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6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66화(367/668)
여름학기 실습이라고는 하지만, 그 실상은 스포츠 구단의 부트캠프와 비슷하다.
‘솔직히 아카데미라고 불러서 그렇지, 히어로양성 사관학교 같은 거니까.’
판타지 세계관의 이능력 아카데미를 보면 죄다 기본적으로 ‘전투력 향상’을 신경 쓴다.
세종아카데미도 마찬가지고, 이번 여름학기의 프로그램도 기본적으로 이능력 향상을 목표로 한다.
학생은 공부를 통해 지식을 쌓지만, 이능력자는 이능력 개발이 목표.
‘방학 때 집에서 놀지 말고 직접 대련도 하면서 실전 감각을 기르라는 게 주된 목적이긴 하지.’
머리를 쓰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결국 이능력을 발현시키는 것이 중요하기에 어느 한 지역에서 전문적인 이능력 개발 특강을 밟게 된다.
‘사실상 대련 훈련이 많고.’
A급끼리 대련한다거나.
S급인 백설희, 윤이선, 김윤지와 번갈아 가며 전투 훈련을 한다거나.
이능력 개발에 관련하여 이런저런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는다거나.
‘국제대회에서 한국인이 우승해야 하는 상황이면 여름 캠프 만들어지는 게 당연하긴 해.’
이 모든 것은 10월쯤에 있을 이능력자 월드컵, 혹은 천하제일 이능력자 대회, 혹은 초능력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이렇게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되는 만큼, 나와 백설희의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저녁까지는 연락하지 못할 것 같아.
강의 시간 내내 학생들에게 달라붙어 있어야 하는 백설희와 달리, 나는 상당히 시간이 널널한 편이다.
백설희는 모든 강의에 참여해야 하지만, 나는 그냥 내 관련 강의의 보조강사로 투입만 되면 그만이니까.
-너,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막 이 여자 저 여자한테 넘어가고 그러면 안 돼. 알겠지?
-내가 꼬시는 게 아니라 넘어가는 건가?
-너야 다른 여자 안 바라보겠지만, 딴 여자들이 널 보고 군침 돌 게 뻔한데 그런 소리 안 하게 생겼어?
-주의하지.
백설희가 나를 옆에서 살피지 못할 정도로 학생들의 교육에 집중하는 사이, 그동안 나는 뭘 하면 되느냐.
‘제주도에 온 목적대로 행동해야지.’
제주도의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미리 제주도 도서관에서 가서 반출금지 금서들을 훑어보는 게 내 업무다.
따라서, 백설희와는 적어도 낮에는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
백설희가 분신인 백하랑을 보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라면 가능하겠지만, 그녀는 일단 첫 주는 학생들에게 집중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혹시 중간에 연락하면 이능력 컨설팅에 관해서 전화하는 거니까, 존대로 받아줘. 알겠지?
-물론이지. 아. 그 컨셉대로 할 거야?
-응. 내가 인터넷으로 만난 이능력 컨설턴트가 알고 보니 도지환 사서였고, 제주도에서 썸을 타서 기어이 저질렀다는 거. 그럼, 네 방에서 만날 때 말고는 공적으로 대해줘.
내가 도깨비로서 프로젝트 제주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 백설희는 백설희만의 ‘프로젝트 제주(불륜)’를 계획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들어오면서 자주 연락하게 된 모 이능력 컨설턴트.
그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사적인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덕분에 새로운 이능력을 배우기도 하며 상당히 큰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적으로 잘 알게 되었고, 마침 제주도에서 만나 서로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랜선 연애로 호감을 쌓았다가 실제로 제주도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어, 제주도에서 연풍을 세게 맞아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 백설희의 계획.
시간은 많다.
실습은 약 한 달 정도 진행되고, 제주도에서 할 일은 정말 많다.
그런 만큼, 나는 백설희의 바람을 천천히 따르기로 했다.
밤에는 도깨비로서 활동하거나 백설희의 멘탈케어를 하겠지만, 낮에도 나 나름대로 이능력 연구와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나도 개인적으로 연구할 게 있다고.’
이능력은 언제나 새로운 것.
뇌제의 전자화 이능력을 보고 자연계, 원소계 이능력자가 어떤 식으로 이능력을 다루는지 한 번 확인한 만큼, 나 또한 이능력 개발에 있어서 뒤처지면 안 된다.
‘이능력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마력이 늘어나고 강해지는 길이니까.’
이능력이 늘어난다는 건 단순히 스킬이, 스펠카드가 늘어나는 게 아니다.
이능력을 개발하거나 개량하면서 사고력이 확장되고 상상력이 풍부해지면, 동시에 내 몸에 축적되는 마나의 최대량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RPG로 치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 자체가 경험치가 되고, 레벨이 오르면서 동시에 마나가 늘어나는 방식.
이능력자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이능력 개발이 본인의 전반적인 전력 상승으로 직결되는 건 같다.
그래서 나는 유미르의, 윤이선의, 백설희의 이능력 개발에 이런저런 훈수를, 아니 조언을 하며 그들의 이능력을 발전시켰다.
‘이제는 내 차례야.’
지금까지는 다른 이들의 이능력 개발을 도와주고 봐줬다면, 이제는 나의 이능력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개량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도깨비로서의 강화도 강화지만, 세피로트 기사단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태국 이후에 상당히 평화가 이어진 것 같지만, 어디에서 또 악마가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지.’
