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08화(309/668)
태조는 모형을 받은 채, 혼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조금 공간이 좁다는 걸 제외하면 여느 호텔의 스위트룸을 방불케하는 방이었고, 태조는 침대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대로 누워버렸다.
삐빅.
방으로 들어오면서 건네받은 태극워치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아도 되나 싶었지만, 아마 전화를 받아도 되니까 자신에게 태극워치를 넘겨준 것일 터.
[대장님, 괜찮으십니까?]기파랑의 안부 목소리에 태조는 괜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괜찮습니다.”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에 있으니, 안심하고 요원들 챙기고 있어요. 쌍어궁이랑 같이.”
[진짜 괜찮으신 것 맞습니까?]“예. 임무 끝났습니다. ‘저지’까지는.”
수화기 너머로 기파랑의 안도감 가득한 한숨이 흘러나온다.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아. 일어나자마자 남아있는 건 종이로 쓴 쪽지 뿐이지, 공동에는 사람이라고는 저랑 쌍어궁 뿐이지, 혹시나 땅굴로 도망쳤나 확인해보니, 거기에는 이상한 점액이 끈적거리지….]“다 해치우고, 다 제압하고 따로 데리고 온 겁니다. 안심하시길.”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그 뭐냐. 그….]기파랑의 목소리가 개미기어가듯 작아졌다.
[헤세드와 백금태양이 지원을 온 거,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대답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던 태조는 순간, 기파랑이 확실하게 ‘헤세드’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잠시 놀랐다.
역시 도깨비.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데 있어 그 누구보다도 철저한 남자.
만약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면, 그건 정체를 드러냄으로써 이득을 가져오겠다거나-
자신의 정체를 함부로 밖으로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겠지.
“광익공이 보내주신 분들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태조는 그냥 도깨비가 언질을 준 대로, 공을 광익공에게로 떠넘겨버렸다.
[그럼 헤세드, 세피로트 기사단과 광익공이 혹시 관계가…? 막 미래에서 온 세피로트 기사단조차 일원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존재라거나? 혹은, 기사단 중에 한 명이 미래의 광익공이라거나!!]“소설 작가입니까?”
[아, 제 꿈이 소설 작가이긴 합니다. 아니, 그보다, 정말로 광익공이 세피로트 기사단과 협력관계라면….]“그건 깊게 생각하지 않도록 하죠. 지금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급히 또 움직여야 하니.”
더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 태조는 기파랑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걸 단칼에 잘랐다.
“익일 04시 정각을 기준으로 하여, 모든 요원은 철수합니다. 철수 10분 전 기파랑과 쌍어궁은 산장에 있는 폭파장치를 이용해 광산을 파괴, 이후 신의주역에 있는 화물기차에 합류하여 개성으로 이동합니다. 알겠습니까?”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혹시 적이 나타난다면, 저희는 버리고-]“그럴 일 없으니까, 폭파하고 난 뒤에 그냥 기차에 합류하세요. 딱 봐도 ‘아, 이건 타야하는 기차구나’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예?]“끊죠. 저도 후퇴 준비를 위해 처리를 할 일이 있으니.”
[아, 예! 잠시 뒤에 뵙겠습니다!!]삑.
전화가 끊어졌다.
태조는 태극워치의 시각을 확인한 뒤, 기파랑과 약속한 시각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충분하네.”
모형의 구조를 확인하고, 그 모형을 바탕으로 금속덩어리를 조작하여 똑같이 만들어낸다.
단지 크기가 크다는 것을 제외하면,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다.
그저 신경이 쓰이는 건 도깨비의 제안.
“…….”
거울 속, 자신의 머리칼은 검게 물들어있다.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비틀자, 머리칼에 묻어있던 숯검정같던 사철이 떨어져나와 안에서 찰랑거리는 금발이 반짝였다.
금발의 자신.
그걸 다시 사철로 뒤덮어, 안에 있는 자신이 겉으로 튀어나온 것.
이중인격으로 수 년 동안 살아온 자신에게, 자신으로서 살아가도 좋다고 제안을 했다.
태조 본인으로서.
“…….”
태조는 태극워치를 만지작거리며, 전화 어플을 꾹 눌렀다.
조금 무섭지만, 조금 두렵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삐비빅.
전화를 받은 상대는,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이 시간에 전화를 다하고. 개성에서 아이돌 그룹 넷이랑 놀고 있을 시간 아니야?]“누나.”
[…어?]날카로운 목소리에 당황이 묻어나온다.
[너…?]“나야.”
[……뭐야, 갑자기.]여인의 목소리가 잠시 잦아들고, 날이 잔뜩 서있던 것도 한껏 기세가 풀렸다.
[임무 중인 거야?]“응. 이제 끝나면 다시 돌아갈 것 같아.”
[그렇네…. 다친 곳은 없고?]“없어. 다친 곳은 없는데, 조금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
태조는 손으로 앞머리를 쓸었다.
곧 사철이 떨어져나오며, 금발이 찰랑거리기 시작했다.
“나, 나로 살아가도 될까?”
[…그건, 나한테 허락을 구할 일이 아니야. 네가 정하는 거지.]“…….”
[네가 원래대로 돌아가든, 아니면 그 망할…흠흠, 걔한테 네 모든 걸 넘기든, 나는 네 약혼녀야.]“그럼…. 아, 3분.”
[뭐래. 나랑 전화하는데.]“하긴.”
태조는 옅게 웃으며, 태극워치에 손을 올렸다.
