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8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81화(282/668)
“저는 그냥 가능성을 제시한 것 뿐입니다?”
태조는 폭탄을 던지고 밖으로 나왔다.
자신이 회의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자, 안에서 격한 반응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
당연하겠지.
아무리 이능력자에 관해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태조가 터뜨린 폭탄이 그렇다.
백설희와 태이린이 사귄다?
그냥 사귀는 걸 넘어, 백설희가 유부남으로 연막을 펼치며 태이린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숨기려고 한다?
임신을 백설희가 한다고 하니, 남자 역할은 그러면 태이린?
“큭.”
회의실을 순식간에 혼란에 빠뜨렸으나, 태조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표정을 바꿨다.
삐비빅.
그리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생각보다 통화음은 오래 걸렸고, 태조는 느긋하게 스마트폰을 든 채 복도를 걸으며 상대가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
[아아,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너 설희 누나랑 애 낳을 거라고 했음.”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짓을 저지른 건데?]“그게.”
태조가 상황을 설명하자.
[고소할 거야. 언니에 대한 명예훼손으로.]태이린은 바로 정색했다.
“네가 아니라 설희 누나 쪽이야?”
[당연하지. 아니, 어떻게 그런 질 나쁜 농담을 할 수 있어? 응? 미친 거 아냐?]“미치긴했지. 하지만 이걸로 ‘내 생각’을 덮을 수 있었다고.”
태조는 화장실로 향했다.
“나, 설희 누나가 이야기한 불륜남이 누군지 알 것 같아.”
[…누군데?]“너한테만 이야기하는 거야. 잘 들어, 동생.”
자신을 따라오던 이들이 뒤에서 화장실 앞을 지키는 가운데, 태조는 화장실 변기칸 앞의 센서에 손을 올렸다.
쏴아아.
“…도깨비.”
물 내려가는 소리 속에, 태조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오빠, 미쳤어?]“아니, 정상이야. 투신도 아니다. 척준경도 아니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만나면 그렇게 지지고 볶고 싸우는 사람인데 도깨비 아이를 임신한다고?]“어허. 목소리 낮춰라. 내 목소리보다 네 목소리가 더 커서 어디 새어나갈라.”
태조는 적당히 발걸음을 옮긴 뒤, 세면대의 물을 틀며 소음을 만들어냈다.
“너, 누나랑 혹시 도깨비에 관한 이야기 해본 적 있어?”
[…임무로 같이 다닐 때 말고는 딱히?]“한 번 그 때 이야기할 때 표정이랑 몸짓 봐봐. 그럼 알 걸? 동생아. 네가 여자지만, 여자에 대해서 내가 더 잘 알아요.”
태조는 손을 뒤로 빼냈다.
“그 사람 이야기 할 때면 안 그런척 하지만, 눈에 완전 하트 뿅뿅 흘러나오더라? 흐흐흐. 마음이 드러나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능력자가 있으면, 얼음장같은 사람이 그 사람 이야기를 할 때마다 주변에 하트빛 아우라가 흘러나오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걸?”
[하이고. 그래서 님은 그렇게 여자를 잘 아셔서 도깨비라는 걸 알아차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또 하나 단서가 있긴 한데….”
곧 물줄기가 쪼르르 사그라들었다.
“나중에 오늘 대련한 거, 데이터로 보내줄게. 직접싸워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그래도 모르면 나도 어쩔 수 없고. 크으, 내가 진짜 네가 동생이니까 알려주는 거다.”
[…심각한 거 아냐? S급이라고는 해도, 빌런의 아이를 낳으려는 건데. 빌런으로 타락할 수도 있어.]“글쎄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걸. 내가 그 때 봤던 걸 생각하면 무조건이야.”
태조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굉장한 걸 알아버렸네. 뭐, 그래도 괜히 떠벌리고 다니면 안 되는 거 알지?]“그러니까 누구랑 엮은 거 아냐. 개드립치는 척 하면서.”
[개드립이 아니라 절반 정도는 나 엿 먹이려고 진심으로 말한 거면서.]“절반은 아니고, 한 30%.”
