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3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32화(333/668)
인간은 이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게 성공이나 건강, 돈과 관련된 것이라면 가족도 팔아먹을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공중파 뉴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지만,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는 걸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인골탕이라.]역겨운 걸 넘어서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다.
물론 내가 지금 빌런으로서,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밀고 있으니 이런 걸 자주 접하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고대 잉카 문명이나 마야 제국에서 일어났다고 하는 그런 걸 현대에서 마주하게 되면 상당히 불쾌하다.
[많이 약해졌네.] [뭐?]현세린은 인골탕이라는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도깨비, 당신, 가끔보면 생각보다 이런 쪽으로 더 내성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단 말이지. 태국에서 그 난리를 겪었는데도 그래?] [깊이는 대동소이해도, 그 경우의 수가 여럿으로 늘어나는 걸 느낄 때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군. 약해졌다는 건 무슨 의미지?] [예전에는 인골탕이 아니라, 캡슐로 먹었었거든. 가루약으로.]“미친.”‘
뇌제도 욕지기를 내뱉는다.
당연히 그 가루약의 안에 들어있는 하얀색 마법의 가루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그게 현세린이 활동하던 ‘옛날’, 그것도 막 십수년 전도 아니고 몇 년 전의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깊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점점 더 이 세상이 미워지는 기분이다.
인간이, 밉다.
‘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나는 속으로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했다.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잡으며, 총수가 예전에 이런 문제로 내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암세포가 몸에 달라붙어있으면 암세포를 제거해야지, 인간을 통째로 죽여버릴 수는 없는 법.]인골탕을 고아먹든 뼛가루를 후추처럼 뿌려먹든, 그런 자들이 지구 전체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런 미친 자들만 쏙 골라서 죽여버리거나 처형할 일이지, 인골탕은 커녕 곰국이나 삼계탕도 비싸서 먹지 못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는 선량한 이들까지 함께 죽여서는 안 된다.
지구 전체가 인골탕을 끓여먹는 그런 수준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라면.
[그럼.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아니 조선 팔도를 전부 불태워버릴 수는 없잖아. 안 그래?]현세린이 김윤지의 등을 툭툭 건드리며 그녀를 두둔했다.
[잘 했어. 너츠 크래셔가 빌런이기는 하지만, 자기 뼈가 한약재랑 같이 푹 고아져서 배에 기름진 사람들 위장 속으로 들어가는 건 원하지 않았을 거야. 도깨비 씨, 뭐 할 말 없어?] [인골탕을 먹었다고 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혹시 알고 있나?]“…내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활빈당에서 이미 죽여버린 걸로 알고 있어.”
[쯧.]곧장 뚝배기를 깨버리러 갈까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건 안되나보다.
하지만.
[도올. 가짜라고는 하지만, 그걸 진짜라고 믿는 자가 있다면 그건 범죄라고 봐도 되는 거겠지?] [물론. 경찰이 파놓은 가짜마약을 사들인 사람이 가짜라고 체포 안 되는 것도 아니잖아. 중요한 건 그걸 사려고 했던 거니까.] [좋아. 뇌제. 일단, 너츠 크래셔의 시신을 소멸시켜버렸으니, 이 이후의 계획은 네 제안을 따르겠다.]“…뭐?”
나는 방망이를 내려놓으며 마력으로 되돌린 다음, 뇌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네 계획, 우리 결사가 돕지. 더러운 부분이 있다면, 우리 결사가 도맡아 처리하겠다.]“아니, 그….”
[왜 그러지?]“…그냥, 시체가 자연발화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뇌제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적였다.
“도깨비, 당신의 가면을 빌린 게 그 이유였거든.”
[…….]“도깨비가 그랬다, 라고 덮어씌우려고 그랬었는데….”
[음.]개연성은 충분하다.
지금까지의 내 행보가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CCTV에 걸리지 않고 시신을 훼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는 도깨비말고는 딱히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없다.
[좋아. 그럼, 개연성을 마련해주지. 아, 한 가지 착각은 하지 마라.]나는 앞으로 뻗었던 손을 그대로 뇌제의 얼굴을 향해 가리켰다.
[딱히 너를 돕기 위해 움직이는 건 아니다. 더러운 걸 알았으니, 그 더러운 걸 치우는 게 우리의 역할일 뿐. 아직 네가 도깨비를 사칭한 것에 대해서는 계산이 남아있다는 걸 명심해.]“물론. 내 가장 소중한 것을 주면 된다고 했지? 그렇다면.”
김윤지는 현세린을 한 번 쓱 쳐다보더니, 내 손을 향해 손을 들어 손을 맞잡았다.
“나를 주겠어.”
[…….]“내가 죽고 난 뒤에, 마음껏 내 복제인간이든 뭐든 사용해. 대신, 이 나라를 위해 사용해준다는 조건으로. 그러면 내가 가진 모든 걸 줄게.”
김윤지의 눈은, 푸르게 빛나는 뇌제의 눈은 진심이었다.
“이 나라의 암세포를 다 도려내고 태워버릴 수 있게 도와줘.”
[좋다. 그렇다면, 한 가지 연극에 동참해주셔야겠는데.]나는 너츠 크래셔의 시신이 있던 곳을 가리켰다.
“연극…?”
[걱정하지 마라. 언제나 결사의 방식대로, 너는 히어로의 본분을 다할 뿐이다.]나는 한쪽 손을 옆으로 뻗어, 도깨비 방망이를 만들어냈다.
