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5화(26/668)
유미르와의 만남은 다음으로 미룬 뒤.
나는 현장으로 돌아와 상황을 살폈다.
물론 알몸은 아니다.
나는 분명히 옷을 입고 나타났고, 다른 이들은 그 누구도 나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하면 내가 사회적으로 뒤지는 거니까.’
나는 전신주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봤다.
이전에 밥을 먹고 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옷을 입고 있지만, 실제로는 옷이 아니다.
‘마나’다.
솔라 플라티나 나이트인 유미르가 마나를 보호막으로 삼아 갑옷을 만들어낸 것처럼, 나 또한 마나를 옷으로 둘러 현장으로 돌아왔다.
도깨비의 상상력은 현실이 된다.
이른바, 벌거 벗은 도깨비.
지금 나는 아주 특별한 사람의 눈에만 실체가 보이는 마나의 옷을 입고 나왔다.
그 특별한 사람의 기준은 지금 이 세상에서 단 한 명 뿐이고, 그 사람은 여기를 보고 있을 수 있지만 다 이해할 것이다.
-어? 선배. 여기 화면 좀 보세요.
-왜? 무슨 이상한 거라도 있어?
-이 남녀, 레스토랑 안에 들어갈 때는 있었는데 사고가 생기고 난 다음에는 없어요.
-뭐야? 이거 이거, 냄새가 나는 걸. 남녀가 동시에 사라지다니. 그냥 레스토랑 건물에 매몰된 건 아닌 것 같군. 조사를 해봐야겠어.
괜히 나중에 누가 CCTV를 돌려봤다가 내가 사라진 걸 알고 추적하기 시작한다?
도깨비는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소강상태에 이른 현장에 와서 걱정하는 척을 하더라도, 현장에 오는 게 정답이다.
“아, 괜찮으세요?!”
레스토랑 점원이 나를 발견하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혹시 잘못되시나 싶어서 걱정했어요! 그, 같이 온 여자분은…?”
“먼저 돌아갔습니다. 너무 크게 놀라서요.”
“아. 그렇군요. 죽은 건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예. 멀쩡히 살아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점원은 명단 비슷한 걸 들고 찍 선을 그었다.
내가 더 다행이다.
만약 저 ‘실종자 리스트’에 도지환과 유미르라는 이름이 지워지지 않았다면, 분명 나나 유미르나 조사를 받았을 것이다.
‘내가 진짜 일부러 챙겨주는 건 아닌데, 하는 김에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해준다 정말.’
원래는 내 정체를 숨기려고 온 건데, 마침 이렇게 되었으니 유미르도 케어를 해주는 수밖에.
“저기, 그럼 지금 어떻게 되는 겁니까? 계산 같은 건….”
“태극워치로 확인이 다 끝났으니, 나중에 상황이 수습되고 나면 청구될 예정이에요.”
“아, 그거 저한테 청구해주십시오.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정말요? 다행이다. 제 계좌로 보내시면 돼요.”
“사장님이십니까?”
“네.”
식사 값까지.
“하아, 감사합니다. 이런 사고에도 식사비를 지불해주시다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즐거운 식사였거든요.”
나는 사장이 ‘이 돈을 먹튀하게 놔둘 수 없어! 모두를 조사할, 아앗, 이 사람들! 레스토랑 안에서는 있었는데 밖에서는 없어졌어! 실종인가?! 보험 처리 해야 하는 거야?! 안 돼! 보험비를 높일 수는 없어! 반드시 정체를 밝혀낸다!’와 같은 일이 없도록 깔끔하게 돈 계산을 마쳤다.
‘유미르가 많이 허술하긴 하네.’
정체가 드러나도 크게 문제가 없는 히어로 지망생이라서 그런지, 정체가 드러날 수 있는 빌미를 여럿 남겨두고 돌아오지를 않는다.
‘아니면 나 때문에 지금 허술해진 건가? 나를 경계하느라?’
