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6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63화(264/668)
방자전(저, 밤꽃라떼)의 내용은 그냥 적극적인 여성 성춘향이 방자도 만나고 변사또도 만나는 내용이다.
이몽룡의 입장에서는 철저히 NTR인 작품.
NTR은 범죄다.
오해를 빠르게 풀자면, 이 세상에서 NTR은 범죄로 정의되고 있다.
NTR.
네토라레.
남의 연인을 빼앗는 행위.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며, 굳이 왜 이런 걸 창작물에서까지 볼 필요가 있냐는 이유로 설왕설래가 오가는 장르.
그 장르가 이 소설 속 세상에서는 범죄로 분류되어있다.
왜 NTR이 범죄냐 하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냐 싶다만, 이능력자의 멘탈에 크게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해라, 동생아.
-혀어어어엉!!
주인공이 존경하는 형이 죽는 것.
주인공의 썸녀가 적에게 NTR 당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정신적인 데미지가 크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후자를 들 것이다.
-가족이 죽는 게 더 타격 아님?
-사람 죽는 건…익숙하니까….
-앗.
가족의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익숙하고, 사람들이 많이 세상에 태어나는 만큼 또 많이 죽기에 죽음은 범죄가 아니다.
애초에 죽는 게 범죄라면, 모든 죽은 자들은 죄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일 터.
한 인간의 죽음이 이능력자에게 정신적인 타격을 주기는 하지만,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NTR은 다르다.
굳이 당하지 않아도 되는 걸, 당해서는 안 되는 걸, 하지만 당하면 너무나도 기분이 더럽고 불쾌하고 짜증 나고 그 대상을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치솟게 된다.
실제로 내가 이전에 울릉도에 왔을 때, 울릉도의 항구에서는 결혼식을 치르고 온 신부가 언니에게 남편을 NTR 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악마가 되었다.
남자를 죽여버리겠다는 분노로 악마가 되었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건 실제의 경우고, 창작물은 얘기가 다르잖아요. 예술의 영역까지 검열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요?
-그 예술을 이능력자들에게 강제로 떠미는 자가 있다면? 그래서 이능력자가 NTR 츄라이의 악마가 된다면?
-아주…끔찍하겠는 걸요.
이능력자의 멘탈 보호를 위해, 이 세상의 문화 콘텐츠들은 정말 다양한 것들이 검열되었다.
굳이 이름을 언급하기 싫은 것들도 많고, 언급해서는 안 될 것들도 많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NTR이다.
그리고 NTR 중에서도 가장 금기시되는 것이 있다면, 순애물에 NTR 끼얹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자꾸 불행 포르노를 들이밀지 말란 말이야! 도대체 왜 행복한 커플을 깨뜨리지 못해서 안달인 건데! 왜 금태양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달달한 커플의 사이에 끼어들어 커플 관계를 파탄 내는 거냐고!
라는 게, 보편적인 인식.
-콘텐츠라도 남녀가 꽁냥거리는 걸 보고 싶지, 커플이 깨지고 바람 나는 걸 내게 들이밀지 말란 말이다아아! 나는 마라맛 이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나는 성춘향과 이몽룡의 러브 스토리 사이에 방자와 향단, 변사또까지 투입하여 온갖 막장 상황을 만들어냈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이야기가 현대까지 화자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당연히, 순애이기 때문이다.
성춘향은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지조와 절개를 지켰고, 이몽룡 또한 고향에서 마음을 나눈 정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과거에 장원급제를 했음에도 성춘향과 혼례를 치렀다.
변사또라는 위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낙방한 선비처럼 위장한 이몽룡의 모습을 보고도 갈아타지 않고,
혹시나 변사또에게 이미 당했을지도 모르는 성춘향을 버리지 않고,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완벽한 순애물!
이런 순애물에 2차 창작으로 NTR을 끼얹는다?
당장 달려가서 처형해도 모자랄 존재다.
