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5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52화(253/668)
총수의 전화를 받기 전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이 상황.
일부러 내게 전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궁기에게도 전하지 않았다.
궁기의 부하들 중에 전달을 받은 자가 없는데 이런 사건이 터졌다는 건, 궁기 산하의 이들이 아닌 다른 팀이 움직였다는 것일테니.
“아마도 지금, 도올이 움직이고 있겠군요.”
[맞아요. 도올이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왔어요. 대응은 다 되어있으니, 당신과 궁기는 편히 쉬면 돼요.]“아무리 태국, 푸켓이라고 해도 민간인들이 저렇게 피해를 입는데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야근하겠습니다.”
[좀 쉬어요. 궁기도 궁기지만, 당신도 지금 서큐버스들 죽이고 하느라 머리 아플텐데.]“…….”
총수의 배려는 고맙다.
실제로 나는 산호섬의 지하를 다녀 온 이후, 여러모로 정신적으로 피로한 상황이기는 하다.
사람을 죽인 것에 따른 피로감.
마나를 소모한 것에 따른 피로감.
그리고 푸켓에서 일어난 소요 사태에 대하여, 내가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피로감.
이런 저런 피로감들이 지금 계속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고, 더군다나 이제는 이상한 선동에 휘말린 빌런들에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머리가 아픈 일이 있다면, 당연히 그 머리를 아프게 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답일 터.
“회장님. 저도 궁기도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회장님께서는 저희를 믿지 못하는 겁니까?”
“도 과장.”
옆에서 궁기가 나를 손으로 쿡쿡 찌른다.
내가 좀 심한 말을 한 게 아닐까 나도 속으로 아차 싶었지만, 이미 말은 내뱉은 이상 되돌릴 수 없다.
“저희, 준비되어있습니다. …물론, 회장님께서 대기 명령을 내리신다면 저희는 방에 콕 틀어박혀 있겠습니다. 어쩌면 회장님께서 말씀해주시지 않은 무언가가 방콕에서 터질 수도 있으니.”
“도지환.”
궁기의 목소리가 차가워진다.
나 또한 그녀가 왜 화를 내는지 알고는 있지만, 이건 분명히 말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말씀해주십시오, 회장님.”
[…….]“궁기가 잘못한 건 있을 리가 없고, 제가 혹시 무언가 잘못한 게 있습니까?”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어요. 궁기도 마찬가지고. 그냥, 음, 뭐라고 해야 할까…. 둘이서 애국하면서 쉬었으면 하는 게, 진짜 제 생각이었어요. 이쪽은 이쪽대로 제가 수습할 수 있으니까. 단지, 이쪽의 일을 알리지 않은 건…. 미안해요.]“……예?”
지금, 뭐라고?
“초, 총수님? 아니, 잠시만요. 총수님이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갔나봅니다. 총수님께서 저희를 얼마나 믿으시는데, 제가 감히 그런 망발을-”
[믿으면서도 동시에…해요.]“…….?”
어라.
나, 방금 뭔가 잘못들은 것 같은데.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와, 자기도 모르게 변신한 거 봐.”
[조용히 해 봐, 궁기. 총수께서 계속 말씀하시잖아.]나는 손을 뻗어 궁기의 입을 막았다.
[총수님. 한 번만. 한 번 만 더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
30분 전.
투두두두.
총탄이 순식간에 벽을 박살낸다.
방 안에는 한 중년 남자가 이제 갓 10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를 꽉 끌어안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쾅!
문이 부서지며, 군화를 신은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흐흐흐, 오랜만이지?”
“너, 너는…!”
총을 든 남자는 중년남자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남자는 딸이 총구를 보지 못하게 꽉 끌어안으며, 동시에 자신의 몸을 총으로 향하게 하며 소리쳤다.
“도, 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
“왜? 그런 건 없어. 그냥, 나를 잡아넣은 놈들을 다 죽이고 가려고.”
철컥.
“꿇어봐. 그러면 딸은 살려주지.”
“……!”
“바로 안 해? 그럼 어쩔 수 없지. 잘 가라, 형사.”
“그, 그만ㅡ”
타ㅡㅡ앙!
총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붉은 피가 방 안에 가득 튀었다.
“…어?”
중년 남자의 앞, 총을 든 군복의 남자가 옆으로 스르르 쓰러지기 시작했다.
남자의 등 뒤에는 뭔가 길쭉한 침 같은 게 박혀있었고, 곧 무언가가 서늘한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툭.
두 부녀는 기절했다.
마치 수면제에 당한 것처럼 의식을 잃었고, 방 안으로 들어온 녹색의 바람이 군인의 옆에서 인영을 갖추기 시작했다.
“흥, 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바람에서 사람이 된 여인-도올은 군인의 목덜미를 찌른 마력의 침을 안쪽으로 쭉 밀어넣었다.
피는 흐르지 않았으나, 군인의 몸에 가득하던 활력은 사라졌다.
“하여튼. 이상한 선동을 당해서는. 누가 자기들한테까지 폭탄을 심어둔다고.”
도올은 한숨을 내쉬며 군인을 발로 툭툭 밀었다.
아직 제압해야 할 빌런들은 한참 남았지만, 이곳에 있는 건 도올 한 명만 있는 게 아니다.
“어디보자…. 클리어, 클리어, 클리어. 역시. 다들 잘 하네. 끄으으읏!”
도올은 기지개를 켜며 스트레칭을 했다.
밖은 여전히 소란과 비명으로 아우성이었지만, 도올은 그 소란에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은 예상대로.
