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3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37화(338/668)
선가을이 얼마나 악질인 여자였냐에 관해서는 말을 하는 게 입이 아픈만큼, 그냥 간단히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젊은 민지영.
그런 여자인 만큼, 이 여자의 마나 파우더를 이용하여 시체를 파먹으려고 하는 이들을 꼬아내는 게 썩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여자를 이용해 아주 긴밀한 작전을 짜야 한다.
이미 총수는 계획의 진행을 승인했고, 나머지는 계획대로 시행만 하면 되는 일.
나는 그 전에 미리 이 나라에 있을 큰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어떤 존재와 제주도에서 접선하기로 했다.
[안녕하신가.]“…저 잘못한 거 없는데.”
제주도의 서귀포시, 베란다 너머로 바다가 훤하게 보이는 넓은 집의 거실.
하얀 셔츠에 돌핀 팬츠만 입은 채, ‘이능의 정석’이라는 교재를 받침으로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여 막 첫 술을 뜬 감귤색 머리의 여인이 나를 보며 기겁을 했다.
[처형하러 온 게 아니다. 그 대신, 죽어줘야겠다.]“저기, 설명 좀.”
라면을 내려놓은 지천향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내게 무릎을 꿇었다.
그냥 평범한 체격에 평범한 여자처럼 보이지만, 이 여자가 바로 제주도를 지키는 A급 이능력자다.
[길게 하기를 원하나, 아니면 짧게 하기를 원하나?]“라면 먹으면서 들어도 됩니까?”
[물론.]나는 소파에 걸터앉으며 여인, 이 제주도의 수호자 A급 히어로-[지천향] 김민영의 앞 80인치 TV를 켰다.
[보면서 이야기를 하지. 우선-]오우, 예에-
영상 속, 상의를 탈의한 외국인 남자가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향해 목을 묻고 있다.
혹시나 해서 오른쪽 위로 고개를 돌렸더니,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의외로 15세 미만 관람불가 마크가 붙어있어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요즘 영상들은 저게 저 정도 수위인 건가. 그런데 너는 라면을 먹으면서 저런 걸 보나?]“아, 아니.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저런 거 나오는 게 뭐가 어때서요?”
[영 좋지 못한 때에 들렀군. 한창 영화 보던 중에 미안하지만, 결사의 임무다.]“으으. 잠시만요. 3분만.”
지천향은 남은 라면을 단숨에 먹어치운뒤, 부엌에 양은냄비를 놓고 곧장 방 안으로 향했다.
스륵, 스륵, 쏴아아.
“다음 번에 오실 때는 창문으로 불쑥 나타나지 말고, 노크를 부탁드립니다.”
환복을 하고, 양치를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정장 차림의 지천향은 반듯하게 선 자세로 허리를 숙였다.
“다짜고짜 저보고 죽으라고 하면, 적어도 그 이유라도 알고 죽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결사의 임무라고 해도.”
[프로젝트 제주, 안 봤지?]“……예?”
[메일 확인 안 했군.]나는 TV를 가리켰고, 지천향은 태극워치를 두드려 TV를 훑었다.
“아.”
안 읽은 메일, 999+.
지천향은 얼굴을 붉히며 메일함을 쭉 훑었고, 곧 스팸메일처럼 쓰여진 메일을 발견했다.
“지, 지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보면서 설명 들어. 간단해. A급 이능력자이자 영웅인 네가 죽은 사람 역할을 좀 해줘야겠다는 거다.]“가사상태…? 약 2주일 동안, 죽은 걸로 하라?”
[그래.]지천향은 굳은 얼굴로 위아래를 메세지를 훑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악마에게 당한 것처럼 꾸미자? 그리고 죽은 제 유골을 노리려고 달려드는 놈들을 잡아다가 족치고, 그걸 이용해서 또 함정을 판다고요?”
[그렇지. 뭐, 꼭 네가 아니어도 괜찮긴 해. 그런데 이왕이면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 추천인은, 나다.]“제주도의 수호자가 죽었다.”