만일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총수를 가지고 이상한 소설을 쓰고 있다면, 나는 당장 달려가서 놈의 뚝배기를 깨뜨릴 의향도 있다.
그러나.
원래 이런 건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나 스스로 NTR을 혐오하면서, 정작 나 자신이 향단을 끌어내기 위해 NTR에 손을 뻗었다.
‘물론 읽지는 않았지.’
나는 혼돈의 팀에 있는 노예, 아니 작가들을 통해 만들어진 방자전의 댓글 반응만 첫 페이지만 대략 훑고는 그대로 덮어버렸다.
미친 거 아니냐.
어떻게 이런 걸 쓸 수가 있느냐.
혹시나 누가 이걸 읽고 악마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
꼴린다.
저놈 미친 거 아니냐.
사람이 다섯 명이 모이면 한 명은 반드시 쓰레기가 있다는 지 자 로 자 보 자 선생의 말씀처럼, 첫 페이지 댓글들 반응은 약 4:1로 엇갈리고 있었다.
-그냥 창작물인데 뭐 어떰?
이라고 보는 입장인 이들이 있는 반면, 대부분은 춘향전을 NTR 불륜물로 만들어버린 작가를 욕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이런 보편적인 반응을 노리고 자극적인 내용을 쓰라고 부탁한 거니까.
물론 너무 사람들이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적당히 각색하라고 하긴 했지만, 일단 성춘향과 이몽룡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부터 보는 사람들에게 컬쳐 쇼크를 가져오기 마련.
‘괜히 최후의 수단을 꺼낸 게 아니라고.’
나라고 이런 걸 만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라플라스의 악마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때로는 더한 짓도 해야 하는 법.
-현실에서 NTR이 이루어진 것도 아닌데, 소설에서 일어난 일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 반응함?
-현실은 더한데.
외국 남자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만들어 머리를 전부 밀어버린 뒤, 머리에 폭탄을 심고 죽을 때까지 노동하게 한다거나.
그런 인간 중에서 제법 이능력자를 잘 낳을 것 같은 사람은 종마로 써먹고 효용이 다하면 제거한다거나.
태어난 아이들을 병사로 쓰거나 마나 파우더로 만들어버리거나.
여자들을 빠져나갈 수 없는 섬의 지하에 가두어 이능력자 생산공장으로 만들어버린다거나.
‘이런 현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향단을 찾아 죽이는 게 더 많은 악마를 만들지 않는 가장 빠른 길이야.’
그런 현실의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떡밥으로 고전소설의 NTR 각색본을 퍼뜨린 건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금기를 저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결사다.
그리고, 그게 ‘빌런’이다.
설령 이번 사태로 인해서 많은 이들에게 혼란과 공포를 선사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오빠, 이거 재미있는데?”
“혜라야…?”
나는 내용을 읽지 않았지만, 소설을 본 윤혜라는 눈을 반짝이며 자기 태블릿을 내게 넘겼다.
“뭐지. 왜 재미있지? 변학도가 이능력자라서 그런가? 아니면 이몽룡이라는 이 녀석이 되게 찌질하게 나와서 그런가…?”
“…….”
방자전.
현대식으로 각색했더라.
나는 조선상열지사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K-현대 로맨스 판타지였다.
“세상이 춘향이에게 열녀가 되기를 강요하는데, 춘향이는 자기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는 게 되게 멋진 것 같아. 이런 진취적인 여주, 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걸?”
“…잠깐. NTR 소설이 아니었어?”
“고전인 원작과 비교하면 당연히 NTR이지. 그런데 이 소설만 두고 보면 그냥 당찬 여주가 여러 남자 꼬시고 다니는 로맨스 판타지인걸?”
“뭐라고?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이거 내용 안 봤어? 오빠가 아이디어 제공한 거 아니야?”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현대라고는 안 했어…!”
즉, 이름만 춘향전에서 따왔을 뿐, 결사의 노예 작가가 쓴 이 NTR 물은 현대의 이능력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끈적한 로맨스물이 되었다.
