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79)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79화(280/668)
대훈련장의 대련은 한 시간 가량 지속된 이후, 누구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끝났다.
백설희는 무려 둘이나 되는 분신을 만들어냈고, S급 셋 과의 대련은 3:3 양상이 되어 전투가 이루어졌다.
결과는 백설희의 압승.
S급이 무려 셋이나 달라붙었는데도 불구하고 백설희는 승리를 따냈다.
이후, 브리핑 룸.
“아아.”
마이크를 잡은 백설희는 자신의 옆에 똑같은 제복을 입은 분신을 대동한 채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번에 제가 새롭게 개발한 이능력은 바로 ‘분신’입니다.”
분신.
영화든 만화든, 자신과는 별개의 신체를 다루는 능력.
분신술을 쓰는 캐릭터는 온갖 매체에 많이 나왔지만, 분신의 이능이 가능한 ‘이능력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스노우화이트, 진짜로 분신을….”
“질문은.”
머리가 벗겨진 장관이 말하자, 백설희는 그 말을 끊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난 뒤에 중간중간 받겠습니다.”
“크흠…!”
자기 나이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여인이 대놓고 면박을 줬지만, 누구 하나 장관을 옹호하지 않았다.
“김 장관.”
“예, 대통령님.”
“백설희 양이 질문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질문하라고 말할테니, 얌전히 기다리시게.”
“……죄송합니다.”
당장 이 자리에 있는 대통령이 손가락만 까딱 한 번 하면 날아갈 수 있는 게 장관이지만, S급 셋을
실력과 힘으로 찍어누른 백설희는 대체불가능한 존재였으니.
“그럼 설명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분신과 저는 마나로 연결되어있고, 일정 거리가 떨어지면 분신은 얼음인형의 형태가 됩니다. 마치 조각상처럼.”
딸칵.
백설희가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바로 분신이 얼음상으로 변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제가 분신에 불어넣는 힘만큼 분신이 마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거리에 대한 자료는 이미 실험을 통해 확인했으나, 컨디션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편입니다. 자세한 자료는 유인물을 보시길.”
“그, 질문있습니다, 선배님.”
장관이 한 번 면박을 당했음에도, 꿋꿋하게 손을 드는 자가 한 명 있었다.
“뭐죠, 태조?”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분신과 연결이 가능한 겁니까? 막 네트워크처럼요?”
“…그 정도 거리는 아녜요. 최대 포착거리는 10km까지. 그 뒤로 넘어가면 분신은 그냥 얼음조각상이 되어버릴 뿐이에요.”
“그럼 10km 마다 분신을 배치하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막 분신을 조종할 수도 있는 건가요?”
“…….”
태조의 질문에 백설희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능한가?
시도를 해본 적이 없다.
“잠깐만요.”
백설희는 바로 문자를 보냈다.
“그, 백설희 씨? 누구에게 연락을 하는 겁니까?”
“개인 이능력 컨설턴트요. 있어요.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이.”
제법 긴 문자를 빠르게 써서 보낸 뒤, 백설희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아머드 태조, 당신의 제안, 생각보다 더 괜찮을 것 같네요.”
“아, 그런가요? 흐흐, 이게 실은 제 능력 중 하나가….”
“아, 답장 왔다.”
뭔가 신이 난듯 말을 하려던 아머드 태조의 말을 끊으며, 백설희는 문자를 살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 하지만 그러려면 평소에 미리 인프라를 갖추어놓고, 마력이 줄어들지 않도록 계속 관리해 줄 필요가 있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분신들에게 마력을 채워주거나, 아니면 마력을 보낼 수 있는 허브가 없으면 비효율적. 이라고 하네요.”
“허어어….”
“굉장한 사고력이로군요.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는 떠나서, 그것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냐 없냐를 따진다니.”
회의실 안에 있는 모두가 감탄하며 혀를 내두른다.
“흠흠. 그러면 다시 분신에 관해서 말하자면.”
백설희는 괜히 자신이 뿌듯해지는 것 같았고, 헛기침을 하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분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제가 대외적으로 모습을 보일 수 없을 때, 온전한 저 자신을 밖으로 드러낸다는 겁니다.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린 첫 번째 이유. 그건 바로….”
탕탕.
“임신.”
화면에 떠오른 두 음절의 단어 하나에 회의실에 있던 모두가 괜히 민망해졌다.
“제 나이가 올해로 반오십. 여기에는 벌써 반백년이 훌쩍 넘은 분들도 계시지만, 이능력자의 관점에서 보면 저는 아줌마라고 봐도 무방해요.”
“그, 25살이 아줌마라고 하기에는….”
“어머. 장관님이 예전에 술자리에서 그러시지 않으셨나요? 여자는 30대 넘어가서 아이를 낳으면 노산이라고?”
“크, 크흠! 내가 언제 그런 말을…!”
장관은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적극적으로 백설희의 말에 부정하지는 않았다.
“…뭐, 했소! 청문회에서 말했던 적이 있소! 내 개인적인 신념일 뿐이니, 전혀 부끄럽지 않소!”
“마이크에 대고 직접 말씀하셔도 됩니다.”
“정말로?”
“예. 다음 내용이 장관님의 신념과 결이 같거든요.”
