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6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64화(265/668)
NTR. 불륜.
퐁퐁. 살인.
춘향전을 모티프로 내 세계의 막장드라마 내용을 적당히 보내줬더니, 아주 깔끔한 막장치정극이 나왔다.
-과장님 지시대로 작품을 써왔습니다. 이제 이걸로 웹툰, 드라마, 그리고 영화까지 제작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들부터 차례대로 하나둘 나올 예정입니다.
-제작 하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고생했다, 작가.
혼돈을 통해서 전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전하는 게 더 편했던 만큼, 나는 문제의 글을 쓴 작가와 직통으로 대화를 나눴다.
-흐흐. 이런 소재를 돈 주고 쓰게 해주시는데, 어떻게 탱자탱자 놀면서 글을 쓸 수 있겠습니까.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돈도 많이 주시는데….
-뭐라고? 쓰고 싶은…?
-아, 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악녀 캐릭터를 만드는 거, 아무래도 그냥 냈다가는 바로 검열될 수 있으니까요. 헤헤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나왔다 하면 사람을 악마로 만들기 쉬운 것들만 잔뜩 모아, 한단여희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향단에 대한 이미지를 조졌다.
-뭐, 됐다. 향단에 대한 이미지만 제대로 박살내놓으면 된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제 처녀작은 순애물이었습니다!
-라고 하면서 정작 나중에는 외전으로 하렘을 만들었을 것 같군.
-……하렘을 원하는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독자들은 순애로 계속 남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크아아악…!!
혹시나 한단여희라는 이름 때문에 향단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이름 바꾸느라 고생 좀 했겠어.
-아, 그거라면 그냥 바로 이름을 썼습니다. 과장님의 지시대로 춘향전 각색이라고 누구나 다 알 수 있게, 주인공 둘은 이름을 그대로 썼습니다. 향단이만 제대로 망가뜨리기 위해 적당히 이름을 비틀었고요.
당연히 작품 중 주인공은 성춘향과 이몽룡이라고 그대로 이름을 가져왔다.
-그런데 여기 방자는 왜 방지환이라는 이름이 된 거지?
-작품에서 짠내나는 조연 캐릭터지만, 여자들이 가장 좋아할 것 같은 캐릭터라서요…?
-아니, 그러니까 왜 지환이라는 이름을.
-혼돈 님께서 적극적으로 추천하신 이름입니다. 아, 혹시 방자환이라거나 방자용이라거나 그런 이름을 원하셨던 겁니까? 이 이름은 어떠십니까, 방자ㅈ-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방자의 이름은 방지환이라는 이름이 되어 성춘향을 위로해주는 짠내나는 조연이 되었고, 성춘향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변학도라는 재벌3세 조연도 나타났다.
-고생했다. ‘네토라떼’.
-저기, 제게는 다른 필명이….
-세상이 그대를 그렇게 부르고 있는데, 아예 이참에 그쪽으로 필명을 가는 게 어떤가?
-저는 순애파입니다!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NTR지지자들이 방자전과 네오 춘향전, K-악녀 한단여희전을 쓴 작가에게 무수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비록 이번에 불륜과 NTR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게 일이었지만, 저는 순애야말로 진리라고 생각한다고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금까지 쓴 작품들이 다 하렘이던데?
-…….
-당신 작품에 순애는 어디에 있지? 전부 하렘순애, 불륜순애, 심지어 겁탈순애까지. 하나같이 함부로 읽으면 사람 악마로 만들기 좋은 것들 뿐이군. 내가 알던 순애가 이게 맞나…?
-새, 새로운 작품을 쓰게 된다면…! 그 때는 진짜 순애를…!
-뭐, 좋다. 그건 다음에 기대하는 걸로 하고, 지금은 ‘그 물건’을 보내도록. 혼돈을 통해서 보내면 될 거다.
-아, 예! 잘 부탁드립니다…!