“돌아가서 봐.”
[…송별회랑 환영회를 동시에 준비해야 겠네. 기다릴게.]“응.”
뚝.
전화가 끊어졌다.
태조는 호흡을 가다듬은 뒤, 책상 앞에 앉아 기차 모형을 앞에 내려다놓았다.
“…분해.”
찰캉.
조립형 프라모델의 부품이 하나하나 해체되며, 태조의 양손 앞에 떠올랐다.
태조는 부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각 부품들을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며 기차를 만들고 해체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황금열차….”
똑똑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혹시 뭔가 전할 이야기가 있나 싶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니, 한복 차림의 붉은 머리칼 여인이 상자 두 개를 손에 들고 있었다.
“도깨비 님께서 전하라고 하신 물건입니다.”
“…….”
그것은.
장난감과도 같은, 하지만 가격이 최소 20은 넘을 것 같은 열차였다.
“그리고 한 마디, 훈수라고 전하신 게 있다면.”
“뭐죠?”
“부품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그저 움직이게만 만들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움직이는 건 본인이 알아서 하시겠다고.”
“……알겠습니다.”
상자를 받자마자 주모는 문을 닫고 나갔고, 태조는 바로 상자를 열었다.
“……황금열차, 라.”
꿀꺽.
태조는 케이스 내부의 부품들을 살피며, 박스에 그려진 그림에 입맛을 다셨다.
“내가 다시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건 만들어봐야지.”
그저.
이능력의 발전을 위해서일 뿐.
* * *
히틀러에게는 황금 열차가 있었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나치가 몰래 착복한 황금을 열차의 어딘가에 싣고 그걸 또 숨겼다고 하는 전설이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인류 역사를살펴보면 그런 경우가 참 많다.
권력자가_황금을_숨김.
아무래도 금이라는 게 보편적으로 가치있는 광물인 만큼, 모든 인간은 금을 보면 눈이 돌아가기 마련.
‘금광에 남겨진 금의 양이 생각보다 많아.’
열차 한 량, 아니 조금 과장 좀 보태면 4호차 객실을 연결한 무궁화호 한 대를 통짜로 연성할 수 있는 양이더라.
만약 마르지 않는 금맥이라면 뿌리에 해당하는 부분만 남겨두고 전부 열차로 만들어버리면 그만.
황금열차를 제작하고 겉을 도색하고, 그걸 철도를 달리게 하고, 요원들과 함께 신의주를 떠나는 기차의 뒤에 따라붙게 하고, 휴전선 남쪽으로 내려간 이후 거대한 황금열차를 처분하고, 이후에 태조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까지.
“…시나리오는 이래. 어때?”
“의외네요.”
“뭐가 의외라는 거야?”
“오빠가 저한테 그걸 설명하고, 의견을 묻는 거.”
내가 황금을 열차로 바꿔서 부산까지 보낸다는 계획을 세운 것에 대해, 그저 계획을 통보할 거라고만 생각했나보다.
“제 의견은, 오빠 의견이면 뭐든지 오케이라는 거예요.”
“인턴이라고 해도 의견 정도는 낼 수 있지 않나?”
“거기에 제 의견을 덧붙이자면, 음, 아직 설명해주시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정도…?”
“뭔데?”
“천마.”
유미르는 나의 황금열차 계획의 맹점을 찔렀다.
“라스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빌런들은 그 ‘재사회화’라는 걸 통해 국경 수비대로 돌리는 건 이해했어요. 중국의 무단 국경 침입자들도 마찬가지로, 죄질이 나쁜 이들은 그 ‘굳건이’라는 걸로 만드는 것도 이해했고요. 하지만 천마를 비롯한 소수가 남잖아요. 그들은 어떻게 할 거죠?”
“어떻게 할 것 같아?”
“…이걸 가지고 돌려보낸다?”
유미르는 고갈된 광산의 사진을 꺼냈고, 나는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정확해. 천마는 되돌려보낸다.”
“왜요? 진짜 S급인 미인이라서?”
“너는 내가 무슨 S급 여자라고 하면 무조건 다 좋게좋게 대하는 줄 아니. 라스푸틴과 천마는 직업이 달라서 그래.”
“직업…. ‘히어로’.”
“그래.”
라스푸틴은 빌런이다.
한국에서도 빌런이었고, 러시아에서도 빌런이었다.
행방불명되든 말든, 러시아에서는 뭔가 대놓고 불만을 드러낼 수 없다.
하지만 천마는 다르다.
“중국이 500조를 지를 정도로, 정말 말도 안 되는 예산을 던질 정도로 비싼 돈을 주고 사들인 S급 이능력자야. 그런 이능력자가 한반도 북부에서 행방불명되었다? 바로 인민군이 쳐들어올 걸.”
“인민군은 없잖아요.”
“만들어내면 되지. 눈 가리고 아웅하면 되는 게 세상 아니겠어.”
상대는 중국이다.
“천마는 되돌려준다. 그 대신, 더 이상 한반도 북부의 지하자원을 탐내지 못하도록 할 거야.”
“어떻게요?”
“압도적인 힘으로.”
예로부터 통하는 진리가 하나 있다면.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야 되겠어?”
압도적인 힘의 차이는 곧 개연성이 되는 법.
“광익공의 필살기로 천마를 만주로 날려버리는 거야.”
나는 유미르에게 주먹을 뻗었다.
“광익공 펀치가 되어줘.”
“…광익공 필살기는 펀치가 아니잖아요.”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