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3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35화(336/668)
아침이 되었다.
나는 밤 동안 현세린과 함께 펜션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다행히 펜션에는 그 어떤 이상한 조작도, 마력도, 기능도 없었다.
CCTV는 어느 곳이 찍히고 있는지 한 눈에 보였고, 실제로 우리가 직접 확인한 갯수와 화면도 일치했고, 어디 화장실이나 거실, 혹은 방에 설치되어있을 몰래카메라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아니, 그런 게 찍혔다가, 만약 이능력자라도 찍히면?
그 이능력자가 자기 영상이 유포되었다는 것에 분노하여 정신적 충격을 받고 악마가 되기라도 한다면?
당연히 국가적 손실이 클 것이며, 국가에서는 그런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꼭 이능력자가 아니라고 해도, 몸캠 피싱이든 아니면 동영상 유출이든 그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 그런 걸 찍으려고 하는 이들이 피해자의 반응이 어떻든 신경이나 쓸까?
현대에 영상기기가 늘어나고 이 세상에서는 누구나 스마트워치만 있으면 FHD 동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손목시계의 부품으로 들어갈 만큼의 초소형 카메라가 시중에 가볍게 유통되는 세상인 만큼, 나는 전력을 다해 펜션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렇게 이 방 저 방 침대 위나 소파 위, 심지어 부엌의 식탁 위에 올라가기까지 하며 찾아다녔다.
새근, 새근.
현세린은 내 옆에서 기절한듯 곤히 자고 있다.
밤 동안 나와 어울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으니, 분명 피곤할 법도 하겠지.
나는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칼을 정돈한 뒤, 현세린이 편히 잘 수 있도록 조용히 방에서 빠져나와 그녀를 위한 아침식사를 마련했다.
지글지글.
냉장고에 있던 재료를 이용해 국을 끓이고 반찬거리를 만들며, 무선이어폰을 꺼내 귀에 끼워 뉴스를 듣는다.
-…너츠 크래셔의 시신 훼손 사건에 관하여, 해그늘종합병원에서는 깊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해그늘종합병원의 원장 모 씨는 사태의 책임을 지고 원장직에서 사퇴하기로 하였으나, 이전에 이능력자의 시신으로부터 유골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히어로 협회는….
이슈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너츠 크래셔 사건의 후폭풍.
딱히 후폭풍이라고 할 건 없지만, 사건에 관련된 자들 중 언론에 노출될 수 있는 자들은 모두 제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되고 있는 중이었다.
누군가는 퇴진을.
그리고 또 누군가는 체포를.
‘스캐빈저들은 조용히 체포되었고, 활빈당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다.’
정보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도깨비가 뇌제를 쓰러뜨리고 시신을 훼손한 건 워낙 많은 이들이 눈으로 보는 바람에 숨길 수 없지만, 서울 근교에서 벌어진 활빈당의 학살극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아직은 해그늘도 활빈당도 서로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건가.’
어느 한 쪽이 서로를 이길 수 있다, 이제는 처리할 수 있다, 불필요하다, 그런 결론에 이르면 분명 언론에서부터 떠들기 시작하리라.
활빈당의 악랄함이든.
해그늘의 더러움이든.
어차피 둘 다 결사가 지배할 이 나라의 미래에 있어 도움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또 하나.
-…에 따르면, 세종아카데미에서는 다음달 7일부터 약 3주간 제주도 전역에서 여름학기를 진행할 예정이며, S급 이능력자가 넷이나 참가하는 초호화 이능력자 훈련 캠프가….
여름학기.
‘사람들 몰리겠는 걸. 혹시 수영하는 장면 한 컷이라도 찍으면 대박일테니.’
슬슬 언론에서도 공식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제주도는 아카데미 학생과 교수들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게 될 것이다.
원래 7월이 제주도 여행의 성수기.
호텔마다 수영장이 가득하고, 또한 해변도 많은 만큼 이능력자들의 몸매를 보고 싶어 다들 기웃기웃 거릴테지.
‘잠깐. S급이 네 명?’
백설희와 윤이선말고 또 두 명이 더?
나는 그와 관련된 자료를-
“뭐야, 혼자 준비하면 어떡해.”
침실에서 고양이 잠옷을 입은 현세린이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왔다.
“우으으, 말하지. 그럼 같이 준비했을텐데.”
“오랜만에 느긋하게 자면 될텐데. 아직 준비 중이야. 더 자도 돼.”
“자는 것보다 이쪽이 더 좋은 걸.”
현세린은 콩나물국의 간을 보고 있던 내 뒤에서 나를 껴안으며 얼굴을 비볐다.
“이러니까 도 과장님이 내 남편같다.”
“어허.”
“으휴, 또 회장님 이야기하면서 ‘남편말고 다른 건 해줄 수 있다’라고 말하려고? 안다, 알아. 쳇. 내가 더러워서.”
현세린은 뒤에서 내 엉덩이를 손으로 때리며 뒤로 물러났다.
한 소리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간밤에 고생을 한 걸 생각하면 밤 사이에 있었던 그 고생을 엉덩이 한 대 맞은 걸로 퉁치면 싸게 먹히는 셈.
“쳇. 이럴 줄 알았으면 회장님 직속으로 넘어가기 전에 내가 확실하게 잡아버리는 건데.”
“버스 떠났다. 늦어도 한참 늦었어.”
“으으으.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도깨비가 딱 행동 변하기 시작했을 때…어, 딱 1년 전인가?”