[마술 하나 보여줄까?]사람이 사라지는 마술을.
* * *
“흐아암.”
해그늘종합병원의 원장, 김중환은 몰려오는 졸음을 억누르며 커피를 몸에 들이부었다.
“아버지. 밤에 그렇게 드시면….”
“새벽까지는 버텨야지. 밤에 또 누가 습격할지 모르잖냐.”
병원은 그야말로 초비상.
뇌제가 지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병원 정문에서 500m 떨어진 곳에 A급 빌런이 접근할 정도로 빌런-시체수집가들은 날뛰고 있었다.
“미치고 환장하시겠군. 그 놈의 시체가 뭐라고….”
“다 이능력자 낳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소문에 따르면, 마나파우더를 복용한 일반인 산모도 이능력자를 낳을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고 하던데.”
“그거 다 의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미신이다. 그런 미신 때문에…어휴.”
원장은 마치 유사과학 신봉자의 논리를 들은 사람처럼 질색을 하며 남은 커피를 모두 들이마셨다.
“뭐, 민간요법이라고 해도 효과가 있으면 일단 시도 자체는 한 번 해보고 싶기는-”
애애애애앵ㅡㅡㅡㅡㅡㅡㅡ!!
빌런경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아찔한 소리에 원장은 마시던 커피를 뿜으며 급히 몸을 일으켰다.
“이, 이 소리는…!”
“도깨비!!”
병원의 밖.
병원을 향해 걸어오는 대로의 정면, 가면을 쓴 S급 빌런-도깨비가 서 있다.
저벅, 저벅.
어깨에 도깨비방망이를 걸친 채 느긋한 발걸음으로, 마치 병원을 방문하는 손님과도 같이 대로를 당당히 걸어 병원 정문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파지지직!
병원 건물 밖에 연결되어있던 CCTV들이 일제히 전격을 뿜어냈다.
하지만 전격은 도깨비의 주변을 한 번 소용돌이치듯 휘감기더니, 아스팔트 도로로 흩날리며 사라졌다.
“보호막까지…!”
와장창ㅡㅡㅡ!
유리가 깨짐과 동시에, 푸른 전격을 휘감은 여인이 병원 정문 앞에 착지했다.
“뇌제!”
한 쪽 무릎을 바닥에 디디고 반대쪽 주먹으로 땅을 누르며, 전신에 푸른 전격을 두른 뇌제는 도깨비를 향해 정면으로 다가갔다.
일촉즉발.
무언가 이야기라도 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S급 사이에는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었던 걸까.
아니다.
대화는 필요 없다.
도깨비가 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하나뿐이니.
“다, 당장 지하실로 사람들 보내! 어떻게든 막아!”
“뇌, 뇌제가 뚫린다면-”
“일단 막아! 부산에서 누가 올라오든, 일단 시간을 끌란 말이야!”
원장은 허겁지겁 밖으로 뛰쳐나갔다.
“젠장!”
엘레베이터는 전원이 나가있었다.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다.
도깨비가 나타난 상황에서 어느 누가 엘레베이터를 함부로 타겠냐만, 원장은 이를 갈며 뒤뚱뒤뚱 달렸다.
“허억, 헉…!”
“원장님!”
“어떻게든, 사수해야 해!!”
복도를 달리며, 비상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창문을 통해 중간중간 도깨비와 뇌제의 격돌을 멀리서 지켜봤다.
파지지직!
전격을 두른 뇌제가 멀리서 전격을 날리지만, 도깨비는 그걸 그저 방망이를 빠르게 휘두르는 것으로 전부 튕겨냈다.
“헉, 허억, 헉…!”
1층에 도착했을 때, 뇌제는 1층 로비까지 밀려있었다.
거미줄처럼 전격의 그물망을 날리며 어떻게든 도깨비의 진입을 막으려고 했으나, 도깨비는 다소 과격할 정도로 방망이를 휘둘러 뇌제의 공격을 차단했다.
그 어떤 전격도 자신에게 닿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집요할 정도로 전격을 방망이로 날렸다.
“허억, 헉…!”
원장은 그 틈을 노려 지하에 도착했다.
이미 시체안치실 앞에는 여러 히어로 협회의 요원들이 있었고, 그에 원장은 한 시름을 놓았으나-
스르륵.
“…어?”
천장에서, 무언가 유령같은 것이 내려왔다.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그것은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걸었고, 곧 협회 요원들은 경악하는 얼굴로 권총을 들었다.
“도깨비다ㅡㅡㅡ!”
타다다앙.
마탄이 도깨비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도깨비는 그냥 가만히 앞으로 걸으며, 앞을 가로막는 이들을 옆으로 밀어내며 당당히 안치실에 들어갔다.
“크허억…!”
“원장님!”
원장은 그만 마탄을 영 좋지 못한 곳에 맞았다.
경식 야구공이 날아와 꽂히는 듯한 고통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으나, 고통 속에서도 정신이 번쩍 드는 생각 하나 때문에 그는 급히 앞으로 비틀거리며 걸었다.
“아, 안 돼…! 시신을 잃으면, 회장님이-”
파직.
“…성냥?”
안치실 안쪽.
[파이어 앤드 저스티스.]도깨비의 알 수 없는 영창과 함께, 안치실 안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