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7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78화(379/668)
상대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쏘아 맞춘다.
백발백중, 일격필살로 쏘아 적을 제압한다.
[뭔가 저격이라기보다는 또다른 명사를 붙여야 하는 거 아닐까요?]유미르가 저격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에 관해 고민하는 사이, 나는 기절한 닌자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빌런을 제압하는 과정이니까,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모두 좋은 거지.] [아직 빌런인지도 확실하지 않잖아요?] [닌자 복장을 입고 있는 컨셉러들이 빌런이 아닐 리가.]파ㅡ앙.
나는 한 줄로 길게 늘어놓은 닌자 무리를 향해 도깨비 방망이를 크게 휘둘렀다.
굳이 멍석을 말거나 곤장틀을 만들 필요 없이, 풀밭에 늘어놓고 곤장처럼 길게 만든 도깨비 방망이를 아래로 내려치는 것만으로 닌자들의 마력은 실시간으로 빠져나갔다.
[닌자가 뭔지 알지?] [막 손을 이렇게 이렇게 해서,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사람들 아니에요? 아니면 막 팔을 이렇게 뒤로 하고 달리는 사람들이라거나.]역시 캐나다인이다.
한국인이라면 아무래도 닌자라는 이미지가 어떤 건지 다양하게 알고 있지만, 유미르는 그런 쪽으로 편견을 가지기보다는 가장 유명한 닌자를 인지하고 있었다.
[아, 아니다. 코와붕가! 그거죠?] [아니야. 아니, 맞는데 좀 틀려.]사용하는 무기는 비슷할지 몰라도, 매일매일 피자를 뜯어먹는 거북이 4인방과 이 닌자들은 사뭇 다르다.
[그쪽이 와패니즈 취향이 들어간 닌자라면, 이 일본인들은 전부 일본 정통파 닌자라고 해야겠지. 이가닌자라고 혹시 들어봤어?] [아뇨. 그보다 오빠, 저도 도울까요?] [힘조절 잘 해. 허리 망가지면 애들 디스크 생길 수 있으니까.] [최대한 조심할게요.]찰싹, 찰싹.
유미르는 붉은 오랏줄을 좌우로 크게 휘둘러 닌자들을 때렸다.
당연히 기절한 상태인 만큼, 몸에 타격을 입을 때마다 마나가 소모되고 있다.
나의 방망이질과 유미르의 채찍질로 하나둘 마나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고, 이렇게 계속 타격을 이어나가도 그 누구 하나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으으, 여기는….”
[이런.]퍼ㅡ억.
그래.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아까 전에 처음 사격을 맞춘 사람 아녜요? 생각보다 회복이 빠르네요.] [먼저 맞아서 그렇다기보다는, 힘조절을 너무 과하게 해서 그렇다. 죽지 않을 정도로 기절시키기가 어디 쉽겠어.]백발백중이지만, 한 발에 한 명씩 ‘죽인 건’ 아니다.
죽여도 되는 인간인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죽이겠다고 하면, 유미르가 애초에 나와의 협업을 거부했을 테니까.
[차원문을 열고 마탄만 텔레포트시켜 쏘는 거니까, 평소보다 더 화력을 낮춰야했으니. 유미르, 마나 소모는?] [크지 않아요. 사람이 넘어가는 것보다, 오히려 마탄만 날리는 게 더 소모가 적으니까요. 그냥 한 번 세종섬에서 대전으로 왔다갔다 한 정도?] [닌자 여럿 제압한 마나라고 치면, 싸게 먹힌 셈인가.]파ㅡ앙.
나는 매타작을 마치고 닌자들 사이의 거리를 떨어뜨리며 길게 늘어놓았다.
구구구.
곧 땅이 진동하더니, 땅에서 사람 허리만큼 굵은 모래의 뱀들이 튀어나와 닌자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아나콘다나 보아뱀이 먹이를 먹듯 닌자들을 발부터 꾸역꾸역 삼키고, 모래의 뱀들은 곧 대가리를 하늘을 향해 높이 치켜들며 우뚝 솟았다.
[꼭 솟아오르는 게 오빠 같네요.] […….] [와, 너무해. 이제는 반응도 아예 안 해주는 건가요?] [그런 건 일할 때는 좀 자제해라. 누가 듣거나 하는 건 괜찮은데, 네 이미지 망가질까 걱정된다.]나는 유미르의 뒤통수를 향해 손을 가볍게 튕겼고, 유미르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쿵, 쿠궁.
