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7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76화(277/668)
원령이자 유령 상태인 이 ‘전’ 처녀귀신 넷이 물리력을 갖추려면, 당연히 마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건 이능력의 세계를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고, 당연히 유령이라고 한다면 물리력을 갖추는 건 누군가의 몸에 깃드는 게 대표적이다.
퇴마사가 활동하는 영화를 보면 소녀의 몸에 악령이 깃들어 활동하는 것처럼, 이 유령들도 누군가의 몸에 깃들 수 있다.
단지 그 빙의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느냐?
여기에는 크나큰 문제가 하나 있다.
유령은 이능력자였다.
그리고 그 이능력자는 두뇌가 상당히 발달한 존재이며, 사고와 인지의 폭이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런 이능력자가 일반인의 몸에, 일반인의 뇌에 빙의할 경우 제대로 빙의할 수 있을까?
전혀.
이능력자의 정신을 받아들이기에는 육체가 불안정하여, 이능력자가 빙의해도 그 몸은 금방 터져버리기 마련.
하물며 그 빙의하고자 하는 자가 S+급 유령들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S급 이능력자는 되어야 빙의를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그런 S급 이능력자가 순순히 자기 몸을 내어줄까?
일부러 몸을 내어주는 게 아니라면, 나처럼 빙의할 수 있도록 매개체가 되어주지 않는다면 그 어떤 이능력자도 스스로 몸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즉.
S+급 이능력자 영혼이 깃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몸이라면.
그런 몸의 소유자가 영혼을 받아들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빙의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 걸.”
“우와아….”
유미르는 녹색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를 거울로 보며 감탄했다.
“이거, 왜 그런 거예요? 선생님은 세린 언니처럼 머리색이랑 눈동자 색이 비슷하게 변하던데.”
“나는 세린이한테 잡아먹히는 거고, 너는 세린이를 잡아먹은 거지.”
“야. 나 아직 살아있거든?”
“음…. 한 입으로 두 사람이 말하는 거, 되게 이상하네요.”
내가 현세린과 합일했을 때와 달리, 유미르는 여전히 찬란한 금색 머리칼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한 이치다.
유미르가 다른 넷보다 더 마나가 많으니까.
‘가설이 제대로 적중할 줄이야.’
솔직히 빙의가 성공할 줄은 몰랐다.
시도를 하더라도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유미르는 주인공이고, 감히 주인공의 몸에 빙의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니까.
그런데 지금 실제로 이루어졌으니, 나로서는 신기할 수밖에.
“지금 기분이 어때?”
“누구한테 이야기하는 거예요?”
“나? 아니면 유미르?”
둘의 목소리가 연달아 들린다.
유미르가 말하자마자 바로 현세린이 말했고, 뒤따르는 목소리는 현세린의 목소리였다.
“…현세린, 너 마나 쓰지 말고 한 번 말해봐. 유미르는 잠깐 입.”
“……아, 아아. 으음. 지금 누구 목소리로 들려?”
“유미르. 마나 없는 상태로 이야기하면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는 걸.”
“그러게. 우와, 이 몸 진짜 대단하기는 대단하다. 마나 주머니 크기 좀 봐.”
“마나 이야기하는 거 맞지?”
유미르의 몸에 완전히 빙의한 현세린은 자신의, 유미르의 몸을 만지작거리며 신기해하고 있다.
“나 살아있을 때보다 더 큰 것 같은데?”
“언니 살아있을 때가 언니 몸 아니에요?”
“응, 맞아. 그래도 이 크기, 진짜 엄청나다. 좀만 더 크면 회장님 풀파워모드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 걸.”
“잠깐만, 잠깐만.”
나는 둘의 대화를 멈추게 했다.
“세린아. 마나 좀 쓰고 말해줄래.”
“왜?”