[이게 진짜. 됐어. 오빠 발라버린 이선 언니랑 지금 카페 가기로 했으니까, 어디에다가 떠벌리지 말고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 괜히 논란 만들지 말고.]“내가 무슨 논란을…야, 야!”
뚝.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아, 씨. 물어볼 거 있었는데.”
태조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밖으로 나왔고, 그대로 휴게실로 향했다.
끼이익.
“…응?”
“왔어?”
방 안에는 백설희 한 명 뿐이었다.
그녀는 태연하게 스마트폰을 조작했으나, 태조는 그녀가 무언가를 보다가 황급히 꺼버린 걸 직감했다.
뭔가, 데이트 영상이라도 보던 걸까.
CCTV와 정면이지만, 스마트폰 각도가 CCTV 카메라의 각도와 맞지 않으니 분명 사진 같은 걸 훑어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형이랑 누나는요?”
“투신이랑 뇌제는 내 분신이랑 2:1로 싸우러 갔어.”
“…직접 안 가보셔도 돼요?”
“이 정도 거리에서는 분신 컨트롤 충분히 가능해.”
“와, 대박. 저도 혹시 가능할까요?”
“너는…모르겠네. 너는 강철로 분신을 만들면 되겠지만….”
“그, 누나.”
태이린에게 상담을 하고 물어볼까했으나, 태조는 휴게실에 더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혹시 나중에 누나가 아이 낳으려고 하는 그 형님, 한 번 만날 수 있을까요?”
“…네가 만나서 뭐하려고?”
“한 번, 검증받아보고 싶어서 그런 거죠. 제 지금 실력을.”
한 번, 다시 만난다면 전력으로 붙어보고 싶을 뿐.
“내가 이능력자라고 얘기도 안 했는데, 그게 무슨-”
“…….”
“……뭐야? 왜 눈을 그렇게 떠?”
“그냥요. 아 참. 누님, 저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뭔데.”
“도깨비 말이에요.”
태연하다.
“응.”
“판데모니엄의 악마를 둘이나 쓰러뜨렸잖아요.”
“응응.”
하지만 도깨비를 언급한 순간.
“좀, 굉장한 것 같아요. 악마가 나쁜 짓을 하면 바로 제거해버리는 게.”
“…뭐, 판데모니엄의 악마는 아무래도 좀 예외라고 해야할 부분이 있으니까.”
“그렇죠? 저, 이번에 한 번 도깨비 모습 따라해볼까요? 그 뭐냐, 신의 안식처 섬으로 들어갈 때 모습처럼. 되게 멋있던데.”
“그게 뭐가 멋있다고.”
도깨비를 칭찬한 순간을 보라.
“차라리 네가 아까 전투 중에 헤세드 드라군인가 그거 따라한 거, 한 번 그걸 본격적으로 파보는 건 어때?”
“에이, 미래에서 왔다는 정체불명의 놈들보다는 도깨비 거를 훔쳐서라도 배우는 게 더 낫죠. 완전 이능력보따리잖아요.”
“……뭐, 그건 인정. 그런데 너, 도깨비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빌런으로서는 싫어해도, 이능력자로서는 개인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마도 추측이지만, 백설희가 도깨비에게 품은 마음을 스리슬쩍 떠본 순간.
“…그러게. 빌런만 아니면 참 괜찮은 인간일텐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하지만, 연애박사 아머드 태조(17세)의 눈에는 다 보인다.
“언젠가 도깨비 한 번 만나면 물어나보고 싶네요. S급 판독기가 진짜 S급으로 평가받으려면, 어떤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지.”
“빌런이 그런 걸 가르쳐주겠어?”
“음…. 돈이라도 줘야하나?”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도깨비에 관한 이야기를 할수록 백설희는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고 있다.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이 아니라면, 입도 뻥긋하지 않으니까.
“아 참. 너 이린이랑 나랑 엮어서 이상한 소리했더라?”
“…….”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 마.”
