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3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30화(331/668)
거두절미하고, 사칭범은 뇌제다.
너츠 크래셔의 상처를 보고 깨달았다.
너츠 크래셔의 땅콩에 과도한 마력을 불어넣어 터뜨린 건 이 여자라는 걸.
그 상처가 워낙 처참하게 터진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흔적의 일부에는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상처가 아주 미약하게 남아있었다.
마력의 잔향.
백설희가 이전에 내게 주먹을 꽂아 넣었을 때 내 왼손에 한기가 남아있었던 것처럼, 원소 계열의 이능력을 가진 이들의 공격에는 그 특징이 남게 된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에는 적절한 장소는 아니지만, 오히려 이곳이야말로 조용히 이야기하기에 적절하지. 사람이 오지 않으니까.]“…….”
[네가 왜 너츠 크래셔를 죽였는지, 그건 딱히 궁금하지 않다. 히어로가 빌런 제거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 방법은 상당히 궁금하군.]내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기도 하고.
[왜 나를 사칭했지?]“사칭한 것 때문에 처형당하는 건가?”
[경우에 따라서는.]“…….”
뇌제는 손으로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지금의 모습은 그냥 검은 정장에 흰 티셔츠를 입은, 전형적인 히어로 협회 요원의 정복을 갖춰 입은 여자.
하지만 그녀가 도깨비로 변장하여 너츠 크래셔를 제거하던 장면에서는 도깨비의 탈과 옷을 입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들이 많다.
그 변장은 어디서 구했으며, 혹시 마력으로 만들어냈다면 어떻게 만든 것이며, 사라질 때는 어떻게 사람들의 이목에서 감쪽같이 사라졌으며, 혹시 자체적으로 ‘영체화’에 도달한 건 아닐까.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여자가 도깨비의 변장을 했던 게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해서.
[자, 그럼 이용료를 내시겠는가. 아니면 순순히 내 질문에 답하겠는가.]“내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놓는다면, 앞으로도 도깨비의 변장을 해도 되는 건가?”
[음?]“…내게는 도깨비의 가면이 필요하다.”
뇌제는 담담히 태극워치를 손으로 눌렀다.
태극워치에서 뭔가 알람이 울리려고 하던 걸 마력으로 억제하며, 뇌제는 몸 위에 의식적으로 펼쳐둔 전자기장의 방어막을 해제했다.
“이런 빌런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어떤 의미에서 가면이 필요하다는 건지 알겠지만, 네 입으로 직접 들어보겠다.]“…이 나라에는 빌런이 너무 많아.”
김윤지는 너츠 크래셔를 내려다보며, 눈빛만으로 죽일 기세로 손을 쥐락펴락했다.
“결사의 빌런만 있는 게 아니지. 활빈당, 절혐단, 전국고라니연합회, 국까단….”
이름이 다소 이상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름이 이상하기에 더 위험한 빌런 집단이다.
그 안에는 아머드 태조에게 판독 당한 A+급, 타국으로 넘어가면 최소한 S급인 이들이 빌런 조직마다 한두 명은 반드시 있다.
그리고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빌런 행위를 하고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나는 이런 빌런들을 더욱더 능동적으로 제거하고 싶다.”
[완전히 죽여버리는 것으로?]“그렇다.”
[어째서지?]“후환이 없으니까.”
이 여자, 나와 결이 같다.
“뒤탈은 남겨두지 않고 제거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니까. 특히 이런 빌런들이라면 더더욱. 당신이라면…이해할텐데?”
[아아. 이해한다. 괜히 나중에 여지를 남겨두는 것보다, 세계 평화에 해가 된다면 확실히 처리하는 게 정답이지.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거지?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다가.]“……지금까지는, 그랬지.”
김윤지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너츠 크래셔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젠 아니야.”
[뭔가 도깨비의 가면을 빌려 쓰겠다는 계기가 있었나?]“…뭐, 거기까지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뇌제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알아버렸다.”
[알아버리다니, 무엇을?]“이 세계의 진실을. 이 나라의 비밀을.”
[무슨 그런 의미심장한 말을.]갑자기 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빌런이 죽으면 마나 파우더로 쓰이지만, 빌런이 살아남아서 체포되면.”
뇌제는.
“…국가에 충성하는, 살인 병기가 된다는 걸.”
아무래도, 이 나라의 어둠의 편린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걸.]“아니, 당신은 알고 있어. 그러니까 빌런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사형수 정도 되겠다 싶은 자들은 전부 죽여버린 거야. 처형이라는 이름으로. 노예가 되기 전에, 인간으로 죽게 해준 거지.”
[…….]“처형부대.”
드디어, 그 이름이 나왔다.
“빌런들을 잡아서 국가의 노동력으로 쓰는 걸 넘어서…다른 나라와의 전쟁용병으로 쓰이는 이들.”
[S급이나 되어서, 이제서야 안 거야?]“!!”
뇌제가 고개를 돌린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살인 용병집단. 국익을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반역하는 자들을 모조리 죽여버리는 자들. 그 존재를, 2025년이 된 지금에서야 알았다고?]“……늦었지만, 알게 되었지.”
그 뒤에는 눈을 반쯤 감은 채, 권총의 끝을 뇌제의 머리 뒤에 겨누고 있는 현세린이 있었다.
[마냥 꽃밭에서 살아가는 공주님인 줄 알았는데, 이제 화단 밖의 세상이 좀 보이나 봐?]“……그렇다면?”
