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5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53화(254/668)
그 시각, 푸켓 남부.
“리더! 죄수들이 하나둘 퇴치당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지금 죄수들을 제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리가. 히어로들은 지금 저기 산호섬으로 갔을텐데? 남아있는 히어로들은 우리가 풀어놓은 빌런들이 제압했을 것이다!”
머리가 하얗게 센 중년의 군인은 인상을 찡그리며 디스플레이 속 위성지도를 살폈다.
“젠장, 빌런 놈들…! 설마 도망친 건가?”
“도망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푸팟퐁을 비롯해서 A급 빌런들은 전부 히어로 협회를 향해 진격하고 있고, 다른 빌런들도 마찬가지로 거리 곳곳에서 푸켓의 잔존 히어로들과 대치 중입니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 히어로들이 튀어나온 건데?”
“그, 그건….”
“젠장. 됐다. 파악하지 못하는 허깨비들이 나오든 말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군인, 적랑장군의 아들이자 남부군단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차이라이’는 태국워치를 얼굴 가까이에 대고 소리쳤다.
“아아! 전군에 명한다. 어떻게든 히어로 협회를 공략한 다음, 우리의 ‘전력’을 구해낸다! 그놈들만 구해낸다면, 우리는 충분히 다시 싸울 수 있다!”
지휘본부의 화면이 히어로 협회 앞을 가리켰다.
“빌런들에게 이야기 해! 어떻게든 전국흥도왕을 뚫으라고! 젠장, 남의 나라에 와서 저게 무슨 짓이야!”
A급 빌런 여럿을 상대로 한 명의 여인, 전국흥도왕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죄수 여럿을 상대로 히어로 협회의 정문을 지키고 있는 여인 한 명의 고군분투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으나, 차이라이를 비롯한 반군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거슬리는 존재였다.
그도 그럴게, 저 여자는 월남의 사람이다.
태국과는 전혀 관계 없는 존재로, 태국에 휴가를 온 주제에 지금 두 번이나 소요 사태에 개입하여 이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젠장…! 자기 나라로 좀 꺼지지!”
“장군! 급보입니다! 30분 내로 히어로들이 푸켓으로 돌아올 것 같습니다!”
“뭐? 비행기라도 탔단 말인가?!”
“아, 아뇨! 그게…!”
디스플레이 화면이 다른 곳을 띄웠다.
두 개의 화면, 한 곳에는 사람 여럿을 태운 고속정이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바다를 달리고 있다.
그 속도는 아우토반을 달리는 스포츠와도 같았고, 결코 고속정의 모터로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라이라이 차차차!]기합과 함께, 좌우로 노를 꺼낸 붉은 팔각모의 이능력자들이 미친듯이 노를 젓고 있었다.
노도 어디 기성품을 가져온 게 아니라, 철판을 뜯어 노처럼 자른 것처럼 엉성했다.
하지만 아무리 엉성하다고 한들, 거기에 마력이 실려서 이능력자가 직접 노를 젓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젠장, 저 놈들도 그래! 남의 나라에 와서 지금 저게 뭐하는 거야! 한국 해병대고 나발이고, 이능력자를 군인으로 집어넣어서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보트에 타고 있는 강한 이능력자를 태워오는 짓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걸 그대로 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화면.
“…허.”
[라이라이 차차차!!] [지금, 내가 구하러 간다아아아아!!]한 명은 바다를 직접 헤엄치고 있고, 한 명은 바다 위를 달리고 있다.
그 속도는 이능력자들이 구호에 맞춰 노를 젓는 속도보다 더 빨랐다.
과장 좀 보태어, 산호섬에서 푸켓까지 바다를 가로질러 오는 게 1시간도 채 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미친 괴물놈들….”
이능력자가 아닌, 그저 평범한(?) 특전사에 불과한 차이라이로서는 저 말도 안 되는 신체능력에 몇 번이고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저 괴물들이 산호섬으로 가자마자 바로 행동으로 옮겼던 건데, 이런 식으로 점점 더 불리해지기만 할 뿐이니 서서히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만일.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가 된다면, 그저 실패한 반란이 되어버린다면.
적랑장군의 명예를 복구하는 일도, 이 나라를 집어삼키는 일도 불가능해진다.
“젠장…! 한국의 따뜻한 젖꼭지나 빨면서 다리나 벌리는 짓이나 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이 나라에 코시안들이 개미처럼 바글바글 한 거지…!”
폭언을 내뱉는데도 그 누구 하나 부정하지 않았다.
이제는 무엇이 중요하겠냐만, 그들은 적랑장군의 부대 안에서도 ‘순혈주의자’였으니까.
“빌런들에게 전해! 반드시, 반드시 어린 놈들을 우리가 확보해야 한다고! 머리에 칩이고 나발이고 말했던 게 들통나기 전까지!!”
차이라이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인간병기를 확보해 놈들을 앞세워, 푸켓을 점거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 장군!”
“또 왜!”
“히어로 협회 정문이 뚫렸습니다!”
“!!”
드디어.
승전보가 울렸다.
* * *
“……아프네. 쳇.”
히어로 협회 정문 유리창이 박살났다.
몸이 유리창을 향해 날아가며 그대로 협회 로비에 처박혔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흐하하하! 자고로 숫자 앞에 장사 없는 법! 아무리 쩐흥다오라고 해도, 이름만 그럴싸할 뿐이지!”
“고릴라가 시끄럽게.”
“고릴라? 내게는 푸팟퐁이라는 이름이 있다! 네게도 ‘레이나’라는 이름이 있는 것처럼!”
푸팟퐁은 깨진 협회의 정문을 흙발로 밟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와 함께 다른 A급 빌런들도 하나둘 들어와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저거, 죽일까?”