모래의 뱀들은 머리 부분이 점차 흘러내리듯 변하기 시작했고, 먹어치웠던 닌자들은 복부에서 흘러나와 뱀의 몸 속에 갇혔다.
곧 뱀은 제주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익숙한 형태, 돌하르방이 되었다.
등 뒤에 새겨진 숫자를 보니, 어느새 돌하르방은 31호기나 생성될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혼돈 언니도 참 고생 많네요. 이렇게 한 명 한 명, 제주도 전역에 퍼져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하르방으로 만들어야 하다니.] [24시간 내내 실시간 감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우리가 신호 보내는 곳마다 이렇게 하르방 만드는 거잖아. 괜찮아. 그 녀석, 야행성이니까.]하르방메이킹.
결사가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곳곳에서 들어오는 불법출입 이능력자들을 도깨비가 저격해서 쓰러뜨리고, 그걸 혼돈이 돌하르방으로 만든다.
나머지는 이제 아침이 되었을 때, 하르방들을 확인한 협회에서 처리할 일.
애애애앵.
멀리서 경적이 울린다.
아마도 우리의 매타작 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신고를 한 건지, 아니면 마탄을 쏘며 일부러 크게 울렸던 뇌명을 듣고 찾아온 건지, 협회의 요원들이 차를 몰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자.]나는 유미르와 함께 자리를 이탈했고, 곧 근처에 세워둔 바이크에 올라 유미르를 뒤에 태웠다.
구구구.
하늘을 살짝 떠오른 호버바이크를 천천히 몰며, 우리는 협회의 요원들이 하르방을 둘러싸는 걸 확인했다.
“세상에, A급 이가닌자들이라고…?”
“이들마저도 이렇게 쉽게 제압하는 자들이라니. 도대체 정체가 뭐지…?”
[죽이는 건 자제해서 다행이군.] [아는 사람들이에요?] [닌자 컨셉 신체강화형 이능력자들이다. 히어로…는 아니지만.]한국에서는 히어로와 빌런으로 이능력자를 무조건 둘로 나누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 분류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
[저 녀석들, 사냥꾼이다.] [아, 헌터?]히어로 협회에 등록하여 이능력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사용하는 이들.
그들을 한국에서는 무조건 빌런으로 취급하지만, 타국에서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이분법적 구분을 완강히 지양하고 있다.
돈만 주면 무엇이든 이능력으로 해주는 해결사들.
주로 하는 일은 현상금이 걸린 빌런을 사냥하거나, 혹은 악마를 퇴치하거나, 이능력의 사용을 돈 받고 파는 프리랜서들.
그들을 우리는 전세계적으로(한국 빼고), 헌터라고 부른다.
사냥하는 대상에 따라 바운티 헌터나, 빌런 헌터나, 데몬 헌터나-
삐비빅.
태극워치에 연락이 들어왔다.
정확히는 호출이 들어왔다.
[유미르. 펜션에 바래다주마. 아무래도 영 좋지 못한 일을 시작해야 하거든.] […너무 과하게 하지는 마요.]내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유미르는 알기에, 순순히 고집을 부리지 않고 내 제안에 따랐다.
[과하게 안 해. 단지 ‘가설’을 실험해볼 뿐이다. 상대가 S급이라고 해서.] [여자는 아니죠?] [남자야.] […수 억, 아니 무한에 가까운 가능성을 제거해야 할 정도의 빌런인가요?] [가는 곳마다 역병을 뿌리는 이능력자라고 하면, 처형할 대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 [음….]유미르는 뒤에서 나를 꽉 끌어안은 뒤, 등을 두드리며 몸을 뒤로 내던졌다.
[믿을게요.]파-앗.
관성을 이용해 몸을 뒤로 날리며, 차원문을 열고 유미르는 떠났다.
펜션으로 자신을 바래다 줄 필요 없이, 현장으로 향하라는 그녀 나름의 배려일 터.
동시에, 사람은 죽이지 말라는 무언의 부탁일지도 모른다.
이건 나의 추측이지만.
‘죽이지는 않지.’
죽이지는.
끼이익!
나는 바이크의 핸들을 꺾어, 호출을 받은 장소를 향했다.
