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9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92화(293/668)
유미르는 애국주의자다.
정확히는 애국을 좋아하고 즐긴다.
첫 애국 이후, 유미르는 애국에 푹 빠져버렸다.
백설희도 애국을 좋아하지만, 애국 한 번이면 쌓여있던 불만을 금방 풀어내지만, 유미르는 은근-아니 대놓고 애국을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처음 했던 게 밖에서 했던 것인 만큼, 그녀는 보통 여자가 아니다.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캐나다인이다.
유교적 마인드로 판단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지금 겉모습을 빌리고 있는 두 남녀가 그런 방향으로 상당히 개방적인 애국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다보니,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이 커플의 ‘개연성’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아무리 다른 여자의 몸으로 변신을 했다고 한들.
‘그건 아니지.’
그 몸을 이용해서 다른 남자의 앞에서 그런 행위를 보여주는 게 옳은가?
‘아머드 태조 앞에서 하라고? 안 될 말이야.’
아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행위다.
혹시나 누군가가 기차 안 좌석에서 직접 애국하는 행위를 보여주기를 바랐다면, 그런 건 이런 곳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총수가 그런 부탁을 해도 들어줄 수는 없어.’
저기 어디 어른들을 위한 곳에서만 이루어지는 이야기가 될테고, 지금 이곳은 꿈과 희망이 넘치며 미래를 이끌어나갈 이들도 있는 곳.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그런 짓을 ‘직접’ 할 수는 없다.
공공장소가 아니더라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없다.
누가 목에 폭탄목걸이를 채운 다음 애국하지 않으면 인질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게 아니라면, 결코 그런 행동을 할 수는 없다.
왜냐고?
‘내가 지금 도지환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
내가 지금 도지환이 아니니까.
‘변신 NTR은 안 될 일이지.’
내 겉모습은 도지환이 아니다.
아무리 내가 유미르와 함께 둘 다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했다고 한들, 이 모습으로 유미르와 애국하는 걸 보여줄 수는 없다.
만약 내가 도 사서로 이곳에 왔다면 그건 괜찮다.
유미르가 변신을 했든 말든, 키스를 하든 말든 그건 도지환과 하는 거니까.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도지환이 아닌 자.
지금 상태로 유미르와 애국을 한다면, 유미르는 겉모습이라도 다른 남자와 하는 게 되어버리고 만다.
즉.
NTR이다.
공공장소에서 누구도 몰래 애국하는 건 괜찮지만, 결계를 펼쳐놓고 투명인간 상태에서 광화문 광장에서도 애국심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유사 NTR이라도 NTR은 용납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그저 공공장소에서 할 수 있는 곳까지 할 뿐.
아무리 우리가 커플의 몸을 빌려와서 변신했다고 한들, 그렇고 그런 행위까지는 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이 애국열차에서 공공외설이 일어나는 행위를 기대했다면, 그런 생각은 고이 접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그 대신.
“이런 식으로 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손가락 각도도 똑같이 하면 됩니까?”
“손가락은 이렇게. 갈고리처럼 만들고. 그래요. 올리는 겁니다. 그리고 손목의 스냅은 이렇게.”
“이, 이렇게 말입니까?”
“예.”
나는 허공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태조는 진지한 얼굴로 내 손을 따라 움직였고, 중간중간 내가 손을 바꾸는 위치를 따라했다.
“좋습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손으로 하는 건 이 정도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
태조는 계속 손가락을 꿈틀거렸다.
중지와 약지를 딱 붙인 채, 손가락 관절을 유연하게 움직이며 갈고리처럼 만든 손가락을 계속 당기기를 반복했다.
마치 어느 도둑질 전문 귀축 모험가가 길거리에서 손가락 스냅을 보여주는 것처럼, 나는 허공에 대고 나의 손가락 움직임을 전수했다.
“이제 손도 유연해졌으니, 적과 싸울 때 유연한 손으로 충분히 적을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
“왜 그러십니까?”
“아니.”
태조는 손으로 턱을 쓸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는 혹시나 직접 보여주시나 해서.”
“임무 중인데 그럴 수는 없죠. 특히 이런 장소에서.”
