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9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98화(299/668)
5분 전.
“후아아!”
좁은 구멍을 뚫고 나온 한 무리의 이능력자들은 공동으로 나오자마자 기지개를 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도착했다. 여기 맞지?”
“GPS 위치는 여기가 맞아.”
지하동굴 안쪽에서 숨을 고르는 건 흙먼지를 그대로 들이마시는 셈이었으나, 제법 긴 거리의 땅굴을 파고왔기에 그들은 그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했다.
“진짜 여기 맞아? 아무것도 없는데? 금맥이라며?”
라스푸틴은 공동 전체를 살폈다.
제법 넓은 동굴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광산이라기보다는 그냥 자연동굴에 가까웠고, 딱히 사람의 손길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금맥이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매장량은….”
“말도 안 돼. 그런 금이 현대까지 남아있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일제시대에 진작에 털렸을 걸?”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이능력이지. 이쪽으로 와봐.”
천마는 손전등을 안쪽으로 비추며, 주먹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하압!”
짧은 기합과 함께 주먹을 앞으로 뻗자, 곧 그녀의 손에서 검푸른 마력이 주먹처럼 튀어나와 앞으로 날아갔다.
콰ㅡ앙!
주먹 형태의 마탄은 허공을 가로질러 벽에 닿아 폭발했다.
곧 벽이 크게 흔들리며 흙먼지가 흘러내렸고, 무너지는 벽 사이로 손전등에 비친 빛이 금색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미친. 저거 진짜 금이야? 말도 안 돼.”
“너는 몰랐겠지만, 이런 일이 있어. 이번에 진짜 큰 맘 먹고 정보 공유하는 거니까, 잘 알아둬.”
천마는 자신이 허문 벽에 다가간 뒤, 위장용 벽 너머에 반짝이고 있는 금덩어리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그런 말 알고 있어? ‘돈이 복사가 된다고’.”
“이능력자들 통장에 돈 들어올 때 하는 이야기 아니야?”
“맞아. 그런데 거기에서 돈을 금으로 바꿔봐. 그럼 답은 간단하지?”
“뭐, 연금술이라도 되는 거야?”
“어쩌면.”
툭, 툭툭.
천마가 옆에 있는 벽을 계속 손으로 두드려 벽을 허물자, 허물어진 곳에서도 금색 광물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미친, 저게 다 순금이야?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해?”
“어떻게라는 말을 현대 이능력 시대에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금광이 이런 식으로 금광이면, 어떻게 이걸 파내겠어. 아까워서.”
구구구.
곧, 벽 전체가 허물어졌다.
위장용 벽이 전부 무너져내리자, 드넓은 공동의 안쪽 벽 전체가 금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항구에 있는 대형 컨테이너 다섯 개는 들고와도 모자라겠는 걸.”
“다섯 개로 끝이겠어? 지하에 더 뿌리깊게 박혀있으면?”
“미친.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하지?”
지하동굴이라 손전등과 스마트워치의 불빛이 전부여서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마치 절에 있는 거대한 금불상과도 같이 반짝이는 덩어리가 큼지막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미치고 환장하시겠네. 이거 뭐야?”
“블라디보스토크 쪽에서는 아직 확인된 게 없나봐. 우리 쪽에서는 확인한 건데.”
“알려줄 거면 그냥 시원하게 말해봐. 이거 뭔데. 어떻게 이런 거대한 덩어리…아니 땅 전체가 순금처럼 반짝이냐고.”
“마력을 머금어서 그래. 위-대한 한국 땅에 매장된 자원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는 이걸 ‘자원동화’라고 일단 부르기로 했어.”
“자원동화?”
“주변의 자원들이 아주 비싸고 가치있는 자원으로 바뀌어나가는 거지.”
천마는 스스로 말하면서도 이게 맞는 건가 싶은 목소리로 금에 손을 올렸다.
“몰라. 누군가 연금술의 이능력을 가진 존재가 이 땅에 있는 자원들을 멋대로 바꾸고 있는 건지, 아니면 동해에 떨어진 외계운석이 퍼뜨리는 마력으로 세상이 뒤바뀌고 있는 건지.”
“하, 하하. 이러다 나중에는 북한 땅에서만 전 세계 모든 보석이 종류별로 나오겠는 걸?”
“그러게. 태안 앞바다에서는 나중에 막 석유가 뿜어져나올지도 몰라. 뭐, 그런 현상에 대한 건 나중에 생각하고.”
푹, 푹푹.
천마가 손으로 다시 금덩어리를 두드렸다.
속이 비어있는 소리가 아닌, 묵직한 울림이 공동에 모인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 같았다.
“이거 빨리 잘라낸 다음, 털어가자고. 원리에 대한 건 나중에 연구원들이 생각하게 하고, 지금은-피해!”
천마의 외침이 울리기 무섭게,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푸부북!!
날카로운 무언가가 몸에 꽂히는 소리.
마치 사극 전쟁 영화 속, 멀리 쏜 화살이 사람의 몸에 박히는 듯한 소리가 공동 전체에 울렸다.
“커헉!”
이능력자들이 쓰러진다.
쓰러지는 이들 모두 무릎에 화살과도 같은 검은 것이 박혀있었고, 옆에 있던 이들이 화살을 뽑아냈다.
“검은색…강철…?”
“누구냐!”
[네가 알 필요는 없다.]“……이능력만 봐도 누군지 알겠는 걸.”
스읍, 스읍.