* * *
“이봐, 이린쨩.”
“역겨운 소리 하지 마세요.”
촤르륵!
바리데기 태이린이 손을 크게 하늘로 펼치자, 그녀의 손에서 터져나온 마나가 연분홍빛 화살이 되어 앞으로 날아든다.
“너무하다능, 그래도 오랜만에 이렇게 만난 사이인데!”
“닥쳐요, 매국노!”
“히도이!!”
알 수 없는 기합과 함께, 머리를 반듯하게 민 청년은 날아드는 마력의 화살을 모두 주먹으로 때려맞췄다.
“예전에는 이린쨩, 오니쨩이랑 결혼할 거라면서!”
“그건 당신의 망상일 뿐이죠. 아무 여자한테나 그런 소리 지껄이면, 여자가 넘어갈 것 같나요?”
“스시는 종류별로 먹을 수 있던데?”
“갑자기 무슨 스…이 쓰레기가 진짜.”
태이린은 입술을 깨물며 손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마이토 사이코. 당신이 일본의 S급 이능력자든 뭐든, 우리 입장에서는 빌런일 뿐입니다. 나라를 버리고 일본으로 넘어간 배신자!”
“뭐? 무슨 소리. 와타시는 그냥 돈 많이 주는 회사에 취업했을 뿐이라능.”
“전범 기업에…!”
“과거는 과거일 뿐, 우리가 당사자들도 아니고 100년 전의 일을 자꾸 왈가왈부 하는 거, 머리아프지 않아? 그거 다 세뇌교육 받아서 그런 거라능. 애국이라는 이름의 세뇌.”
“닥치세요!!”
파ㅡㅡㅡ앙!
바리데기의 화살이 마이토 사이코의 어깨를 꿰뚫었다.
화살의 크기만큼 구멍이 뻥 뚫려 피가 줄줄 새어나왔으나, 마이토 사이코는 그저 씩 웃기만 하며 손으로 구멍을 만지작거렸다.
“이제, 정당방위다?”
“개소리…! 여기는 한국 땅입니다! 비자도 없이 멋대로 제주도에 들어와놓고는!”
“와타시는 한국인이니까! 너희가 멋대로 국적을 박탈했을 뿐이지!”
타-앙.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온 총 소리.
대치하던 둘은 잠시 몸이 멈칫했다.
“다, 당신은….”
“오니?!”
[도깨비다.]어둠 속에서 걸어나온 검은 정장의 남자, 도깨비는 자신의 상반신 만큼이나 긴 저격총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마이토 사이코. 이명 ‘권신’…겐신이라고 하나. 한국명 마유빈. S급 빌런.]“아닌데? 그거, 국제 표준 아닌데? 와타시, S급 이능력자이자 빌런 사냥꾼인데?”
마이토 사이코는 주먹을 앞으로 내세우며 이죽거렸다.
“이린쨩. 거기, 국제 S급 빌런이 나타났는데 오니쨩이랑-”
[시끄러우니까, 짧게 말하지. 넌.]도깨비는 저격총을 손으로 두드리며, 가면을 쓴 얼굴로 마이토 사이코의 하반신을 가리켰다.
[넌 이미 터져있다.]“……나니?”
순간.
[나타나기 전에 이미 쐈지. 지금 도착했지만.]푸화아아악!!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마이토 사이코의 옆으로 검은 궤적이 탄환처럼 스쳐지나갔다.
“무, 무슨…!”
[심연의 그림자로부터 쏘아지는 파란의 마탄.]철컥.
[심영탄(深影彈), 이라고 한다.]다음화는 11월 14일 12시 업데이트 됩니다.
마유빈. 권신. 일본의 S급 이능력자.
히어로는 아니지만, 빌런 행동은 하지 않으며, 적당히 일본의 기업에 소속되어 돈을 받아먹는 자.
라고 알려졌지만, 그는 빌런이다.
한국에서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무작정 빌런’으로 분류되는 자가 아니라, 그는 결사가 바라보기에도 내가 바라보기에도 빌런이 맞다.
그의 죄목을 한 줄로 정의하자면, 스시뷔페 무전취식.
차마 겉으로 대놓고 말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종마로서 마구 허리를 흔들며 돈을 받았다.
