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8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86화(287/668)
백설희는 히어로지만, 동시에 현재는 아카데미 교수다.
아카데미의 학부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했고, 계절학기 같은 게 없는 그녀에게 방학은 세 가지 활동이 가능한 시간이다.
하나는 히어로로서 활동할 시기.
아카데미에서 후진양성에 힘을 쓰던 건 약 15주차 가량으로 충분히 진행했으니, 2학기 개강 전까지 부산에서 히어로로 활동하는 게 하나의 활동이다.
또 하나는 아카데미 중등부, 고등부에서 교사로 활동하는 것.
성인들을 대상으로 충분히 그녀는 잘 가르쳤지만, 그녀의 가르침을 바라는 중고등학생들도 상당히 많다.
아카데미 대학부 학생들이 독식하던 백설희의 시간을 이제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중고등부에서는 백설희에게 특별강사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마지막 하나는 아카데미 학부생들이 그러하듯, 말 그대로 ‘방학’을 즐기는 것.
개인 연구도 연구지만, 아카데미 2학기가 시작될 때까지 백설희 개인을 위한 시간을 즐기는 것.
히어로로서 활동하는 거야 언제든지 이능력을 활용하여 나서면 그만이니, 평소에는 아카데미 교수 15주차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하면 된다.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
1~2분기에 실시간으로 보지 못하고 밀린 영화나 드라마를 몰아서 본다거나.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한다거나.
애국한다거나.
학부생들의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그녀는 방학을 학수고대했다.
정부의 사람들을 상대로 어떤 선전포고도 날렸으니, 백설희는 모처럼 2학기가 시작되는 9월 1일까지의 약 2.5개월 가량의 시간-그것도 ‘여름’을 누군가와 함께 보낼 생각에 몹시 기뻤다.
그러나 그녀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있었으니.
“백설희 교수. 여름학기를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에게 임무 아닌 임무가 주어졌다.
“여름학기라뇨. 추가 수업을 만들어서 진행하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총장실에 따로 불려온 백설희는 자신의 앞에 앉은 총장이 건넨 자료의 내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서 추천자만 따로 모아서 특훈을 한다는 말씀, 지금 제가 잘못들은 건가요?”
“정확히 이해하셨습니다, 백설희 교수.”
“…추천자는 누구죠?”
“그건 이제부터 한 명 한 명 살펴봐야지요. 껄껄.”
총장은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방학이라는 것은 그냥 노는 기간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놓을 방. 학문 학. 말 그대로 학문을 잠시 내려놓는다는 것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배움의 현장에서 떨어졌을 때의 이야기. 학문에 대한 수양은 계속되어야 하며, 이능력자는 이능력을 더 수양할 필요가 있지요.”
“…그게 제주도에서의 특훈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선배 히어로로서 후배들에게 이능력을 사용하는 법을 좀 더 밀도있게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하.”
잠시 한숨이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왔다.
이미 내뱉은 불쾌함을 회수할 수는 없으니, 백설희는 표정을 풀지않고 대놓고 싫은 티를 팍팍 내기 시작했다.
“혹시 대통령님께 뭐 들은 거 없어요?”
“대통령님이요…?”
“예.”
“죄송합니다. 아직 백설희 교수에 관해서 뭔가 들은 바는 없습니다.”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총장은 흠칫 놀랐지만, 그저 당황하기만 할뿐이었다.
“제가 꼭 가야하는 일인가요?”
“정부와 히어로 협회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습니다. 백설희 교수가 없으면 이번 여름학기, 특별수업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저 하나 없다고 그런 일이 발생하나요?”
“예.”
“…….”
답답하다.
숨이 막힌다.
그냥 ‘나 안 해’라고 하기에는, 총장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교육계획이 너무나도 이상적이고 모범적이었다.
그러니 다른 부분으로 트집을 잡는다면….”
“아카데미 인원 전체가 아니라, 소수정예로 가는 건 조금.”
“형평성에 어긋난다? 그것도 추천제로?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백설희가 하고 싶은 말을 총장이 스스로 언급했다.
마치 이미 백설희가 내세울 반발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혹은 누군가에게 그런 반발을 들었다는 듯 총장은 바로 되받아쳤다.
“이해합니다. 이 계획을 짜는 순간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여기에 있는 리사라 교수에게도 한 소리 들었습니다. 하하.”
“제가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씨알도 먹히지 않아요.”
백설희의 옆, 피부가 상대적으로 가무잡잡한 미녀 교수-리사라는 앞에 놓인 자료를 들었다.
“궁극적으로, 총장님께서는 이번 국가대항전에 총력을 다하시려고 하시다보니.”
“국가대항전은 S급들의 대결이잖습니까.”
“S급이죠. 하지만 국가대항전 전에 S급이 늘어난다면 이야기는 또 다르지 않겠습니까?”
“…설마.”
백설희는 총장의 눈을 훑으며, 그의 생각을 읽어냈다.
“윤이선 학생과 같은 경우를 찾아내려고 하는 겁니까? A급이었지만, 급격한 성장을 통해 S급으로 성장하는 그런 케이스를?”