“한국의 2등식민영웅을 죽였다고 아주 대서특필 난리가 나겠어. 크흐흐.”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떠들고 있네. 그리고 누가 2등식민영웅이야. 후우.”
전국흥도왕, 레이나는 떨리는 다리를 애써 손으로 누르며 몸을 일으켰다.
두 다리로 설 수도 없어서 로비의 카운터에 등을 기대야만 했지만, 그녀는 아직도 눈에 전의를 불태우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직 쓰러지지 않았어. 덤벼, 짜식들아. 머저리같이 속아넘어간 빌런들 따위에게 내가 질 것 같아?”
“속아? 누가? 우리가? 하하. 어리석은 여자 같으니.”
푸팟퐁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툭툭 건드리며 이죽거렸다.
“설마 우리가 머리에 폭탄이 심어져있다는 그 개소리를 믿을 거라고 생각했나?”
“……!”
“그렇다면 유감이군. 우리는 부모님 말도 안 듣는 놈들이라서. 그딴 거 다 거짓말이라는 거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저 놈들의 반란에 동참하는 건….”
콰ㅡㅡ앙!
푸팟퐁이 바닥을 크게 발로 굴렀다.
대리석바닥이 순식간에 박살나며 사방으로 조각이 튀었고, 일부가 레이나를 향해 날아가 몸을 때렸다.
“그냥, 날뛰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민간인 피해? 알게 뭐냐. 어차피 내 집 망가지는 것도 아니고, 내 목숨 날아가는 것도 아닌데. 흐흐.”
“정말 구제불능이네…!”
“구제불능에게 너는 졌다. 흐흐.”
“1:1이면 이기지도 못할 것들이…!”
“히어로들이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떠드는 소리 중 TOP 3 안에 들어가는 대사로군.”
푸팟퐁은 쿵쿵거리며 앞으로 다가갔다.
“비켜라. 그래도 강자에 대한 예우를 갖춰, 지금 물러나면 얌전히 기절만 시키는 것으로 끝내겠다.”
“기절시키고 난 뒤에는? 저기 뒤에 나한테 혀 날름 거리는 녀석이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물러설 수는 없지.”
레이나가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무기는 망가지고 다리는 크게 다쳐, 남은 건 두 주먹에 힘을 싣는 것 뿐.
“내가 여기에서 물러나면, 나한테 쩐흥다오라는 이명을 붙여준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푸팟퐁은 오른주먹을 높이 치켜들었다.
“내 알 바, 아니다!!”
새애액!!
마력이 실린 주먹이 레이나를 향해 쇄도했다.
레이나는 두 주먹을 움켜쥐며 투포환처럼 맞받아치려고 했으나, 주먹에 실린 마력이 마치 전지가 다한 전구처럼 불빛이 사그라들었다.
“앗…!”
이대로 가면-
와장창ㅡㅡㅡㅡ!!
협회 로비 위, 천장의 유리창이 깨지며 검은 인영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검은 인영은 푸팟퐁의 위를 덮쳤고, 푸팟퐁의 머리를 밟고 걷어차버렸다.
“크아아악!!”
머리 위로 유리조각을 그대로 받아내고, 심지어 안면까지 걷어차인 푸팟퐁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마력으로 몸을 보호했는지 유리조각이 박힌 곳에는 피는 나지 않았지만, 얼굴은 코뼈가 부러지고 입술이 찢어진 듯 피가 흐르고 있었다.
쿵.
강철같은 무언가가 바닥에 착지했다.
짐승의 발과도 같은 은빛 군화를 착용한 채, 강철과도 같은 슈트를 입고, 양 팔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세 개 달린 파일 벙커를 들고 나타난 이형의 존재.
그 머리는 마치 ‘드래곤’과도 같았고, 전신이 묵빛으로 검었다.
“너, 너는 뭐냐…!”
빌런들이 하나둘 반원을 그리며 무기를 겨눴다.
갑자기 나타난 슈트 차림의 괴인은, 저기 한국에서 유행하는 라이더인가 뭔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가?]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말.
입은 벌어지지 않은 채, 마치 용의 머리처럼 생긴 투구 속에서 핏빛과도 같은 눈만 반짝이며 빌런들을 훑었다.
[궁금하군. 그렇다면 너희는 누구지?]“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 마라!”
빌런 하나가 들고 있던 활을 괴인에게 겨누고는 그대로 화살을 쏘았다.
노란색 마력이 바로 화살로 맺혀 괴인을 향해 쇄도했으나, 괴인의 등 뒤에 있던 날개 같은 물체가 앞으로 튀어나와 방패가 되었다.
카ㅡㅡㅡ앙!
좌우에서 합쳐진 팔각형의 방패는 가볍게 화살을 튕겨냈고, 다시 좌우로 갈라지며 날개처럼 괴인의 등 뒤로 넘어갔다.
“바, 방금…! 저 방패의 문장! 그거다, 그거!”
“그게 뭔데!”
“세피로트!! 다크의 카리스마인가 뭔가 하는 그 놈이 보여줬던 문장이랑 비슷했어!!”
“…….!!”
세피로트.
그 말에, 빌런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이 미친…! 너도 어두운 카리스마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그 이름은 아니다. 내가.]철컥.
날카로운 은빛의 손톱을 반짝이며 괴인이 앞으로 나선 순간.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빌런들은 괴인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으나, 괴인은 레이나의 앞에 선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약하군.]“미, 미친…! 저거, 설마 다 마력으로 된 보호막이라고…?!”
“으아아악! 꺼, 꺼져! 이 괴물아!”
[꺼지라고?]번쩍.
입조차 없는 풀페이스 투구였으나, 어딘가 빌런들을 비웃는 듯한 붉은색 눈빛이 반짝였다.
[나보다 약한 자의 명령은 듣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