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1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17화(318/668)
이능력자에게 컨셉은 곧 개성이며, 동시에 ‘자아’라거나 ‘에고’라고 할 수 있다.
마나의 총량이 어떻든, 결국 이 마나를 쓰는 것은 정신력.
생각의 힘이, 공상력이 확고하다면, 그만큼 자아가 확립되어있다면 자신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낼 수 있다.
그 컨셉을 가져오는 데 있어, 신화와 전설만큼 좋은 게 또 없다.
예를 들어.
내가 그리스인이고 전격을 다루는 이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바로 제우스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절대신 제우스와 같이 벼락을 던지는 이미지를 구체화하여, 그걸 자신의 이능력으로 삼을 수 있다.
만약 전격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북유럽에서 태어났다?
-나는 토르다!
망치를 하나 만들어낸 다음, 망치에 번개를 둘러 적을 향해 휘두르면 되겠지.
신화 속 인물, 전설 속 인물, 혹은 역사 속 인물-그들 중 ‘영웅’으로 사람들이 칭송할 사람의 모습을 따라하는 것도 이능력자가 자아를 확립하는 방법이다.
-나는 독일 영웅의 환생이다!
-오오, 어떤 영웅입니까? 혹시, 지크프리트…?
-Stärke liegt nicht in der Verteidigung, sondern im Angriff!!
-……잠깐 번역 좀. 어, 국력은 방어에 있는 게 아니라 침략에 있다…? 아돌프…이 미친 이능력 네오 나치가!!
뭐, 2025년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문제가 좀 있기는 했지만, 현대에 이르러 여러 이능력자들이 자국의 영웅을 컨셉으로 이능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고로.
한국도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이능력자를 무슨 과거 영웅의 환생이니, 재림이니, 실제 그 후손이 그 뒤를 이었다느니 하는 컨셉을 잡으면 어떨까?
-잘 듣거라. 너의 조상님은 신라시대의 화랑이셨다.
-화랑이요? 그럼 저 막 얼굴에 화장하고, 꽃단장하고 그래야 하는 건가요?
-그래. 화랑, 멋지지 않니?
-와! 그래서 그 선조님이 누구시죠?
-관창.
-…….
실제로 이는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있었고, 나름의 효과를 거두었다.
문제가 생겼다.
-지면 어떻게 하지?
이능력의 시대에, 만약 자국의 영웅을 컨셉으로 잡은 이능력자가 누군가에게 패배하게 된다면?
지금까지는 딱히 전투가 크게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는 세계의 이면에서는 이능력자 사이의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대놓고 ‘나 날뛸 것이오’하고 천방지축으로 나대는 빌런이 생각보다 강해서, 전설 속 영웅을 컨셉으로 잡은 히어로가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극단적으로.
-본관을 충무군이라고 부르시오. 좌수에는 삼척산하검을, 우수에는 일휘소탕검을. 본관의 이능력 등급은 A급으로, 그 어떤 적도 일격에 베어 넘길 것이오.
라고 하는 가상의 이능력자 원악마(20세)라는 존재가 있다고 가정을 하자.
-와! 충무군! 겁나 강합니다.
-크으, 한국의 기상! 애국심이 차오른다!
국격이 상승할 것이다.
국민이 열광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만약이지만.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저어어어어어엉말 만일의 만일의 일이지만.
-도모. 충무쿤. 이가닌자데스.
-크으윽…!! 본관이, 일본인에게…!
-와타시와 에스후라스 급인 데스. 소시테 아나타와 리상쟈나이. 우-엔상데스.
-크아아악!!
A급인 국가 영웅이 다른 나라의 S급에게 패배라도 해버린다면.
-졌…어?
-말도 안 돼. 충무군이…졌어?
-지는 건 괜찮아! 그래, 질 수 있지! 그런데 일본인한테 졌다고?
영웅의 몰락은 곧 많은 이들을 절망으로 빠뜨리게 될 터.
-우우우우우! 충무군이 뭐냐!
-어디 나가서 한국 영웅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마라!
-다음 소식입니다. 충무김밥을 사랑하는 연합회에서 A급 히어로 충무군을 국가의 명예와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은 죄로 고발을….
당장 그 영웅에게도 비난과 질타가 쏟아질 것이다.
국민 전체가 조리돌림을 하고 욕을 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는 어쩌면 악마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일.
그래서 이능력자들은 컨셉을 잡을 때, 함부로 컨셉을 잡지 않는다.
심플하게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미한다거나.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떠오르는 모습이지만 그 명칭을 달리한다거나.
그도 아니면 아무에게도 패배하지 않도록, 아예 S급에 이르고 나서야 영웅으로서의 컨셉을 확립한다거나.
그렇다.
누구에게도 함부로 지지 않는, 최소한 진정한 ‘S급’에 이르렀을 때가 된다면.
-와! 번개숨결! 와! 기공신포!
-크으으, 저게 진짜 충무공이지!
-충무공상, 이케에에에에ㅡㅡㅡㅡ!
-아니, 님은 일본인이잖아요.
-충무공상, 칵코이이이이ㅡㅡㅡㅡㅡ!!
-에라, 모르겠다. 이겨라ㅡㅡㅡㅡㅡ!!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는 실력을 가지게 된다면, 감히 그 이름과 컨셉을 감당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되겠지.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할 지어니. 누군가의 위상을 가져와 자신의 것으로 한다는 건, 그만큼 실력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하는 법.”
누군가의 역사를 짊어지고자 한다면,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그래서 이런 무기는 발상은 가능하고 실제 사용도 가능하지만, 함부로 쓰지는 못 해.”
“과연…. 이거 쓰다가 다른 나라, 특히 일본인에게 패배한다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네요.”