“죄송합니다. 그냥 어르신들 머리아픈 것 같아서.”
“그런 소리 하면 너도 똑같은 소리 들을 수 있어.”
“…….”
태조는 등골에 서늘한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하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렇죠? 죄송합니다, 누님.”
“……왜 그래? 아, 혹시 그런 쪽 이야기는 또 불편해? 미안. 그런 줄은 몰랐어.”
“아닙니다. 제가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 당해도 싸죠. 하하하….”
태조는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누님. 하나 또 궁금한 게 있는데요.”
“또 뭔데?”
“…도깨비랑 광익공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너는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해?”
“음, 도깨비?”
“…….”
광익공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는 백설희를 보며, 태조는 묵묵히 커피를 들이켰다.
속에서 올라오려던 뭔가를 애써, 억누르려는듯.
* * *
유미르에게 기술 전수가 어느정도 끝나고 난 뒤.
나는 부산으로 향해 광익공을 만났다.
“오, 진짜로 왔네?”
“최근에 좀 자주 만나는 것 같은데. 애국하기도 바쁜 사람을 왜 자꾸 오라가라야.”
“경과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따로 이야기할 것도 있어서.”
“마나도 제대로 회복 못해서 실시간으로 죽어가는 놈이 무슨. 너 이렇게 나 한 번 만날 때마다 수명 사흘은 써야 할 걸.”
“형이랑 만나는 하루면 사흘 충분히 쓸만하지.”
“…….”
그냥 대화를 하지 말까.
이 남자가 하는 말이 전혀 그런쪽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듣는 귀와 판단하는 뇌가 자꾸만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 뇌가 썩은 거겠지만, 그런 쪽으로 피폭을 당해서 그런 거겠지만, 그래도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광익공에게도 문제가 있다.
“유미르한테 전하는 건 어떻게, 잘 되어가?”
“물론. 앞으로 3개월 정도만 훈련하면 제대로 광익공을 흉내낼 수 있을 거다.”
“3개월….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겠어.”
“너, 혹시 월드컵 때문에 그러냐?”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이능력자 월드컵.
국가대항전이라고도 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주인공이 자기 힘을 과시하기 위해 마련된, 남자 히어로들의 콧대를 꺾고, 여자 조연 히로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하려는 장치.
“아무리 스노우화이트라고 해도 세계 행사에 광익공 대신 나서기는 좀 그렇지.”
“그런 이유 때문에 형보고 광익공 대신 해달라고 한 건 아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해줬으면 하는 거 아니냐.”
“…그건 그래.”
그곳에서 광익공은 ‘건재함’을 과시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 부른 이유는?”
“형. 이거 줄게.”
광익공은 품에서 무언가를 건넸다.
“이거 뭔데?”
“대포폰.”
“……뭐?”
“내 이름으로 개통된 스마트폰이야. 아직 사망처리 안 되었으니까, 내 서브폰인셈이지.”
“이걸 나한테 왜 주는 건데?”
“그건.”
광익공은.
“내 이름으로 이능력자들 교정 좀 해달라고. 이능력자들의 발전을 위해서.”
진심이었다.
“광익공이 이능력에 대해 훈수두면 다들 그러려니 할 거 아냐. 세계 최고가 훈수를 하는 건데, 꼬와도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그러니까, 나보고 이 나라 이능력자들을 위해 훈수나 두는 자가 되어라?”
“그래. 윤이선 키우고, 유미르가 반 년도 되기 전에 광익공처럼 할 수 있게 해주잖아. 형이 이 나라 이능역자들을 위한 훈수충…아니 이능력 컨설턴트가 되어줘.”
“……그걸로 나한테 돌아오는 이득은?”
“S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설희 누나가 빨리 은퇴할 수 있지 않겠어?”
“그걸로는 부족한데.”
“하나 더 이야기를 하자면.”
광인공은 스마트폰을 손으로 두드렸다.
“이 폰에 만들어둔 스위스 계좌에 2천억 넣어뒀어. 착수금이야. 형 가져.”
“…….”
의뢰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