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8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80화(281/668)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회의실에 있던 이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이능력자와 비능력자.
백설희를 위시한 S급 이능력자들은 휴게실로 향했고, 대통령을 위시한 장관과 히어로 협회 부협회장, 그리고 기타 관계부처 관료들은 회의실에 그대로 남았다.
“…일단.”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화두를 던졌다.
“최근에 백설희 양이 누군가와 사귄다거나, 누군가를 만난 적이 있거나 하는 이야기를 들은 자가 있다면 손을 드시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혹시 뭔가 아는 정보라도 있는 사람 있으면 말해보시오.”
“대통령님. 없습니다. 백설희 주변에 남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지난 번에 두억시니가 죽은 이후, 척준경에게 사준 선물도 그냥 동생한테 사준 걸로 판명이 나지 않았습니까.”
“끙…. 진짜 없소? 정녕? 한 건도?”
“예. 차라리 저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몰래 사람 만난다고 하는 게 더 정답에 가까울 겁니다. 저희가 모르는 누군가와.”
“허.”
이능력자가 이능력까지 사용해서 정체를 작정하고 숨긴다면, 과연 그 상대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박 장관. 혹시 감청이나 그런 건….”
“통신사에 영장을 보내면 확인할 수 있지만, 과연 통신사에서 그 기록을 내어줄까요?”
“합법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뒤로 이야기를 하자면?”
“…뒷감당에 큰 문제가 있을 겁니다. 애초에 대통령께서 모르시는 건 ‘천리안’도 모른다는 것 아닙니까?”
“끙.”
대통령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확실히 그대의 말대로 천리안은 내게 있지만, 천리안으로 정보를 파악했으면 그대들에게 시원하게 물어봤겠지.”
“저희를 떠보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이 사람아. 여기 야당 사람도 없는데 무슨.”
“…….”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아무도 모른다 이거지? 응?”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해지지 않았습니까. 백설희의…에이, 일단 ‘짝남’이라고 하죠. 그 짝남이 유부남이라는 걸.”
“불륜인 건가….”
모두가 입맛을 다셨다.
“어떤 복 받은 놈인지 몰라도, 결혼까지 한 놈이 스노우화이트의 사랑을 받다니. 하하, 세상 참.”
“그렇게 웃기만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임신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던 백설희 양이 직접 저희들의 앞에서 임신 이야기를 꺼냈어요. 그것도 법적인 문제는 저희보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투로.”
“그래. 그러니까 더 무서운 거야. 바른생활하던 아가씨가 눈 돌아가게 만드는 거. 그게 사랑이거든.”
“하아…. 어쩌다 그런 복잡한 사랑을 하게 되어서는.”
이곳에 있는 이들은 이능력자가 아니다.
하지만 삶의 경험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풍부하고, 그 어떤 이들보다 더 많은 사람을 보아온 이들이다.
“백설희 양이 짝남에게 빠져도 아주 단단히 빠진 모양이야. 스스로 상간녀가 될 각오까지 하고, 심지어 법적으로 남자를 보호할 퇴로까지 만들어두려는 걸 보면.”
“심지어 아이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부탁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양육권 문제가 걸렸을 때, 자신이 아이를 지키겠다는 겁니다. 상간남이 누구든, 와이프가 누구든, 일단 저희는 백설희 양과 그녀가 낳을 아이를 지켜야 합니다.”
“국가가 불륜녀와 그 사생아를 지켜야 한다니. 허허허,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아주 대폭소잔치가 펼쳐지겠군.”
“하지만 S급 셋을 분신으로 이기는 여자입니다.”
“그러면 해줘야지. 아암. 불륜이 아니라 멀쩡한 청년을 납치해서 범한다고 해도, 눈 감아주고 모른척해줘야지. 그렇게까지 임신에 대한 열의를 보이는데.”
모두가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결코 백설희를 자극해서는 안 돼. 우리가 그렇게 옆에서 사람 만나라 결혼해라 애 낳아라 염불을 외웠을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갑자기 우리에게 이렇게 협조하라고 나오는 건 지금 콩깍지가 씌인 걸 넘어서 그 남자 없으면 죽으려고 하는 단계야. 내가 잘 알지.”
대통령은 치를 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행히 백설희 양은 애국자야. 나라는 기본이고 자식까지 팔아먹으려고 하는 그런 미친 여자는 아니야. 짝남이 누구든, 우리는 백설희 양의 선택에 대해 지지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어.”
“그, 혹시 이능력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 사람아! 그러다가 백설희가 ‘나 안 해’ 해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
대통령은 장관의 말에 탁자를 때리며 소리쳤다.
“기껏 스스로 임신 이야기를 꺼냈는데, 우리가 거기다 대고 ‘아, 무능력자는 조금’, ‘아, C급은 조금’ 같은 소리를 하면 잘도 듣겠어! 이미 불륜인 거 까발렸는데, 이능력의 등급이 중요하겠나!”
“그, 무능력자 아니겠습니까? 유부남이라고 한다면 일단 최소 20대 후반일테고, 결혼한 이능력자들은 저희가 다 얼추 파악하고 있지 않습니까.”
“…혹시 우리가 불륜하는 젊은 이능력자들 중에서 놓치고 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쯧…! 아이를 낳아준다고 하는 게 감지덕지인 건가…!”
백설희가 아이를 낳는다.
설령 유부남의 아이라고 한들, 아이를 낳아 기르고자 한다.
“가정법원에서 흔하게 일어날 이야기가 국가 단위로 일어나다니. 하아, 미치겠군. 아니, 그 남자 놈은 미친 놈인가? 백설희가 불륜하자고 하는데, 나같으면 이혼하고 백설희 같은 여자랑 결혼했다.”
