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9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97화(298/668)
잠시 뒤, 산 속 근처 산장.
“소개하겠습니다. 두 분이 골드와 그레이라고 이름이 붙었으니, 이쪽도 코드네임으로 불러야겠죠. 저는 그냥 태조라고 불러주시고, 다른 둘도 이명으로 불러주시길.”
우리 둘과 함께 A급 요원 둘을 데리고 인적이 없는 산장으로 들어온 태조는 우리에게 둘을 소개해줬다.
“둘은…이왕이면 직접 소개하는 게 낫겠지?”
“예! 국가정보원 대테러특수부대, 이능력대처부 A팀 팀장, [기파랑] 한정우 라고 합니다.”
“같은 소속 B팀 팀장, [쌍어궁] 류이진이라고 합니다.”
A급의 두 요원은 정중한 자세로 우리에게 인사했다.
아무래도 태조가 우리에게 예우를 갖추는 만큼, 하급자인 그들도 그에 맞춰야 하겠지.
[저 사람들, 아까도 그랬지만 저희한테 되게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광익공이 보낸 사람들이잖아. 우리가 누군지 모르니, 어떤 S급인지 궁금하겠지.]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정체불명의 S급 같은 존재라는 건 언제나 흥미진진해지기 마련이다.
어떤 이능력을 사용할까.
이 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S급이 있는 걸까.
정말로 한국인이 맞는 걸까.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무슨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지 다 보인다.
[그런데 오빠도 뭔가 저 사람들 되게 신기해하는 것 같은데, 아는 사람들 아니에요?] [저런 팀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와, 그럼 이번에 새로운 정보를 알아가는 거네요?] [그래.]나도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결사에서도 확인하지 못한 이명과 이름을 들은 것이 상당히 새롭다.
‘팀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김새랑 이름, 코드네임은 몰랐으니.’
정부에서도 최대한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국정원의 블랙요원인 만큼, 결사에서도 이들에 대한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모습에 이름이 뭔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나중에 주모한테 알려줘야지. 국정원 요원이라서 접촉은 힘들겠지만, 훗날 써먹을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여기에서 이렇게 정보를 얻게 될 줄이야.
모처럼 신의주까지 온 보람이 있다.
“만나서 반갑다. 우리도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아니오, 괜찮습니다! 두 분은 저희보다 더 중요한 임무를 하시는 분들. 저희에게 굳이 알려주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기파랑은 손을 흔들며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국정원인데?”
“보통 분들이라면 저희가 알아야겠지만, 광익공께서 보내신 분들 아니십니까. 저희가 광익공님이 보내주신 분들을 상대로 실례를 범할 수는 없죠.”
말은 저렇게 하지만 내심 혹시나 알려주지는 않을까하는 눈빛이 어렴풋이 보인다.
물론 굳이 본인이 저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다.
“언젠가 알게 될 때가 있을 것이다. 그 때 ‘아, 그 사람이 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돼.”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함구하겠습니다.”
“그럼 좋고.”
어차피 조만간, 무조건 보게 될테니.
“태조.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겠나?”
“두 분은 이곳 산장에서 대기해주시길. 산장에 있는 자원 마음껏 쓰셔도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지하 광산을 매장하기 위한 기폭장치가 있습니다.”
태조는 산장 안 쪽, 3인용 소파 아래를 가리켰다.
“지금 보여드리기는 조금 그렇고, 나중에 마력으로 확인하시면 기폭장치를 찾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뭔가가 잘못되었을 경우, 기폭장치로 광산을 터뜨려주십시오.”
“안에 사람이 있어도?”
“예. 저희는 자체적으로 탈출하겠습니다.”
이 무슨.
“폭발이 보통 폭발은 아닐텐데.”
“마력폭발은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산이 무너지면?”
“하늘로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서 빠져나오겠습니다.”
광산의 크기가 어느정도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광산 하나를 작정하고 무너뜨리는데 들어가는 폭약은 어마어마할 터.
그 폭발 속에서도 생사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광산을 무너뜨라니.
‘왜 이렇게 낯설지.’
평소에 보던 금발양아치잼민이 태조가 아니라 머리를 검게 물들인 블랙 태조를 보니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기차에서 애국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그냥 겉모습만 다를 뿐 속은 호감잼민이 태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진짜 호국충절을 위한 진지한 모습을 보이니 너무 낯설었다.
“폭발이 일어나면, 두 분은 바로 컨테이너로 가서 서포터 요원들을 데리고 개성으로 떠나주십시오. 불편하시겠지만, 신의주역에 언제든지 개성으로 떠날 수 있는 화물열차가 대기 중입니다.”
“임무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갈 때도 특별열차 타고 내려갈 수 있는 건가요?”
“예. 물론입니다.”
유미르의 질문에 태조는 시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되었을 때는 화물열차지, 임무가 제대로 성공만 한다면 왔을 때처럼 편하게 돌아갈 수 있는 거니까.
“그럼 따라오시죠. 지금부터 저희가 지켜야 할 광산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태조와 두 A급은 산장 밖으로 나왔다.
“산장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드리겠습니다. 그레이님. 태극워치를 이쪽으로.”
“이거 현철수 씨 태극워치인데 괜찮나?”
“예. 괜찮습니다. 나중에 처리하면 되니까요.”
