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2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26화(327/668)
이능력자가 죽었을 때, 그 시신은 그 어떤 것보다 엄중히 관리된다.
여기에서 어떤 ‘것’이라는 단어의 위치에는 다양한 단어가 들어갈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있다면 ‘자원’이라는 말이겠지.
이능력자가 죽었다.
죽은 이능력자가 히어로도 아니고 빌런이라면, 특히 히어로인척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다가 빌런이라는 게 드러나 절망을 안겨준 사람이라면.
이 빌런의 죽음을 바탕으로, 무언가가 새롭게 이루어져야 억울하지라도 않다.
그래서 빌런이든 누구든, 이능력자의 시신은 히어로 협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관리하는 ‘자원’이다.
그게 설령 시신이라고 해도.
그런데.
“쯧쯧. 오랜만에 서울로 올라와서 보는 게 시신이라니.”
나와 현세린은 시체안치실로 들어온 이들을 보고 시선을 주고받았다.
아는 사람이다.
대한민국에서 저 남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최호정.
한국 굴지의 그룹, 해그늘의 회장.
늙은 사람이 뭘 그렇게 맛있는 걸 먹었는지 몰라도,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40대 중년처럼 정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망할 놈.”
그런 자가 죽은 이능력자를 향해, 시신을 향해 욕을 내뱉고 있다.
아무리 죽은 사람이라고 해도 시신에 능욕을 하는 건 윤리에 어긋난다 싶지만.
“500억이나 처먹어놓고는 빌런 짓이나 해? 썩을 놈. 내가 그러라고 그 비싼 돈을 주고 스폰서를 해준 줄 아나….”
너츠 크래셔의 빌런행동으로 인해 해그늘, 그리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경제적 손실이 일어난 걸,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걸 생각하면 이 남자로서는 욕을 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유족들 반응은?”
“서울로 올라오고 싶지도 않아합니다.”
“보험 이야기는?”
“인간이라면 차마 얼굴 들고 사망보험 달라고 말 못하죠.”
“당연히 그래야지. 그 보험 타봤자, 제 자식이 죽인 사람들한테 고소당하고 그럴테니까. 쯧쯧….”
최호정 회장에게 있어, 모든 것은 돈으로 귀결되니까.
“일단 이 자식 광고 뺀 거, 지금 다른 광고 집어넣었지?”
“아, 예. 저희 그룹의….”
“아예 빼버려. 최소한 일주일 동안은 가만히. 뉴스랑 드라마 앞뒤도 한 일주일 정도만 들어가있자고. 젠장….”
“그러면 막대한 손실이….”
“그 손실 날래, 아니면 자네가 앞에 나가서 고개 숙이고 사과문 낭독할래?”
“크흠.”
최호정 회장과 함께 들어온 다른 중년 남자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하여튼….”
회장 일행이 경제적 손실을 따지는 사이, 나는 현세린의 옆에 붙어 들어온 일행들의 상태를 살폈다.
이능력자는 없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마나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정도는 크게 민감하게 느끼는 이는 없을 터.
[지금, 걸릴 일은 없지?] [응. 걸려도 이상할 건 없어. 명분이 하나 있잖아.]명분.
도깨비와 도올이 이 안치실에 있다는 명분.
그건 S급 이능력자, 뇌제가 굳이 서울까지 올라온 것과 결이 같다.
A급 이능력자의 시신.
빌런의 시신.
자원.
“그럼, 히어로 협회 서울지부 지부장?”
“아, 예! 회장님!”
최호정 회장의 뒤로, 중년의 여성이 굳은 얼굴로 바로 옆으로 따라붙었다.
“정부에서는 이 빌런을 어떻게 활용하고자 하나?”
“지침대로 유족의 의사에 따라….”
“그런 입에 발린 소리는 하지 말고.”
