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6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65화(266/668)
이능력자가 되고 난 뒤로 좋은 점이 있다면, 몇 번이든 이야기하지만 내가 할 수 없던 경험을 한다는 것.
지금처럼, 평소에 가기 애매하다고 판단한 곳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
“여기를 들어오네.”
목포에서부터 서쪽으로 더 들어온 곳.
이전에 내가 해골 악마를 상대로 백설희와 힘을 합쳐 싸웠던 진도로부터 북쪽.
천사의 섬에 혼자 들어와, 제일 끝 쪽에 있는 지도에 나오지도 않는 섬을 거닐고 있다.
사람은 적다.
이 섬에 있는 이들이 300명 정도 될까?
그리고 300명도 이 이름 없는 섬에 사는 주민도 아니다.
구구구.
염전의 위로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열심히 삽질하고 있다.
피부가 햇빛에 검게 그을렸지만, 다들 아무렇지 않게 묵묵히 염전의 소금을 퍼내며 일하고 있다.
“퍽, 퍽….”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욕지기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아내며 욕지기를 내뱉는다.
얼핏 스친 노동자의 얼굴은 전형적인 호주계 금발 외국인이었다.
“헤이, 노 퍽! 킵 고잉!”
그리고 감독관처럼 보이는 남자가 그 금발 외국인을 향해 소리쳤다.
팔에 파란색 완장을 차고 있는 그는 머리에 ‘해그늘 천일염’이라는 모자를 착용한 채, 인부들을 감독하고 있었다.
‘참 신기하다니까.’
내가 아는 어디의 이곳은 현대판 노예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는 괴담이 가득한 곳인데, 이곳은 정말로 천사의 섬이라도 된 것처럼 대기업이 직접 들어와서 염전을 관리하고 있다.
“욕 안 했습니다! 그냥 삽이 들어가는 소리를 낸 겁니다, 퍽!!”
“외국인 F 발음이 찰지게 들어가던데 무슨! 한국 사람들은 뻑이라고 하지, 그렇게 말 안 해! 한 달에 천만 원씩 받으면서 퍽퍽 거릴 거야, 카를로스?!”
“……쳇.”
퉁명스레 입술을 삐죽이는 백인 노동자, 카를로스는 다시 열심히 삽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보며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염전에서 일하는 모두가 다 등 뒤에 ‘해그늘’이라는 문장이 박힌 작업복을 입고 일하고 있고, 더군다나 그 작업 수당이 한 달에 월 천만 원이라니.
‘천사의 섬이라고 할 만하네.’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일도 없다.
곳곳에 깔린 CCTV는 해그늘에서 관리하고, 중간중간 해그늘의 문장이 박힌 소형 배가 바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염전을 살피고 있었으니까.
바다의 소금 농장이라고 하는 걸 제외하면, 육지에 있는 다른 농장이랑 다를 바가 없다.
딩, 동, 댕, 동.
종소리가 울린다.
정확히 15시 정각을 알리는 알람이었고, 작업자들이 모두 기지개를 켜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30분 휴식!! 화장실 갈 사람은 이상한 곳에다가 하지 말고 배로 가서 처리해! 이번에도 바다에다가 뿌리면 그 인간은 본국으로 강제 퇴출당할 줄 알아라!”
감독관이 엄포를 놓으며 사라졌다.
나는 그 광경을 섬 안쪽의 건물 옥상, 당당하게 ‘해그늘천일염’이라는 간판이 걸린 공장의 위에서 지켜보며 그늘에 기대어 앉았다.
‘참 미친 세상이야.’
공장 옥상, 밖으로 뻗어있는 스테인리스 배기구에 나의 모습이 비친다.
그림자에 숨어있는 정장 도깨비의 모습이.
즉, 이런 섬의 공장 배기구에 내가 비칠 정도로 철판이 잘 닦여있다는 것.
