앞으로 이어진 중앙 계단을 가리켰다.
[이제야 좀 느껴지네. 아무래도 결계술사가 있는가봐? 마력을 차단하는 재질로 건물을 만든 것 같은데?] [대담한 놈들이군. S급 둘이 직접 건물 안으로 들어와야 느껴질정도로 철두철미하게 마력을 숨기다니.]나는 앞으로 방망이를 뻗었다.
방망이 끝을 아래로 놓고, 손잡이를 거꾸로 움켜쥐며 방망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천근추.]쿠ㅡㅡㅡㅡ웅!!
방망이가 마치 수 톤짜리가 된 물건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그냥 떨어져 옆으로 구르는 것도 아니고, 대리석 바닥을 순식간에 깨뜨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방망이는 그대로 아래로 더 떨어졌다.
호텔 로비의 아래, 지하층을 향해.
구구구.
잠시 진동이 일어나더니.
우지끈!!
나와 궁기가 서있던 호텔로비가 그대로 폭삭 아래로 주저앉았다.
나도 궁기도 가볍게 무너지기전 위로 뛰었고, 흙먼지를 마력으로 밀어내며 가볍게 안으로 착지했다.
[이연천근추.]나는 아래로 떨어진 방망이의 위로 두 발을 모아 섰다.
전신의 마력을 아래로 강하게 누르며, 아래로 꽂힌 방망이는 더 깊은 곳을 향해 땅을 짓누르며 지하층의 천장을 박살냈다.
[깃털 하나 추가.] [어머, 뭐래.]쿠ㅡㅡ웅!
내가 궁기에게 손을 뻗고 궁기가 내 손을 맞잡은 순간, 거의 지하 4층까지 내려갈 정도로 아래로 공간이 훅 꺼졌다.
그리고 보였다.
마치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것 같은 수직의 공동 너머, 앞으로 이어진 복도 끝에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군.]보인다.
겁에 질린 이들이.
사람에게 발견되었다는 것보다, 도깨비와 마주쳤다는 것에 더 겁을 먹는 여자들이.
연령대는 전부 20대 초반으로 보인다.
그 외에,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게, 여기에 있는 이들은 전부 ‘이능력자’니까.
[…그래. 이게 현실이지.]더럽고 추잡한 현실.
이능력자와 애국하고 싶다는 자들의 욕망을 이용하기 위해 극비리에, 히어로 협회의 최강자와 군부의 정점이 만들어낸 자기들만의 애국.
서큐버스의 섬.
이곳에 있는 서큐버스는, E급이거나 그보다 더 낮은 마력을 가진 이능력자를 나타내는 은어다.
여자인.
…모두가 HERO의 길을 걸으라고 말할 때, H하고 ERO의 길을 선택한 자들이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