“…대통령님께서는 너츠 크래셔의 시신보다, 너츠 크래셔의 소실로 인한 경기남부의 치안과 평화에 더 신경을 쓰고 계십니다. 시신 문제로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는 건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렇겠지? 그러면, ‘평소대로’ 처리를 하면 되는 거겠지?”
회장은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시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죽은 자가 아닌, 마치 번개가 떨어져 감전사한 한우의 시체를 바라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어디 뭐 악마를 상대한다거나, 빌런을 상대하다가 죽은 이능력자도 아니야. 오히려 약자들을 상대로 악행을 펼치다가 도깨비에게 대가리 깨진 녀석이지. 그런 놈의 몸뚱아리, 얌전히 매장이라도 했다가는 오히려 더 문제가 생기겠지?”
“그렇습니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분명 시신을 파헤치려고 오는 자들이 있을 겁니다. 어쩌면 빌런이 그럴 수도 있고요. 당장 도깨비만 하더라도….”
“이 멍청한 사람아. 도깨비가 이능력자 시신을 빨려고 했으면 그 자리에서 처리하고 떠났겠지. 뭐하러 시신을 남겨두고 그래? 시신 해체해서 빨았으면 그건 도깨비가 아니라, 도깨비의 탈을 쓴 무언가지. 쯧쯧. 하여튼, 이 시체는 빨리 없어지는 게 나아.”
마치 회장은 변명거리를 늘어놓듯, 명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빌런의 시체 따위, 국가경제를 위한 밑거름으로 쓰이는 게 가장 경제적이고 건설적이겠지?”
히죽.
“해그늘상조는 매뉴얼대로, 빌런의 시신은 화장하도록 하겠네.”
화장.
불에 태워 죽이는 것.
그 이유는 당연히, 이능력자의 시신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을 빼내는 것.
“마나파우더 정제작업이 이루어지는 즉시 보고하도록. 장의사들 지금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고 있으니까, 도착하는 즉시 ‘발골’작업 시작해.”
시신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니다.
“여기 하나 썰고, 저기 하나 썰고. 연골 하나라도 흘리지 않도록.”
금덩어리보다도 가치 있는 경제적 자원이다.
“A급 이능력자의 시신이면 최소 수천억은 나올테니까. 쯧, 처형만 안 당했어도…잘만 팔면 수 조원은 받았을텐데.”
해그늘 회장은 입맛을 다셨다.
“하필 도깨비한테 뒤져가지고는.”
* * *
영안실을 무사히 빠져나와, 우리는 병원으로부터 조금 벗어난 골목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주 그냥 미쳐 날뛰는 세상이야. 그렇지?”
“그러게. 해그늘은 어떻게 변하는 게 없을까.”
현세린과 나는 자판기에서 뽑은 음료수로 목을 축이며, 안치실에서 이루어진 대화를 곱씹었다.
“도 과장. 내가 결사에 들어가기로 한 궁극적인 이유가 뭔지 알아?”
“죽은 걸 살려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렇게 결사에 충성을, 결사를 위해 내 제 2의 인생을 내던진 이유 말이야.”
“이능력자의 존엄한 죽음.”
“정답.”
현세린은 손가락을 튕기며 옅게 웃었다.
“E급 이능력자가 죽고 난 뒤에, 그걸 마나파우더로 만들어서 팔면 그것만 하더라도 수십 억이 넘어. 그냥 수십 억이야? 뒷돈으로, 브로커 좀 끼고 여기저기 돌리면 수백 억은 훨씬 넘겠지.”
마나파우더라는 것은 이능력자에게 있어 도핑제다.
톡까놓고 말해서, 마약이다.
마약 가루를 만들어내는 건 불법이지만, 이미 죽은 몸에서 누군가가 마약을 캐낸다고 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시신을 수습해서 처리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 어떤 나라도 손쉽게 이능력자의 육신을 ‘소거’하지 않는다.
“예전에 내가 북유럽에 있었을 때 말이야, 아, 어딘지는 말 안 할게. 괜히 도 과장 환상을 깨뜨릴 수 있으니까.”‘
“괜찮아. 어차피 이 세상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나는 여러 환상을 깨뜨렸으니까.”