소설이 이미 세상에 나온 이상, 이야기가 완결까지 나고 그걸로 OSMU가 급속도로 재생산되고 있는 이상, 이제 나머지는 활활 타오르는 떡밥을 지켜보며 물고기가 선을 넘기를 기다리면 된다.
어떤 의미에서 난리가 났냐고 한다면, 당연히 창작물 속의 존재이기는 하지만 현대에서 으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다들 과몰입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게 웹드라마와 같은 형태로 퍼지기 시작하며,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했다.
“오빠. 12분짜리 웹드라마 올라온 거 봤어?”
“응. 역시 혼돈이야. 밑에 애들 쪼아서 바로 영상 만들어내다니.”
영상 속, E급 이능력자 성춘향과 소꿉친구인 B급 이능력자 이몽룡은 어렸을 때부터 서로 호감을 가진 사이로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이야기는 막장드라마였다.
마지막 엔딩에서는 성춘향이 화장을 고치고 머리를 자르며 새출발을 결심하고, 방지환과 변학도가 선의의 경쟁으로 성춘향을 옆에서 지지하고, 이몽룡은 아주 야한 복장을 입은 한단여희와 호텔에서 본능에 몸을 내던졌다.
그리고 네티즌의 반응은 내가 원하던 효과 그대로 였다.
-남편은 방지환. 반박시 님 말이 틀림.
-응, 남편 변학도야~ 잘생기고 키크고 돈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 현실이야~
-진짜 남편 두고 이상한 남편들 언급하는 사람들 다 ‘몽룡’하시길…^^
-네 마누라 한단여희ㅋ
각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나 그런 부분은 차치하고.
세상에 분열이 일어났지만, 이 정도로는 악마가 만들어진다거나 하진 않는다.
중요한 건, 진짜 악마가 빡치게 만드는 것 뿐.
-결국에는 향단이가 찢어죽일 년이라는 거 아니냐?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향단이에 대한 악의가 모이기 시작했다.
-으으, 어떻게 저런 여자가 있을 수 있지? 저런 여자 만날까봐 결혼 못하겠네ㅋ
-어차피 님은 결혼 못 해요ㅋ
-네 다음 향단이랑 결혼한 사람
-네 다음 예비이몽룡
남자들은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남자를 파멸시키고 사망보험금을 타내는 향단이에 대해 생리적인 혐오감을 느끼고.
-언니들? 나 한단여희 보고 손발이 너무 떨려ㅠㅠ 저런 여자들이 막 근처에 있을까봐 겁나고 막 그래ㅠㅠ
-잘 찾아보면 주변에 널렸긔. 솔직히 다들 한단여희처럼 살 걸? ㅎㅎ….
-저런 여자들이 이제 막 이능력자들 악마 만들고 그런 여자들이구나…그렇구나…한단여희가 여기있네?
개소름.
-뭐래 자기들 다 뒤로는 다른 남자 만나고 다니면서ㅡㅡ
-님이 그렇다고 해서 세상 모든 여자들이 그럴 거라는 생각은 버리세요~
여자들은 혹시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향단이와 같은 존재로 여길까봐 격렬히 혐오감을 드러냈다.
결국, 현재 향단이라는 존재만 만인의 악녀가 되었다.
그 바람에 생긴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오빠. 남원 쪽 지역신문에 나온 건데, 남원시 곳곳에 향단이 마스코트 캐릭터 옆에 ‘불륜녀’라고 욕이 적히고 있다는데?”
“의도치 않게 민폐를 끼쳤군.”
왜, 드라마에서 빌런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현실의 사람들이 쌍욕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악역전문배우가 전통시장을 갔다가 드라마에 과몰입한 아주머니에게 얻어맞아 함부로 시장에 가지 못했다든가.
사회고발 영화에서 성범죄자 역할을 했던 배우가 너무 소름끼치게 연기를 잘 해서 가족까지 1주일 가량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든가.
소설일 때는 괜찮지만, 그게 현실 배우를 통해 이루어지는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일 때는 사람들이 더욱더 몰입하게 되기 마련.
