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8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82화(283/668)
광익공은 죽었다.
그러므로 광익공을 대신할 후계자가 필요하다.
빌런에게 살해당하기 직전, ‘살려줘요 OOO’이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 수 있는 자를 광익공 말고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 있는 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럴만한 후계자는, 광익공이라는 ‘언터처블 히어로’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광익공이 워낙 강하기도 하지만, 그가 보여준 정의감은 누구보다도 훌륭하고 위대한 것이었으니.
그렇다고 마냥 만년 2인자였던 존재가 1인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 작품이 하나 있었다.
2인자는 항상 도전받기 마련.
그리고 2인자는 1인자의 자취를 따라가고자 했으나, 2인자가 1인자가 되었다고 해서 1인자의 위명을 지켜내지는 못했다.
광익공은 불패.
1인자는, 세계 최강의 히어로는 결코 패배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는 히어로이며, 그렇기에 전 인류에게 희망을 준다.
-광익공이 왔다!
세계 반대편에서 빌런이 날뛰어도, 세계 최강의 히어로가 오면 사건이 해결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현재, 한국에 있는 S급 7명의 상태를 파악하자면 어떠한가?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나마 스노우화이트-백설희가 광익공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
-만약에 광익공이 죽었어. 그럼 다음 최강은 누구야?
-일단 여러 후보는 있지만, 당장 한국에는 스노우화이트가 있지.
-스노우화이트라. 확실히 그녀라면 한국 최강의 히어로를 노릴 수 있겠군.
그녀의 이능력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으며, 앞으로 조금 더 이능력 향상에 집중한다면 광익공과는 다른 의미에서 이 나라의 수호자가 될 터.
-그런데 스노우화이트, 도깨비한테 한 번도 이긴 적 없잖아?
문제가 여기에서 발생한다.
-도깨비랑 싸워서 확실히 이길 수 있어?
-광익공도 도깨비랑 한 번도 안 붙었는데, 모르는 거 아니냐?
-야. 도깨비가 광익공 이길 수 있었으면 진작에 싸워서 이겼겠지. 그리고 한국 정복했을테고.
그런 건 아니다.
도깨비가 광익공을 살려둔 건 낙하하는 운석을 상대로, 그 운석을 부른 자를 상대로 버드미사일을 날리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결사에서도 광익공 죽이면 자기들이 세계정복을 하는데, 왜 지금까지 광익공 살려두겠어.
결사가 광익공을 살려둔 건 광익공이 제거되었을 경우, 세계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니 귀찮아지는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광익공이 사라진 세계보다, 광익공이 존재하는 세계가 더 평화로우니까.
그걸 광익공도, 결사도, 그리고 백설희도 알고 있다.
-나 임신할 건데요.
그러나 백설희는 광익공과는 다른 존재였다.
-광익공이야 1시간 정도 열심히 몸 쓰면 애국할 수 있지만, 저는 10개월 동안 비전투요원으로 빠져야 한다고요.
그녀는 여자였고, 아이를 가지기를 바라고, 어머니가 되기를 바라고, 한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길을 선택했다.
-설마 저보고 광익공 자리 대신하라는 건 아니죠? 이능력자로서는 어떻게 해볼 수 있겠지만, 저는 여자인데요? 아이 낳아야 하는데요? 이러다 나이 들어서 20대 후반, 아니 30대가 되어서 아이를 낳게 된다면 당신이 책임질 건가요?
엄밀히 따지자면 옆에서 하도 연애해라, 결혼해라, 애 낳아라 부추기는 바람에 그 반항심과 일탈이 불륜임신이라는 방향으로 발전되었지만, 그 누구도 백설희를 탓할 수는 없었다.
-당신들이 나보고 자식 낳으라고 해서 낳으려고 했더니, 이제는 나보고 광익공 자리를 대신하라고? 그러다가 임신이 안 되거나 아이 낳는데 잘못되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야?
그 누구도 백설희에게 함부로 말할 수 없었으니까.