그것도 부식이 심한 바다에서 이렇게 잘 관리되고 있다는 건, 해그늘이 그만큼 이 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
확실히 천사의 섬은 천사의 섬이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오고 섬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바뀌면서 이 섬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국뽕 때문일까.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되었다는 인식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세계인이 바라보는 시각 속에 이전의 낡은 모습은 없어야 한다고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일까.
-서울공화국? 마계? 고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위대한 대한민국에 그런 이상한 곳들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 곳은 이제 없습니다~ 대격변 이후 나라 전체가 달라졌어요~
-지역 비하라뇨?! 어찌 그런 심한 말을! 우리는 한 민족이며, 대한민국의 사람들입니다! 같은 한국 사람끼리 출신 지역이 다르다고 서로 헐뜯고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하하하!
이 세계, 대격변 이전에 가득했던 어둠이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없다고 말하지 않으면 오늘 밤, 당신의 집에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이들이 찾아갈지도 모릅니다? 조심하세요.
-명심하세요. 이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닙니다. 세계인의 선두에 있는 이 나라의 사람으로서, 국가 브랜드에 먹칠하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국까로 죽고 싶습니까, 아니면 애국자로 살고 싶습니까?
잘 찾아보면 그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지만, 지금 이곳 천사의 섬에 해그늘이 직접 들어와서 환경을 기업형 염전 운영으로 전부 뒤엎어버린 것과 같이, 암암리에 떠도는 엄한 소리는 전부 이 세상에서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었다.
그래.
누군가가 바라보기에는, 외계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나쁜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것들.
그러한 것들이 더 이상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이 세상의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 나라의 대한민국은 국뽕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선택했다.
서큐버스의 섬.
신의 안식처.
라플라스의 악마가 스스로의 이명을 향단으로 지은 것이 춘향전을 감명 깊게 읽은 것이든 말든, 그녀가 태국에서 펼쳤던 행동들은 대부분 대격변 이전의 세상에서 이루어지던 모습을 흉내 낸 것이었다.
소금 대신 고수와 마나 파우더를 재배했을 뿐.
사람을 노예처럼 다루는 방식이 이능력이 더해졌을 뿐.
그것이 대격변 이전의 이곳과 관련이 있다는 건, 설령 아니라고 한들 영감을 이곳에 엮인 안 좋은 이미지로부터 얻어낸 것이라는 건 합당한 추론이다.
좋은 것은 한국으로.
나쁜 것은 외국으로.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면 그냥 그대로 두면 될 것을, 그걸 또 굳이 해외에 나가서 그것도 한국의 모습이라고 재현하다니.”
삐비빅.
태극워치가 울리기 시작했다.
마침 슬슬 올 것 같았는데,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저기, 박분충 씨인가요?]“…누구시죠?”
당연히 나는 박분충이 아니다.
아무리 세상에 ‘당장 개명해야 할 것 같은 이름’이라는 식으로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고 해도, 나는 박분충이 아니다.
차라리 도창남이라고 하면 놀라기라도 하겠지만.
[이번에 향단전 쓰신 분 맞으신가요? 저는 ‘머큐리미디어’에서 일하고 있는 웹소설 PD, 김수정이라고 합니다.]“……아, 예. 그러시군요.”
순간 진짜인가 싶었지만, 나는 전화기로 전해져오는 목소리에서 음습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제 번호는 어떻게 아셨나요?”
[그야…해킹을 했지.]“…….”
본색을 드러냈다.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지만, 곧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무언가 바람 같은 게 불기 시작했다.
사락.
한복을 입은 여인이 옥상에 착지했다.
단정하게 정돈한 검은 머리칼은 향단이 아니라 성춘향이 아닐까 싶어질 정도였고,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라는 걸 제외하면 한복을 입은 외국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구?”
“김수정이라고 합니다.”
“이능력자…신가요?”
“예. 이능력자죠. 그리고 동시에….”
히죽.
“작가님을 죽이러 온 악마기도 하고요.”
“……!”
“향단전을 쓰신 분이죠?”
까드득.