“나한테는 지금 유미르가 혼자서 자문자답 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영화나 영상으로 지금 이 상황을 보면, 유미르의 역을 맡은 배우가 1인 2역을 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똑같은 목소리에 말투가 조금 다르다고 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맥락으로 판단하면 모를까.
“그래? 아아, 들려?”
“이제 좀 낫네. 감각은? 살아있다는 감각이 들어?”
“음…. 좀 애매할지도?”
“나랑 합일했을 때랑 다른 게 있어?”
“응.”
현세린은 애매모호한 목소리로 답하다, 이 부분은 확실하다는 듯 단호히 말했다.
“유미르에게 빙의한 상태일 때는 도 과장님에게 빙의할 때보다 뭔가 안정감이 없네. 내가 리드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그런 불안감?”
“어머, 선생님한테 빙의할 때는 언니가 리드하는 거예요?”
“당연하지. 음, 리드한다는 게 마력을 움직일 때를 얘기하는 거야. 몸 말고.”
유미르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어색하게 올라오는 게, 꼭 강제로 팔이 올려지는 것 같았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나도 좀 알아듣게 설명해줄래, 둘 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한 침대 위에 둘이 같이 누워있는 느낌?”
“…….”
그게 무슨 비유지.
“침대 주인은 유미르인데, 둘이 같이 침대에 올라와있으니까 진짜 기분이 이상하네요.”
“선생님으로 비유하자면, 음, 선생님이 광익공이랑 둘이 같은 침대에 누워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아.”
이해했다.
기분은 불쾌해졌지만, 단번에 이해했다.
“남녀가 같이 침대에 누워있으면 전혀 불편할 게 없지만, 같은 성별끼리 누워있는 건 좀 그렇긴 하지.”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침대에서 같이 누워있는 건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보통은.
물론 다른 남자와 함께 침대에 누워본 적도 없지만,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운 걸 봐선 내가 굳이 체험해보지 않아도 저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
“세린이는 내 몸이 더 편한가보네.”
“익숙해져서 그런 걸수도 있고, 누가 말한 합일이 음양합일이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 남자 몸에 여자 영혼이 깃드는 게 이상할 수도 있는데, 이게 또 우리끼리는 그게 아닌가봐.”
“몸을 빼앗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몸 주인을 도우려고 빙의하는 거니까. 그래도 살아있다는 느낌은 들어?”
“음, 조금은? 너보다는 불편하지만, 그래도 일단 침대에 누워있기는 누워있을 수 있으니.”
새로운 빙의체를 찾았다는 것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나보다는 더 불편하다는 것에 안심해야 할지 기분이 참 묘하다.
“흐흥, 뭐야. 내가 혹시 유미르 몸에 깃들까봐 걱정한 거야? 유미르한테 잡아먹힐까봐?”
“조금은.”
“솔직하네. 그래도 나도 나름 S+급 빌런이라고? 생전에는 엄청 흉악한 이름으로 불렸던 존재란 말이지?”
무엇보다도, 유미르의 얼굴을 한 채로 나를 향해 현세린처럼 말하는 게 조금은 어색하면서도 낯설었다.
“이름이 뭐였는데요?”
“아, 나?”
현세린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현역 시절의 히어로 닉네임을 이야기하는 거야, 아니면 빌런이 된 이름을 이야기하는 거야?”
“……?”
“아, 그건 모르는구나. 나는 또 네가 아는 줄 알았지.”
현세린은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마도 유미르가 잠깐 의문을 가진 사이, 현세린이 육체의 주도권을 가졌던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예전에 ‘티그리스’라고 불렸어. 히어로였을 때는.”
“……어?”
순간, 유미르가 완전히 넋이 나간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게, 티그리스라는 이명은 나름 유명한, 특히 한국에서는 더 유명한 이명이니까.
“저, 저기? 세린 언니, 티그리스는…한국 S+급 ‘이었던’ 사람 아니에요?”
“응, 맞아.”
“그리고 저기 외국으로 망명갔다가, 거기에서 빌런이랑 싸우다가 죽었다고 하는 그 빌런….”
