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7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76화(377/668)
데스몬드 페이그린의 당당한 등판.
-절대 데스몬드를 화나게 해서는 안 돼!
에, 협회와 정부를 비롯하여 모든 이들이 주의를 하게 되었다.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는 없는 겁니까? 그건 참 아쉽군요.
-료칸이라는 곳에 한 번 몸을 담그고 싶었는데, 그것 참.
기자 회견, 그리고 여러 셀럽들과의 만남 속에서 데스몬드는 일본을 염두에 두는 발언을 심심찮게 풀어냈다.
-아, 상해도 가보고 싶군요. 모처럼 온 김에. 동아시아 전체를 한 번 둘러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허허허.
누가봐도 ‘수틀리면 경매장을 한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바꾸겠다’라는 말이었다.
그에 데스몬드의 저의를 살피기 위해, 오늘도 청와대 TFT팀은 열심히 첩보를 수집하여 데스몬드의 진의를 파헤치려고 하고 있다.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것은 한국에 대한, 정확히는 대통령님에 대한 무언의 압박입니다.”
정무수석의 말에 대통령 태채진은 침묵을 지켰다.
“데스몬드 페이그린. 우리는 페이그린이라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합니다. 예, 잊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불과 3개월 전에 아주 심각한 일이 하나 있었죠.”
“유전자 도둑 사건.”
잊은 자들도 있겠지.
아머드 태조를 상대로 한 여인이 매국풍선에 담긴 태조의 유전자를 훔쳐 달아나려고 했고, 데스몬드 페이그린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손녀딸을 어쩔 수 없이 ‘빌런’으로 넘겨야만 했다.
“이것은 명백한 갑질 복수입니다. 페이그린 그룹에 명백한 이미지 타격을 준 한국에 대한 치졸한 복수입니다.”
“굳이 한국까지와서…?”
“그만큼 갑질이 하고 싶다는 거지요. 막말로 자신을 엿먹인 자들에게 누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걸로, 한국보고 알아서 기어라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냥 ‘꺼져라’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보물을 가지고.”
그런 그가, 복수를 위해 피닉스의 깃털을 가지고 한국에 왔다.
“대통령님. 페이그린은 갑질을 하고 싶은 동시에, 한국과 다시 손을 잡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해?”
“만약 그가 정말로 한국이 싫다면, 페이그린 사의 지분을 해그늘항공에 전부 넘겨버리고 철수하는 방법도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경매는 미국이나, 정말로 저희를 엿먹이려고 했다면 일본에서 했겠죠.”
“…지금 일본을 운운하는 건 그저 ‘알아서 잘 하라’라는 협박일 뿐이다?”
“예.”
상황실 내부의 분위기가 굳어가기 시작한다.
“일개 미국의 회사 CEO 따위가 국가를 상대로 협박을 한다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
저기 아랍의 왕자가 와도 그 권력의 정도에 따라 대응하는 정도가 달라지는데, 그저 강원도에 국제선을 보내는 항공사 회장 ‘따위’가 감히 어찌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갑질을 할 수 있으랴.
“젠장. 그 놈의 깃털이 뭐라고….”
“대통령님. 참으십시오. 그 깃털만 확보한다면, 다음 선거도 여당의 승리가 확실합니다.”
“물론입니다. 피닉스의 깃털을 국가 자산으로 확보할 수만 있다면, 우리도 저기 미국 대통령이 하는 것처럼 깃털가방을 옆에 들고 다닐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거, 원하셨잖습니까.”
“끙….”
태채진은 눈앞에 떠오른 미국 백악관의 사진을 보며 이를 갈았다.
미국 대통령의 옆에는 두 명의 비서가 은색 가방을 각각 두 개 들고 있었다.
하나는 핵가방이고, 다른 하나는 깃털가방.
언제든지 핵을 쏠 수 있는 버튼이 담겨있는 가방의 옆, 언제든지 미국 대통령을 살릴 수 있는 가방이 있다.
단지 그 뿐이지만, 미국 대통령은 언제나 암살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된다.
암살을 해도 결국 의미는 없고, 암살에 성공하더라도 잡히게 되면 살해당할 게 분명하니까.
애초에 냉전시대도 아니고 이능력의 시대인데,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
대통령은.
“…데스몬드에 대한 호위를 더욱더 철저히 하게. 지금 누가 데스몬드를 지키고 있지?”
“A급 6명이 3교대로 호텔을 지키고 있습니다. 호텔 객실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호텔 객실 밖에서는 24시간 밀착호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뭔가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나? 뭐가 불편하다거나,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그런 갑질 말이야.”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동아시아 여행을 하고 싶다는 속 좋은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쳇…. 자기가 암살당할 위협에 빠졌는데,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지?”
태채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생방송으로 국영방송국의 기자와 1:1 인터뷰를 하는 데스몬드를 보며 이를 갈았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질문인데요. 민감한 질문이라, 답변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 한국에서 피닉스의 깃털을 경매에 올린 이유가 있을까요?
-하하. 민감한 질문이군요. 답변…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생방송 속 데스몬드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제주도 흑돼지가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왔을 뿐입니다.
-…진심이신가요?
-하하, 절반은요. 이왕 온 김에 여러 가지를 즐기고 싶고, 나머지 절반은 여기에서 파는 게 가장 비싸게 팔릴 것 같아서 왔습니다. 이왕 판매를 한다면, 달러보다는 원화로 판매하는 게 제게는 더 이득이니까요.
