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9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96화(297/668)
신의주, 정확히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특별객실에서 내린 이들은 나와 유미르, 그리고 태조를 비롯하여 불과 10명 남짓.
그들은 모두 아이돌 그룹의 개성 공연에 따라온 직원들이었고, 당연히 모두가 ‘이능력자’였다.
[유미르. 이쪽으로.]나는 텔레파시와 비슷한 능력을 이용해 유미르에게 마나로 내 의사를 전했다.
[이 사람들 전부 블랙 요원들이에요?] [그래. 이능력 등급은 다들 천차만별이지만…사실상 전투원은 A급 두 명과 S급 하나 뿐이군.]우리 둘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태조가 S급인 걸 제외하면, 나머지 인원 중 전투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고작 A급 2명 뿐이었다.
[아마 저 E급, D급은 전부 오퍼레이터 같은 작전 지원가들일 거다. 전투를 나선다면 저기 컨테이너 안에 있는 무기를 사용하겠지.]하나둘, 의심스럽지 않게 컨테이너로 이동한다.
다들 숙련된 요원들답게 위성에 찍혀도 별다른 이상이 없어보이는 움직임으로, CCTV에 걸리지 않는 위치에서 컨테이너로 모이기 시작했다.
[따라가자.]나와 유미르 또한 컨테이너로 이동했다.
“응?”
“저 둘은…?”
우리 둘이 들어가자마자 다른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곧 그들의 시선은 이 상황을 해결해줄 책임자에게로 향했다.
“내가 특별히 초대한 사람들이다.”
태조의 말에도 다른 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여전히 현철수와 전영희의 모습을 하고 있다보니, 저들이 보는 건 S급과 EX급이 아닌 D급과 E급일 터.
“대장. 아무리 그래도 경호요원을….”
“본인들 아니야. 당사자들을 대신해서 온 사람들이다. 광익공께서 직접 보내주신 분들이지.”
“앗…!”
모두의 시선이 순식간에 변했다.
광익공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고, 우리를 향해 선망과 믿음, 그리고 약간의 질투가 섞인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광익공이라고 말하자마자 다들 표정이 변하네요. 그런데 왜 저희를 질투하는 걸까요? 커플이라서?] [광익공이 보냈다는 것 때문에. 광익공이 이번 일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낸 거니까.] [정말 대단하네요. 광익공의 영향력은.]정체가 불분명한 사람들도 약간의 보증만 있으면 바로 등을 맡길 수 있게 해주는 게 광익공의 명함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블랙 태조가 말한 거니, 이 요원들 또한 우리를 바로 믿을 수밖에.
[그런데 우리, 이렇게 현철수와 전영희가 아니다라고 말해도 괜찮은 거예요?] [괜찮아. 결사 사람들이라는 것만 안 들키면 돼. 그리고 최악의 경우, 도깨비와 금부도사라는 걸 들켜도 관계 없어.] [광익공이 보낸 사람들이라서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는 느낌으로? 광익공에게 다 덮어 씌우기?] [그래.]광익공에게 미안하지는 않다.
본인이 필요하면 자기를 팔라고 했고, 이번 작전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당연히 광익공의 부탁 때문이니까.
[나중에 사람들이 억까를 할 거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서.] [금부도사는 차치하고, 어떻게 도깨비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느냐?] [그래. 하지만 거기에 광익공이 섞이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아하. 광익공이 도깨비에게 지원을 요청했을 정도라면, 아마 전 세계는 중국과 러시아를 규탄하겠네요?] [똑똑해.]어떻게 도깨비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느냐.
이 말은 그 요청한 자가 광익공이 되는 순간, 어떻게 도깨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할 만큼 악질적인 쓰레기들을 동원하여 나쁜 짓을 하려고 한 거냐 라는 문장으로 치환된다.
광익공의 선한 영향력은 절대적이니까.
“음. 모두 모였군.”
신의주역 근처에 설치된 거대한 콘테이너 박스 안에 10명이 모두 모이자, 태조는 상황실처럼 꾸며진 콘테이너 내부 지휘테이블에 손을 올리며 마이크 달린 헤드셋을 착용했다.
“아아. 아이 해브 컨트롤. 지금부터 금광수호작전은 나, 아머드 태조가 지휘한다.”
김태식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다른 이능력자들 또한 딱히 그 부분에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겠지.
우리는 첩보를 통해 알아낸 것과 달리, 이곳에 태조와 함께 온 7명의 요원들은 모두 태조와 같은 블랙요원들일 터.
“작전에 앞서, 모두 국기를 향해, 경례.”
모니터에 태극기가 펄럭였다.
모두가 가슴에 손을 올렸고, 음악은 울리지 않았다.
“국가와 민족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하여.”
대신, 블랙 태조가 진지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읊듯 잔잔히 국기를 향해 말했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음지의 수호대일지니. 빛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짙은 그림자 속 어둠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이 한 몸 다바쳐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이 땅에 살아갈 미래의 대한의 사람들을 위하여.”
“””충성.”””
블랙.
국가의 더러운 일을, 국가에서 ‘대놓고’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자들이다.
물론 블랙도 두 가지 부류의 블랙이 있다.
하나는 잡티 하나 없는 순수한 블랙.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온갖 것이 뒤섞여 혼탁해진 불결한 블랙.
굳이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태조는 순수한 블랙 쪽에 가깝다.
불결한 블랙의 경우였다면, 내가 유미르를 데려오지 않았겠지.
