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2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21화(322/668)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면 이능력자를 낳는다. 결혼한 부부에게 있어 상식이지?
라는 게 대격변 이후, 이 세상의 진리가 되었다.
남녀의 만남은 곧 아이를 낳기 위한 것.
모든 것은 출산을 위해, 미래 산업 역군을 기르기 위한 것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딩크족’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부부가 있을지는 몰라도, 용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게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용어로 정립되어 소수나마 집단을 형성할만큼의 규모는 아니니까.
하지만 모든 만남이 결혼과 출산으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나는 자유롭게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다가 결혼할 건데?
-꼭 결혼을 한다고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하나요? 나 하나 정도는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아이를 가지기 전에 부부끼리 좋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누군가는 자유를, 누군가는 관계를, 누군가는 사랑을 좇아 아이를 가지는 걸 미루기도 한다.
-야! 이능력자 낳으면 인생 역전인데, 왜 안 낳으려고 하는 거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낳아야 이능력자가 나올 확률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아이를 키울 마음의 준비도, 경제적 여력도 안 되는 걸요.
-국가에서 다 키워줄텐데 무슨!
-그러다가 이능력자가 아닌 아이가 태어난다면, 아버님이 키워주실 건가요? 집 사주시고 그럴 건가요?
-크흠…!
주로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포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뭐, 하여튼.
이런 이들을 두고 우스갯소리로 애국하지 않는 자들이니 매국노니 떠들기도 하지만, 그건 진짜로 애국심이 없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자조적으로 하는 농담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한 생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늦추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게 되었으니, 전통적인 방법부터 의학적인 방법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음, 나, 그래. 뒤로 했어.”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현세린이 이야기하는 케이스.
“아니, 그, 뒤로 뭘 했다는 거죠?”
“뭘 했겠어? 총기수입했지.”
“…아, 그렇죠? 제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죠?”
“글쎄다…?”
현세린의 어깨가 올라가는 것 같았다.
세 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면서도, 현세린과 나를 계속 번갈아보며 의미심장한 눈짓을 주고 받았다.
“저기, 도 과장님. 설명 좀.”
“내가 직접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마나로 육체를 형성하는 이들의 장점 아닌 장점이 하나 있더군.”
이건 진실이다.
“뒤로 해도 괜찮더라. 별다른 준비 없었는데도.”
“어허. 말은 똑바로 해야지. 준비를 하고 하는 거랑 준비 안 하고 하는 거랑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해야 하지 않겠어?”
“그것도 그렇군. 뭐…그런 거다. 당장 여기에서 혜라랑 하라고 한다면, 바로 할 수도 있는 거지.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그, 그런 건 안 해.”
윤혜라는 고개를 돌렸지만, 귀는 여전히 쫑긋 서있었다.
“아니, 저기, 언니. 도대체 언제 그런 거야? 응?”
“살아있을 때는 아니고 죽고 난 뒤에 했었지. 어, 그게….”
현세린은 손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리다, 윤이선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제주도였나…?”
“제주도요?”
“아, 그래. 너희는 잘 모를 수 있겠다. 제주도가 어떤 곳인지.”
“야, 너 설마….”
나름 순수한 유미르와 윤이선은 현세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윤혜라는 바로 얼굴을 굳히며 현세린을 째려봤다.
“쟤랑 제주도 둘이서 놀러갔어?”
“그렇잖아. 어차피 우리, 이 몸으로는 애도 낳지 못하는 거. 한 번 테스트하러 갔을 뿐이야. 거기는 그런 약도 도구도, 기구도 많으니까. 내가 다른 거 뭐 특별히 한 건 없고, 그냥.”
현세린은 양손으로 주먹을 움켜쥔 채, 자기 얼굴 옆에서 까딱거렸다.
“고양이 플레이 한 번 해봤을 뿐이다냥.”
* * *
울릉도는 애국의 성지다.
그리고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결혼을 한 신혼부부거나, 혹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실혼 관계의 커플이다.
물론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충분히 울릉도에 여행을 하러 올 수 있지만, 일박에 백만원 단위를 넘어가는 곳을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 있는 경우는 잘 없다.
그렇다면 섬에 커플이 여행을 하러 가기에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커플의 주머니사정을 생각해본다면, 제주도가 적당하겠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곳이며, 예로부터 관광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있고, 아무래도 해외보다는 안정적이고, 결국 해외에 나가는 비용이나 제주도 여행 비용이나 다 비슷하다고 한다면 제주도만큼 적절한 곳이 없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생긴다.
울릉도는 확실한 도장을 찍으러 가는 곳.
그렇다면 제주도는?
“불륜의 메카….”
야심한 밤.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의 불빛만 바라보며 마우스를 딸칵거리는 백발의 여인-백설희는 제주도에 관한 모든 자료를 훑고 있었다.
제주도.
예로부터 세 가지가 가장 많다고 하였으니.
여자가 많고.