“북유럽에서는 ‘펜리르’라고 불렸지.”
스르르.
유미르의 몸에서 현세린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곧 그녀는 원래의 모습을 갖췄고, 유미르의 눈동자는 다시 푸른 색으로 돌아왔다.
“나는 궁기가 이야기를 한 줄 알았더니.”
“그냥 빌런이었다는 것만 이야기했다. 자기가 흑염마주작이었던 것만 알렸지, 다른 간부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어.”
“의리? 감동이네. 후후, 나름 소개하는 재미가 있겠어?”
현세린은 진심으로 당황한 유미르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 참. 내가 죽었을 때는 19살이었으니까, 언니라고 불러도 되지?”
“그건 아니죠. 01년생이잖아요.”
“……이건 칼 같네.”
현세린은 입꼬리를 삐죽이며 뒤로 물러났다.
“모처럼 자기 소개를 한 김에, 옛날 이야기나 가볍게 해볼까. 음, 뭐가 좋을까. 그래. 이 나라에서 태어나, 이 나라에서 쫓겨나, 이 나라에서는 존재가 더럽혀진 존재에 관해 한 번 이야기를 해볼까?”
“…….”
“이야기를 듣고 나면 광익공이 왜 히어로 광익공이 빛으로 있기를 바라는 건지 알게 될 거야. 광익공이 실제로 나설 수 있든 없든, 광익공이라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건지.”
갑자기 무거운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만, 화두를 던진 현세린의 목소리는 명랑하기 그지 없었다.
“누구보다도 밝게 빛나는 존재였지만, 누구보다도 가장 구정물에 깊게 발을 담그고 있던 녀석이었으니. 아, 뭐 나쁜 뜻은 아니야. 그냥 다른 사람들 대신해서 쓰레기를 치우던, 솔선수범하는 녀석이라는 의미지.”
“네게 광익공이 되라고 하는 건 일종의 보험이다. 광익공의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으라는 게 아니야. 광익공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이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이 될 수 있거든.”
“도대체 누구…?”
“이 나라의 어둠.”
나는 바닥을 가리켰다.
“광익공이라는 빛 뒤에 숨어있었던, 광익공을 띄우기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른 ‘그림자’들.”
“……뭐, 일루미나티나 그런 걸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래. 차라리 그런 거라면 낫지. 이쪽은 일루미나티보다 더 악질이라고 할 수 있으니. 가령….”
“자기랑 애국하지 않는다고 강제로 애국하게 하려다, 외국으로 망명가니까 바로 매국노로 만들어버리는 자들이라거나. 아니면 처형부대를 움직이면서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의 코에 설렁탕을 부어버리는 자들이라거나.”
“…….”
유미르의 표정이 점차 굳어가기 시작했다.
“진짜로, 있는 거예요?”
“그럼. 태국에도 라플라스의 악마가 몰래 숨어있었는데, 이 나라라고 없을까.”
“있어. 이 나라 출신 S급들을 매국노 빌런으로 만들고, 죽어서도 그 분함을 잊지 못해 귀신이 되어 복수하게 만드는 자들이.”
현세린이 내 어깨에 팔을 걸며 씩 웃었다.
“그림자. 누구 떠오르는 애들 없어?”
“…해그늘?”
“정답!”
현세린은 눈을 찡긋거리며 씩 웃었다.
“놈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게 광익공이야. 해그늘이 목줄 채우려다 실패한 유일한 히어로이자, 이 나라의, 이 세계의 영웅이거든.”
“그, 혹시 악마가 뒤에…?”
“아니야.”
악마보다 더 무서운 것.
“악마가 아니라, 인간이야. 평범한 인간이 있었어.”
인간이다.
“진성 친일파 가문 출신에 중국에 유학가서 제 1당의 후원을 받고, S급 이능력자 아기를 북한에 팔아버린 사람이 있었어.”
매국빌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