소요가 일어날 것도, 폭동이 일어날 것도, 푸켓 전역에 난리가 날 것도 알고 있었다.
단지 그 정보를 제한하고, 심지어 사고가 터지게 만든 이유는 이 혼란을 이용하기 위해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건 인류에게 위협은 아니지만, 이능력자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건 인류에게 크나큰 위협이다. 라.”
도올은 태극워치를 만지작거리며 쓰게 웃었다.
실제로 현재 푸켓 사람들은 전차가 돌아다니는 것보다, 범죄자들이 날뛰는 것보다 이능력자-빌런들이 날뛰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으니까.
“회장님도 참 악취미지. 혼란을 이용해서 이득을 보려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냐고. 남편한테까지 비밀로 하고.”
[지금 뭐라고 하셨죠?]“…….냥?”
[헛소리말고.]삐빅.
태극워치에 문장이 하나 떠올랐다.
[도올. 설마 내가 도깨비가 싫어서 이 상황을 비밀로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설마 그런 오해를 할까요.”
태극기 대신 흑과 백, 음양으로 이루어진 팔괘가 떠올랐고, 곧 팔각형의 문양이 계속 반짝이기 시작했다.
[도깨비도 이 상황을 알고 있었을 거예요. 단지 이렇게까지 대규모로 폭동을, 그것도 짧은 시간에 일으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죠. 그 사람, 은근히 상식적이니까.]“…뭐, 과장은 빌런이라기보다는 과격한 히어로에 가까우니까요?”
[그것도 그렇지만, 말해줬으면 또 궁기랑 같이 방콕에서 푸켓으로 날아와서 아예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했을 거예요.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많이 변하셨습니다. 회장님?”
도올은 한손으로 이마를 쓸어올렸다.
“예전같았으면 저희를 이쪽으로 부르지도 않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도록 내버려두셨을텐데.”
[…….]“역시, 성향도 서방님 따라 가는 건가요?”
[쓸데없는 소리를. 확 성불하고 싶어요?]“농담입니다, 농담. 뭘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시나. 하하. 혹시 서방님 소리가 불편하신 건 아니시죠?”
[서방님이 불편한 게 아니라, 제가 그 사람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고요. 그 사람이 저를 따르는 거죠.]“…아, 예.”
방향의 문제였구나.
도올은 괜히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만일 그 사람이 저를 따르지 않았다면, 소식 듣자마자 바로 푸켓으로 달려갔을 거예요. 그나마 지금 궁기랑 푸켓에서 대기 중인 건 저를 믿으니까 그런 거고.]“그래도 미리 알려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지금도 바로 알려주니까 푸켓으로 간다고 준비하는데, 제가 또 어떻게 말해요? 과로예요, 과로. 세상에 어느 여자가 남편을 이렇게 혹독하게 다룰 수 있겠어요. 태국까지 날아와서 섬 두 개를 태워먹고, 무엇보다도 거의 70명 가까이 기억을 지워버려서 피폐해진 남자한테.]“…배려하시는 건 알겠는데, 차라리 과장은 일에 치여 사는 게 더 그런 걸 이겨내기 쉬운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도올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도 과장이 정신적으로 피로할까봐 배려해서 하신 행동이라면, 다음 번에는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도 과장은 서프라이즈보다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게 더 좋을테니까요.”
[…그래도 피곤할텐데.]총수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회장님.”
도올은 계속 웃음이 흘러나올 뻔 했지만,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어나갔다.
“도 과장도 그렇고 다른 간부들도 그렇고, 전부 회장님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배려가 좋기도 하지만, 때때로 배려가 독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금 궁기랑 같이 공간이동으로 푸켓으로 넘어가려고 하는데.]“음…. 일단 왜 말씀 안 드린 건지 알려주시고, 그 다음에 이 말 한 마디, 그냥 툭 넘겨주시면 바로 피로가 풀릴 겁니다.”
도올은 아주 작게 속삭였다.
* * *
[그, 미리 말 안 해서 다시 한 번 미안해요. 그리고.] [그리고?] […제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 […….]잠깐.
세상이 멈췄다.
[그, 나중에 야근수당도 잘 챙겨드릴테니까…. 무리하지 마요.] [……저도 많이 사랑합니다, 회장님.] [……알아요. 그, 괜히 피곤한데 가서 사고나게 하지 말아요! 알겠죠?!] [물론입니다.]뚝.
총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태극워치를 한손으로 덮은 뒤, 가볍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궁기. 어떻게 하지.]큰일났다.
[마력이 전부 회복되어버렸어.]“……이야, 일 났네. 완전 눈이 초롱초롱해진 거 봐. 그렇게 좋아?”
[어. 남은 시간 동안 계속 일만해도 될 정도로 지금 정신이 맑아졌어.]총수가 내게 폭동에 관한 정보를 전하지 않은 것?
사랑하니까.
사랑해서 걱정이 되어, 피곤에 지쳐있을까봐.
사랑하는 남자가 쓰러지는 게 걱정되어서 말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걸 믿음이 부족하니 뭐니 떠들 수 있으랴!
‘무조건 인정이지.’
내 남자가 좀 더 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른 팀을 보냈다는데, 그걸로 화를 낼 일은 아니다.
[궁기.]“응.”
[전력전개다. 바로 합일하겠어. 도깨비가 아닌, 세피로트 기사단으로 나선다.]“…합일은 괜찮은데, 세피로트 기사단까지 가면 오빠 진짜 많이 피곤해질텐데?”
[괜찮아.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피로 따위는 없다.
[내 가슴이 지금, 사랑으로 불타고 있잖나.]“에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