돌이 많고.
바람도 많은 곳.
그렇다. 바람.
제주도는 바람의 성지, 불륜의 메카가 되었다.
물론 누군가는 말할 수 있겠지.
무슨 소리냐고, 그 바람이 그 바람이 되겠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하지만 끼워맞추기가 다 그렇듯, 제주도는 바람의 성지가 되었다.
-사실대로_말하는_감귤국_여행후기
-ㅈㅈㄷ가서 즐기고 온 썰
-파트너랑 같이 한라산 등반하고 왔읍니다….
“쯧.”
백설희는 제주도에 관한 자료를 이리저리 살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왜 여기가 이런 곳이 된 걸까.”
제주도는 그저 관광명소일 뿐이었을텐데, 왜 이런 장소가 되어버린 걸까.
그 원인을 따져보면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한반도와는 조금 떨어진, 동시에 가장 큰 섬이라는 부분이 클 터.
제주도는 섬이며, 휴양지이며, 관광지다.
여행을 나간다면 당연히 해외로 나가는 게 보통이지만, 한국인들은 함부로 해외로 나갈 수 없다.
태국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보라.
한국인들을 납치하여 종마로 쓴다거나 그런 경우가 어디 태국에서만 이루어졌겠는가?
치안이 조금만 나쁜 곳으로 가면 바로 여권이 사라지고 귀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비즈니스로 사업차 국외로 떠나는 이들도 2인 1조로, 치안이 안전한 곳만 돌아다니는 판국에 어떻게 함부로 해외로 나갈 수 있을까.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여행의 기분을 내기 위해, 해외여행대신 제주도 여행을 선택한다.
남자 넷이 동남아 대신 제주도를 돌아다니고, 그러다가 여자 넷이 함께 놀러온 그룹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고, 그리고 바다를 벗삼아 함께 감귤소주를 마시며 즐기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제주도는 인싸의 섬이 되었다고.
서울에 있는 젊음의 거리가 모두 망가지고, 부산 해운대를 바라보는 높으신 분들에 의해 젊은이들이 다른 곳을 찾게 되며, 좀 더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으면서도 다른 이들의 시선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그게 제주도가 되었다.
“반도에서 애국하고 제주에서 내려놓자, 인가.”
누군가가 우스갯소리로 던져놓은 슬로건을 보며, 백설희는 피식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렸다.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한 부담없이, 남녀 사이의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섬.”
아이를 가질 거라면 저기 울릉도로 가시고, 남녀가 즐겁게 여행을 하고 추억을 쌓고 즐기려고 한다면 제주도로 오시라.
대격변 이후.
제주도는 그렇게 관광명소로서의 입지를 새로이 다졌다.
수도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대한민국의 혼란 속에서, 대한민국이 세계의 선두에 서게 되어 앞장서서 걷게 되면서,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는 걸 꺼리게 되면서.
제주도는 관광명소라는 입지를 다지기 위해, 여러 가지를 개방해버렸다.
그 개방이라는 게 무엇을 활짝 열어젖혔는지는 직접 가보면 더 잘 알 수 있겠지.
“그래서, 불륜의 성지.”
선비가 제주도에서는 갓끈을 풀어헤친다더라.
양갓집 규수도 제주도에서는 옷고름을 가볍게 여민다더라.
제주도를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이 그런 목적을 가지고 방문을 하게 되어버렸기에, 서로 암묵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는 제주도에서 ‘이능력자가 덜 태어나기 때문에’ 그런 목적의 사람들이 제주도로 몰리는 걸지도 모른다.
세종섬과 울릉도, 그리고 동해안 인근의 도시들이 왜 떡상했는가?
굳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수도를 옮긴 이유가 무엇인가?
다 세종섬 인근에 있어, 태어나는 아이들 중 이능력자가 많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그런 통계에 있어, 서울보다도 더 낮은 이능력자 출생율을 보였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감귤국이 사실은 대한민국이 아니라서, 해외라서 그런 거라고.
-아니지. 여기에서는 임신 걱정 하지 말고 자유롭게 즐기라는 거 아니냐.
-…천잰가?
하지만 누군가가 생각을 바꾸어, 패러다임을 바꾼 순간부터 제주도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섬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애 낳을 거면 울릉도나 강원도를 가지, 뭐하러 제주도를 가느냐….”
백설희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제주도에서는 아이를 낳기 위해서 가는 곳이 아니다.”
울릉도가 둘이 가서 셋이 되어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면.
제주도는 하나와 하나가 각각 만나 둘이 되어 나오는 곳이라고 하니.
좋게 말하면 애국을 위한 곳이 아니라, 애국자가 되기 위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는.
자유와 사랑, 열정의 바람이 가득 한 섬.
누군가에게는 정신 나갈 수 있지만.
다소 어지럽지만, 그곳은 분명 만남의 장이다.
그리고 제주도로 가는 이들을,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돌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