여인, 스스로를 김수정이라고 지칭한 악마는 목을 좌우로 꺾으며 내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이야, 용서할 수 없어요. 순애에 NTR을 끼얹다니. 심지어 그것도 모자라서, 여자를 무슨 남자를 잡아먹는 암사마귀처럼 만들다니.”
“…고작 소설 속 내용 때문에 나를 죽이러 온 겁니까?”
“고작 소설 속 내용이라고요? 하, 당신이 쓴 소설 때문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사람의 심경은 신경 쓰지 않는 건가요?”
이해한다.
나도 독자였으니까.
“당신이 쓴 소설 때문에 남녀 간의 사랑과 여인의 정절을 지키던 이야기가 한순간에 불륜 난교 19금 야설이 되어버렸다고!!”
“그런 이유로 내가 죽어야 한다고요?”
“물론!”
“…참, 악마도 할 짓이 없네. 그리고,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어.”
나는 바로 내가 쓰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어?”
“너희 판데모니엄의 악마는 혹시 생각이라는 게 없나? 지성이라는 게 하나도 없나?”
“…….누구?”
“아.”
얼굴을 그대로 보였다.
뭐, 상관은 없다.
이미 결계는 펼쳐졌고, 이 여자에게 남은 건 ‘처형’ 뿐이니까.
[이러면 좀 아시려나.]“……!”
숨기고 있던 마력을 바로 해방하며 가면을 눌러쓴 순간, 김수정은 자리에서 크게 뛰며 하늘로 도망치려고 했다.
쿵!
하지만 소용없었다.
“보이지 않는 불꽃의 결계…?”
[궁기의 도움을 받았지. 안심해라. 궁기는 이번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이미 이 섬이 ‘전장’이 된 이상, 김수정-라플라스의 악마는 궁기의 마력이 다 닳을 때까지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즉, 내가 궁기의 마력이 온전할 때까지 저 여자를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
“흐흥, 재미있네. 그간 마력을 그렇게 많이 소모했을 텐데, 나를 상대로 이기겠다고?”
[애초에 너를 불러낼 게 아니었다면 그런 소설, 만들어내지도 않았어.]“……하?”
라플라스의 악마가 입을 쩍 벌리며 웃는다.
“그러니까, NTR 난입 소설을 고작 나를 끌어내기 위해 제작했다는 거야…?”
[효과가 참 좋더군. 참고로 네가 도망친다면, 향단이 성춘향으로부터 이몽룡을 NTR 하는 소설로 끝나지 않아. 아주 제대로 ‘변신’하게 만들어주지.]아는 사람만 아는 전문용어다.
알 필요가 없을 것이며, 이 세상에는 통용되지 않는 단어다.
“뭐,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그렇기에 라플라스의 악마는 두려워한다.
전지의 악마가, 모든 것을 아는 악마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공포 그 자체일 터.
[알고 싶으면 도망치든지.]“…흐흐, 그래. 그럼, 너를 여기에서 죽이면 그 변신인가 뭔가 하는 걸 알 수 있다는 거지? 뭐, 라이더로 변신이라도 하나?”
[네가 죽기 전에 알려주도록 하지. 그런데, 너 왜 그렇게 여유가 철철 넘치는 거지?]역시.
두억시니랑 같은 부류답게, 어리석다.
[결사는 적과 싸우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나 혼자서 너를 상대하기에는 지금 마력도 완전히 채워진 상태가 아니지.]“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빌드업을 해봤자 허세에 불과해.”
[허세라고 생각하나? 유감이군.]나는 태극워치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유감스럽지만, 허세가 아니야.]곧 문자 하나가 궁기의 결계를 뚫고 저 멀리 날아갔고, 나는 느긋하게 라플라스의 악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어?”
파지지직.
황금빛 원형 마법진 속에서, 금발’금안’의 여인이 공간을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왔다.
[내 스페셜 EX급 파트너다.]마력도 완전하지 못한 내가 라플라스의 악마를 확실하게 죽이는 방법.
[너라는 악마를 쓰러뜨리기 위해 데리고 온 정의의 대천사지.]전술 유미르 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