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06화(307/668)
아무리 쓰레기라도, 이능력자라는 자원은 세상에 중요한 자원이다.
이능력자 한 사람이 한 도시의 치안을 담당할 수 있는 만큼, E급 이능력자라도 함부로 죽일 수는 없는 법.
그러므로, 금의 뒤주 속에 갇힌 이 도둑들을 한 명 한 명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아. 이쪽은 도깨비. 주모들을 동원하여 분류 바람.] [알겠어. 금방 분류해줄게.]태국에서 서큐버스들을 분류했던 것처럼, 이능력자들을 한 명 한 명 분류하여 나눌 필요가 있다.
구제불가능한 처형 대상이라면 처형을.
구제가 가능한 이라면 상황에 맞는 대처를.
다행히 수십 명 정도 되는 인원이라면 판별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고, 한국에 있는 주모들은 이런 판별을 하는데 있어 전문가들이었다.
[다녀왔어요.] [고생했다.]유미르는 태조를 데리고 차원문을 넘어, 결사의 ‘판별장’으로 데리고 왔다.
상당히 긴장한 얼굴로 유미르와 함께 결사의 한복판에 들어온 태조는 주변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보면 꼭 스파이가 적진을 염탐하는 것 같지 않니?]“아, 그럴 의도는….”
[괜찮다.]유미르는 유미르대로 태조를 살갑게 대하며 챙겨주기 시작했다.
[괜찮다고 하시네. 그래도 너무 그러지는 마. 도망가고 싶으면 그냥 나한테 얘기 해. 개성으로 가는 문 정도는 열어줄테니까.] [그, 형수님은 누구 편입니까?] [나는 착한 사람 편이지. 흐흥.]아무래도 자신과는 결이 다르지만, 어린 아이 때부터 고생을 한 태조에게 나름의 동병상련을 느낀 것 같았다.
형수님이라는 호칭에 넘어간 건 아니겠지만.
[마침 딱 알맞게 왔군. 지금부터 하이라이트를 시작할 차례였거든.] [하이라이트요?] [그래. 단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판별이 끝났다.]나는 옆에 서있던 주모로부터 태블릿을 받아 둘에게 건넸다.
[단순히 국가의 명령으로 이 작전에 참가한 자들은 기억을 지워버리고 마력을 리셋시켜버리기로 했다.]“마력의…리셋?”
[유사 젠로스를 일으키는 거지. 일시적으로. 그냥, 한계까지 마력을 탈진시키는 거다. 마력을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게끔.]나는 유리벽 너머, 의자에 묶여있는 이들을 가리켰다.
-으어어어….
-허억, 허억, 허억.
다들 탈진에 걸린 이들처럼 괴로워한다.
“고문인 겁니까?”
[고문 아니다. 비워내는 과정이지. 일체의 고통은 없다.]“……오.”
태조는 금방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으헉, 허억, 허억, 차, 차라리 죽여줘…!
-그만, 하악, 그만, 더는, 더는 가고 싶지 않아…!
[약을 먹였지. 마나가 비워질 때까지, 애국심이 최대로 일어나도록.] [비쥬얼은 사약을 먹이는 것 같은데요.] [사약 아니다.]옆에서 주모들이 탕약 같은 걸 끓이고, 의자에 묶여있는 중국과 러시아 이능력자들의 입에 강제로 장독에 들어있는 검은 액체를 먹이고 있지만, 결코 사약을 먹이는 행위가 아니다.
-크아아악…! 차, 차라리 사약을, 어, 어흐윽…! 아, 안 돼…! 그, 그만둬…!
그냥 사약처럼 보이는 탕약이지만, 실상은 몸에서 마나를 뽑아내도록 유도하는 아주 특별한 약이다.
[아무리 봐도 절정을 느낄 때마다 그거 대신 마나를 방출하도록 하는 약 같은데요.] [돌려말할 필요 없이 정확하게 알아차렸군. 정답이다.]무엇을 숨기랴.
사정을 하도록 하되, 파정을 하는 게 아니라 파정 대신 마나를 뿜어내도록 만든 약이다.
“이런 약이 있다니….”
[왜? 환멸했나?]“효과적으로 상대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픈 거 없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으니.”
[그렇지. 고통은 없다. 만약 고통이 있다면, 계속 탈력감이 연달아드는 것 뿐.]총수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이능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약의 효능은 극강.
평소라면 그냥 자백제를 투여하거나 주모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사를 하겠지만, 아무래도 ‘손님’의 눈을 신경쓰다보니 이런 수단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약도 통하지 않는 자들과 마주할 차례다. 내가 직접 심문할 건데, 같이 들어오겠나,아니면 위에서 지켜보겠나? 나는 개인적으로 밖에서 보는 걸 추천하지.] [누구부터 보려고 하시는 거죠?] [라스푸틴.]“……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저도 일단 밖에 있을게요. 괜히 그런 말을 한 게 아닐테니.]심문실 안쪽을 가리킨 내 손길에 유미르와 태조는 나의 제안을 따라 심문실이 보이는 유리벽 너머로 향했다.
[좋은 선택이다.]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코를 찌르는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실제 냄새는 아니지만, 마력의 잔향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분명 밤꽃이 풍기는 냄새와 비슷한 화학식을 가지고 있을 터.
[쯧.]“…흐흥.”
정신병원에 감금되어있는 사람처럼, 라스푸틴은 하얀 구속복에 전신이 수감된 채 묶여있다.
“한국의 뒤에 결사가 있었다니. 역시나. 유럽에서 그렇게 날뛰고 있던 건 다 연막이었나봐?”