“…….”
이 녀석.
기대하고 있었구나.
동시에 살짝 실망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손가락만으로도 이미 내가 굉장한 테크니션이라는 걸 알아챘지만, 역시 진짜는 손가락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여줘야 하는 일.
“개성 호텔에 가면 보여드리죠. 대신 직접 보여드리지는 못하고, 캐노피 커튼을 친 실루엣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영상 녹화로.”
“…진짜입니까?”
“예. 아무리 그래도 직접 보여드리는 건 조금 그러니까요.”
“흐음….”
태조가 혼란스러워한다.
현철수라는 이름의 남자가 하는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어디까지 진짜인지 의심한다.
유미르라면 내가 처음에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혹시’ 하면서 눈치를 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태조는 거기까지 눈치가 빠른 것 같지 않다.
“김태식 씨.”
나는 자세를 다시 바로 잡았다.
옆에 있던 유미르는 계속 위를 향해 세우고 있던 내 팔뚝을 상대로 양손을 어루만지고 있었고, 태조는 애써 유미르가 내 팔을 상대로 움직이는 손가락을 무시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 아내 될 사람과 저 사이의 사정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곤란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실루엣 정도는 그렇다쳐도….”
“오빠. 그러면 혹시 다른 ‘조교’를 부르는 건 어때요?”
여전히 눈치채지 못한 태조를 위해, 유미르가 직접 지원사격에 나섰다.
“제가 마음에 걸린다면, 다른 여자 조교를 불러서 직접 보여드리면 되잖아요. 오빠의 테크닉.”
“……전영희 씨?”
“그렇잖아요. 오빠는 제 속사정에 대해 다른 남자가 알게 되는 걸 싫어할 뿐이에요. 저는 반대지만요.”
“음….”
태조의 표정이 점차 굳어가기 시작했다.
“영희야. 나보고 바람 피우라는 건 아니지?”
“오빠, 태식 씨 애국을 돕는다고 막 제가 질투하고 그럴 것 같아요? 모든 건 나라를 위해, 국가를 위한 일이에요. 광익공께서도 인정하실 걸요?”
“……어?”
뭔가 진지한 얼굴로 나와 유미르를 번갈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뭔가를 깨달은 듯한 얼굴로 손뼉을 쳤다.
“…아.”
휴.
“아, 하하하. 이런. 그랬군요. 나 참…. 좀 더 물어볼 걸 그랬나.”
다행이다.
“죄송합니다, 두 분.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는 걸 제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눈치를 챈 것 같다.
“그, 나중에 제가 개성 호텔에 갔을 때, 저기 뒤에 있는 아이돌 그룹 넷과 가볍게 뒤풀이를 하려고 합니다.”
방금 전까지 대인전 강의에 집중하고 있던 태조는 사라지고, 태조(블랙)이 진지한 목소리로 묻기 시작했다.
“혹시 영희 씨만 괜찮다면, 철수 씨를 그 뒤풀이 자리에 ‘초대’해도 되겠습니까?”
초대.
키워드다.
그 키워드를 설정한 건 다름아닌 태조 본인이다.
“영희야. 괜찮아?”
“나는 오빠가 괜찮으면 다 괜찮아.”
얼핏 들으면 엄청 위험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모든 것은 서로의 신원 확인을 위한 과정.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태식 씨. 뒤풀이 하실 때, 뒤에 줄 서보겠습니다.”
“…후, 후후.”
태조는 안심한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초대남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태조가 친 드립 그대로 다가왔을 뿐.
“한결 낫군요. 그럼.”
태조는 진지한 얼굴로 다시 자세를 잡았다.
“…중국과 러시아 미녀 두 사람을 상대로 한다고 하면, 어떻게 상대하면 좋겠습니까?”
드디어.
“현철수 씨는 둘을 상대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까? 피지컬이 S급인 두 사람을 상대로?”
“김태식 씨. 저는 스페셜 EX급인, 초대받은 남자입니다.”
본론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둘? 넷? 지금부터, 다섯도 거뜬히 상대할 수 있는 테크닉을 알려드리죠.”
