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89)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89화(290/668)
새벽.
아침이 밝았다.
나와 유미르는 부산역 인근 지하 주차장에서 당사자들과 ‘바꿔치기’를 했고, 당사자들은 곧장 변장을 한 채로 결사의 요원들이 탄 차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어때, 전영희 씨.”
“이름 외우기는 쉽겠습니다, 현철수 씨.”
나와 유미르는 경호팀의 일원이 되었다.
나도 유미르도 변장한 이들의 모습이 되었고, 이능력의 힘을 이용해 완전히 모습을 바꿨다.
“그, 마력으로 주변에 결계치고 이야기할 때는 평범하게 이야기해도 되지 않나요?”
“안 돼. 철저하게 행동해. 그게 요원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야.”
유미르는 검은색으로 머리칼을 염색하고 얼굴도 이능력으로 바꿨음에도, 둘만 있을 때면 유미르와 도지환으로 있기를 바랐다.
아직 어색해서 그런지, 아니면 앞으로 계속 전영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싫어서 그런지.
“그래도 둘이 있을 때 만은. 전영희 씨랑 현철수 씨, 연인사이라면서요.”
“연인관계라도 둘 다 프로페셔널한 관계야. 임무 큰 문제 없이 정리되면 당사자들한테 자리 돌려줘야하니까, 괜히 평판 까먹지 말자고.”
“이참에 저희가 기정사실로 만들어주는 건 어때요? 대놓고 애국한다는 소문 퍼뜨리면….”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아얏.”
아니면 나와 둘이 있는데 애국할 수 없는 것이 불편해서 그런 걸지도.
“경호원이면 경호원답게, 프로답게 행동해. 경호원으로 행동하는 거, 아카데미에서 배웠잖아.”
“E급이라는 이유 만으로.”
유미르는 E급이었다.
지금이야 D급으로 등급이 올라갔지만, 아카데미 초반부에는 E급으로 그에 맞는 교육을 들었다.
그리고 아카데미에서는 E급 학생에게는 사회에 나갔을 때, E급이 하기에 적절한 훈련을 미리 교육한다.
경호업무가 그렇다.
“내가 선배, 네가 후배. 그리고 또 한 명 들어오는 녀석은 ‘블랙’. 이렇게 셋이서 한 팀이니까, 어색해 할 필요 없어. 알겠지?”
“어라? 넷 아니었어요?”
“현장에서 바뀌었다더라. 방금 차에 타기 직전에 전달받은 거야.”
“으으, 변수가.”
별로 걱정되지 않는 변수일 뿐.
오히려 편하다.
“괜히 ‘블랙태조’의 모습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알겠지?”
“으으, 선입견 때문에 이상할 것 같은데.”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해라. 그럼, 슬슬 합류한다.”
“히잉.”
유미르가 징징거리기는 하지만, 나는 그녀가 이전에 히어로 협회의 요원으로 나섰을 때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유미르는 실전파다.
프로답게 행동할 것이며, 결코 트롤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가지, 영희 씨.”
“네. 선배님.”
차에서 내려 다시금 슈트를 확인한 뒤, 바로 ‘경호팀’에 합류했다.
“현철수. 전영희. 둘이 뭐 차에서 키스라도 하고 왔나?”
“죄송합니다, 팀장님.”
“아니야, 아니야. 그냥 농담한 거다. 너희들 말고는 다들 긴장한 것 같으니.”
경호팀의 팀장, 박태식은 킬킬거리며 뒤에 있는 다른 경호팀원들을 가리켰다.
“소개하지. 미스터 K. 일단 이름은 ‘김태식’.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국정원이다.”
그들은 명백히 한 명을 의식하고 있었고, 그 한 명은 다른 요원들과 같이 검은 선글라스를 낀 ‘흑발 청년’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두 분.”
유미르가 흠칫 놀란다.
나도 조금 놀란 것이, 우리가 알고 있던 경박하고 애국 좋아하는 청년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울렸으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SA 상황이 아니라면, 현장에서는 우선 제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누가봐도 국정원에서 나온 요원 같다.
아니, 원래는 국정원 블랙 요원이라고 하면 저기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기자나 일반인처럼 복장을 갖추기 마련이지만, 지금의 태조는 마치 한국 범죄 영화 속 시설 내부에서 활동하는 국정원 요원을 빼다박았다.
“그럼, 바로 각자 구역으로 이동하자고.”
“예. 그럼 열차로 가시죠.”
경호팀과 함께 단체로 이동하기 무섭게, 하나둘 각자 위치로 사라졌다.
“현철수 씨. 혹시 이번 임무, 자원하신 겁니까?”
그리고 모두가 사라지고 우리 ‘팀’만 남고 나니, 김태식-태조가 조심스럽게 묻기 시작했다.
“예. 국익을 위해 나섰습니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듣자하니 두 분, 올해 결혼을 앞두고 계시다던데.”
“국가를 위한 일이니까요.”
“…알겠습니다.”
김태(조)식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옆에 따라붙었다.
“그렇다면, 두분에게만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경호팀은 개성까지 갈 것이며, 저를 비롯한 두분은 극소수의 인원과 함께 더 북쪽으로 올라갈 겁니다. 신의주까지.”
“…….”
유미르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내가 이전에 이야기한 지역과 다르지 않냐는 눈빛이었지만, 다행히 태조는 그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럼, 이야기에 앞서. 두분은…혹시.”
태조는 우리와 함께 현장으로 향하며, 자신의 손목에 있는 태극워치를 두드렸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금이 필요한지, 혹시 아십니까?”
* * *
그 시각, 하얼빈.
허름하고 낡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진 거리.
콘크리트 벽은 금방이라도 갈라질 것처럼 금이 쩍쩍 나있고, 거리에는 쓰레기만이 널브러져있다.
