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04화(305/668)
인간이 어디까지 선을 넘을 수 있는가.
그건 이미 수많은 창작물을 통해 우리는 확인했다.
비단 창작물이 아니더라도, 간혹 뉴스를 통해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이 하는 행동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돈이든, 권력이든, 어떠한 이유에서든 인간은 ‘이익’이 된다 싶으면, 때로는 윤리를 저버리더라도 그걸 이루고자 한다.
설령 천륜을 저버리더라도.
설령 패륜을 범한다고 하더라도.
“중세 유럽,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해 아십니까?”
표정이 굳어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유미르를 향해, 태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중세 유럽은 혈통을 귀중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그 혈통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근친혼을 반복했죠.”
“그, 근친이라는 건….”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남매가 부부가 되고, 이모가 아내가 되고, 때로는 아들이 남편이 되는 경우가 있었죠. 뭐, 합스부르크 가문의 중흥과 몰락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건 아니지만, 역사는 반복되는 법이죠.”
태조는 금색으로 반짝이는 인형들을 만지작거렸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첫 쌍둥이를 낳았더니, 쌍둥이가 모두 S급이었습니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은 이 두 부부에게 무엇을 바랄까요? 순리적으로, 당연한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요?”
“…셋째도 S급일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
유미르가 토할 것 같은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자, 나는 그녀의 등에 손을 올려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아직 이 정도로 그러면 안 돼. 지금부터 더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유미르에게 이런 이야기는 독이다.
세상을 향한 환멸과 분노로 인해 흑화하여 운석 카운터를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장난스럽게 운석 카운터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는 곧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는 말과 같다.
인간에 대한 환멸, 역겨움, 불신.
그리고 그런 인간을 자신이 모든 걸 걸고 지켜왔다다는, 지키고 있다는, 앞으로도 이런 이들을 지켜야만 한다는 것에 대한 허망함.
그런 것들이 하나로 점철되어, 결국 유미르는 ‘모두의 공멸’ 엔딩을 선택하게 되겠지.
방법은 두 가지다.
세상의 더러움이 보이지 않는 새장 속에 가두거나, 혹은 천천히 늪의 아래로 얼굴을 들이밀어 나중에는 몸까지 전부 들어가거나.
가장 이상적인 건 늪의 바닥까지 보고도 날개를 펼치고 빠져나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것.
유미르는 지금, 늪에 발을 담그고 있는 단계다.
“제 부모들에게도 같은 상황이 생겼습니다. 계속 아이를 가지려고 시도했죠. 하지만 잘 안 됐습니다.”
“저기, 안 됐다는 거, 그냥 임신이 잘 안 되었다는 거죠?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런 경우는 아니죠?”
“어떤 생각이지?”
나는 유미르의 등을 두드리며 물었다.
“말해봐. 네가 무슨 생각을 했든, 나는 그걸 가지고 실망하지 않을 거다.”
“……S급이 아니면, 이능력자가 아니면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 되었다든가.”
“백금태양.”
태조는 담담한 얼굴로 쓰게 웃었다.
“유감입니다. 당신의 생각, 정답입니다.”
“…우웁.”
“태어나자마자 ‘처분’당했죠. 어머니의 뒤에는 해그늘이 있었고, 아버지도 해그늘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니.”
“처분이라는 게, 살해당했다는 건가요? 어디 뭐 보육원에 보내지거나, 저기 어디 해외에 입양되거나 그런 경우는 아예 없고요?”
“예. 전부 죽었습니다. 마지막 한 명, S급이 태어날 때까지.”
“…….”
유미르가 테이블을 손으로 크게 움켜쥔다.
손에 힘이, 마나가 들어가서 그런지 금이 순식간에 구겨져 손자국이 남는다.
“진정해. 지나간 일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이고,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어.”
“…그렇죠. 후우. 하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엄청 그렇네요. 그걸 알게 된 당신은….”
“제일 처음 알았던 게 11살이었던가. 그랬을 겁니다. 최소한 1년, 길게는 2년에 한 명 씩 아이를 낳았고, 그러다가 부부싸움을 하는 걸 우연찮게 듣게 되었죠.”
중년의 남녀 금상이 떠올랐다.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나는 더 이상 낳을 수 없다. 이미 전부 실패했지 않느냐. 그렇게 싸우더군요. 앞에서는 항상 밝던 두 분이 그렇게 싸우는 걸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적어도 S급 아기들의 앞에서 부부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부모는 없을테니.”
“예. 그 즈음이면 법으로 금지되어있었으니까요.”
금상의 모습이 약간 아래에서 위로 보이는 건, 그게 아마도 태조의 기억-11살 어린 아이가 몰래 올려다보던 광경이어서 그렇겠지.
“하지만 결국 저는 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죠. 들켰다면 이 남자가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고 하지도 않았을테고.”
이 남자의 기억 속, 진실을 알게 된 트라우마가 지금 이능력으로 재현되고 있다.
“여름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S급을 낳기 위해, 사라진 아내 대신 다른 여자를 선택했습니다. 절반은 아내라는 말을 하며.”
“미친….”
미니어쳐와도 같이.
“누구로부터 S급이 나온 것인가. 여자로부터 S급이 나온 게 아니라, 자신의 피로부터 S급이 나온 것이다. 여자는 바람을 피웠던 게 분명하고, 나의 유전자에는 S급을 낳게 하는 유전자가 깃들어있다.”
“제정신이 아니네요.”