[그거지.]제주도를 지키는 자가 악마에게 살해당했다.
당연히 세상은 A급보다 더 강한 존재를 찾게 될 것이며, 그에 적절한 인재가 한 명 있다.
[S급 여교수가 학생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들어오기 전의 공백 기간. 그 때에 제주도에 다른 S급이 머무르며 제주도를 지킬 거다. 하지만 제주도라는 넓은 땅을 갓 들어온 사람이 지키기는 쉽지 않을 터.]“뭐…. 아무리 S급이라고 해도 저만큼 제주도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없기는 하죠.”
이 여자.
제주도 한정 S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합 능력은 A급이지만, 제주도에서만큼은 S급이다.
이능이, 그리고 제주도의 환경이 그녀를 이곳에서 S급의 활약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제가 죽으면 치안도 치안이지만, 괜히 더 불안해지고 상황 복잡해지는 거 아녜요? 저를 죽인 악마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누군지 모두가 알 거다. 제주도에서 죽은 한 A급 여자가 악령이 되어 날뛰는 걸로 포장을 할 거거든.]“누구요?”
[선가을.]“으으….”
선가을의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지천향은 대놓고 인상을 찌푸렸다.
“왜 저를 찾아오셨나 했더니….”
[너랑 그 여자의 악연이 있잖나. 명분은 충분하지.]“명분은 명분인데, 그 여자에게 당하는 건 좀 그런데요…!”
지천향은 억울한 표정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죽는 걸 위장하는 건 좋은데, 하필 그 여자한테 당하는 건…. 차, 차라리 도깨비에게 처형을 당하는 걸로 하면 안 될까요?”
[그러면 네가 너츠 크래셔같은 죄를 지은 거나 마찬가지가 되는데?]“읏….”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내가 너를 진짜로 죽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얌전히, 약을 먹도록.]나는 지천향의 앞에 캡슐 하나를 내려놓았다.
[먹으면 가사상태에 빠지게 될 거다. 솔직히 말이 죽은 거지, 남들이 보면 살아는 있되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 같은 상태가 되는 거다.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어.]“남들이 제 앞에서 뒷담화 하는 것도 다 들어야 하는 거 아녜요? 막 병실에 누워있는데, 관에 누워있는데 저한테 막 이상한 소리 하는 거 다 들어야 하는 걸지도.”
[욕 먹을 때마다 돈 들어간다고 생각해. 이번 프로젝트 제주에 상당한 자본이 들어가니까, 네게 떨어지는 금액도 상당히 많을 거다. 무엇보다도….]소곤소곤.
나는 아주 조용히, 지천향이 혹할만한 물건을 제시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그래. 너도 언제까지고 A급에 머물러있을 생각은 아니겠지. 이왕이면 S급으로 올라가고, 제주도가 아닌 곳에서 아머드 태조 꺾어봐야지.]“하지만 그건 능력빨이 아니라 무기빨….”
[어허. 장비도 스펙이고, 능력이다. 함부로 그런 말을 하지 말도록.]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
나는 도깨비 방망이를 들어올린 뒤, 지천향의 뒤를 향해 겨눴다.
[그럼, 악령에게 당할 준비는 되었나?]“자, 잠시만요. 그, 죽기…기절하기 전에!”
지천향은 캡슐을 손에 움켜쥐며, TV를 가리켰다.
“저, 그래도 좀 이미지 챙기면서 쓰러지고 싶습니다…!”
[좋아.]나는 TV를 가리켰다.
[이능력 연마를 하다가 쓰러진 걸로 위장해주지.]빠ㅡㅡㅡ악!
나는 가차없이 지천향의 뒤통수를 향해,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다.
* * *
그 시각, 제주도시 H아파트 공원.
와장창!
“꺄아악?!”
“뭐, 뭐야?!”
“빌런?!”
공원에 나와서 테니스를 치고 있던 이들이 갑자기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기겁을 하며 주변을 훑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리조각은 사람들을 덮치기 직전이었고, 겁에 질린 이들은 머리를 보호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흐아아압!”