* * *
늦은 밤. 개성, 호텔.
“후아아.”
유미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김태식 씨, 언제 와요?”
“안 와. 바로 아이돌들이랑 한 잔 하러 따로 갔던데.”
“휴.”
반짝.
유미르의 몸에서 금빛이 새어나오더니, 곧 그녀는 원래 모습대로 돌아왔다.
“흐아아아….”
“변신 함부로 풀어도 돼?”
“그러는 오빠야말로 지금 방에 들어오자마자 변신 풀었잖…아차.”
유미르는 손으로 입을 가로막았다.
“혹시 도청-”
“아무것도 없어. 안전해.”
“아. 하긴. 그런 게 있었으면 오빠가 아예 변신 풀지도 않았겠죠.”
“너도 내가 변신 푸는 거 보고 변신 푼 거잖아.”
내가 변신을 풀었다는 건 곧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
설령 태조와 같은 방에 배정을 받았다고 해도, 다른 위험요소에 대해서도 충분히 컨트롤 가능하다.
“그리고 태조 오기 전에 바로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내가 신호주면 바로 변신하면 돼. 알겠지?”
“네. …으으, 싫다. 마음껏 애국도 못하다니.”
“그렇다고 그냥 할 수는 없잖아.”
유미르는 울상을 지었고, 나는 유미르의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정리하며 그녀를 위로했다.
“확 그냥 보여줬으면 지금쯤 태조, 완전 오빠를 교수님으로 모셨을 걸요.”
“안 돼.”
나는 유미르의 볼을 잡고 좌우로 당겼다.
“정 보여주고 싶으면 태조 말고, 나중에 백설희 앞에서 마음껏 보여줘. 아니면 결사 간부들이랑 같이 할 때 하든가. 태조는 그런 거 좋아할지 몰라도, 나는 남자 초대하거나 받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럼 제가 여자 초대하는 건 어때요? 초대남은 안 되지만, 초대녀는 괜찮죠?”
“결사에 들어올 만큼 괜찮은 여자면.”
이 한 몸 바쳐 결사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래다.
유미르가 데려오는 여자가 허튼 여자가 아니기를 바랄 뿐.
“그런데 너, 네 친구를 나한테 소개시켜주는 게 아니라 초대하는 거라고? 그러다가 네 친구 도깨비한테 잡아먹힐 수 있다?”
“그러라고 초대하는 건데요? 저를 이렇게 만든 건 오빠인 걸요?”
응?
“오빠?”
“아차. 히히, 그냥 오빠라고 하죠?”
“언제는 선생님이더니 이제는 오빠야?”
“뭐가 더 좋으세요?”
“편한대로 불러.”
“그럼, 둘만있을 때만 오빠라거나…. 흐흥.”
유미르는 침대에 앉은 채, 혀로 입맛을 다시며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럼, 슬슬….”
“안 돼.”
“…그냥 밖에 나갔다 올까요?”
“그건 나중에 시간 봐서.”
하는 건 좋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조금 귀찮지만, 진짜 초대당할 수 있으니.”
현재.
“태조가 혼자서 여럿 상대하는 거 힘들 것 같으면, 나를 부를테니까. 5분 대기조로 있어야지.”
나는 도깨비방망이를 이용해, ‘위층’의 상황을 CCTV와 같이 살피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태조가 S급이라고 해도, 나와 유미르의 마력을 감지할 정도는 아니니까.
“태극워치에 구조 신호 오면 바로 달려가야 해. 그러니까…야.”
“아이, 그 때까지는 괜찮잖아요.”
유미르는 내 뒤에서 나를 끌어안으며, 내 허리 앞으로 손을 뻗었다.
“변신한 상태로 하는 게 안 되는 거고, 다른 남자 있으면 안 되는 거? 지금 둘 중에 해당되는 거 하나라도 있나요?”
“…….”
논리적이다.
“유미르. 네가 자꾸 이상한 소리 할수록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니까….”
나는 한 손을 유미르의 머리로 뻗은 뒤.
“일단, 입 좀 닥치자.”
“……!”
나는 유미르의 머리를, 그대로 아래로 처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