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7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73화(374/668)
흔히들 빌런이라고 하면, 무언가 이능력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거나 범죄를 일으키는 악질을 떠올리기 마련.
하지만 전국고라니연합회, 줄여서 전고연은 조금 결이 다르다.
‘범법행위는 맞는데, 마음 가는 대로 국가를 위해 행동했다고 하니 양심에 찔리게 만들지.’
국제적으로 보면 빌런 행위가 맞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극단적 애국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신토불이(身土不二).
들어본 적 없는 단어라고 하면 Young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고, 그 뜻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라면 MZ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걸 두고 ‘신나는 토요일 불타는 이 밤’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허리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할 나이일 터.
신토불이란 무엇인가.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 자기가 사는 땅에서 산출한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잘 맞음을 이르는 말.
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이것이 좀 더 애국주의적인 관점으로 나아간다면, 외래의 것을 지양하고 우리의 것을 애용하자는 말로 나아갈 수 있다.
-중국산 도라지보다 국내산 도라지를 먹읍시다!
-미국산 소고기보다 우리 농가에서 키운 한우를 먹읍시다!
-노르웨이에서 잡아 온 고등어보다 우리 바다에서 잡은 고등어가 살이 더 두툼하고 맛있습니다!
라는, 인간이 섭취하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한국산을 애용하자는 것으로, 일종의 물산장려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모든 게 한국산이 좋다고? 고려인삼 얘기도 아니고 그게 현대에 맞는 소리인가? 죄다 비싸서 한 번 장 볼 때마다 10만 원 20만 원 깨지는데?
ㄴ하지만 이능력자를 낳을 가능성이 커진다면 어떨까.
ㄴ이!
ㄴ능!
ㄴ력!
그런데 이거, 이능력학적으로 타당한 소리다.
-에…외국산 농산물을 지양하고 한국산 농산물만 먹고 자랐을 경우, 이능력자를 낳을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로 나왔습니다.
-그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소리입니까? 아니, 그러면 저기 강원도에서 감자랑 옥수수만 먹으면서 자란 청년들은 뭐 이능력자를 확정적으로 낳고 그렇습니까?
-…강원도 한 해 신생아 100명 중에 이능력자가 1명꼴로 나온다면, 충분히 유의미한 통계가 아닐까요?
-강원도 아파트 한 채에 얼마입니까?
대격변 이후.
마치 토양에 미네랄 대신 마나가 깃드는 것처럼, 한반도 토양에 마나가 자리를 잡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농산물 또한 대격변이 이루어졌다!
오죽하면 해외 레스토랑에서 해쉬 포테이토만 달랑 내놓은 게 ‘강원도 감자를 사용했다’라고 한다면, 그걸 먹은 이들이 기꺼이 수십 달러의 팁을 내어놓을 정도.
이처럼 한국산에 관한 이 세계의 광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이능력적으로 유의미한 건 1차산업으로 나오는 것들, 즉 원재료가 한국에서 나오는 것들에 한정된 이야기.
-차도 외제차보다 국산차를 애용합시다!
ㄴ…차는 외제가 더 좋지 않나?
보성녹차 마셔서 이능력자 낳을 확률 높아지는 건 인정. 그런데 한국차 타고 다닌다고 이능력자 많이 낳고 그러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2차산업, 3차산업으로 가면 갈수록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자동차와 같이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있는 것일수록, 당연히 이능력자의 출산과 직접적인 관련은 사라지게 된다.
-어허! 감히 위대한 갓한민국의 차량을 무시하다니! 너 이 자식, 독뽕이로구나!
즉.
한국에서 나온 것은 이능력자를 많이 낳을 확률이 높다.
이능력의 시대에 이능력자를 많이 낳을 수 있는 건 정의다.
한국에서 나온 것은 정의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는 정의다.
해외에서 온 것들은 모두 한국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이며, 외제차가 매연을 뿜뿜 뿜어낼수록 한국 자원들이 오염되어 결국 이능력을 낳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외제차는 이능력자 출생에 나빠!
라는 생각으로 나아간 게 이들, 전고연의 이념이다.
‘미친놈들이지.’
그래서 밟았다.
혼돈이 전방 고라니 출현을 알렸을 때, 나는 바로 앞을 훑어 고라니가 진짜 고라니인지 아니면 인간 고라니인지 체크를 했다.
진짜 고라니였다면 혼돈이 직접 아스팔트 고가도로를 만들어 뛰어넘었을 터.
하지만 고라니 행세를 하는 인간 빌런이었기에, 나는 가차 없이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을 밟았다.
당연히 전속력으로, 더 가속한 차량에 치인 인간 고라니는 나가떨어졌다.
급브레이크를 걸어 충격을 적당히 받을 생각이었겠지만, 그 안일함은 현재 기절한 채 돌하르방의 포옹을 받는 걸로 결론이 나왔다.
“그, 혹시 처형하는 건….”
[솔직히 처형이 마렵긴 한데, 죽이는 건 일단 보류.]데스몬드는 떫은 얼굴로 인간 고라니를 걱정했다.
“휴, 다행이군. 혹시나 처형했다가 조사라도 나오면 귀찮으니….”
정정.
인간 고라니를 차로 치는 바람에 경찰이 나와서 조사하는 걸 걱정했다.
쿠구구.
하여튼 기둥의 고라니, 하르방 2호가 생성되었다.
코너를 도는 이들이 놀라지 않게, 야밤에 운행을 하는 이들이 깜짝 놀라지 않게 주변 경관에 어울리도록 산비탈에 생성된 하르방 2호는 고라니 슈트를 입은 여자를 꽉 붙잡고 있다.