-세계 최강과 평화의 상징이 되기보다는,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고 싶어요. 아, 아니다. 이왕이면 세쌍둥이, 아니면 삼남매.
백설희가 싫다고 하면 싫은 거고, 명분은 백설희에게 있었으니까.
-아니, 그래도 애국자로서….
-그래서 애국하겠다고 하는데 왜 방해인 거죠? 출산이야말로 이 저출산 시대에 진정한 애국자가 되는 길 아닌 가요?
-아니, 그래도….
-설령 대통령이 와도 나의 육아휴직을 방해할 수는 없어요.
와 같은 일이 벌어지리라.
“…설희 누님의 현 상태에 대한 내 생각이야. 즉, 설희 누님은 지금 광익공의 자리를 대체할 수 없어.”
물론, 여기까지는 미래에 대한 광익공의 가정.
백설희가 실제로 이렇게까지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녀도 아이가 생기면 아이를 위해 지금까지의 삶을 바꿔나갈 것이다.
“세피로트 기사단이든 뭐든 광익공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 광익공을 대신해 진짜로 다음 세대가 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해.”
고로, 키워야 한다.
“여자는 임신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남자는 그런 변수가 없잖아.”
이능력자 중에서 제법 똘똘한 녀석을, 그리고 국가를 위해 광익공과 같이 헌신할 수 있는 녀석을.
“나는 이왕이면 형이 여자보다는 남자를 더 키워줬으면 좋겠어.”
“…….”
“형, 혹시 남자보다 여자가 좋아서 그렇다는 건 아니지?”
나는 광익공의 제안에 표정관리에 실패했다.
“세계 최강이 남자여야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육아휴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야. 아무래도 아이 때는 어머니가 아이 옆에 있는 게 더 나으니까.”
유교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광익공의 말은 일견 타당해보였다.
“어머니는 집에서 아이를 기르고, 아버지는 밖에서 히어로로서 활약한다. 아무래도 아기 때는 어머니 쪽에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으니까, 이건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까 여자는 집에서 애나 봐라?”‘
“성차별적인 말이 아니라, 나는 형이 설희 누나랑 앞으로 있을 일들을 배려해서 하는 말이라고?”
광익공은 내 앞에 놓인 자신의 대포폰을 가리켰다.
“잘 생각해봐. 형이 앞으로 이능력자를 키운다면, 남자가 편하겠어, 아니면 여자가 편하겠어?”
“내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여자지?”
“음.”
단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여자가 더 편한다.
“백설희, 유미르, 윤이선. 이 셋만 하더라도 형은 이미 여자 이능력자를 키우는 실력을 입증했어. 설희 누님은 도깨비의 전투 스타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분신까지 익혔고, 유미르도 광익공의 기술을 습득하고 있지. 심지어 윤이선은 A급이었던 친구를 S급으로 만들었잖아.”
그리고 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들을 몇 단계 더 강하게 만들어줬다.
“그냥 그 사람들만 그래? 결사의 간부들만 하더라도 형의 영향 덕분에 새로운 이능력을 개발하고, 또 그 사람들끼리 기술 교류를 하면서 서로 기술 배웠던 것 같던데? 유미르가 쓰는 공간이동, 궁기 누님도 배운 거 아냐?”
“도올도 익혔다.”
“그 누님은 그냥 고속이동인 줄 알았더니, 공간도약까지 익혔네. 하여튼 이거 봐봐. 형이 여자 이능력자들 상대로 기술 가르치는 거, 다른 누구보다도 더 잘 할 수 있어.”
“네가 바란 건 남자 이능력자의 육성 아니었나?”
말하는 게 꼭 여자 이능력자를 집중적으로 키워주기를 바라라는 눈치다.
앞뒤가 맞지 않다는 건, 분명 그 사이에 연결고리가 될 해결책이 있다는 것.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해.”
광익공은 테이블 위에 그림을 하나 그렸다.
