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4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41화(342/668)
이런저런 상황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지금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은 충분히 ‘제어 가능한’상황이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뼈빨러, 시체털이범, 스캐빈저들의 수준은 국가에서 긴급 성명을 할 만큼 심각한 상황까지는 아니다.
그냥 제주도를 봉쇄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이미 제주도에 입도한 걸로 등록된 이를 제외한 자들이 나타나면 바로 불법입도자 체포.
이렇게 제주도에서 통제가 이루어지다보니, 차마 말로 하기 곤란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
“아니, 자기야. 그게 그러니까….”
“섬 밖으로 나가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요! 우리가 섬에 들어온 게 사고 발생 후도 아니고!”
“하, 젠장. 미치겠네. 이거 어쩐다.”
제주도 봉쇄에 비상이 걸린 남녀들이 공항에 모여 전전긍긍 하고 있다.
“자, 자. 여러분. 우선 협회의 지시에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지금은….”
“뭐 전쟁났어? 그런 것도 아니잖아!”
“거의 준전시 상태라고 봐도….’
“그럼 더더욱 우리같은 민간인이 제주도를 떠나는 걸 도와야지!”
협회와 정부 사람들이 최대한 사람들을 다독이고 있으나, 성난 군중은 좀처럼 그 기세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곤란하겠지.’
이들은 모두 빨리 섬을 떠나고 싶어하며, 서로 생긴 모습이나 느낌은 달라도 일단 기본적으로 다들 똑같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젠장! 이러다가 우리가 괜히 악마화 가해자라도 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야?!”
그리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 괜히 오래 있다가는 자칫 잘못하면 누군가를 악마로 만들 수 있으니까.
직장인이 제주도에 갇혔다?
회사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한다면, 한 소리 듣기는 해도 연차가 깎이는 선에서 잘 정리될 것이다.
여행자가 제주도에 갇혔다?
숙박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갓한민국에서 A급 빌런의 발생으로 인해 항공편이 끊겼다고 숙박업소들이 갑자기 돈을 더 받는 그런 일은 없다.
식량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S급들이 둘이나 온 만큼, 실제로 활약하고 있는 만큼, 안전에 큰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다.
물론 욱일의 마녀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어떤 형태로 나타나게 될지 몰라 두려운 건 있지만, 그래도 히어로들이 있으니까 어느정도는 괜찮다.
문제는, 재빨리 원래 위치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 그 자체.
그리고 그런 상황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악마를 만들게 될 계기가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 뿐.
“응, 그래. 자기야. 내가 설마 그랬겠어? 나 진짜 제주도에 흑돼지 먹으러 온 거라니까. 누구랑? 다, 당연히 아는 친구랑 왔지!”
“오빠, 나 못 믿어? 내가 제주도와서 막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려고 이렇게 온 것 같아?”
논리는 없다.
그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과 변명만 가득할 뿐.
‘당연히 그래야지.’
거짓말이 죄가 되는 건 아니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건 죄가 될 수 있다.
‘내 반려가, 내 짝이 나 몰래 제주도에 가있다? 빡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다른 곳도 아니고 제주도에 뭐하러 왔겠는가.
바람을 피우러, 불륜을 즐기러, 누군가가 하는 막말을 빌리자면 ‘원나잇을 조지러’ 온 이들이 태반이다.
‘당장 제주공항에서만 하더라도 사건이 발생했잖아.’
이능력자의 악마화.
그들의 멘탈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단연 가족이나 친한 사람의 죽음이지만, 지금의 상황과 같이 ‘연인의 불륜’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륜 때문에 정말 난리네, 난리.”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 본인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 바람에 상대가 악마가 되는 건 더 난리니까. 불륜이 죄는 아니지만, 불륜이 원인이 되어 사람이 악마가 되는 건 죄 맞잖아.”
공항에 함께 사람 구경을 하러 나온 현세린은 불륜으로 난리가 난 이들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불륜 때문에 멘탈 터진 이능력자만큼 영입하고 설득하기 쉬운 사람들이 또 없지. 후후후.”
“세상이 멘탈케어를 해줘야 할 때, 결사가 멘탈케어를 해준다니. 나 참.”
결사의 입장에서 보면 저 불륜남녀들 덕분에 상대가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게 어찌보면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이성 문제로 흔들릴 때가 제일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런 위기에 접근해서 결사의 사람으로 만드는 게 최고지.”
멘탈이 흔들린 이능력자에게 접근하여 결사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야말로 결사 최고의 영입 방식이며, 그게 결사가 거짓과 인위로 만든 조작된 상황이 아니라 자연적인 상황이라면 더욱더 좋다.
“꼭 이성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인간은 누구나 극한 상황에 몰리면 약해지는 법 아니겠어?”
“그 극한 상황에 몰린 당사자가 하는 말이다보니, 느낌이 생경한 걸.”
“흐흥. 그보다, 슬슬 나타날 것 같은데….”
“마침, 딱 나왔군.”