백설희는 담담히 다음 장으로 화면을 넘겼다.
“2020년, 장관님이 과거에 의원시절에 제출하셨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여자가 30세 이후가 되면 노산 및 기형아 출생이 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이 자료, 제출하시고 말씀도 하셨죠?”
“으으.”
뇌제가 짧게 혀를 차자, 장관은 민망한 얼굴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렇게 말했습니다.”
“네. 일반인과 이능력자의 경우는 결이 다르다는 견해도 있지만, 뭐 큰 차이 있겠어요. 결국 이능력자라고 해도 여자는 여잔데. 나이 들어서 아이 낳는 것보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아이 낳는 게 건강한 아이 낳을 가능성이 높은 거지.”
장관을 비롯한 몇몇 남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대통령 태채진 또한 그저 묵묵히 입만 닫고 있을 뿐, 눈은 출산율에 관한 그래프 속 20~24세 구간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능력자도 빨리 임신하여 아이를 낳는 게 국가와 세계에 도움이 된다. 뭐, 항간에는 이능력자를 무슨 종마나 씨암컷으로 생각하는 거냐, 개인의 자유를 위배하는 행위다, S급이 임신하면 그 기간 동안의 전력 공백은 어떻게 할 것이냐, 말이 많긴 하죠.”
서서히, 대통령을 비롯한 장관들은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백설희가 하는 이야기가 실제로 있는 이야기라서?
혹시나 저런 말을 하는 자들이 실제로 백설희가 임신하고 나면 저런 소리를 할까봐?
아니.
“질문이 있습니다, 선배님.”
“말해봐요, 투신.”
“선배님은 원래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들과 같은 입장 아니었습니까? 히어로에게도 임신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맞아요.”
백설희가 이런 말을 하는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백설희가 다음 화면을 넘기자, 온갖 커뮤니티의 글과 댓글반응들이 나왔다.
장관들은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으나, 곧 화면이 확대되며 커뮤니티 속 글과 내용들을 모두가 볼 수 있었다.
“백설희는 히어로 골드미스의 수장이라고. 다른 나라에도 25세에 아이를 가지지 않은 이능력자가 그렇게 많은데, 굳이 저를 그들의 수장이라고 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ㄴ…선배님이 제일 쎄서 그런 거 아녜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일 나이 많은 여자가, 제일 강한 여자가 임신하지 않고 있으니 저를 무슨 골드미스의 대표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정말.”
툭툭.
백설희는 손으로 스크린을 두드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그게 심각한 오해라고 말하고 싶네요. 저는 임신하기 싫다거나, 남자를 싫어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단지 S급 이능력자로서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방과 호국의 의무를 위해 취사선택을 한 것일 뿐.”
“그런데 지금은 다르죠.”
백설희의 분신이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서며 백설희의 말을 이어받았다.
“이제는 제가 뒤에서 임신한 채로 있어도, 분신이 백설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으니까.”
“심지어 임신을 숨길 수도 있고, 만약 임신한 게 알려진다고 해도 대외적으로는 임산부가 싸우는 게 아닌 걸로 보이게 할 수 있죠.”
“아무리 빌런과의 싸움이 중요해도, 임신해서 배가 부풀어오른 여자가 빌런이랑 서로 죽일 기세로 치고 받고 싸우는 건 전 세계 여러분들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건 그렇지.”
모두가 공감한다.
아무리 세상이 망하기 일보직전이라도,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핵폭탄을 민간인 대피가 끝나지도 않은 부산에 떨어뜨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린아이와 임산부에게 빌런과 싸우라고 하기에는 인간적으로 조금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
“즉, 이제는 제가 분신컨을 배웠으니까, 임신을 하더라도 임신을 했을 때의 여러 가지 문제가 상쇄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서론입니다.”
“…본론이 얼마나 길길래.”
“그렇게까지 길지는 않습니다. 그럼, 간단하게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백설희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분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말을 이었다.
“임신을 해도 큰 문제 없다면, 저는 제가 임신하고 싶은 남자는 제가 고르고 싶습니다.”
“……응?”
순간.
장관들은 고개를 끄덕이다, 어딘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임신…?”
뭔가, 빠진 것 같다.
“잠깐. 백설희 씨. 설마….”
“설령, 아주 사소한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게 본론이군.”
대통령 태채진은 자세를 고쳐앉으며 진지한 얼굴로 백설희를 바라봤다.
“국회를 이용해, 현 시점에서는 불법인 문제를 불법이 아니게 만들어달라? 백설희 특별법이 아닌 것처럼?”
“역시, 대통령님이십니다.”
“그래. 그러면 도대체 어떤 특별법을 원하는 건가?”
“제가 원하는 건.”
백설희는 회의실 안에 있는 이들을 한 번 훑은 뒤.
“제가 선택할 남자와 태어날 아이에 관한 법적 보호조치입니다. 우선, 첫 번째.”
당당한 얼굴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유부남의 유전자를 원할 경우, 그건 간통죄가 먼저인가요, 아니면 ‘애국’이 먼저인가요?”
“……내가 법조인 출신이라, 하나 묻도록 하지.”
태채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물었다.
“그 남자, 외국인인가?”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입니다.”
“아, 그럼 말 다 했지.”
태채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리며 답했다.
“애국은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