내게 정체가 드러났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서 그럴 수도 있다.
섬세한 여자였던 것 같으니, 도깨비에게 알몸이 들켰다는 것, 그리고 정체가 들켰다는 것에 지금 몹시 괴로워할지도 모른다.
‘다음에 좀 알려줘야겠다.’
정체를 지우고 도망가는 법이라거나.
갑자기 증발한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도록 알리바이를 만드는 방법이라거나.
혹은 지금처럼 마나를 이용해서 옷을 만들어, 다른 이들에게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는 법이라거나.
…마나가 다 소모되면 바로 알몸이 되어버리는 셈이나 마찬가지지만, 막 3분 동안만 유지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최소한 2시간.
집에 돌아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레스토랑이 파괴되었으니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뭐…. 보험은 들어놨으니 다행이죠.”
사장은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폭주한 악마…릴리스라고 했던가요? 릴리스가 나타나기만 했으면 보험금이 적었을 지도 모르는데, 도깨비까지 나타났잖아요.”
“도깨비와 보험이 무슨 관계입니까?”
“아, 모르시는구나? 파손보험, 그러니까 빌런들이 재산에 피해를 입혔을 때 받을 수 있는 보험에도 등급이 있거든요. 도깨비가 나타났으니, 당연히 보험도 도깨비의 등급인 ‘S급’기준으로 받을 수 있고요!”
“나타난 빌런의 위험도가 높을수록 보험 타는 금액이 높아진다?”
“예! 후후, 그래서 정말 다행이에요. 고마울 정도라니까요. 도깨비가.”
“유감이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당신은…?”
“스노우 화이트입니다. 레스토랑 사장님 되십, 아.”
스노우 화이트는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뜨며 놀랐고, 나는 최대한 모른 척을 하며 인파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흠흠. 죄송합니다.”
다행히 백설희는 눈치껏 나를 모른척했다.
하지만 뭔가 눈에 섭섭한 기색이 흘러나오는 건 내 착각일까.
“도깨비가 나타났다고 해서 레스토랑에 S급 보험이 적용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니, 왜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도깨비는 레스토랑에 파손을 일으킨 게 없으니까요.”
다소 딱딱할 정도로 백설희는 보험 기준을 말했고, 레스토랑 사장은 좌절한 얼굴로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아아…! 젠장, 이왕이면 건물을 향해 걷어차주거나 그러지…!”
“…….”
가끔 이럴 때 보면 인간은 참 속물적이고 약았다싶으면서도, 이 세상이 이능력 세계관이라서 이런 건지 현실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있는 건지 참 씁쓸할 때가 있다.
“젠장, 그러면 유족들은….”
“사망자에게는 제가 기금을 통해 위로금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저희 재단 쪽에 문의 넣어주세요.”
“예?”
사장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저, 정말이십니까?”
“예. 그러니 혹시 유족들이 레스토랑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심심한 애도로 대해주세요. 막 책임이 없다고 야박하게 굴지 마시고. 저들은…가족을 잃은 사람이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역시 S급이시군요….”
“…….”
백설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서서히 수습되는 건물의 잔해로 고개를 돌렸다.
까드득.
잔해를 바라보며 이를 가는 백설희에게는 ‘분노’가 느껴졌다.
아마도 그 분노는 이능력자가 악마로 변해버리게 된, 레드 스카프가 폭주했던 것과 비슷한 어떤 것에 대한 분노-
“야, 저거 피 아냐? 와, 진짜 사람 죽었네.”
“하여튼 머저리같은 게 왜 폭주해서 나대가지고. 흐흐, 그래도 백금여기사랑 도깨비 새 모습을 봐서 이득인 건가?”
“대를 위한 소의 희생…. 크흠. 크게 말할 건 아니었군. 아무튼, 좋은 구경했어. 후후후.”
였으면 좋겠다.
인간들에 대한 혐오에서 오는 분노가 아니기를.
삐비비빅.
나는 빠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문자를 하나 보냈다.