“저기, 왜 이런 자들이 나타나는 건가?”
[그건.]도깨비 설명 중.
“…그러니까 미국차라는 이유로 냅다 들이받은 거라고?”
[이능력자라서 안 죽으니까.]“아무리 이능력자라도 그렇지, 차가 달리는데 거기에 몸을 던져서 들이받는다고? 그 이유가 외제차라서? 말도 안 돼.”
데스몬드는 상식 밖의 존재를 보는 것 같은 얼굴로 하르방 2호를 훑었다.
“심지어 사슴 같은 동물 인형 옷까지 입었군. 밤에 나타난다면, 사족보행이라도 한다면 진짜 야생동물이 튀어나온 줄 알겠어.”
[실제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놈들이다. 신체를 마나로 강화해서 네 발로 뛰쳐나오지.]“뭐, 라고….”
[뛰어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만, 주변에 다른 고라니가 나타나서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나는 차에서 태블릿을 하나 가져온 다음, 전고연 피해 영상을 재생했다.
-예, 여기에서 이제 터널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야생동물 다리 보이시죠? 이게 버젓이 있는데도 가드레일 너머로 뭔가가 넘어와서, 어이쿠!
교통사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가 블랙박스 영상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블랙박스에는 명백히 고라니처럼 생긴 그림자가 옆에서 튀어나왔고, 차는 옆으로 비틀리며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차 사진을 볼까요? 세상에, 어디 전봇대에 전속력으로 들이받았나요? 뒤에서 덤프트럭이 후진으로 보닛을 밟은 걸까요? 완전히 찌그러졌네요.
[차체를 마나로 보호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이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폐차 수준인데?”
[당연하지. 마나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이능력자랑 부딪친 거니까.]영상은 계속 이어진다.
-자, 여기까지 보면 참 안타깝죠? 고라니 튀어나와서 차 보닛 망가지는 거, 주변에서 흔하게 듣지 않습니까. 실제로 지금 영상 주인 분이 말하기를, 밖으로 나오니까 산 위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뒤로 도망쳤다고 하고요. 고라니 사체는 없지만, 아마 동료가 부딪쳐서 저기 날아간 걸 보고 도망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면 완전 손해죠. 야생동물에 치이는 거, 결국 몸은 몸대로 다치고 수리비는 내 쌩돈 나가고. 저 같아도 이런 일 당하면 억울해서 죽을 것 같습니다…만!!
변호사가 목소리를 강조하며, 다른 영상을 재생한다.
-보이십니까? 30분 전에 지나간 국산차 블랙박스입니다. 여기 보시면 이상한 차가 있죠? 내리는 사람 보이시나요? 예. 그렇습니다. 인간 고라니입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밝히는 건데, 피해 차량은 독일 3사 차량이었습니다. 그렇죠. 눈치 빠른 구독자분들이라면 사실 차 찌그러진 거 봤을 때부터 아셨을 텐데, 고라니가 아니라 인간, 빌런이었던 겁니다.
“……허, 허허허.”
[흔한 일이지. 이 나라에서 외제차를 타면. 특히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고.]나는 하르방 2호에게 가까이 다가간 뒤, 고라니 후드를 뒤로 넘겨 얼굴을 확인했다.
[나이는 대략 21세 정도 되는 것 같군. 마력으로 봐선 D급, 신체 강화형이다.]“아니, 그렇게 괜찮은 조건을 가진 여자가 왜….”
[이런 미친 짓을 저지르냐고? 두 가지 이유가 있지.]나는 내 비어있는 손목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걸로, 데스몬드가 차고 있는 태극워치를 가리켰다.
[하나는 정말로 외제차를 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국수주의자들이다. 이런 자들은 그냥 자연재해 같은, 진짜 야생동물 같은 놈들이다. 그나마 미리 보험사에 ‘대빌런접수’ 특약에 가입했다면 어떻게든 합의금이랑 치료비는 받아낼 수 있지.]증명하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야생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차를 치고 갔다면 그 사람에게 돈이라도 받아낼 수 있다.
“사람이 차를 치고 갔다는 거, 조금 어감이 이상한데.’
[태국에서는 이능력자 여고생이 탱크도 부수고 그랬는데, 딱히 이상한 것도 없지.]“…음. 그래서 두 번째는?”
[이런 케이스.]나는 하르방 2호, 인간 고라니의 손목에 채워진 태극워치를 가리켰다.
[외제차가 파괴되면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구일 것 같은가?]“설마.”
[그래. 그들이다.]전국고라니연합’회’.
[한국에서 무슨 협회가 있다고 하면, 항상 뒤에서 몰래 금전적으로 지원을 하거나 조종하는 기업이 있기 마련이지.]“외제차를 상대로 차량 파손 급 범죄가 자주 일어난다면, 결국 일반인은 국산차를 살 수밖에 없다…!”
[그래.]스르륵.
혼돈이 조종하는 모래의 뱀이 하르방 2호의 인형 옷 안으로 들어간 다음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지갑이었고, 나는 지갑을 펼쳐 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데스몬드 회장에게 보여줬다.
“이건…?”
[용역회사 명함이다. 그리고 이들을 고용한 고용주는 여기, 이들이지.]명함의 뒤.
하르방 2호가 거래처로부터 받은 것 같은 여러 개의 명함 속, 나는 유일한 ‘자동차 회사’ 사원의 명함을 가장 앞으로 올렸다.
[하청용역업체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사실 해그늘자동차의 사원이다.]전국고라니연합회.
[전체 빌런 고라니의 70% 정도가 돈 받고 외제차에 몸을 들이받는 보험사기꾼이지.]그 뒤에는, 해그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