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6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67화(368/668)
“…벌써 시간이.”
슬쩍 단편소설을 완결까지 빠르게 읽고 나서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덧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만.’
보존서고에 있는 책들을 빠르게 탐닉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책을 읽어야 했기에 나는 속독으로 책을 읽어야 했고, 거의 20분에 1권을 읽는 느낌으로 빠르게 페이지를 넘겨야만 했다.
그 덕분에, 나는 이 세상에서 쓰인 여러 이야기 속 콘텐츠들을 다양하게 습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걸 바로 이능력으로 승화하기는, 당장은 무리.
‘오히려 어렵네.’
이 세상의 이야기들을 나의 이능력으로 만들기에는 뭔가, 뭔가 부족하다.
상상력은 충분한 것 같은데, 활자 속 자료들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예를 들어, 소설 속 주인공이 뭔가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치자.
흡혈귀를 사냥하는 신부가 사용하는 무기로, 흡혈귀를 죽이기 위해 은으로 만든 쿠크리를 들고 다니며 흡혈귀를 반으로 갈라 죽인다고 하더라.
쿠크리라면 위키 속 도검 자료를 보고 외형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이능력의 철학-흡혈귀 특공에 관한 건 내가 담아내기에 뭔가 애매했다.
‘역시 영상이 필요한가? 나는 영상 없이는 이런 걸 실제로 만들어내기에는 어려운 건가?’
나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도 살짝 들었다.
‘그림이 있으면 그걸 보고 만들어내면 되는데. 아쉽네.’
삽화라도 있으면 이해하기 좋겠지만 삽화가 있을 리는 만무하고, 책 속 활자들을 상상력을 동원하여 구체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것은 모방이 아닌 창조의 영역이니까.
도깨비방망이가 내 머릿속에 있는 데이터를 3D 프린터로 찍어내는 거라고 한다면, 기존의 지식은 그냥 자료를 그대로 입력하면 되는 거지만 이건 전부 다 새롭게 내가 짜내야 한다.
사실.
‘책 보느라 이능력 개발이고 뭐고 다 까먹었어.’
소설을 보느라, 나는 그만 내가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흑인 프리스트가 에이멘을 외치면서 흡혈귀를 쿠크리로 학살하는 소설이 있는데, 언제 이능력을 확인하고 있어.’
검열 사유.
과도한 폭력성 및 잔학성.
그리고 흑인 프리스트가 흡혈귀의 성에서 드라큘라를 처치했지만, 마지막은 용사로 추앙받는 게 아니라 인종차별로 마을 주민들에게 살해당하는 새드 엔딩.
인류를 위해 헌신한 영웅이나 용사가 인류에게 배신당하고 목이 잘려 마을 광장에 효수되는-
“…윽, 머리가.”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억누르며 의자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재미는 있는데, 교육자료로 쓸 내용은 아니었지. 이능력 개발도 마찬가지고.’
처음에는 이능력이 나오면 이 이능력을 가지고 한번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점차 소설을 읽을수록 소설 속 내용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에휴.”
어쩌겠는가.
나는 독자이고, 영혼까지 스며든 진성독자로서의 기질을 벗어던지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다.
‘활자에서 이능력을 추출하는 건 작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거나 마찬가지니.’
독자는 작가가 쓴 작품을 순수하게 즐기면 된다.
하지만 작가가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읽을 때는 전혀 다른 접근을 하게 된다.
한편 안에 기승전결의 구조를 어떻게 배치하는가.
문장은 어떻게 사용하고 단어는 어떤 단어를 수려하게 사용하는가.
캐릭터의 갈등과 서사 구조는 어떻게 흐르게 할 것이며, 결국 주인공이 어떤 활약을 하는가.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보는 건 소설을 즐긴다고 할 수는 없겠지.
유명 셰프가 음식을 먹을 때 미식을 즐기는 게 아니라 그 음식 속에 담긴 소스의 배합이나 재료, 조리법을 분석하여 먹는 것처럼, 음식을 피곤하게 먹는 것과 같다.
‘그래도 몇 가지 건지긴 건졌어.’
세 가지 정도, 확실하게 건진 것이 있다.
흡혈귀 관련 소설 이외에도 다른 소설들의 내용들을 살피던 도중, ‘이거 그거랑 비슷한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아예 수확이 없는 건 아니야.’
그것들을 도깨비의 새로운 컨셉으로 해도 좋을 것이며, 세피로트 기사단의 새로운 모습으로 정해도 좋을 것이다.
‘이 정도면 중박이라고 할 수 있나.’
하루에 세 가지 컨셉을 대격변 이전의 고전으로부터 건졌으니, 이건 이것대로 의미는 있겠지.
순수하게 새로운 이능력을 책으로부터 꺼내는 건 오늘은 실패했지만, 도깨비방망이로 외형과 무기를 만들어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예를 들어….
구구구.
갑자기, 땅이 울린다.
왜 이 시간에 땅이 울리나 싶어 태극워치를 만져봤지만, 지진이 일어난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
무엇보다도, 그냥 평범한 땅울림이 아니다.
진동이 콘크리트를 타고 흘러들어와 내가 있는 방을 흔드는, 마력의 힘을 이용한 진동이다.
마력이 느껴지는 진동이며, 익숙한 마력의 향이 느껴진다.
마력에서 느껴지는 이 진한 커피 향은, 이 세상에서 그녀뿐이다.
“하.”