곧 백설희는 스마트폰의 문자를 봤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삐빅.
답장이 왔다.
-힘내라고 해줘서 고마워요. 지환 씨도 화이팅! >ㅊ<
“……이상한 이모티콘을 쓰네.”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넣은 뒤, 바로 집으로 귀환했다.
변신이 풀리기 전, 마나가 다 닳기 전에 최대한 빨리.
* * *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빠른 마나 회복을 위해 문을 닫자마자 바로 변신을 풀었다.
파ㅡ앙!
나는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현관문 바로 앞에서 알몸이 된 게 참 그랬지만, 나는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가 TV를 켰다.
-오늘 오후 1시, 세종섬 남쪽 구역에서….
악마 릴리스의 폭주.
솔라 플라티나의 등장.
도깨비, 제 2형태의 등장.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뉴스는 당시 주변인들이 찍은 영상들을 자료화면으로 쓰며 온갖 이야기를 다 쏟아내고 있지만.
사망자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사람이 적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죽음이 너무나도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
빌런이 폭주하면 사람이 죽는다.
이제는 어찌보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명제다.
“……입학식 전날부터 정말 스펙타클하군.”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옷장을 열었다.
안에 있는 정장은 총수가 내게 사준 일곱 벌의 옷.
“데이트 때 입고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지, 이거 입고 나갔으면…어휴.”
분명 옷이 원자단위로 마나에 의해 분해되었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말 불편하단 말이야.”
변신을 하기 위해서는 마나를 방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나는 몸 속에서 피부를 통해 방출되는데, 이 때의 힘에 옷은 ‘소멸’하고 만다.
즉.
변신하는 순간, 몸에서 방출되는 강력한 마나의 힘에 걸치고 있던 모든 것은 폭발하게된다.
그나마 태극워치는 거기에 저항력이 조금 있는 것 같지만, 굳이 태극워치까지 차고 변신을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어딘가에 옷을 벗어두고 변신을 한다?
‘그럴 새가 어디있어!’
언제나 빌런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나선 자리에도 빌런이 나타날 수 있고,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던 중에 빌런이 습격을 할 수도 있다.
빌런으로부터 무고한 자를 한 명이라도 더 빨리 구할 수 있다면, 옷이 찢어지고 소멸하는 것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이런 비싼 옷 입고 변신은 하면 안 되겠지.”
총수를 위해서라도.
빠바바바밤.
전화벨이 울린다.
마침, 그녀의 전화다.
“예, 회장님.”
[뭐야!!!!]전화를 하자마자 바로 대뜸 화부터 냈다.
[자료화면 볼 때마다 알몸으로 나오는 거 뭔데!! 아니, 그건 해결되었지만, 그보다도!! 그 변신, 뭔데!!]“……음.”
[그 멋진 거, 나한테 먼저 보여줬어야지! 이거 NTR이야! 배신이라고!!]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그, 제가 일인군단 비슷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제 소속을 새롭게 다시금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제 윗 분의 모습과 비슷하게 꾸며본 겁니다.”
[윗 분? 서, 설마….]“예. 상대가 조금 강한 것 같다보니, 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미리 준비한 멘트를 던졌다.
“총수님 직속, 총수님의 오른팔 같은 느낌으로 새롭게 디자인을 리뉴얼해봤습니다. 총수님의 도깨비라는 느낌으로.”
[…다음 번에는 저한테 먼저 보여주세요. 알겠죠?]다행이다.
[흠흠. 못난 모습을 보였네요. 미안해요. 다 도 과장님이 생각이 있어서 한 행동일텐데. 그래도 조심해요. 그곳은 적진이나 마찬가지니까.]진정한 모양이다.
“물론입니다.”
[아 참. 영상은 고이 간직할게요. 저한테만 보이는 알몸…푸흡. 굉장하네요.]“어차피 총수님께서 제 알몸 본 게 한두 번도 아닌-”
뚜. 뚜. 뚜.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