순찰 중이던 제복의 요원이 급히 마력을 일으켜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
권풍이 유리조각을 향해 날아가 한 번 더 깨뜨리며, 사람이 아닌 화단이 떨어지도록 날려버렸다.
“가, 감사합니다…!”
“일단 이쪽으로! 크윽, 그냥 유리가 깨진 게 아닙니다! 이능력자에 의해 깨진 겁니다!”
요원은 급히 상황을 파악하며 유리가 깨진 층을 확인했다.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베란다 유리가 깨질만한 곳은-
“꼭대기층? 마, 말도 안 돼! 저기에는, 지천향이?!”
끼하하하하하학!!
소름끼치는 웃음소리.
마치 귀곡성과도 같은 비명에 아래에 있던 모두가 등골이 서늘해졌고, 공원에 있던 이들은 보고 말았다.
“저, 저게 뭐야…?”
꼭대기층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안개.
그것은 마치 유령이 빠져나오는 것 같았고, 안개는 빙글빙글 꼭대기층을 몇 바퀴 돌더니 곧 모습을 감췄다.
“저 층은…지천향이…?”
“지천향 님의 태극워치에 연락을 넣어봐! 젠장, 안 받아!”
“오, 올라가보자! 어서!”
구구구.
요원들은 주먹을 움켜쥐고 황급히 계단을 뛰어올랐다.
수십 층 계단을 오른 꼭대기층, 복도부터 기이하고 을씨년스러운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비, 빌런…?”
“아니, 악마가 아닐까…?”
“말도 안 돼. 그럼, 지천향께서 악마가…?”
마치 짐승이 습격한 것과도 같은 손톱자국이 곳곳에 가득했다.
현관문은 열려있고, 요원들은 목숨을 걸고 지천향의 집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허어억?!”
거실 가운데.
상처입은 지천향이 쓰러져있었다.
무언가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 듯, 지천향은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저, 저건….”
깨진 유리창 옆, 유리벽에 무언가 글씨 같은 게 쓰여있다.
피로 점철된 듯한 글씨는, 마치 연쇄살인마가 첫 살인을 알리는 듯 질척거리고 있었다.
-내가 돌아왔다.
“누, 누구….”
“자, 잠깐만…! 저, 저 표식!!”
문구의 옆에 새겨진 표식은, 어느 한 여인을 상징하는 것.
둥근 원.
여덟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직선.
그리고 하필이면, 붉은색.
“[욱일의 마녀]!!”
애애애애애앵ㅡㅡㅡㅡ!!
* * *
[선가을의 악령이 제주도의 수호자에게 저주를 내리다.]프로젝트 제주의 첫 시작.
[지천향은 쓰러지고, 완벽한 방비는 이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자연히…승냥이들이 제주도로 넘어오기 시작할 터.]제주도 치안의 붕괴.
[슬슬, 소문을 퍼뜨려볼까. 욱일의 마녀, 선가을의 악령이 자기 육신을 찾고 있다고. 영혼이 악마가 되어, 제주도 어딘가에 묻힌 자기 유골을 찾고 있다고.]나는 서귀포의 호텔 옥상에서, 보온병을 들고 바닥에 놓았다.
[엘드리치의 라이프 베슬을 얻는 자, A급 마나 파우더를 얻으리라.]나는 보온병, 아니 라이프 베슬에 발을 올렸다.
이 세계.
[행방불명된 A급 이능력자가 악령이 되어 부활했다. 제주도의 수호자를 습격해 가사상태로 만들 정도로 강한 악령이.]강자의 마나 파우더를 마시는 자.
[선가을의 이능력, A급의 이능력…. 뼛가루를 마시는 걸로 자기 걸로 만들 수 있다면, 당연히 와야겠지?]그 자의 이능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다.
[진화캡슐이 여기 버려져있는데, 빌런 놈들이 놓칠 리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