“그럴 리가. 커뮤니티에서는 NTR 물이라고 난리가 났던데.”
“그야 그건 남자 입장이고. 여자 입장은 또 다르잖아. 오빠. 이거 드라마 언제 나와?”
“드라마라고?”
“응. 한류 K 드라마 나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성춘향과 이몽룡이 소꿉친구였는데 막 방자라는 서브 조연이 출현하고, 재벌 회장인 변사또가 막 성춘향보고 너 내 여자 하라고 하고. 웹드라마라도 하나 나왔으면 대박 나겠는걸.”
“그 무슨 막장 드라마…잠깐.”
그러고 보니.
이 세계, 막장 드라마라는 게 없지 않나…?
“…….”
이 세계, 모든 문화 콘텐츠는 검열되었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사회의 분리를 조장하고 범죄가 판을 치는 막장 드라마는 TV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작가님, 이 사람이 죽어야 드라마 내용이 진행되는데, 어떻게 죽일까요?
-그냥 자연사하는 걸로 하면 안 되나?
-그러기에는 나이가 설정상 50입니다.
-그러면 폭소 콘서트 보다가 너무 웃어서 죽었다고 해.
-그래도 되나요?
-아, 그러면 뭐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할 거야? 그런 건 대격변 이전에나 찍을 수 있었던 거지, 지금 그런 거 찍으면 바로 방심위에서 검열하러 와요, 이 사람아!!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해, 사람이 죽을 때는 거의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사고 재연 영상처럼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게 이 시대 영상매체의 현실이다.
15세 이상 관람가에서는 그나마 피가 좀 튀고 그러지만,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빌드업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세상이 이곳이다.
이몽룡이 성춘향을 NTR 당하는 건 전연령판으로 결코 내어놓지 못 할 일이다.
그러나.
그게 춘향전에 대한 모독이 아니라, 춘향전을 ‘모티프’로 삼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내는 새로운 각색이라면?
고전소설과 현대의 소설을 비교하는 관점에서는 NTR이지만, 결사에서 이 소설을 발행하는 걸로 향단이라는 여자의 어그로를 끌기만 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면?
만화든.
그림이든.
드라마든.
결국, 향단을 끌어내기만 하면 된다.
“혜라야.”
“응.”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얘만 조지자.”
라플라스의 악마.
“향단이를 K-악녀로 만드는 거야. 음…예를 들자면.”
그녀가 5,700자를 들고 작가를 찾아가게 만든다.
“성춘향 단짝 친구인데도, 장원급제한 이몽룡을 자기가 차지하려고 몸으로 유혹하는 향단이라거나…?”
“그럼 성춘향은?”
“여전히 이몽룡을 사랑하는데, 향단이가 이몽룡을 가스라이팅 한 거지. 성춘향이 바람을 피웠다, 저기 방자랑 애국했다더라, 재벌 3세 변사또랑 울릉도 갔다더라, 그러면서 성춘향을 음해하고, 그러다가 이몽룡이랑 저기 제주도 둘이서 여행가고. 그걸 성춘향한테 실수한 척 사진을 문자로 보내고.”
“…나한테 할 이야기가 아니라, 저기 혼돈한테 연락해야 하는 거 아냐?”
잠시 후.
[…콜.]방자전으로부터 파생된 또다른 소설.
단편, ‘악녀 향단전’의 제작이 시작되었다.
“주인공, 향단…아니 대충 한단여희라고 하고.”
“왜 한단여희야?”
“아버지가 단 씨고 어머니가 한 씨라서.”
“???”
순애에 NTR 폭격에 이어.
“엔딩은 이몽룡이랑 결혼하고 사망보험금 수령자를 본인으로 하고, 이몽룡에게 내려주는 커피에 약 타는 거면 되겠네.”
K-드라마식 김치맛 악녀의 추가 폭격이다.
“약 이름은, 퐁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