나타났구나.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나 싶더니, 이제야 드디어 나타났구나.
‘여기에 있는 건 또 어떻게 알고.’
도지환이라는 남자가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찾아보면 그 목적지를 알 수 있겠지만, 이 방에 직접 진동을 전한 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뭔가 특별한 방법을….
“아.”
나는 아까 전, 직원이 내가 소설을 보는 중에 먹으라고 놔둔 바구니에 시선이 절로 갔다.
“귤.”
귤이 있다.
방 안에 귤이 있고, 귤은 곧 CCTV와도 같다.
그리고 그 CCTV를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정보를 요구한다면, 당연히 그 당사자는 그 부탁을 들어줘야 하겠지.
안 들어주면 제주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으니까.
아무리 귤천지의 신이라고 해도, 제주도라는 ‘땅’이 사라지면 지천향은 그저 동네 마트의 신이 될 뿐이다.
콰득.
나는 귤을 까서 한입에 털어 넣은 뒤,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내가 앞으로 걸을 때마다 진동은 이쪽이라는 듯 내 감각을 자극했고, 나는 감각의 인도에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건물 뒤쪽에는-
“아, 왔다! 지환아!”
벤치에 앉아, 나를 살갑게 부르는 여인이 있었다.
* * *
그 시각.
“이렇게 S급 넷이 모이는 것도 참 인연은 인연이네요. 하하하….”
가장 나이가 어린 S급, 태이린은 한 테이블에 둘러앉은 세 S급 여자들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니들, 혹시 뭐 신경 쓰이는 거 있으세요? 다들 표정이 영…. 역시 그 안경환 씨 때문에 그런 건가요?”
“어느 정도는.”
윤이선은 점심 도시락을 깨작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그런 녀석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어떻게 지금까지 걸리지 않았던 걸까.”
“제주도에 와서만 철저하게 행동했으니까. 조사차 정보공개 요청을 했는데, 천리안도 잡아내지 못한 것 같더라고.”
김윤지는 태극워치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영장 나와서 태극워치로 이루어진 대화를 전부 조회했는데, 정작 게이야랑 대화를 나눈 건 거의 없었어. 오래된 친구끼리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게 끝? 그 정도뿐이더라고. 그게 다 은어였지만.”
“으으, 조금, 불쾌할지도. 남자들끼리라니.”
윤이선은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태이린은 그 불편함에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하…. 뭐, 그렇긴 하죠…?”
“남자들끼리만 그런 건 아니지. 여자들끼리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건 그렇죠. 선배님, 선배님은 혹시 주변에 그런 사람 없어요? 막 신분 상승을 노리고 고백하려고 한다거나.”
“많지. 다 쳐냈고. 지금도 우리끼리 따로 먹는 것도, 교수들이랑도 따로 거리를 두고 도시락 먹는 것도 그런 이유잖아. 밥 먹으면서 추근대는 사람 없도록.”
S급들만 모여있으니, 확실히 다른 이들이 함부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물론, 유독 저기압인 한 여자 때문이기도 했지만.
“…저기, 설희 언니? 뭐 걸리는 거라도 있어요?”
“괜찮아. 그냥,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랬어.”
아무 말도 없이 도시락만 먹고 있던 백설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도시락 반찬 중, 길쭉하게 구워진 소시지를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신분 상승을 노리는 경우 말고, 높은 신분인 사람이 상대적으로 급이 떨어지는 사람을 낚아채는 건 어떻게 생각해?”
“음…그건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 아닐까요.”
“그렇지?”
콰득.
백설희는 씩 미소를 지으며 소시지를 단숨에 입에 넣었다.
* * *
햇빛을 받아 갈색의 머리칼이 오렌지색에 가깝게 빛나는 포니테일의 그녀는 하얀 테니스복을 입고 있었고, 벤치에 앉은 채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겼다.
“점심은 먹었어? 배고프지? 누나가 도시락 싸 왔는데, 먹을래?”
“…….”
“뭘 그렇게 봐.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 당황했어?”
“그, 전화하지 그랬습니까?”
“아. 전화.”
여인은 어색한 얼굴로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사람들의 손목에 모두 하나쯤은 착용하고 있을 물건이, 그녀의 손목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서프라이즈?”
“확실히 서프라이즈는 서프라이즈네요.”
나는 여인의 옆에 앉았다.
“그런데 누님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폐가 있지 않습니까? 나이로 따지면 동갑인데.”
“생일로 치면 몇 달 먼저 태어났으니까, 내가 누나인 거 아니야? 누나, 하게 해줘.”
“남동생 패티시 있습니까?”
“응. 알면서.”
나이는 같은 주제에, 본인을 누나라고 부르라는 이 파렴치한 여자는 눈에 보이는 마력 주머니 만큼이나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이인자’.
나이나 연공 서열 때문은 아니지만, 그 이능력의 특성과 발현을 생각하면 이 세상에서 압도적인 파괴력을 낼 수 있는 존재.
광익공이 히어로 계의 전술핵이라면, 이 여자야말로 결사의 전술핵이나 마찬가지.
“그래서 물건은 가지고 오셨습니까, 성지은 이사님?”
“응. 가져왔어. 가져왔는데….”
빌런명, ‘혼돈’ 성지은.
“어디에 있게?”
그녀는 테니스복의 목 부분 지퍼를 내리며, 가슴에 손을 얹으며 나를 향해 말간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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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으니까, 찾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