-대량의 원화가 필요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페이그린 회사의 경영방침과 관련이 있나요?
-조금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하하, 그럼, 다음 질문으로….
“헛소리.”
대통령은 단호히 선을 그었다.
“한국에 팔아봤자 좋은 소리 못 들을텐데, 그 많은 원화를 확보해서 뭘 어떻게 하겠다고…? 환치기라도 하려는 건가…?”
“그, 대통령님.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갑질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압도적인 원화를 가져서 갑질을 하려고? 저 남자, 그렇게까지 관심종자였던 건가?”
“그것도 있지만, 역시 손녀딸의 문제 때문에….”
쾅!
“그건, 태조의 잘못이 아니야!!”
수석이 조심스럽게 꺼낸 단어에 태채진은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저 인간의 손녀딸이 잘못을 한 거지, 내 손자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아무리 저 자가 갑이라고 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다소 격렬할 정도로,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치는 대통령의 말에 수석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남의 손자 씨도둑질을 하려고 한 손녀딸 간수를 못해놓고, 그거 가지고 이렇게 와서 치졸하게 복수한답시고 갑질을 해?! 나는 결코 고개를 숙일 수 없네!”
“대통령님, 하지만….”
“부통령 보내!”
“대통령님께서 직접 가셔야 그림이…. 저기 일본에서는 총리가 날아온다고 하고, 중국에서는 주석이….”
“젠장!!”
대통령은 다시금 역정을 냈다.
“제주도에서 G20 국제 회담하자는 것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거야, 도대체!!”
현재.
각국의 수장들이, 제주공항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데스몬드 페이그린과의 만남을 위해.
경매 전, 어떻게 한 번 설득이라도 해보려고 하기 위해.
“대통령님. 역시 제주도로 태조를 보내심이….”
“미쳤어?! 여러 사람 눈 돌아가는 꼴 보고 싶어?!”
“그래도 태조까지 보내야 지금 제주도를 지킬 수 있….”
“제주도에 있는 S급만 4명이야! …젠장, 전쟁나는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한국은 현재 데스몬드 페이그린의 페이스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 * *
-정보. 송신.
-S급 히어로 9명이 한반도 입국 시도 중.
-현재 김포, 김해 공항 등에 도착 예정.
“확인.”
나는 주모들이 시시각각 정리해서 보내는 자료들을 확인했다.
“도 선생. 밥은?”
“아, 저 도시락입니다.”
“아, 그래요? 고생해요.”
나를 챙기는듯 아닌듯한 보전서고 관리직원들의 호의를 적당히 밀어내며,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데스몬드 페이그린을 만나러 오려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대부분은 어떻게 피닉스의 깃털을 경매가 아닌 직거래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악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도 많다.
-협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호텔 근처에서 체포된 빌런이 지난 나흘간 약 30명에 육박. A급 빌런 1명 있음.
“확인.”
훔치기 위해.
강탈하기 위해.
돈으로 살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피닉스의 깃털을 얻기 위해.
한국 협회에서 현재 공식적으로만 A급 6명을 경호원으로 투입할 정도로 데스몬드는 많은 이들의 사랑 아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이 사랑 중에는 비틀린 사랑도 있다.
파ㅡ앗.
내 옆으로 금빛의 차원문이 펼쳐졌다.
CCTV는 이미 내가 조작을 해뒀고, 차원문 너머에서 가면을 쓴 여인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대단한 걸…. 역시, 친해질 보람이 있네.”
“그렇죠? 이거 알려주는 대신에, 마나주머니 펌핑술 가르쳐주시는 거예요, 언니. 꼭, 꼭이에요.”
“가치있는 거래네. 응, 좋아.”
“…뭘 또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나는 내 뒤로 나타난 두 명의 여인, 유미르와 성지은에게로 몸을 돌렸다.
“유미르, 너는 그리고 굳이 거기서 더 안 키워도 될 정도로 크잖아.”
“다다익선. 거거익선. 크면 클수록 좋다. 아시잖아요.”
“뭐든지 적당히 커야 좋은 거야.”
“크다는 건 부정하지 않으시네요, 선생님.”
“또 그러지.”
나는 유미르를 향해 손가락을 튕긴 뒤, 손을 옆으로 뻗어 마나를 일으켰다.
[준비는 다 됐나?]“물론이죠. 저는 언제나 준비되어있답니다? 다른 언니들도 마찬가지고요.”
“언니들이라…. 재미있는 표현이네.”
성지은은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하얀 후드 부분의 위 덮개를 열며 히죽 웃었다.
“혼돈. 도올. 궁기. 모두 준비 완료.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도깨비? 지금, 제주도로 S급 이능력자들이 날아오고 배 타고 오고 헤엄치고 오는 이 상황에서. 그것도 지금, 무려 20명이나 오고 있다고? 데스몬드 회장을 노리려고.”
[당연히, 결론은 정해져있지.]나는 도깨비방망이를 대물저격총으로 바꾸며 어깨에 걸쳤다.
[도둑은 하르방으로 만들고, 빌런은 처형한다.]미션.
깃털 도둑의 처리.
그리고 혹시나 나타날지도 모르는 악마의 처리.
[빌런사냥, 시작이다.]이번 달.
도깨비가 사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