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6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66화(267/668)
판데모니엄은 인류 공공의 적이다.
세피로트 기사단의 존재가 나오기 전부터, 두억시니가 저지른 72악마 양산 사건 이후로 판데모니엄은 인류의 공적이 되었다.
명분은 인류에게 있다.
라플라스의 악마가 라플라스를 이용해 태국에서 엄청난 악행을 저질렀던 게 드러난 지금, 정의로운 히어로라면 누구나 공분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판데모니엄의 악마를 상대하는데 히어로와 빌런을 나눌 이유는 없다.
그래서.
-미르야. 이런 상황인데, 오빠랑 같이 악마 죽이러 갈래?
-…인간은 아닌 거 확실하죠?
-응. 외계에서 온 악마야.
나는 유미르를 불렀다.
아무리 지구인끼리 서로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더라도, 외계인의 침공 앞에서는 이념이 달라도 힘을 합치기 마련.
애초에 유미르와 내가 서로 격렬히 싸우는 것도 아닌 만큼, 나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유미르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이 비겁한!”
[칭찬으로 듣지.] [비겁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네요.]유미르가 앞으로 나서며 붉은 채찍을 휘두른다.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고 마구 죽여댄 악마 주제에.]금부도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바로 라플라스의 악마, 향단을 공격했다.
촤륵!
“크윽?!”
[긴말할 필요도 없어요. 끝이야.]향단은 순식간에 채찍에 휘감겼다.
향단이 몸에서 마력을 뿜어내며 채찍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붉은 오랏줄은 향단을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다.
설마 이대로 끝인 건가, 싶은 순간.
“꺄아아아악!”
향단은 폭발했다.
향단이었던 것은 살점 덩어리가 되어 사방팔방으로 퍼졌고, 옥상 전체가 살점으로 뒤덮였다.
[우욱.] [아직이다.] [에?] [안 끝났어.]유미르가 헛구역질을 하는 사이, 나는 유미르를 뒤로 당기고 앞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역시나 동시에 아래에 떨어져 있던 살점 덩어리가 꿈틀거리며 우리를 향해 쇄도했다.
퍼ㅡㅡ억!
[…설마.] [무난하게 넘어갈 리가 없지.]방망이에 두른 마력에 살점은 그대로 옆으로 굴러떨어졌다.
곧 방망이에 얻어터진 살점은 몽글몽글 피어오르더니, 곧 인간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아쉽네…. 얼타고 있어서 한 방 제대로 먹이려고 했던데.”
[분신 능력자다. 아무래도 허상의 분신이 아닌, 자가 분열 쪽인 것 같군.]“어머, 어떻게 바로 딱딱 알아맞힌대…?”
꿈틀꿈틀.
“어디, 그 잘나신 입으로 한 번 들어볼까? 내가 지금 어떤 능력인지.”
분열한 살점 덩어리들이 전부 하나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향단의 모습으로.
향단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몸은 마치 하얀 마네킹과도 같다.
“이 능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슬아슬하게 19금은 아닌 건가.] [그래도 몸이 저러니 엄청 야하네요.]“…….”
몸에 착 달라붙는 라텍스 슈트, 그것도 두께가 풍선보다도 더 얇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
“겉모습이 중요한가?”
[물론. 겉모습을 통해 이능력을 유추할 수 있으니.]마치 마네킹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형태.
[이능력뿐만 아니라 악마로서의 본질도 알 수 있겠군. 네가 왜 신의 안식처와 서큐버스의 섬에서 인간을 노예로 삼았는지, 대충 알 것 같다.]그 질감이 피부처럼 보이는 건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기도 했지만, 향단에게는 그게 없었다.
[번식과 양육을 위한 기관 없이 인체만 형성한 거다. 분신이지만 판데모니엄 악마의 기본이라는 게 저런 거지.]“…….”
[아이를 낳기 위한 번식기관도 없고, 아이를 기르기 위한 양육기관도 없어. 존재하는 것은 오직 신체뿐.]두억시니도 그렇고, 향단도 그렇고.
[놈들은 생명이 아니라 바이러스 같은 거다. 두 성별이 번식을 통해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상대를 오염시켜 증식하는 오염된 마나의 괴물들.]전부, 외계 바이러스 같은 것이다.
[저놈들은 그저 악마 바이러스의 숙주 같은 것뿐이야. 정신적인 영향력이 마나의 변이를 일으키도록 하는 원흉인 거지.]그간 이 세계에서 살며, 나는 세계의 이면-원작자가 알려주지 않고 떠난 뒷설정을 대략 파악해냈다.
[저 악마들을 전부 죽인다면, 어쩌면 더 이상 악마는 태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바이러스의 숙주를 제거했으니까.
[물론 저놈들이 퍼뜨린 바이러스들도 마저 제거를 해야 하겠지만….] [악마가 더 태어나지 않는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제가 나설 이유는 충분하네요.]“흐, 흐흐…. 아주 제멋대로 지껄여주시는걸?”
“하지만 그런 추측을 그대로 맞받아치자면.”
“너희도 오염되어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증식한 향단들이 여럿이서 말을 이어받는다.
[번식하지 못하는 것들이, 쓸데없이 증식만 해대서는.]“번식?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육욕으로 맺어진 관계 따위, 그저 진정한 이성의 교류에 방해만 될 뿐.”
[그래서 순애에 NTR 난입이 싫은 건가? 응?]“……쓰레기 자식.”
쌍욕을 먹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향단의 발작 버튼을 깨달았다.