태조가 손을 뻗었고, 나는 그와 태극워치를 맞댔다.
“그나저나 확실히 어울리시는 군요. 그레이님은 존대보다는 확실히 그쪽이 더 편해보이십니다.”
“얼굴은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력을 숨길 이유는 없으니까.”
“……! 과연. 알겠습니다. 권한은 공유했습니다. 이제 산장에 들어가실 때, 태극워치를 앞에 대면 열릴 겁니다. 아, 골드님께는….”
“저는 오빠랑 계속 붙어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소한 배려까지, 빠지는 게 없다.
‘이중인격인가?’
어쩌면 잼민이 태조와 블랙 태조라는 이중인격이 있는 게 아닐까.
평소에는 의식의 밖에 잼민이가 다니지만, 뭔가 키워드같은 걸 말하는 순간에는 호국영령 블랙 태조의 의식이 잼민이를 재우고 겉면에 나서는 게 아닐까.
그럴 수 있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능력자들 중에는 실제로 인격이 나뉘어진 이들이 많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태조의 인격에 대해 생각을 하는 사이, 태조는 앞장서서 산을 향해 달렸다.
평범한 사람들의 전력질주보다 더 빠른 속도였지만,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바로 산기슭을 빠르게 올랐다.
“내려가실 때는 이 길을 따라 내려가시면 됩니다. 여기 있는 이 철문도 그레이님의 태극워치를 센서에 대면 열릴 겁니다.”
바위의 틈, 사람 한 명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틈 안쪽에 철창이 보인다.
태조는 철창에 달린 센서에 태극워치를 붙였고, 곧 철창이 갈라지며 바위 틈으로 사라졌다.
[오빠. 이거, 이능력으로 만든 거죠?] [겉모습은 바위처럼 되어있지만, 전부 금속이다. 태조의 작품인 것 같군.] [쟤, 언제 신의주까지 올라와서 이런 시설을 만들었을까요?] [생각보다 오래 되었겠지.]북한이 멸망하고 난 뒤, 난민들이 DMZ를 뚫고 내려오려고 할 때 태조를 비롯한 이능력자들이 따로 북쪽으로 올라가 이런 장치를 만들어뒀을 가능성이 높다.
[아카데미 학부생인 바리데기와 달리, 태조는 아카데미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 부산에 있었으니까.] [실제로는 신의주까지 올라와서 자원을 탐사하고 이런 설비를 만들었다?] [이능력이 금속조작이잖아. 일일이 장비 들고와서 만드는 것보다, 현장에서 적당한 금속 아무거나 가져다가 이런 설비 만들어버리면 그게 더 빠르고 신속하지.]광산을 향해 내려가는 길은 그냥 빛 한 점 없는 동굴이었다.
좌우로 길게 이어진 철제 레일 손잡이가 아니었으면, 태극워치의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고 나아가다가도 발을 잘못 헛디뎠을 정도로 어두운 동굴이었다.
“서울에서 좀 먼 곳이라 상태가 이렇습니다. 그나마 저기 강원도 쪽은 나름 탄광처럼 막 사람이 드나들고 그럴 수 있는데….”
불안정한 설비에 괜히 멋쩍은지, 태조는 앞으로 계속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고생했겠어. 한창 이능력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바쁠텐데.”
“……..”
태조가 피식 웃는 소리가 잠깐 들렸다.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이 정도만으로도 태조는 내가 그를 위해 어떤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은 이능력을 개발했을 시간, 이 남자는 그 금쪽같은 시간을 국가를 위해 사용해야만 했다.
아카데미에서 공교육이든 이능력 훈련 교육이든 뭐든지 배울 시기에, 태조는 금속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불려가서 이능력을 사용해야 했을 터.
이능력을 활용하는 것도 이능력 훈련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태조가 자주 쓰는 기술을 생각하면 아마 단순한 이능력의 반복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주요 스킬이 강철의-
“정지.”
나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태조를 급히 부른 다음, 태극워치를 두드렸다.
“급한 녀석들인 것 같군. 이미 안에 사람이 있다. 먼저 투입된 요원들인가?”
“…아니오.”
딸칵.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저들은 몰래 온 손님이겠군.”
“예.”
손전등을 끄자마자 태조는 더욱더 목소리를 낮췄다.
“두 분은 산장으로….”
“S급이 둘이나 있는 것 같은데, 같이 진입하시죠?”
“…….”
유미르의 제안에 태조는 잠시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럼, 기파랑. 쌍어궁. 둘 다, 들어가자마자 전투 태세로.”
철컥.
태조가 목 뒤를 건드리는 순간, 검은 철가루 같은 것이 태조의 머리를 뒤덮었다.
‘오.’
번쩍.
어둠 속, 검은 호랑이와도 같은 헬멧을 쓴 태조가 순식간에 앞으로 뛰쳐나갔다.
[오빠. 저거….] [그래.]순간, 보였다.
목 아래에서 개미처럼 흘러올라오는 검은 철가루들이.
[정체를 숨기기 위한 것치고는 조금 고약하군.]태조의 헬멧은.
[저렇게 안쪽으로 가면….]라이더였다.
아무리 국정원이라도-아니, 이 세계의 국정원이자 이능력자이기에.
‘컨셉질을 포기하면 그게 이능력자가 아니지.’
멋에 살고 멋에 죽는다.
남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