“광익공의 이름을 쓴다고 해서 꼭 한 사람이 컨설팅을 하라는 법은 없지. 형이랑 나랑 둘이서 컨설팅을 하는 거야. 여기에 있는 어플을 이용해서.”‘
“이게 뭔데?”
“[금빛날개].”
광익공을 상징하는 황금의 날개가 좌우로 펼쳐져있는 어플이 보인다.
“여기에 등록한 이능력자에 대해서, 광익공이 이능력에 관해서 컨설팅을 하는 거야.”
“…….”
“등록한 사람들에 대한 컨설팅은 주로 내가 할 거야. 형은 여자 이능력자, 그 중에서 S급이 될만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케어해줘. 그게 남자든 여자든 신경쓰지 않겠지만, 이왕이면 남자 애들 상대로도 좀 케어해주고.”
“그러니까.”
이제야 확실해졌다.
“이 어플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 이능력을 돌봐주면서, 나보고 싹수가 좋은 녀석들만 골라서 S급으로 만들어줘라?”
“응.”
“그렇게 하면 착수금 2천억에 따로 수당이나 그런 걸 나한테 돈으로 주겠다?”
“응.”
“내가 그렇게 쉬워보이나?”
“형.”
내가 날을 세우자, 광익공은 목소리를 낮추며 아래를 가리켰다.
“이 제안, 형한테 하는 거 아니야.”
“…뭐?”
“형을 항상 지켜보고 있을, 이 상황도 알고 있을 회장님한테 하는 거지.”
“…….”
“형이 S급으로 만들, 혹은 S+급으로 만들 사람들에 대해서 결사로 영입하는 거 신경쓰지 않을게. 그 대신, 확실하게 S급을 늘려줘. 태조한테는 미안하지만, 태조가 한 30등까지 밀려나갈 정도로. 아니면 태조 다음가는 S급 판독기를 만들어도 좋고.”
“허….”
반 년.
광익공이 죽고나서 반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이제와서 이런 걸 하는 이유는 뭐지?”
“형도 변했으니까.”
“뭐?”
“작년의 형은 왠지 모르게 다 죽여버릴 기세였거든.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
“…달라졌다?”
“응. 세상을 지켜야 할 이유가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그걸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기도 하고.”
광익공은 나를 빤히 바라봤다.
“다크 히어로도 히어로는 히어로잖아. 안 그래?”
“…글쎄다. 나는 빌런이라서.”
히어로가 아니다.
빌런이다.
“너처럼 좋게좋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닐텐데, 괜찮겠나?”
“괜찮아. 원래 당근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도 있어야지.”
“배드캅 굿캅 전략인가.”
굿캅은 당연히 광익공.
배드캅은 당연히 나.
“네가 장점을 피드백하면, 나는 단점을 지적하는 거군.”
“그래. 내가 광익공이라면, 형은 이제 ‘흑익공’이 되는 거야.”
“…….”
잠시 등골에 오한이 들었다.
“형. 이거 잘만 되면 말이야, 형네 회장님이 되게 좋아할 걸?”
“하…. 어이, 김진호.”
나는 광익공의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내가 돈만 주고, 또 총수가 좋아한다고 이런 귀찮기 짝이 없는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나? 유감이군.”
“……어?”
광익공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든다.
마치 생각하지도 못한 대답을 들었다는 것처럼.
“거절…하는 거야?”
“잘 들어.”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광익공에게 겨눴다.
“나는 이런 일에 있어, 남자라고 차별하지 않는다.”
여자만 키우는 건 아니다.
“누구부터 해볼까? 태조? 척준경? 투신? 아니면 광익공? 그래, 너부터 이야기해볼까?”
결코.
“네 금빛날개는 전혀 스윙하지 않아.”
“…컨설팅 시작이야?”
“그래. 일단.”
나는 광익공의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뒤, 내 태극워치를 눌렀다.
“겸직허가부터 받고.”
“…….”
“뭐. 왜. 나 회사원이야. 회장님 허락받고 프로젝트 진행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