나와 현세린은 바로 마력을 일으켜 변신했고, 곧 사람들이 몰려있던 공항의 뒤로 평범한 회사원 차림의 남자가 서류가방을 든 채 나타났다.
그는 명백히 곤란해보이는, 마치 비행기를 타지 못하여 난감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들리나?] [응. 너한테도 들려줄게.]현세린이 마력을 일으켜 내 귀에 바람의 소리를 전달하자, 내 귀에는 기묘한, 그리고 저런 장소에서는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타이머 소리.
지금은 좀처럼 듣기 힘든 아날로그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에 나는 바로 앞으로 뛰어 도깨비방망이를 던졌다.
퍼ㅡㅡㅡㅡ억!
방망이는 정확히 남자의 뒤통수에 처박혔다.
“꺄아아아악ㅡㅡㅡㅡ!!”
쓰러지는 남자를 보자마자 주변에서 곁에 있던 이들이 하나둘 비명이 울리고, 나는 바로 앞으로 내달려 남자의 등을 밟고 가방이 떨어지기 전에 붙잡았다.
휘리리릭.
하늘을 향해 높이 던지기 무섭게, 현세린이 가방을 칼로 잘랐다.
그리고.
콰ㅡㅡㅡㅡㅡㅡ앙!!!
하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공항에 모여있던 이들이 전부 깜짝 놀라 몸을 낮췄다.
그 사이 나는 도깨비방망이를 회수하여 내가 제압한 남자-폭탄테러범을 향해 마력으로 만든 구속구를 채운 뒤,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어디에 있지.’
일부, 나를 보고 영상을 촬영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내가 찾는 건 이 상황에서도 태극워치를 내게 겨누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폭탄 테러가 일어났는데도, 우리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바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텐데도 당황하지 않고 멀쩡한 인간.
정정.
당황하는 인간.
죽을 뻔한 위기에 당황하는 게 아니라, 도깨비의 등장과 자폭테러의 무산에 당황하는 인간.
[찾았다.]나는 사람들의 위로 뛰어, 막 여자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려던 한 여인의 목덜미를 붙잡고 바닥에 내던졌다.
쿵ㅡㅡㅡ!
다소 과격한 행동이었지만, 나를 보는 이들이 전부 기겁을 하지만, 곧 바닥에 패대기쳐진 여인의 가방에서 흘러나온 물건을 보고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
한라봉.
갑자기 무슨 한라봉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건 이 한라봉이 수백 만원은 훌쩍 넘는 초고가 명품 가방 안에서 튀어나왔다는 것.
[세상에 어느 여자가 자기 백에 한라봉을 집어넣고 다닌다고.]콰득.
나는 도깨비방망이를 한라봉에 뻗으며 마나로 주변을 휘감았다.
곧 한라봉이 꿈틀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안에서 이형의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키이이익.
그것은, 벌레와도 같았다.
마치 악마가 태어나기 전, 알을 찢고 나온 유충과도 같았다.
[그래. 너희들이 올 줄 알고 있었다.]“그, 그만-”
빠ㅡㅡㅡ악!
나는 여자의 머리를 향해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러 여자를 기절시켰다.
만약 마력이 느껴지는 존재였다면, 악마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느껴졌다면 나는 가차없이 이 여자의 머리를 터뜨렸을 터.
‘악마의 씨앗을 열매에 담아서 굴리려고 하는 건가.’
대규모 폭탄 테러.
이에 이은 여러 사람의 악마화.
인간은 극한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가장 약해지는 법이고, 가장 쉬운 방법은 언제나 인간의 죽음이다.
그 죽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악마같은 이들의 방식.
‘판데모니엄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악마는 언제나, 인류를 노릴 기회를 찾고 있다.
* * *
“흐음, 유감.”
붉은 머리칼의 여인은 정장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삐죽였다.
“불륜남녀들을 쓸어버리고 전부 악마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네.”
여인이 손에 들고 있던 한라봉을 야구공처럼 쥐고 위로 던지자, 곧 허공에서 한라봉이 폭발하며 주황빛 과육-이 아닌, 핏빛과도 같은 붉고 끈적한 액체를 뿜어냈다.
“어차피 살아있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라면, 죽어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더 나을텐데 말이야. 흐응, 유감, 유감.”
[헛소리 말고.]삐빅.
여인이 귀에 끼우고 있던 무선 이어폰에서 낮은 목소리가 치직거리며 울렸다.
[VIP가 잘 넘어갈 수 있게 계속 소요를 일으켜라. 악마든 빌런이든 뭐든. 악령 선가을이 설령 함정이라고 해도, 그 함정을 역으로 이용하는 건 우리니까.]“그런 것치고는 사람들 많이 못 챙긴 거 아니야?”
[우리가 챙기지 못해도, 그 이상으로 전부 죽여버리면 그만이지.]치지직.
여인이 끼고있던 태극워치의 화상이 반짝이기 무섭게,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
[제주도에 S급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좋지. 한꺼번에 없앨 수 있으니까.]제주도의 위.
[제주도에 있는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 악마성과 함께.]무언가, 거대한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