“음.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고. 아무튼 거기에서는…이능력자가 죽으면, 국가에서 마나파우더를 만들어 살아있는 이능력자에게 흡입하도록 시키더라.”
현세린은 생각만으로도 불쾌하다는 듯, 다 마신 음료수 캔을 손아귀 힘으로 찌그러뜨렸다.
“이해는 해. 이능력약소국이 강해지려면 뭔들 못하겠어. C급 D급 시체가 여러 구 있는 것보다, A급 이능력자 한 명에게 자원을 몰빵하는 게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건 이해는 하지.”
이성적으로는.
“하지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응? 이능력자도 사람이고, 그냥 죽으면 어디 묻어주거나 그러면 안 돼? 죽고난 뒤에 안식조차 가질 수도 없어? 하아, 정말.”
“그래서 결사에 들어온 건가?”
“그래. 결사는…적어도 이능력자가 죽어도 마나파우더로 만들지는 않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마나파우더로 만들긴 한다.
다만 그게 다른 이들처럼 이상한 사탕으로 만들어 먹어치우는 게 아니라, 화장한 시신을 그 누구도 함부로 이용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한다.
그 어떤 곳보다도 가장 안전한 곳에 비치하거나, 혹은 당사자가 허락한다면 그 누구도 이용하지 못하게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거나.
그 누구도 이능력자의 시신을, 사람의 시신을 함부로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결사다.
“도 과장님. 만약에 당신이 이번에 너트 크래셔를 처형했다면, 그 시신은 어떻게 했을 거야?”
“그대로 놔뒀지.”
“그렇지? 당신이 처형한 자들은…마나파우더로 만드는 의미가 없으니까.”
도깨비에게 처형당한 존재는 죽어도 마나파우더를 남기지 않는다.
정확히는 백골을 빻아 마나파우더로 만들어도, 그 마나파우더를 하나로 모아 흡입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미 마나는 다 빠져나간 상태니까.
처형당한 직후라면 모를까, 내가 처형한 이들의 마나는 뼈에 남는 게 아니라 몸 밖으로 배출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니까.
“그거 생각난다. 예전에 레드 스카프, 당신이 처형하러 가려고 했을 때, 정부의 들개들이 먼저 죽여버린 거.”
“…….”
그게 아마, 내가 백설희에게 바이크를 넘겨줬을 때의 일.
벌써 수 개월도 전의 일이다.
“아마, 오늘 해체 작업이 이루어질 거야. 더 마나가 빠져나가기 전에, 전속력으로 마나파우더 뽑아내려고 하겠지.”
그렇다면.
설령 도깨비에게 처형을 당했다고 해도.
마나가 전부 빠져나가기 전에, 마나를 뽑아낸다면?
남은 마나라도 건져내려고 한다면?
“참, 뭐가 그렇게 아쉬워서 죽은 사람의 뼛가루까지 챙기려고 드는 걸까.”
“다른 방법이 생겨난다면, 그 때는 조금 달라지겠지.”
마나파우더가 아니더라도,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분명 마나파우더를 건드리려고 하는 이는 줄어들 것이다.
아예 없애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누가 그러더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뒷 말은 지금 상황이랑 조금 안 어울리지 않…지는 않네.”
현세린은 손을 얼굴에 올린 뒤, 마력을 이용해 복면을 만들어냈다.
“정말, 그렇게까지 강해지고 싶은 걸까.”
“어떻게든 강해지면,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저열한 마인드가 깔려있는 거지.”
나 또한, 가면을 눌러쓰며 도깨비방망이를 움켜쥐었다.
[A급 이능력자의 사체. 그것도 빌런. 스캐빈저들이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지.]현재.
[온다.]서울, 해그늘종합병원을 향해, 정체불명의 마력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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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에 꼬이는 구더기들을 청소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