“그냥 욕을 먹는 게 아니라 한국을 떠야지.”
“그럼, 그럼.”
윤혜라와 현세린은 아쉽다는 듯한 얼굴로 내가 든 두 개의 검을 바라봤다.
“…그래도 쓰고 싶을지도.”
“외교적 분쟁이나 정치적 문제 다 떠나서, 솔직히 써보고 싶기는 해.”
두 간부는 흥미를 보였다.
역시 S급이라서, 검에 담긴 역사를 감당할 수 있는 자들이라서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래서 도 과장님. 판타지스러운 무기든, 신화 속 무기든, 역사 속 영웅이 쓰고 현대까지 보물로 내려온 무기든 그 신의주의 황금으로 전부 만들어버리겠다는 거야?”
“그렇지.”
나는 두 자루의 검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다시 황금 10kg으로 돌아갔지만, 어딘가 겉에서 흐르는 기운이 근엄하고 엄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나황금 500톤. 그걸 얼마나 사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들인 걸 바탕으로 일단 우리 결사의 간부들을 위한 전용무기부터 만들어야지.”
“…….”
둘의 귀가 쫑긋 섰다.
“전용 무기라….”
윤혜라는 애초에 특별히 본인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가 없다보니, 자신만의 새로운 무기를 가진다는 것에 입맛을 다시고.
“나는 평소에 쓰던 거 있는데?”
“부러지지 않는 검이랑 포탄과도 같은 화력을 낼 수 있는 마탄을 쏠 수 있는 권총이라면?”
“오호.”
총과 검을 주로 쓰는 현세린은 기존의 무기와는 달리 압도적인 효율을 낼 수 있는 무기에 눈을 반짝였다.
“선생님, 저는요?”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지. 컨셉만 정하면, 그걸로 맞추면 그만 아니겠어. 금부도사를 위한 황금의 오랏줄이든, 아니면 마법소녀를 위한 매직스틱이든.”
유미르가 이전에 쓴 기술을 생각하면 하나 적절한 게 떠오르기는 하지만, 당장은 언급하기에는 곤란하다.
“일단 이 황금은 대부분 결사로 보낼 거야. 결사에서 황금을 연구하도록 한 다음, 다른 황금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 자료로 사용하는 거지.”
“대부분?”
“각자 하나씩, 마나 포션 하나는 들고 있어야 할 거 아냐.”
10kg 덩어리에서 떨어져나온 구슬들은 지금 노천탕 온천 아래에서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다.
온천수에 계란을 담는다고 계란이 삶은계란이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저 마나온천에 담은 마나황금은 황금이 담을 수 있는 한계까지 마나를 담아낼 것이다.
“결사에서 연구를 마치면 내가 도깨비방망이로 휘둘러서 형태를 바꾸는 게 아니라, 결사의 기술로 이리저리 가공해서 물건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겠지. 지금 시장에 유통되는 형태의 무기라거나, 아니면 매체 속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것들.”
“예를 들자면….”
“게임이나 영화 속의 무기라거나 그런 것들 말이지.”
이 세계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대격변 이전에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온갖 무기들.
비록 한 국가의 역사에 비하면 깊이가 짧은 편이지만, 인지도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찌보면 이 세상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이능력자들을 위한 적절한 전용무기.
거기에 내 원래 세계에서의 경험이, 지식이, 데이터가 살짝만 더해진다면, 큰 문제가 없는 이 세계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만들어지게 되는 셈.
“아서 왕이 휘두르는 승리의 검. 여자의 가녀린 몸으로-”
“…아서 왕이 왜 여자예요?”
“아서라면…브리튼의 왕 아니에요? 아서 왕이 왜 여자?”
“…….”
아.
“…아서 왕의 그 거대한 검을, 여자인 이능력자가 휘둘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그런 마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지. 이 황금을 이용하면.”
“아하.”
“하여튼 그런 무기들을 만들어내겠다는 거야. 전용무기라고 하든, 에픽무기라고 하든, 용어는 뭐 나중에 생각할 일이지. 중요한 건 이 마나가 깃든 황금 그 자체. 경제적 효과만 따지면…솔직히 가늠을 못하겠네.”
천마의 연봉이 500조였던가.
“마나황금 500톤이면 적어도 9천조 만큼의 값을 하지는 않을까?”
“…저기, 선생님.”
유미르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게슴츠레 노려봤다.
“그거, 태조한테는 이야기 안 했죠?”
“어.”
“…그럼, 저거 사들이는 건….”
“그냥 금값으로 사들이는 거지. 500톤이면…뭐, 대충 30조라고 생각하자고.”
자고로.
“물건의 가치는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법이야.”
“사기 아녜요?”
“사기는 아니지. 단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을 뿐.”
태조에게 모든 걸 잘 해줬지만, 이 마나황금의 효율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태조가 이 마나황금의 가치를 모를 리가….”
“있지.”
그도 그럴게.
“태조는 이 마나황금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는 이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모르는 거야. 금속이라면 마나가 쉽게 깃들든 말든, 태조 본인은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으니까.”
“와. 선생님, 진짜….”
“나는 빌런이야. 결사의 에이전트라고. 우리 회사가 저 마나골드를 다 사들여야 하는데, 당연히 원자재를 싸게 사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모든 것은 결사를 위해서.
“그리고 이거. 금이지만, 마나가 깃든 금이니까 대충 다른 이름으로 부르면 느낌이 확 달라질 걸?”
“뭐라고 부를 건데요?”
“이름은.”
나는 마나가 약간 채워진 여의주를 하나 온천에서 꺼냈다.
“오리할콘.”
500톤.
“나는 사기꾼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