라플라스의 악마 이후 판데모니엄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제주도에 많은 이능력자들이 모이게 될 만큼 분명 뭔가 행동을 취할 것이다.
‘내가 판데모니엄의 악마라면, 제주도 호텔에 모인 이능력자들을 악마로 전부 만들어버릴 독가스를 살포할 거다.’
만약 A급 이상의 이능력자가 수백 명이 모이는 제주도에서 뭔가 특별한 행동을 저지르지 않는다?
‘아니면 저기 일본에서 S급 히어로가 피닉스의 깃털을 사러 온다면, 그 히어로가 담당하는 지역에 악마를 풀어 공격하겠지. 빈집 털이를 한다는 느낌으로.’
혹은 제주도로 사람들이 모이는 바람에 안보 공백이 생기는 곳에서 악마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 판데모니엄이 개입하기 쉬운 상황을 만들었는데, 이래도 안 나온다면….’
지천향이 쓰러지자마자 여러 뼈빨러들이 제주도로 왔던 것처럼, 이렇게 악마가 날뛰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텐데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 그때는 따로 또 활동 방침을 정해야 해.’
쫄아서 완전히 숨어버린, 악마가 날뛰기 좋은 환경인데도 나타나지 않는 판데모니엄을 찾아 나서야 한다.
덫을 놓았는데 덫에 걸리지 않는다면, 심지어 파수꾼이 사라진 다른 곳에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직접 찾으러 갈 수밖에.
‘결사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제주도에 나타나든, 해외에 나타나든, 아예 안 나타나든. 나는 나대로 악마를 제거하기 위해 움직여야 해.’
그러니 그때를 대비하여, 나는 새로운 이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고전으로부터 컨셉을 찾는다. 무엇을 만들지 찾아내야 한다.’
정확히는 도깨비방망이를 이용하여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 중, 제주도 도서관 지하 서고에 봉인된 고전 매체 중에서 적당한 컨셉을 발굴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미지가 선명할수록 더 확실하게 창조하고 모방할 수 있으니까.’
도지라이더.
정의의 아군 (도깨비맨) 어둠의 카리스마.
헤세드 블랙 워 드라군.
그들을 확실하게 이 세상에 꺼낼 수 있었던 건 내가 그만큼 이들에 대한 확실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꺼낼 수 있었던 것.
외형을 마나로 만들어냄에 있어, 디테일의 차이는 있어도 도깨비방망이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내가 그들을 정확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
‘대격변 이후의 매체들이 아예 다르니까, 그 중 뭘 꺼내야 할지 애매해.’
나도 이능력자의 뇌를 가지고 있지만, 도지환으로서 살아온 현재 약 1년의 시간은 분명 확실히 잘 기억하고 있지만 이전의 ‘독자 시절의 기억’-그러니까 빙의 전 기억은 차츰차츰 옅어지고 있다.
그러니, 고전이 필요하다.
대격변 이전에 있었던 고전들을 한 번씩 훑어보며, 내가 적당히 새로운 모습이든 아니면 도깨비로서의 모습이든 또다른 전투방식을 선정할 ‘영감’이 필요하다.
고전을 모티프로 삼아 이능력을 사용했다고 해도 ‘옛날 거 보고 따라 했구나!’라고 사람들이 말할 것이며, 고전에서 이어진 시리즈의 자료를 떠올리면 ‘와! 새로운 컨셉!’이라면서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그 자료를 찾기 위해, 나는 어느 곳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도지환으로서의 업무를 위해 한라산 중턱에 있는 한 ‘보존서고’로 향하는 중이다.
끼이익.
산속 제법 깊은 곳으로 바이크를 밟고 올라가니, 연구소 같이 생긴 곳이 보인다.
나는 그곳의 입구로 바로 들어갔고, 헬멧을 벗으며 내 교직원증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보여줬다.
“아, 오셨군요. 도지환 사서님.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 직원 한 명이 직접 나를 맞이하러 나왔다.
“세종아카데미의 사서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곳에 있는 자료는 마음껏 열람하셔도 됩니다.”
직원은 내게 연구실 안쪽을 안내했고, 나는 연구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조금 으슥한 방을 안내받았다.
“아시다시피, 보존서고에 있는 자료들은 모두 전산화되어있습니다. 이곳에서 열람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나는 일인용 독서실처럼 꾸며진 열람실 안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놓인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소설만 봐도 월급이 나온다니.”
대격변 이전의 고전, 그리고 대격변 이후에 만들어진 소설 중 ‘청소년에게 유해한 도서’로 분류된 창작물 들.
나는 이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지환으로서는 월급이 나오고, 도깨비로서는 이능력를 개발할 수 있다.
일거양득이며, 일석이조이며….
‘원래 세상에서는 나오지 않은 창작물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최고지.’
빙의자로서,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다.
‘내가 이래서 사서직을 그만둘 수 없다니까.’
나는 태블릿 속 자료들을 검색하며, 세종 아카데미에서도 자료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소설들부터 확인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사망으로 볼 수 없었던,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어째서인지 살아남아 완결까지 내기는 했지만 검열로 인해 보존서고로 들어온 소설들을.
‘소설을 보는데 돈을 받는 직업이 있다?’
도깨비로 정체가 들키기 전까지, 이 직업을 결코 내려놓을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