그들을 상대할 때는 피와 선혈이 가득할테니.
“…그럼, 각자 위치로. 아, 두 분의 코드네임은….”
“코드네임이라. 음.”
잠깐, 고민을 했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전부 훑으니, 딱히 의심되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A급 둘도, 그리고 요원들도 모두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자.
그리고 때때로 국가를 위해서라면, 국가의 적이라면 총을 겨누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자.
그렇다면, 어느 정도 ‘떡밥’을 던져두는 것도 좋겠지.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는 없으니, 이쪽은 ‘골드’라고 부르고 나는 ‘그레이’라고 부르도록.”
유미르가 왜 자기가 골드냐는 시선을 보냈다.
“…왜 하필 금과 회색인 겁니까?”
태조도 마찬가지.
유미르가 순수하게 ‘저는 백금인데요’라는 시선을 보내는 것과 달리, 태조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골드와 그레이를 바탕으로 온갖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걸 위해 질문한 것일 터.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 우리가 나설 차례가 된다면.”
언젠가 보게 될 것이다.
유미르가 왜 골드인지.
그리고 내가 왜 스스로를 ‘그레이’라고 자처했는지.
흑과 백의 경계에 서있는 자라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이름이 그레이니까.
“안심해라. 우리가 이곳에 있는 한, 여기에 있는 누구도 죽지 않을 것이다.”
“…두 분이 나설 일이 없기를 바라야겠군요. 그럼, 지금부터 작전을 시작합니다.”
태조는 마이크를 붙잡으며 지도를 가리켰다.
“이곳에 있는 금광에서 적을 상대하겠다. 적은 지상으로 오지 않기 때문.”
붉은 점들이 압록강 너머에서 신의주를 향해 화살표를 가리키고 있다.
그 화살표는 국경을 넘어 신의주 안쪽으로 파고들고 있으나, 위성 영상에 보이는 신의주 북부는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지금, 놈들은 땅굴을 파서 여기까지 올 생각이다.”
압록강 너머 적들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곳에서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불과 40km.
40km를 어떻게 땅굴을 파냐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겠지만, 이능력자가 있는데 무엇이 불가능하랴.
“우리는 금광의 입구, 지하에서 놈들을 요격할 것이다.”
“직접 요격하러 가는 게 아닙니까?”
“땅굴이 어디 한두 개여야지.”
태조가 손가락을 튕기자, 붉은 화살표가 여러 개로 순식간에 늘어났다.
“금광을 기지삼아, 그곳에서 직접 방어한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오는 매국미녀 둘만 쓰러뜨리면, 나머지는 알아서 도주할 거다. 그럼, 지금부터 ‘노다지 작전’을 시작한다.”
노다지.
No, Touch.
남의 여자에게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의 나라 자원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 * *
그 시각.
구구구.
드릴이 돌아가는 소리가 계속 울린다.
흙먼지가 휘몰아치지만, 이능력자들이 부채를 휘두르는 것으로 금방 흙먼지는 뒤로 흩날린다.
“이봐, 좀 더 빨리 팔 수는 없어?”
“이것도 충분히 빠른 속도거든?”
“하아.”
라스푸틴을 향해 날선 목소리를 내뱉은 천마는 팔을 걷어붙였다.
“삽.”
“아, 예!”
옆에 있던 정장 남자가 삽을 건네자, 천마는 직접 삽을 들고 앞을 파고들어가는 기계의 옆으로 다가갔다.
“흡!”
삽에 마나가 깃든 순간, 천마가 좌우로 삽을 휘두르며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땅을 파고드는 굴착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경보를 하는 듯한 속도로 사람 열 명은 거뜬히 지나갈 수 있는 땅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와, 굉장해. 마나 자랑하는 거야? 느긋하게 기계한테 맡기면 되는 걸.”
“시간 없어. 빨리빨리 하자는 거야.”
“아직 한국 물을 덜 빼서 그런가, 왜 이렇게 급한 거야?”
라스푸틴은 굴착기의 위에 올라섰다.
“느긋하게 가자고. 느긋하게. 기계가 다 뚫고 나면 그 때 가도 늦지 않아. 뭐 북경에 데이트 잡아놨어?”
“빨리 끝내고 훈련하러 가야 해. 너랑은 달리, 나는 국가대항전에 나가서 우승해야 하거든.”
“어머, 우승?”
“너랑 달리, 나는 두 사람만 이기면 되거든?”
“그 두 사람이 백설공주랑 광익공인데?”
“흥. 이길 거야.”
천마는 계속 삽을 휘둘러 흙을 파냈다.
“반드시.”
“흐흥. 나머지 S급은 전부 이길 수 있다는 거야? 투신 같은 녀석이 왔으면 어쩌려고?”
“오면 오는 거지. 투신 밑에 있는 애들이 나한테 될 것 같아?”
“그건 몇 년 전 이야기지.”
“흥. 어떤 S급이 있든 상관없어. 내가 이길테니까. 나 천마야.”
“예, 예. 뭐, 누가 있든 남자면 좋겠네.”
라스푸틴은 다리를 좌우로 쩍 벌린 채, 굴삭기의 크고 두꺼운 드릴을 쓰다듬었다.
“예령 씨. 여자면 너 줄게. 남자는…내가 가진다?”
“미친 빌런 같으니라고. 너, 그러다가 도깨비한테 뚝배기깨진다?”
“기대되는 걸.”
히죽.
“도깨비의 뒤를 탐한 최초의 이능력자가 된다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