“물론입니다. 이선 학생처럼 새로운 S급이 생긴다면, 당연히 국가대항전에 나갈 수 있는 이능력자의 수도 늘어날 터. 이는 곧 국익을 위한 일이며, 애국을 위한 행위입니다.”
“…….”
국가대항전을 위해.
“더 많은 S급이 있으면 더 많은 우승자가 생겨날 터. 아머드 태조가 S급의 수문장을 하고 있지만, 윤이선 학생과 같이 아머드 태조를 꺾는 학부생들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우승해야 합니다. 아카데미 소속의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참가 가능한 S급의 수를 늘린다는 것은 곧 우승할 가능성을 높여보겠다는 것이며, 곧 한국의 우승을 위해 교육과정을 바꾸는 것도 서슴지 않겠다는 뜻.
“아카데미 학부생들의 방학을 빼앗아 훈련 기간으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국가대항전을 위한 이능력자를 키우겠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원하고 있습니다.”
“누가요? 대통령님이?”
“아니오. 그보다 더 한 존재.”
총장은 검지를 천장을 향해 들었다.
“국민이 그걸 원하고 있습니다.”
“…….”
“대통령님도 원하시겠죠. 뿐만 아니라, 여야할 것 없이 모두가 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국가대항전-아니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건 중요한 문제. 그것도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한국이 우승하지 못한다? 아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협회장은 종이로 인쇄된 자료 중 하나를 꺼내 테이블 가운데에 놓았다.
“지금 전 세계에서 국가대항전 준비를 위해 개인훈련에 들어간 S급 히어로의 수만 무려 50명이 넘습니다. 그들 중 한국 출신, 매국자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요.”
“매국자라고 하는 건…!”
“타국으로 망명하거나 국적을 바꾼 자를 두고 매국자라고 하지, 애국자라고 하겠습니까? 백 교수. 그들은 백 교수를 배신한 자들입니다. 국가를 배신한 자들입니다. 그런 자들을 옹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지금 저랑 다투자는 건가요?”
백설희가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자, 총장은 순간 말을 멈췄다.
“그런 건 아닙니다. 단지 그런 자들이 우승하는 건….”
“저나 광익공이 우승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당연히 우승하시겠죠.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할 겁니다. 하지만 두 분만 성과를 내서는 아니될 겁니다.”
총장은 광기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1등부터 8등, 아니 S급이 30명이 있으면 1등부터 30등까지. 모두 한국인이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줄을 서야 합니다.”
“…….”
“한국의 S급 등급은 곧 전 세계 S급 등급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숫자가 고작 8명인 게 아니라, 더 늘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낸다!”
총장의 눈동자는 열의로 가득 타오르고 있었다.
“한국 내에서의 서열정리가 곧 전 세계 히어로들의 서열 정리가 될 수 있게, 8강전 뿐만 아니라 16강전, 32강전도 모두 태극기가 펄럭일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
백설희는 조용히 눈을 감아버렸다.
…
…
그리고.
번쩍.
눈을 떴다.
눈을 뜬 곳에는 아는 남녀가 함께 침대에 달라붙어있었다.
“어, 왔어?”
“어서오세요, 언니.”
두 남녀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맞이했지만, 백설희는 분신을 조종해 바로 둘을 덮고 있던 이불을 당겼다.
“와아.”
백설희는 바로 짜증이 일었다.
“누구는 지금 갑자기 짜증나는 일이 생겼는데, 둘은 지금 오붓하게 애국하고 있었네?”
“같이 할래?”
“비켜드릴까요?”
“…….”
도지환의 제안에 백설희는 잠시 짜증이 일었지만, 금방 기분이 풀렸다.
“총장 만나는 중이야. 총장이랑 금방 이야기 끝낼 거니까, 여기 금방 올게.”
“제가 데리러갈까요?”
“도착한 뒤에 문자할테니까, 내 방으로 와줘. 지금은 총장실이야.”
“총장이 뭐 기분나쁜 이야기했어?”
“나보고 여름학기 만들어서 제주도 특별훈련 캠프 만들라는데. A급이랑 B급 대상으로.”
백설희는 분신을 통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두 남녀는 심각하게 백설희의 말을 들으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언니.”
“응, 미르야.”
“캠프 시간에 맞춰서 제주도 한 달 살기 같은 거 어때요?”
“……와주는 거야?”
“그거, 지금 언니 빼도박도 못하게 된 것 같은데. 선생님, 어때요?”
“제주도보다는 울릉도가 더 좋긴 한데…어쩔 수 없지.”
도지환은 백설희를 향해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제주도에서 한 달 지낼 숙소 찾아볼테니까, 일단 알았다고 해. 그리고 돌아와서 자세하게 이야기하자.”
“…응.”
백설희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총장실.
“그, 백설희 교수…?”
“좋아요. 그 대신, 조건이 있어요.”
백설희는 손가락으로 종이를 튕겼다.
“이거 하는대신, 2학기는 저 휴직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