쓰레기가 아니다.
쓰레기 더미처럼 보이는 걸로 자신을 뒤덮고 있는, 거적데기와 신문지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노숙자가 늘어져있다.
“으어, 으어어….”
그들의 행동은 마치 좀비와도 같았으나, 현대에 좀비가 있을리 만무.
악마는 존재하지만 아직 좀비가 등장하지는 않았으니 좀비가 존재할 리는 없지만, 그들은 분명 좀비처럼 행동이 굼뜨고 아무런 목적도 없이 같은 행동만 반복할 뿐.
별 건 아니다.
그저 약에 취해있을 뿐이며, 그 약이 아편일 뿐.
“흐흐, 위대한 수령 동지….”
혼잣말로 헛소리를 내뱉으며, 초점은 현실이 아닌 허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이들이 거리에 가득한 가운데, 검은색 차량 여러 대가 거리를 가로질러 한 창고로 향하고 있다.
끼이익.
차가 멈추며 문이 열리자, 안에서 금발 여인들이 안에서 내렸다.
전부 검은 정장을 입고 있고, 선글라스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허리에는 다들 검을 차고 있었다.
권총을 차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사람들이 검을 차고 있는 것은 명백히 이상했지만, 이들의 선글라스 안 눈동자에서 마력이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다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다.
전차보다 더 강한 게 17세 이능력자 여고생이며, 이들은 그 여고생들이 진화한 ‘에이전트’들이니까.
덜컹.
가장 늦게 차에서 내린 금발 여인이 느긋하게 창고의 안으로 향한다.
다른 요원들과 달리 하늘하늘하고 투명한 원피스만 입은 그녀는 여유롭게 창고의 문을 좌우로 열어젖혔다.
끼이익.
창고의 문이 좌우로 열리자, 창고 안으로 햇빛이 스며들었다.
환풍기만 돌아가는 창고 안, 흑발의 남녀가 뒤섞인 이들은 다들 각양각색의 무늬가 새겨진 셔츠를 입은 채 네 명씩 모여 마작을 즐기고 있었다.
“안녕, 매국노?”
금발 여인은 그들의 가운데, 혼자서 마작판을 펼쳐놓은 채 기다리고 있는 흑발의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뒤진다.”
“어머, 죽일 수는 있고?”
누가봐도 중국인과 러시아인의 접선이었지만, 정작 대화를 주도하는 당사자들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로 죽이기 전에 일단 먼저 공공의 적부터 죽이고 난 다음, 서로 죽이는 건 어때?”
“느와르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나? 백설공주님한테 어떻게 비벼보려고 영화 보던 게 입에 붙었나봐?”
“그냥 심심하게 살면 재미 없지 않아? 너도 ‘천마’라는 이름 달고 있으니까, 그 정장 차림은 버리고 막 무협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검은 장포 휘날리는 건 어때?”
“시끄러워. 그러는 본인이야말로 ‘라스푸틴’이라면서 왜 수도승 복장이 아닌 건데?”
“그야.”
금발 여인, 라스푸틴은 원피스의 허벅지 부분을 가볍게 양손으로 들었다.
그 행동에 천마는 바로 인상을 찌푸렸으나, 라스푸틴은 킥킥거리며 천마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를 부른 이유는?”
“알고 왔으면서 뭘 그렇게 묻는 거야.”
“네 입으로 듣고 싶으니까 그렇지. 어서 브리핑 해봐.”
“내가 네 따까리도 아니고. 야, 나는 한국 공인 S급이었지만, 너는 러시아에서 S급으로 판정난 사람이잖아.”
“어차피 너나 나나 다 매국자인 걸 뭘 따지고 있어.”
일촉즉발의 상황처럼 보이고, 부하들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으나, 정작 대화를 나누는 당사자들은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본론으로 들어갈게. 평안북도에 있는 이 호수 아래에 금광이 발견되었어. 엄청 고순도의 금광이야.”
“금광? 그래봐야 어차피 북한에 매장된 거 별거 없지 않아?”
“그냥 금이 아니라서 그렇지.”
천마는 손가락을 옆으로 튕겼고, 곧 부하가 검은 스틸케이스를 들고 마작판 위에 올렸다.
“이거 봐봐. 어때?”
“……오호. 이건 좀 흥미로운 걸.”
“이 정도면 너희랑 우리랑 같이 힘을 합쳐볼 의향, 있지 않아?”
“흥.”
라스푸틴은 입맛을 다시며 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애초에 협력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이쪽으로 내려오지도 않았어.”
“좋은 선택이야. 그러면, 너희 애들이랑 우리 애들이랑 할 일은 하나.”
콰ㅡ앙!
천마가 다리를 높이 들어올리더니, 곧 다리로 마작판을 찍어버렸다.
“몰래 잠입해서 금광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
서걱.
좌우로 갈라진 마작판의 아래, 사람 한 명이 들어갈 만큼의 구멍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금광에서 금을 탈취하는 것.”
“나누는 건?”
“서로 아쉬울 것 없이, 무조건 5:5.”
“좋아.”
라스푸틴은 상당히 깊은 구멍 아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쪽이 손해볼 배분이 아니라면, 한국 거 빼앗는 거라면 뭔들 못하겠어. 특히….”
히죽.
“마나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금이라면 말이야.”
* * *
“대격변 이후,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세종섬이 생겨난 이후, 주변 일대의 자원도 오랜 시간이 지나 서서히 바뀌게 되었죠.”
“예. 우리는 북한 땅에 있는 금광을 보호할 겁니다.”
“전 세계 어떤 곳보다도 더 순도높은, 그리고 마나를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금을 말입니다.”
“조금 판타지스럽게 말하자면….”
“우리는 ‘마석(魔石) 광맥’을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