[뭐, 그렇다고 한다면.]현세린은 권총을 수거한 뒤, 뒤에서 뇌제의 어깨를 두드리며 어깨동무했다.
[심연 속 가장 깊은 곳을 직접 느껴보겠다고 하면, 내가 너를 더 싫어할 이유는 없지.]“…….”
[그래도 내가 마냥 너를 좋게 보거나 그런 건 아니야.]“……보여줄게. 이전과는 달리, 완전히 달라진 나를.”
[…….]뭔가 뒤에 한 마디를 더 붙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방망이를 어깨에 붙여 두드리는 걸로 나 자신을 제어했다.
[좋아. 어디에서 그걸 알게 된 거야? 처형부대에 관한 자료는 S급에게도 정말 철저히 숨기고 있었을 텐데.]“그래. 마냥 꽃밭에서만 살았다면, 평생 몰랐겠지. 하지만…어떻게 해보니까 알게 되더라.”
누가 이 여자에게 나라의 더러운 면을 알려준 것인가.
“활빈당이 알려줬어.”
당연히, 이 나라의 어두운 이면을 뒤엎어버리고 싶은 자들이겠지.
“[암길동]이.”
* * *
그 시각, 서울 은평구 외곽.
쿵!
인적이 드문 공장의 안, 기계 더미 사이에 작은 불빛이 반짝인다.
불빛은 스마트폰의 불빛이 아닌 성냥불.
성냥에 불을 붙여, 어둠 속 가운데에 놓인 초에 불을 붙인 이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유독 검었다.
“어, 왔어?”
“…….”
촛불이 주변을 밝히자, 주변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던 여러 이능력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의 옷은 전부 한복이라는 것.
그리고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붉은 피가 묻어있다는 것.
“다친 사람은?”
“없어. 대장은?”
“전혀.”
저승사자와 같은 복장을 한 이가 갓끈을 풀고 의자에 앉았다.
그의 검은 옷에도 붉은 피가 묻어있었지만, 피는 그의 얼굴에도 묻어있었다.
단지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을 뿐.
“대장, 우리 너무 어둡게 사는 것 같지 않아? 불빛 정도는 밝히고 살아도 되는 거 아닐까?”‘
“이 시간에 공장에 불 들어오면 바로 놈들이 들이닥칠 거다. 빌런을 잡아다가 노예로 삼으려는 탐관오리의 사냥개들이.”
“하아, 그냥 바로 싸우면 되잖아.”
바닥에 엎어져 있던 선무당이 자세를 바로잡으며 물었다.
“우리가 걔들한테 꿀리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슬슬 힘으로 압박해도 되는 시기 아니야?”
“안 돼.”
“왜?”
“그래도 놈들이 있어야 다른 빌런 놈들이 억제가 되는 거지. 공권력이 사라지고 나면, 그 뒤에 남는 건 무법지대뿐이다.”
“대장, 그래서….”
“실례합니다.”
뚝, 뚜둑.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제법 큰 체구의 청년이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으아, 너 말뚝에 피 떨어지는 것 좀 닦고 와라.”
“…아. 죄송합니다. 워낙 정신없이 패 죽이다 보니.”
청년, 말뚝이는 소매로 피 묻은 말뚝을 쓱 닦아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말뚝이 가면에도 붉은 피가 묻어있었고, 상대를 어떻게 패 죽였는지 대략 가늠이 올 지경이었다.
“어떻게 됐지?”
“강원도 쪽에서 내려오던 코쟁이 놈들, 다 죽였습니다. 살아남은 자는 없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또 탐관오리에게 목줄이 채워지는 일이 없지.”
철컥.
“정부의 개가 되기 전에-”
파ㅡㅡ앗!
공장 안쪽으로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연의 불빛이 아닌, 인공적인 불빛에 공장 안에 있던 이들은 하나둘 가면을 다시 얼굴에 쓰며 몸을 일으켰다.
[아아, 활빈당!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순순히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저 목소리는….”
“춘천불기둥. 배신자네요.”
가면 아래, 말뚝이의 눈이 반쯤 감겼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아쉽군. 여기에서 기다리면 혹시 접선할 수 있을까 했는데.”
“접선?”
“그런 게 있다.”
활빈당의 당주, 암길동은 반달처럼 휘어지는 칼날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기껏 새로운 간부를 영입하나 했더니…쯧.”
와장창ㅡㅡㅡ!
유리가 깨짐과 동시에, 무언가가 안으로 화살비처럼 쇄도했다.
말 그대로, 화살비.
화살 하나하나에는 마력이 담겨있었고, 기계 더미를 단숨에 꿰뚫어 구멍을 만들었다.
“총탄 쏘면 시끄러울까 봐 데려온 건가.”
“아마도 쌍어궁…. 정부 요원들까지 나온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공무원을 상대로는 싸울 수 없지. 우리가 싸울 대상은.”
암길동은 바닥을 향해 칼을 꽂았다.
“탐관오리뿐이다.”
서걱.
땅이 좌우로 갈라지며, 활빈당은 지하를 향해 몸을 던졌다.
* * *
[아무래도 한국 빌런들 나름대로 한국에서 에피소드가 있었나 본데….]뭐, 큰 상관은 없다.
중요한 건 뇌제와 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건 나니까.
[네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는 건, 활빈당이 아니라 결사와 손을 잡겠다는 건가?]“그렇다.”
[왜 결사지?]“그건.”
뇌제는 볼을 긁적거리며 답했다.
“…혹시 내가 죽어도, 죽어서도 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해서.”
[작가의말]일러스트보기 Click
커리어하이.
계속 올라가기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