[결사는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도깨비가 3월부터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결사가 왜 한국에 없겠나.]“설마 그 대단하신 도깨비가 때려잡으라는 악마는 안 때려잡고 애꿎은 사람을 잡으러 올 줄은 몰랐는데.”
[악마가 아닌 빌런도 잡는 편이지. 남의 나라 자원을 멋대로 훔쳐가려는 빌런도 말이야.]나는 안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라스푸틴이 묶여있는 의자 아래쪽, 구속복의 발목 위로 돋아난 세 번째 다리의 윤곽에 나는 절로 짜증이 일었다.
“나 나름대로 탈출하려고 지금 애를 쓰고 있는 건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조성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나?]“불쾌감이 드는 건 그쪽이지. 그런 건 학습된 불쾌함일 뿐이야. 바퀴벌레를 보고 더럽고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궤변이군.]언쟁에서 이기려고 하지만, 어차피 라스푸틴은 이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네가 아무리 구속복 아래로 뻗은 촉수로, 세 번째 다리로 마나를 질질 흘리고 있어도 의미는 없다. 이렇게 흘리고 있다는 게 그 증거지.]“칫….”
원래라면, 마나를 제대로 형체를 갖춘 다음 결정화로 만들어 채찍처럼 촉수를 휘둘러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라스푸틴의 아래에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마나가 줄줄 새고 있다는 건, 라스푸틴이 마탄이든 촉수든 스스로 결정화의 이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
[포기해라. 너는 이미 ‘처형’ 대상이다.]“…내가 뭘 잘못했다고?”
라스푸틴의 얼굴이 마구 일그러졌다.
“뭐, 내가 매국노가 된 거? 한국에서 망명한 거? 그게 뭐? 한국에서 내 가치를 알아주지 않으니까, 오히려 사람을 빌런 취급하니까 그런 거 아냐! 내 가치를 알아주는 곳으로-”
[결사를 머저리로 아는군. 우리가 네 범죄를 모를 것 같나?]“…….”
내가 가벼운 손짓 몇 번을 하자, 라스푸틴의 표정이 싹 굳었다.
위에서 안쪽을 내려다보던 유미르와 태조는 옆에 있는 주모의 설명을 듣고 있는 건지, 라스푸틴을 향한 혐오와 공포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태조는 당장이라도 안으로 뛰쳐들어와 라스푸틴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날릴 기세였다.
그도 그럴게, 이 여자.
[이능력을 이용한, 위력에 의한 겁간. 한두 번이 아니지?]“…….”
강간범이다.
[마력으로 만든 촉수의 형태가 그런 이유인 건 당연히 그런 이유겠지. 내가 입에 올리기는 그렇지만, 네 죄를 조사하는 검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한 번 말해보도록 하지.]나는 태극워치를 두드려, 라스푸틴의 앞에 여러 개의 사진을 띄웠다.
[너는 네 마나촉수를 이용해, 너를 촉수녀라고 부른 남자들의 뒤에 강제로 네 마나촉수를 쑤셔박았다. 그들은 모두 뒤가 파열되어 기절했고, 다들 살아있지만 기저귀를 차고 생활해야 할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지.]“……이봐, 도깨비.”
라스푸틴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S급 이능력자를 향해 감히 촉수녀라고 부른 그 뚫린 입에 촉수를 쑤셔박아서 죽여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비로운 거 아니야?”
[…….]“어딜 감히 무능력자가 S급을 욕해. 응?”
라스푸틴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얼굴로 바닥을 발로 두드렸다.
“이 세상은 이능력자의 세상이야. 무능력자들은 이제 이능력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야하는 시대가 온 거라고. 그런데 그런 사람을 상대로, 감히 촉수녀라고 불러?”
[그런 것치고는 이제 촉수라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은데?]“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나도 처음에는 촉수 같은 게 아니었다고!”
라스푸틴은 씩씩거리며 악을 썼다.
분노가 체내의 마나를 자극하고 이능이 되어 들끓기 시작하고, 붉은 오랏줄로 꽁꽁 묶여있는 구속복 아래의 다리 사이 세 번째 다리가 서서히 꿈틀거리며 구속복 위로 튀어나오려고 했다.
“나를 촉수녀로 만든 건, 그 놈들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뒤를 파열시키는 게 용서가 된다고 생각하나?]“물론. 나는, 이능력자니까.”
[그렇다면, 이능력자인 내게 당하는 것도 각오는 되었겠지?]“……뭐?”
내가 몸을 일으키며 허리띠를 붙잡자, 라스푸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너, 설마…. 아니, 잠깐…! 그거, 범죄-”
[나는 빌런이다.]“이 미친 새-”
빠ㅡㅡㅡㅡ악!
나는 라스푸틴의 머리를 도깨비방망이로 후려쳤다.
라스푸틴의 머리는 아래로 축 늘어졌고, 구속복을 찢을듯이 빳빳하게 서있던 세 번째 다리-결정화된 촉수는 아래로 점액처럼 흘러내렸다.
[판독 완료.]태조가 S급 판독기라면, 나는 빌런 판독기.
[너는 ‘환생형’에 처한다.]매국노 라스푸틴은 죽고.
[적어도 남자 뒤를 촉수로 꿰뚫는 S급 빌런보다,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A+급 이능력자가 세상에 더 도움이 되겠지.]이 여자는 다시 태어나리라.
[지금부터는 네가 압록강과 두만강을 지키는 국경수비대가 되는 거다.]최전방 수호병으로서.
[환영한다, 굳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