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2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28화(329/668)
활빈당이라는 조직이 있다.
이 조직에 대해 굳이 구체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고, 그냥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터.
한국 최대 규모의 빌런 조직.
대외적으로는 의적을 표방하고 있으며, 악한 자들로부터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준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행보 중 가장 확실한 행보는 한국 내 자원이 해외로 유출되는 걸 막는 것.
그게 사람이든, 재물이든, 이능력이든, 정보든, 무엇이든 해외로 넘어가는 걸 막고자 하는 게 활빈당에서 하는 일이다.
A급 이능력자의 시체마저도.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활빈당의 간부라고 할 수 있는 자들-3대장.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우리의 앞에 있는 S급 빌런, [선무당]이다.
[동맹을 맺자고?]“응. 결사에서도 난감할 거 아냐. 막상 일을 벌려놓았는데, 시체에 자꾸 입을 대려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마나파우더를 챙기려고 하는 이들을 함께 대처하자?]“물론. 협조할 거지?”
선무당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얗게 늘어뜨린 천 안에 조막막한 손을 앞으로 내뻗는 이 흑발 소녀의 얼굴에는 확고한 믿음이 가득했다.
[확실히 지금 보아하니, 한국 뿐만 아니라 외국계 이능력자들이 죄다 시체 좀 핥으려고 난리를 치고 있군.]우리가 협조할 거라는 확신이.
[허나, 거절한다.]“어…?”
[우리는 우리대로 행동을 할 뿐, 협력할 이유는 없다.]“아니, 왜? 자기들이 일을 저질러놓고, 치우는 건 우리보고 하라는 거야?”
어처구니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선무당은 현세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언니, 이거 맞아?”
[……흐음. 잠깐, 작전 타임. 괜찮지?]“길게는 못 줘. 1분.”
선무당은 볼을 부풀리며 뒤로 물러났다.
나는 바로 현세린과 몸을 돌린 뒤, 손을 잡고 서로 마나를 교환했다.
-쟤, 지금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더니, 딱 그런 꼴이군.
-1분이잖아. 핵심만 말하자.
-활빈당은 도깨비가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세린. 이 상황에서 우리가 정보를 밝히는 게 득일까, 실일까.
-다른 사람이 다가온 거라면 안 밝히는 게 좋겠지만, 쟤라면 괜찮아. 밝히자.
합의점을 찾았다.
나는 현세린과 손을 놓았고, 나를 노려보는 선무당의 표정이 잠시 누그러졌다.
[대화를 하기에 앞서, 한 가지 정보를 확인하지. 너트 크래셔를 죽인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나?]“…당신 아니야?”
[아니라면?]“…뉴스에서 그렇게 말하던데?”
선무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이 아니면 누가 그렇게 뿅 사라진다는 거야?”
[그런 비슷한 이능력을 가진 누군가가 그랬겠지.]“A급을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가? S급인데?”
[그런 이능력을 개발한 존재가 있겠지. 그런데, 너.]나는 선무당을 향해 검지를 겨눴다.
[나이도 어린 게 어디서 건방지게 반말을 하나.]“우와, 누가 도깨비 아니랄까봐 유교 꼰대질 하는 것 좀 봐.”
[이게 꼰대질이라고?] [서로 존대할 사이는 아니지. 나한테 맡겨.]현세린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유정아. 언니가 보증할게. 이 오빠 아니야.]“음….”
[우리도 지금 진범을 찾으려고 왔거든? 그러다가 지금 마나파우더 빨러 온 애들 족치고 있던 거였어.]현세린은 선무당-남유정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럴 수밖에.
둘 다 S급 빌런이지만, 한 때는 둘 다 S급 히어로로 한국에서 활동하던 사이였으니.
현세린은 망명을 선택했고, 남유정은 활빈당으로의 전향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전까지, 둘은 상당히 친한 사이였다.
서로의 정체에 관하여 굳이 조직에 알리지 않을 정도로.
“언니가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한다면 믿을게. 근데 그렇다고 해도, 지금 외국 사람들이 시체 털러 오는 건 변함이 없잖아. 협력, 해줄거지?”
[나한테 하는 말이랑 도올에게 하는 말이랑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군.]“그래서 어쩌라고, 요.”
[…….]존대는 존대를 받았는데, 상당히 분위기가 그렇다.
이게 현역 코리안 여고생의 싸가지인 건가.
[뭐, 좋다. 중요한 건 내가 도깨비고, 네가 선무당이라는 것. 활빈당의 목적은 뭐지? 너츠 크래셔의 시신을 확보하는 게 목적인가?]“아니. 우리 목적은 시신을 훔치려고 하는 도둑들을 소탕하는 것. 만약 시신을 훔치려고 한다면…그건 시신을 악용하려고 하는 나쁜 사람이 있을 때.”
[그렇군. 활빈당의 스탠스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건가. 확인했다.]활빈당이 나선 이유.
하나, 자원의 국외 유출 방지.
둘, 소위 ‘높으신 분들’에 의해 시신이 악용되는 걸 방지하거나, 의적질을 하는 것.
‘조직의 이념대로 움직이는 건 존중할만 해.’
오로지 이득만을 추구하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빌런들이었으면 결사에서 진작 나서서 활빈당을 터뜨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적어도 간부들, 대장은 결사와는 방향은 다르지만 결은 비슷한 길을 걷고자 한다.
홍길동이나 임꺽정 같은 사람을 두고 처죽여야 할 빌런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부정축재로 재산이 도둑맞은 탐관오리 같은 부류일테니.
[정말로 그런 이유 뿐이라면, 결사가 굳이 적대할 필요는 없지.]“그럼 협력하는 거야?”