“배우들 피해보고 그런 거 아니야? 흐흥.”
“한 편 찍는데 10억씩 받는다면, 그런 거 다 감안하는 거지. 배우의 직업적 고충 같은 거 아니겠어.”
“하지만 자기 닉네임의 모티프인 캐릭터를 조졌다고 밤에 찾아와서 죽이려드는 악마는 없을 거 아냐.”
“그 악마, 내가 죽이려고 하잖아.”
이 모든 것은 향단을 낚기 위해.
구구구.
하늘에 비행기 하나가 지나간다.
울릉도 상공을 지나 김해로 향하는 비행기 위로, 무언가 검은 물체가 반짝이더니 서서히 우리가 있는 펜션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나무상자 보급품과도 같았고, 착지하는 순간 아주 천천히 내려와 바닥에 살포시 안착했다.
마력의 힘으로.
혼돈이 결사의 전용기를 통해 보낸 급송택배였다.
“도착했군.”
“그게….”
“그래. 이것이야말로 저기 라플라스의 악마를 꾀어낼 수 있는 떡밥이지.”
나는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냈다.
그것은 그저, 하나의 태극워치일 뿐.
그냥 태극워치는 아니고, 어떤 존재의 태극워치일 뿐이다.
“내가 만약 라플라스의 악마라면, 향단이를 이렇게 만든 작가를 죽이러 갈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걸로 떡밥을 물까?”
“응. 장담해.”
독자 커뮤니티에 5,700자 리뷰 글을 썼다가 그걸 에고서칭했는지 몰라도 일부러 찾아보고는 나를 이 세계에 집어넣은 작가도 있는데, 그 작가의 세상 속 캐릭터도 마찬가지 아닐까.
“인터넷에 올라온 글 추적하는 거, 일도 아니지. 혜라야. 마력은 어때?”
“충분해. 싸우기에도.”
“아냐, 싸우는 건 내가 하면 돼. 결계를 부탁할게. 아무래도 장소가 장소다보니.”
나는 태극워치를 내 손목에 찬 다음, 전투를 위한 준비를 완전히 갖췄다.
“향단이가 저지른 짓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에서 기다려줘야지.”
삐빅, 삐빅.
내가 찬 태극워치에서 빛이 반짝이고 있다.
GPS 신호를 뿜어내고 있는, 위치추적 기능이.
* * *
그 시각, 인천항 인근 사무실 2층.
“헤에. 이 작가 이름이 네토라떼라고요?”
“예, 예.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자욱한 연기가 가득한 방 안, 흑발의 여인은 종이로 된 자료를 휙휙 넘기며 순식간에 자료를 살폈다.
그녀의 옆에는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고, 그들의 시선은 컴퓨터 앞에 앉은 체크무늬 안경남자를 향했다.
“아그야, 빨리 찾아라. 손님 기다리신다.”
“아, 예…! 이제 곧 찾습니다! 해당 글이 올라간 IP의 위치를 추적하면…어?”
안경을 쓴 남자는 입을 떡 벌리며 놀랐다.
“저, 저기. 찾긴 찾았는데요….”
“어딘데?”
“그, 그게.”
남자는 괜히 말하는 것도 껄끄럽다는 듯,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여긴데요….”
“음, 봐요. …여기가 뭐 어때서요?”
“아, 그게. 손님, 그, 뭐라고 해야 할까, 음….”
“여기가 왜요?”
여인, 향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목포 옆에 있는 섬 아니에요?”
“…….”
“보자, 이름이…천사의 섬? 그러니까, 향단전인지 뭔지 쓴 작가놈이 지금 이 천사의 섬에 살고있다, 이거잖아요. 그렇죠?”
“……해, 해킹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럼.”
콰드득.
여인은 손에 움켜쥐고 있던 철제야구방망이를 손으로 우그러뜨리며 히죽 웃었다.
“얼굴이나 한 번 보러가야겠네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