“맞습니다. 제정신이 아니었죠.”
기억이 구체적일수록, 테이블 위에 움직이는 조각상들은 생생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여름날, 밤. 놈은 기어이 그짓을 저지르려고 했습니다. 동생이 자고 있는 방에 숨어들려고했고, 저는 정말 다행히, 늦지 않게 제 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침대 위.
곤히 자고 있는 소녀의 위로 괴물이 달려든다.
그리고 그 괴물의 뒤로 나타난 작은 소년이, 괴물을 향해 손을 뻗는다.
콰득.
상자와도 같은 것이, 마치 택배 상자를 연상케하는 철판이 괴물을 가두었다.
“강철의 뒤주는 사실 이런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세상에는 알리지 않았죠.”
콰득, 콰드득.
금색의 상자는 점차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안에서 무언가 쿵쾅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상자는 한계까지 줄어들겠다는듯 서서히 압축되고, 또 압축되었다.
여행용 캐리어보다 조금 큰 사이즈 정도까지 줄어들었을까.
상자는 더 이상 줄어들지 않았고, 소년은 무릎을 꿇었다.
“누구도 모릅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제가 본 것, 그리고 상자 안에 있던 구형 스마트폰에 담긴 SD카드 말고는.”
“……!!”
“그게 없었다면 할아버지와 논의도 불가능했겠죠. 결국 할아버지는 모든 상황을 알게 되었고, 남자는 실종되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상자의 옆으로 두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저 사람들, 설마….”
“광익공. 그리고 다른 한 명은…죽은 S급 히어로입니다.”
둘 다 내가 아는 얼굴이었고, 둘은 무언가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상자를 완전히 소멸시켜버렸다.
“그리고 저는 저 자신을 봉인했습니다. 꼬맹이의 치기 때문인지, 아니면 불안감에 괜히 동생에게 진실을 말할까 두려웠던 건지, 그도 아니면 패륜 살인자로 매도당할까 두려웠던 건지, 그 때는 저 스스로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나누었습니다.”
소년이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그리고 자신이 특별한 줄 아는 잼민이로.
그리고 그 뒤에, 그림자 속에 쪼그려앉은 채, 날뛰는 잼민이를 바라보기만 하며 웃는 소년 하나.
“뭐, 이능력의 세계에서 흔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하하….”
태조는 손을 앞으로 흔들어, 조각상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할아버지에게 부름을 받아 최면을 해제당하면 제가 깨어나고-”
“어떡해….”
뚝, 뚝뚝.
“미, 미안해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유미르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흘러나왔다.
차마 태조를 바라볼 수 없다는듯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입을 막았고, 눈물은 아래로 떨어져 옷을 적셨다.
“아, 아니. 괜찮습니다. 다 지나간 일이고….”
“괜찮다. 울어도.”
나는 유미르를 품에 안고 토닥이며, 태조에게도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울고 싶은 건, 울어야 할 건 유미르 뿐만이 아니니까.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고 했잖습니까. 저, 이미 두 번 울어서 스택 한 번 밖에 안 남았습니다.”
“세 번 넘게 울어도 세상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 없더군.”
“…울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당연하지. 슬픈 영화만 봐도 눈물 흘리는 게 나다.”
유미르 만큼은 아니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니까.
“울음이든 뭐든, 감정을 쏟아내는 건 좋은 일이다. 그게 네게는 그거겠군.”
“…….”
“이해한다. 나도 남자니까. 누군가의 품에 안겨있으면, 그 순간 만큼은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슬픔을 잊기 위해, 인간은 무언가에 미쳐살게 된다.
일이든, 사람이든, 관계든.
아무리 인격을 나누었다고 해도,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이 남자의 무의식에 깔린 울분을 삭히는 길은 많지 않았을 터.
그 방법이 애국이었을 뿐이다.
이 남자는.
“율리아나 페이그린. 네 유전자를 훔쳐 달아났던 여자. 기억하나?”
“…예.”
“미국에 연락을 해서 공항에서 체포를 해도 되었을 것을, 굳이 네가 직접 강릉까지 올라갔던 건 다 이유가 있었겠지. 네가 아니더라도, 네 밖에 있던 녀석도.”
“…….”
아머드 태조든, 블랙 태조든 결국 둘 다 태조는 태조.
유전자도둑질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었을테고, 그래서 마력을 대부분 소진하면서까지 직접 강릉으로 날아왔었다.
어떻게든 율리아나의 출국을 막고, 직접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물어봤나?”
“물어보고 싶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나봅니다. 이 녀석.”
태조는 자기 볼을 검지로 건드리며 낮게 웃었다.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좋아서 건드렸을테니까.”
“…너는 어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른다?”
“예.”
태조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런 건, 다 또다른 제가 한 거라.”
“…….”
“오히려 최근 2년 동안은, 제가 밖으로 나온 시간이 드문-”
“결정했다.”
나는 이제 조금 진정된 유미르를 마저 토닥이며, 태조의 앞에 손을 뻗었다.
“빛의 세계에서 살아가라. 더 이상 그림자로 살지 마. 어둠은 결사에게 맡기고, 너는 네가 누려야 할 것을 마음껏 누리고 살아가라. 애국이든, S급이든. 더 이상 아머드 태조에게 네 인생을 맡기지 마.”
“…….”
“세상의 어둠을 짊어지는 건.”
이런 말, 조금 오글거릴지도 모르지만.
“어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