“그 쯤 됐지.”
이 세계에 떨어졌던 게, 도창남의 몸에 빙의하게 된 게 작년 7월 1월이었으니까.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렀으니, 이전의 도깨비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 전에는 이런 남자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사람은 달라지기 마련이야. 특히 남자는 철들면 더더욱 그렇고. 여기 앞에 있는 현세린 씨도 원래 현세린이 아니었잖아?”
“……여자의 과거는 묻어두는 거지, 캐묻고 파헤치는 게 아니에요?”
현세린은 존대까지하며 정색했다.
“내가 요즘 옛날에 만난 애들이랑 아는체를 해서 그렇지, 뇌제도 그렇고 선무당도 그렇고 걔들이 알고 있는 그 여자랑 나는 완전히 다른 존재거든?”
“알지, 알아.”
국뽕에 절여져있던 S급 히어로와 도올 현세린이 같은 존재일 리가 없다.
마치 도창남과 도깨비가 전혀 다른 존재인 것처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는 거, 잘 알아. 그렇게 달라졌으니까 나랑 이렇게 다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서로 얼굴 마주보고, 함께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겠어?”
“…….”
현세린은 뭔가 짐작이 간다는 듯, 입술을 오물거리며 테이블 위에 엎어졌다.
“그거, ‘그 여자’ 이야기야?”
“그 여자라고 할 사람이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데, 그냥 이야기하면 누군지 모르지.”
“네 고향 친구.”
“…….”
나는 식탁 위에 음식을 담아둔 그릇을 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현세린은 본인이 말을 해놓고도 스스로 그걸 의식하며 내 눈치를 봤지만, 나는 그녀가 그 여자에 대해서 말했다고 해서 딱히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세린 씨. 왜? 내 과거 지인을 네가 죽였다고 해서, 내가 그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 것 같아?”
전혀 아니다.
“나는 그런 거 전혀 신경쓰지 않아. 오히려 지금까지 완전히 잊어버리고 살았는 걸.”
“그 여자, 너랑 되게 각별한 사이 아니었어?”
“각별했을 수도 있지.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 하지만.”
나는 식사 준비를 마친 뒤, 검지를 관자놀이에 올렸다.
“나 때문에 결사에 들어왔다고는 해도, 결사를 배신한 여자는 용서할 수 없지.”
“…나는 네가 사서가 된 게, 그 여자가 책을 좋아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전ㅡ혀.”
사서는 그냥 내가 책을 읽기 위해 선택한 직업일 뿐.
지금까지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과거의 여자가 책을 좋아해서 사서의 길을 선택했다?
전혀 아니다.
도창남의 서사에 있어서는 존재할지 몰라도, 도지환의 서사에 그 여자는 그저 귀찮은 배신자일 뿐.
“그 여자는 내게 있어서 에르미나 슈테른페르트나 율리아나 페이그린보다 못한…아니지, 정확히는 기억할 가치도 없는 여자라고. 네가 그 여자를 언급하지 않았으면, 기억을 떠올리지도 못했을 그런 여자.”
“…하지만 제주도는.”
“그 여자가 죽은 곳이지. 아, 정말. 나 그런 거 신경 안 쓴다니까.”
나는 풀이 죽은 현세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선을 마주했다.
“고향친구든, 소꿉친구든, 나는 결사를 배신한 여자 따위 전ㅡ혀 신경 쓰지 않아. 차라리 그 시간에 소설책 한 권이라도 더 읽어서 어떤 이능력을 만들어내고 강구할까 생각하지.”
“정말이야?”
“그럼. 하, 이것 참. 합일이 내 마음까지 확실하게 일어낼 수 있는 거라면, 합일을 해서라도 내 마음을 보여줄텐데.”
“…….”
현세린은 귀를 쫑긋 세우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괜한 말을 꺼냈나봐.”
“맞아. 괜한 말. 그 여자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굳이 꺼낸 이유가…아.”
나는 갑자기, 등골에 짜릿한 전류가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 걔를 이용해볼까?”
“뭐?”
“결사의 배신자지만, 일단 행방불명 되기 전에는 아카데미 A급 이능력자였잖아. 좋아. 밥 먹은 다음, 찾으러 가자.”
“……진심이야?”
“물론.”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한다.
설령 그게 도창남이라는, 도깨비의 소꿉친구이자 원작 주인공의 히로인이며, 결사 소속의 히로인이라는 설정을 가진 존재였다고 해도.
“불로 태워버리고 남은 걸 통에 담은 다음 드럼통에 공구리쳤으니, 누가 건드린 게 아니면 아직 남아있을 거야. 애초에 그게 누군가에게 파헤쳐졌으면, 주모에 의해 보고가 이루어졌겠지.”
이미 죽었으니까.
현세린에게 살해당했으니까.
내가 머리를 깨뜨려 죽이기 전에, 현세린이 머리에 총탄으로 구멍을 꿰뚫어 죽여버렸으니까.
“죽은 사람을 이용하는 게 조금 그렇다고 해도, 국가의 안녕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이바지하게 된다면 걔도 기뻐할 거야.”
그 이름은.
“선가을, 도 말이지.”
도깨비, 도창남의 소꿉친구가 있었다.
원작 히로인으로, 주인공에게 NTR당할 예정이었던.
유감.
원작 시작도 전에, 죽어버렸다.
정정.
죽여버렸다.
현세린이.
“총수를 모욕하고 결사를 배신한 자는, 나는 결코 용서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