[아니. 협력하지는 않겠다.]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현세린 또한 쓰게 웃으며 내 옆에 섰다.
“언니?”
[미안하지만 나는 결사의 사람이라서. 너희 사상에는 동조해줄 수는 없거든.]“언니, 우리가 무슨 나쁜 사람들도 아니고-”
[너희, 지금 한국인은 통과시키고 있지?]“…….”
선무당은 버림받은 강아지같은 표정에서, 서서히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변했다.
[외국인이 한국 자원을 훔치는 건 안 되지만, 한국인이 한국 걸 훔치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고 할 거 아냐.]“……훗.”
[뭘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어. 내 말이 틀려?]“아뇨. 참, 결사는 국제적으로, 세계적으로 움직이는구나, 싶어서요.”
선무당이 손을 얼굴에 올리자, 곧 그녀의 얼굴에 ‘탈’이 씌워졌다.
“한국의 자원을 한국인이 쓰는 거, 그게 뭐 나쁠 건 없잖아요?”
[…….]결사가 ‘당장’은 건드릴 생각은 없지만, 언젠가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직, 활빈당.
필요악이다.
“우리가 막지 않으면 시체를 해외로 넘기려는 자들이 있을테고, 그러면 국가 자원을 잃게 되는 셈이잖아요.”
[너는 정부를 믿나? 정부에서 너츠 크래셔의 시체를 악용한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지?]“악용할 수 있겠어? 활빈당이 있는데. 우리가 있는데 감히 어떻게 시신을 몰래 빼돌리려고 하겠어. 그런 짓을 하면…우리한테 혼나지. 요.”
이들이 있기에 한국의 부정부패가 그나마 적다는 걸 생각하면, 마냥 당장 제거하기에도 애매한 존재다.
해그늘도 마찬가지.
해그늘과 활빈당.
결과적으로 둘 다 ‘한국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집단이기에, 이 국뽕 세계관에서는 함부로 이들을 건드리거나 해체하기에는 그 후폭풍이 장난이 아니다.
당장 활빈당이 있기에, 매국노가 그나마 적다고 봐야하니까.
“협력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유감. 그러면 어떻게 할래요? 싸우는 건가?”
[굳이 너를 상대로 힘을 뺄 생각도 없다. 도올도 마찬가지고.] [그래. 너, 도깨비랑 나를 상대로 이길 수도 없잖아.]“…….”
이길 수 없으니까 협력하려고 온 것이다.
여차하면 저기 있는 저 여자와 싸워야할 가능성도 있으니.
파지지직.
어둠만이 가득한 밤하늘에 푸른 번개가 반짝였다.
나와 현세린은 번개가 떨어진 곳, 해그늘종합병원의 옥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슬슬 시작하는 건가.]“칫…!”
선무당은 땅을 박차고 뛰었다.
마치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반경에서 멀어지려고 하듯, 그녀는 잽싸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가는 건 선수군. 하긴, 그러니까 아직 안 잡혔겠지.] [왜, 실망했어? 쟤가 당신이랑 같은 S급 빌런이라서?] [그런 걸로 실망할 나이도 아니고, 이유도 없다.] [그래? 나는 같은 S급으로 엮이는 게 싫을 줄 알았는데.] [S 마이너스 마이너스 급이라도 S급은 S급이니.]선무당이 S급인 이유는 태조에게 판독 당하기 전에 S급 칭호를 달았기 때문.
실제 전투력을 따지고 보면 S급 최하위 수준이겠지만, 확실히 K-여고생답게 달려가는 속도는 점심 급식시간 급식줄 서는 급으로 빨랐다.
파지지직.
해그늘종합병원 방면에서 점차 먹구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나는 한손은 현세린의 허리를 안은 채, 다른 한 손은 도깨비방망이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진짜 S급의 공격은, 자기가 S급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피하는 게 상책이지.]내가 도깨비방망이 끝에 마력을 살짝 불어넣은 순간.
번쩍!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번개가 사방팔방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 * *
콰과과광ㅡㅡㅡㅡㅡㅡㅡ!!
푸른 벼락이 곳곳에 떨어진다.
병원을 중심으로 펼쳐진 도로의 사이사이, 건물 틈 사이로 벼락이 떨어진다.
크아아악ㅡㅡㅡ!
으그그그극!!
벼락이 떨어질 때마다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퍼진다.
벼락을 그대로 정수리에 얻어맞은 이들은 몸이 그대로 감전되어 바닥에 쓰러지겠지.
“……쯧.”
해그늘종합병원의 옥상.
검푸른색으로 반짝이는 긴 머리칼을 정돈하며, 뇌제는 하늘을 향해 다시 손을 뻗었다.
“약쟁이들은 진짜 겁대가리가 없다니까.”
파지직.
한 번 더 번개가 반짝이기 무섭게, 곳곳에서 사람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수리에 번개 떨어져서 모근까지 다 타봐야 정신을 차리지. 쯧.”
뇌제는 목 뒤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
번개가 떨어진 곳.
하늘을 향해 검은 방망이를 든 채, 백발 여인을 품에 안고 있는 정장의 남자.
그 얼굴은, 분명 도깨비의 가면.
“칫.”
뇌제는 도깨비방망이 끝에 모여있는 전격을 보며 입꼬리를 비튼 뒤.
콰ㅡㅡㅡㅡ앙!!
신경질적인 손짓과 함께, 커다란 벼락을 연속으로 일으켰다.
그 방향은.
끄아아아아악!!
커헉, 허어어억!!
도깨비와는, 정 반대의 방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