어둠 속에서 걸어나오는 검은 정장의 남자.
머리에는 오토바이 헬멧과는 조금 다른, 마치 해그늘에서 슈트로 판매하는 라이더의 투구를 눌러쓴 남자가 검은 장갑을 낀 채 천천히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야, 태조.”
[…….]“설마 한국에서 이 정도로 금속을 잘 조작하는 존재가 너 말고 따로 더 있을 리는 없잖아. 안 그래?”
[이능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정체가 드러난다는 거, 상당히 피곤한 일이군. 유명해도 탈이야.]번쩍!
허공에 주황색 불빛이 터졌다.
불빛은 천장으로 튀어 벽에 달라붙었고, 곧 공동 전체가 주황빛으로 물들며 내부가 환하게 밝아졌다.
[망명했으면 얌전히 자기네 나라에서 살아야지, 어째서 멀리 한국까지 와서 자원을 훔쳐가려고 하지?]“어머. 여기 북한 땅 아니었어?”
[못 배워서 그런가. 이곳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의 영토였다. 북괴가 함부로 불법점거를 하고 있었을 뿐.]“이상한 거 가르치는 세뇌교육보다는, 그런 거 안 배우는 게 낫지.”
[쯧. 대화가 안 통하는군.]“대화하려고 온 건 아니잖아?”
천마는 깍지 낀 손을 만지작거리며 앞으로 나왔고, 그 옆으로 라스푸틴이 걸어나오며 양 손을 옆으로 뻗었다.
“흐흥, 둘을 상대할 수 있을까?”
[뭐라고 하는 거지, S급도 되지 못한 자여.]“…여전히 건방진 꼬맹이네.”
부우우웅.
라스푸틴의 손에서 뻗어나오는 푸른빛의 결정은 어떤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어디, 나한테 깔리고도 나중에 그런 소리가 나올까? 응? 기대되는 걸. 아머드 태조께서 우는 소리.”
에테르로 빛나는 결정은 길쭉한 몽둥이와도 같았다.
그 끝의 형태는, 차마 말로 하기 힘든 음험한 형태.
[미안하지만 이쪽은 우는 것보다 울리는 쪽이라서 말이야.]태조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선공은 양보해주마.]파ㅡ앗!
천마와 라스푸틴이 동시에 자리에서 사라지기 무섭게, S급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오빠. 쟤 오빠 따라하는 거 같은데요?] [나를?] [완전 도깨비 Mk.2인 줄. 말하는 말투나 대사까지 전부 도지라이더 비슷하게 하고 있잖아요.] […그럴지도.]뭔가 기시감이 느껴진다 싶었더니, 태조는 태조라이더가 되어 천마와 라스푸틴을 도발했다.
[생각보다 적이 많은데요. 지원하러 가야 하는 거 아녜요?]걱정어린 유미르의 목소리가 귀에 울린다.
태조와 A급 2명으로 저 수많은 이능력자들, 심지어 S급 둘까지 포함된 적들을 상대하는 건 중과부적처럼 보이니까.
[S급들이 대치하고 있는 동안, 다른 A급들도 지금 저쪽 A급들에게 묶였잖아요.] [그렇지.] [그럼 그 사이에 저기 있는 금덩어리…전부 빼앗기는 거 아녜요?]카가가가강!!
공동 전체에서 전투가 펼쳐진다.
태조는 천마와 라스푸틴을, 기파랑과 쌍어궁은 다른 중국과 러시아의 A급을 상대한다.
그리고 그 사이, E급 정도로 추정되는 이능력자들이 마력이 깃든 삽을 들고와 금광을 향해 삽을 휘두른다.
퍼억, 퍽.
순금처럼 밝게 빛나는 금덩어리들은 마치 두부처럼 너무나도 쉽게 떨어져나왔다.
아무리 금이라고 한들, 아무리 철삽이라고 한들, 철삽에 ‘마나’를 불어넣고 신체를 마나로 강화한 이능력자 앞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저들을 빨리 쫓아내지 않으면 저 금들이 모두 해외로 밀반출될 터.
[괜찮아. 한 명, 위험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전력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위험하다는 사람은 천마?] [그래.]순수하게 한국 내에서 S급이었던 여자.
즉, 태조의 S급 판독을 넘어선 존재라는 것.
[라스푸틴은 태조보다 아래였지. 러시아에 가서 라스푸틴이라는 이명을 받고 나서야 S급으로 분류된 경우야. 한국으로 치면 A+급인 셈이지.] [그 사이에 더 강해졌을 가능성도 있잖아요. 라스푸틴, 러시아 3강 중 한 명인데. 거기에 천마까지 같이 힘을 합하고 있으면….] [태조가 불리한 것처럼 보이지.]겉으로 보기에는.
전투가 일어나기 일촉즉발인 상황이라, 그리고 태조가 보여준 또다른 모습에 유미르는 아무래도 마냥 여기에서 태조가 다치거나-혹은 죽는 게 껄끄러운 것 같다.
가재는 게 편, 초록은 동색,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아무리 캐나다인이라고 해도, 유미르는 이제 거의 반쯤은 한국인이 되었으니까.
[유미르. S급이라는 거, 결국에는 히어로 협회에서 판정을 내리는 거지?] [그렇죠?] [그렇다면, 그 판정은 어디까지나 ‘히어로’로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비롯하여 종합전투력으로 판정을 내리잖아. 그런데 그 측정에 하나 빠지는 판정이 있어.]빛의 세계에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부분.
[살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