대통령의 말에 장관들은 애매하게 웃었지만, 그 누구도 고개를 가로젓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그냥 믿어야지. 아, 백설희가 뭐 허튼 사람이랑 결혼하겠나? 그냥 흠결이 유부남이라는 거, 하나 뿐이야. 그리고 남자가 무능력자면 어때? 백설희가 S+급인데. 아무리 못해도 A급은 낳아주겠지.”
“그래도 만약 등급이 낮은….”
“아, 그런 거 생각하지 말자고. 0보다는 1이 더 낫고, 애 낳고 나면 생각 달라질 수도 있으니. 1이 2가 되고 3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을 낳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맙긴 하지만….”
“우리는 그냥 법리적인 문제나 해결해주자고. 혹시 언론에서 냄새를 맡는다면, 그쪽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도 알아낸 다음 백설희 편드는 식으로 언론 좀 주무르자고. 알겠나?”
“알겠습니다.”
결론이 나왔다.
“잘 듣게. 백설희가 어떤 남자를 만나든, 누구랑 애국하든, 일단 ‘한국인 남자’라면 괜찮은….”
위이잉.
갑자기, 문이 열렸다.
비서관들이 무언가 제지를 할 틈도 없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이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아, 죄송합니다. 아까 마시던 컵을 두고 가서.”
“태조야….”
대통령은 자리에 놓여있는 강철의 머그컵을 가지러 들어온 태조에 얼굴이 순간 화끈거렸다.
아무리 S급이라고 한들, 아무리 대통령 손자라고 한들, 보통 사람들은 회의실 문이 닫힌 상태에서 한창 회의 중인 와중에 이렇게 당당히 들어오지 않는다.
“하하. 뭘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계셔요? 아, 심각할 이야기인 건가…?”
“너희는 무슨 이야기하고 있었지?”
“그냥 전투 이야기죠. 분신 어떻게 쓰나.”
“음….”
“근데 저는 그런 이야기 관심 없어서 그냥 나왔어요. 흐흐.”
아머드 태조 같은 사람 빼고.
“마침 들어온 김에 물어나보자. 너, 혹시 백설희 양 만나는 남자 누군지 아냐?”
“…….”
태조는 입을 다물며 커피를 홀짝였다.
그 애매모호한 태도에 모두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호, 혹시 진짜로 아냐? 응?”
“미리 이야기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준경이도 아니고, 투신도 아녜요. 그리고 저는 모릅니다.”
“짐작가는 사람은?”
“한 명 있기는 한데.”
“누군데?”
“들으면 깜짝 놀랄지도 몰라요. 특히, 할아버지는요.”
“…내가 아는 사람이냐?”
“그.”
태조는 좌중을 훑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른 분들이 듣기에는 엄청 충격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뭐든지 괜찮다. 일단 이야기 해 봐.”
“그럼….”
태조는 컵을 든 채로, 입구에 서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제 생각에는….”
* * *
그 시각, 휴게실.
“뭐? 내가 이린이랑? 무슨 미친 소리야?”
백설희는 투신 이준영과 뇌제 김윤지의 질문에 헛웃음을 흘렸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언니.”
“누님.”
“아니, 말이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게 이 세상 국룰인 건 알지만, 그래도 이린이는….”
“여자지.”
“미성년자고.”
“…둘 다 잖아.”
백설희는 서로를 바라보는 두 남녀의 의문 가득한 눈빛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괜찮아. 한국인이고, 여자 아니고, 성인이야. 유부남이라는 것만 빼면 크게 흠결도 없는 사람이라고.”
“언니. 진실을 거짓으로 덮으려고 지금 유부남 드립 치는 거 아녜요? 저는 언니가 레즈비언이라는 설을 차라리 믿겠어요.”
“레즈비언이 될 바에는 차라리 불륜남 아내랑 같이 셋이서 애국을 하겠어.”
“푸흡…!”
이준영은 탄산을 마시다 그만 뿜어낼 뻔 했다.
“누님, 그런 이야기는 좀…!”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너도 지금 나 의심하잖아. 뭐? 미성년자? 이게 진짜 미쳤나.”
“…그렇잖습니까. 올해 세종섬에 들어간 뒤로 갑자기 애국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뭐?”
“저, 누님께서 혹시 선생과 학생의 금단의 관계를…으으윽?!”
파지직.
“야, 김윤지!”
“미친 소리 하지마. 미자는 범죄야!”
“레즈비언 운운하는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개인의 성적 취향인 거랑, 범인류적 범죄랑은 이야기가 다르잖아!”
“얘들아. 내가 만나는 거, 유부남으로 그냥 정리해주면 안 될까.”
백설희는 두 S급의 다툼에 헛웃음이 나왔다.
“남자가 누구든,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해. 내가 아이를 낳아도, 너희들한테 막 대외 행사 뛰라고 강요하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분신이 있으니까.”
“그건….”
“그리고.”
백설희는 슬며시 천장으로 고개를 들었다.
“판데모니엄의 악마가 나타나도, 광익공 나설 일 없이, 임신한 백설희가 분신으로 나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게 할테니까 걱정하지 마. 너희도 좀 도와주면 좋고. 음…윤지야?”
“네?”
“허락 받으면, 언니가 사람 소개시켜줄게. 이능력 관해서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그리고 너희들이 S+급에 오른다면….”
히죽.
“나, 진짜 육아휴직 낼 거야. 이 나라 떠나지 않고, 모두가 걱정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