[이성과의 연정은 알아도, 남녀 사이의 욕정을 모르는 존재로군. 쯧. 그것의 즐거움도 모르겠지. 전지의 악마 주제에.] [그것…? 또 이상한 소리를 하려고.] [그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애국? 섹ㅅ-]“닥쳐ㅡㅡㅡ!”
향단이 빽 비명을 질렀다.
분신 모두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고막이 크게 흔들리는 것 같았다.
[으으. 하이퍼보이스 이능은 내가 가지고 있는데….] [그만큼 빡쳤다는 거지.]“흐, 흐흐흐. 좋아. 그래. 결정했어.”
까드득.
분신들이 모두 몸이 비틀리며, 우리를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겨눈다.
“너희부터 악마로 만들면, 상당히 재미있겠어?”
[스스로 악마가 될 생각도 없고, 타인에 의해 강제로 악마가 될 생각도 없네요.]유미르가 바로 채찍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길어진 붉은 채찍은 가차 없이 향단의 분신을 향해 날아갔고, 분신의 허리를 두 동강 냈다.
푸화아악.
잘린 단면이나 튀어 오르는 붉은 피나, 마치 사람을 죽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윽…!] [일부러 저러는 거다. 멘탈을 긁으려고 하는 거다.]유미르는 분신이 사라지면 무슨 안개처럼 흩어지는 줄 알았겠지.
그래서 가차 없이 채찍을 휘둘렀는데, 그게 진짜 사람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괜찮다. 저건 사람이 아니다.]“후후후, 과연 그럴까?”
“지금 그쪽, 백금태양이 죽인 분신이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지?”
“사람도 이렇게 반으로 갈라지면 내장 드러나고 피 뿜어내고 그렇게 죽을 거얼?”
향단은 유미르를 계속 자극했다.
“백금태양. 이렇게 죽이다가는 그냥 아무나 다 죽이게 되겠는걸?”
[…….]도깨비를 자극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유미르의 멘탈을 긁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다.
[상대하기 힘들다면 내가 확실히 처리하마.] […아뇨. 괜찮아요. 그냥, 잠깐 역겨웠을 뿐이에요.]유미르는 붉은 오랏줄을 만들고 있던 마력을 흩어지게 한 다음, 새로운 무기를 꺼냈다.
[사람이 아니라 사람처럼 보이는 형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처럼 만들려고 하는 악마의 장난질에 놀아날 생각은 없어요.]“어머, 백금태양은 악마도 정화하는 거 아니었나?”
[…당신은 예외야.]유미르의 양손에 금빛의 건틀릿 같은 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빛의 건틀릿 속에서 튀어나온 건 마치-
[당신은, 오늘 이 섬에서 죽는 거야.] [야.] [히힛.]헤세드와 같은, 드래곤 킬러와 같은 금빛 칼날의 손톱이 뻗어나와있다.
금부도사의 모습에서 양팔만 블랙 워 드라군의 무장을 가져온 것 같은 그런 모습이라, 나는 왠지 원본이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왜 하필 따라 해도 그걸 따라 하는 거야.] [미사일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존재인데, 좋지 않을까요?] [그걸 이용하면….] [이렇게.]푸ㅡ욱!
[죽이게 되어서요?]옆에서 슬금슬금 다가오던 향단의 분신을 향해 금빛 손톱을 박아넣은 유미르는 가차 없이 분신을 베어버렸다.
[…괜찮아요. 대신, 나중에 끝나고 나면 위로 좀 해줘요.]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꺄하하하!!”
향단이 모두 웃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살인에 익숙해지는 거야! 나중에는 사람 죽이는 것도 아주 쉽게 할 수 있겠는걸! 그리고, 축하해! 도깨비! 당신 덕분에 저 백금태양은 살인을 시작한 거야!”
[외계의 악마를 죽이는 것도 살인이라고 한다면, 너무 살인의 범주가 넓은데.]나는 도깨비방망이를 바닥을 향해 놓았다.
그리고 도깨비방망이로 바닥을 가볍게 두 번 두드린 뒤, 도깨비방망이를 새로운 형태로 변환했다.
[따라 하는 건 좋지만, 다음에는 좀 더 멘탈에 문제가 되지 않을 형태로 해보도록. 예를 들면…이런 거.]타ㅡㅡㅡ앙!
총소리가 울린다.
분신의 머리에 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기며 뒤로 넘어가고, 옥상에 있던 모든 눈이 내 손가락을 향한다.
[총…?] [도깨비라고 항상 방망이 들고 다닐 이유는 없지.]한 손으로 저격소총을 들고 앞으로 쏜다.
형태가 저격소총이지, 실제로는 도깨비방망이를 총으로 변환한 것뿐이다.
타ㅡㅡㅡ앙!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긴다.
실제 총기의 원리와는 달리 안에 응집된 마력이 총신을 따라 앞으로 빛처럼 날아가 분신의 머리에 박힌다.
총인 이유는 하나뿐.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총처럼 쏘아대는 건 멋이 없으니.’
생각의 문제다.
사고의 문제다.
도깨비방망이가 총으로 바뀌어 마탄을 쏘아대는 건 사고의 문제가 없으나, 야구방망이 끝에서 총구가 튀어나와 총을 쏜다고 생각하는 건 더 머리가 아프니까.
나의 총 끝은 마력으로 빛나고.
방아쇠는 악마에게 심판을 내리나니.
[너를 처형하겠다, ‘교배리스’.]신께서 말씀하시기를.
애국하지 않는 자.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