문제는 태어난 자식들에 대한 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
쾌락은 쾌락대로 즐기고 돈도 받으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 책임은 오직 국가와 기업, 그리고 아이를 낳는 여성에게 떠넘기는 파렴치한 남자.
이런 경우가 상당히 애매하다.
처형을 함에 있어 죽일 만큼 나쁜 죄를 저지른 이들은 가차 없이 죽일 수 있는데, 진짜로 죽이기에는 사법으로 처리해도 무기징역이나 사형까지 가지 않을 죄를 짓는 이들이 있다.
지금까지는 처형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급한 우선순위도 있었고, 아카데미에서 결사의 전력을 확보하는 게 우선순위였고, 저런 놈들도 일단은 악마를 상대하는 데 나름 전력상 도움이 되는 놈들이었으니.
‘하지만 한국까지 넘어와서 한국 사람들의 멘탈을 건드리는 건 안 되지.’
한국의 입장에서는 매국노가 제주도에 와서 마구 설치는 건 사양이다.
입국 금지가 된 자가 제주도에 와서 무슨 짓을 하겠는가.
분명 귤레이더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 그 더러운 아랫도리를 마구 흔들고 다니겠지.
즉, 이 남자는 예비 성범죄자다.
전자발찌를 채워도 이상하지 않은 자이며, 그 더러운 욕망은 당장 태이린을 향한 말에서도 알 수 있었다.
저 남자는.
만약 태이린이 패배했다면, 그대로 태이린을 덮쳤을 놈이다.
IF라거나 가정이라거나 선입견이라거나 그런 게 아니다.
녀석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그 증거.
마력에는 강렬한 욕망이 담겨있고, 그 욕망은 태이린을 향한 성욕을 근간으로 방출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쐈다.
죽일 만큼의 죄를 짓지 않은 이능력자들도 단죄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더 이상 이능력으로 경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도록 마탄을 쐈다.
그래.
내가 직접 명명한 마탄, ‘심영탄’을.
“크, 허억…?”
마이토 사이코는 하반신을 부여잡으며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전방을 볼 틈도 없이, 시선은 아래로 고정된 채 온 신경이 하반신에 집중되어있는 게 눈에 보였다.
“다, 당신…! 도대체 무슨…!”
[가설의 입증. S급을 상대로 처음 확인을 해보는 거지만, 의외로 성공적인 답이 나왔군.]“그게 무슨!”
[바리데기. 협회에 보고할 중요한 정보가 될 테니, 천천히 듣고 판단해라.]“!!”
태이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내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자신보고 협회에 보고하라고 한 말의 의도를 바로 깨우쳤기 때문.
“설마 당신, 빌런이면서 정보 공유를…?”
[너츠 크래셔 사건으로부터 배운 게 있지.]정확히는 지금까지 세종 아카데미의 도지환 사서로 지내면서, 여러 악마를 처리하며 은연중에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우스갯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이능력은 인간의 생식기관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성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이능력학적인, 해부학적인, 보건위생학적인 이야기다.
[이능력의 발현은 사고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능력을 다루는 근간인 마력의 ‘핵’은 어디라고 생각하나?]“그야, 당연히 심장….”
[심장이지. 그래. 인간은 심장으로부터 전신의 혈액을 공급하고, 심장에 마나가 깃들어 돌게 되지.]여기까지는 이미 25년 동안의 이능력 연구를 통해 확인된 내용.
[그렇다면 이능력자가 영원히 이능력을 잃은 상태로 만들려고 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죽이지 않고.]“심장을 부수지 않고 이능력을 잃게 하는 방법이…저거라는 건가요?”
[그렇다.]하지만 여기에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추가하고자 한다.
[생식기관의 파괴. 너츠 크래셔에게 똑같은 복수를 하면서, 그가 마나를 질질 흘리고 다니는 걸 보며 깨달았지.]정확히는 뇌제가 너츠 크래셔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본 이상함으로부터 깨달은 내용이다.
뇌제는 단순히 너츠 크래셔에게 역지사지의 심정을 알아보라고 고환을 전기로 지졌지만, 그 덕분에 너츠 크래셔는 이상할 정도로 뇌제에게 저항하지 못했다.
심지어, 악마가 되지도 못했다.
빌런들 대부분이 살해당하겠다 싶으면 악마와 거래해서라도 살아남고자 하는데, 너츠 크래셔는 악마가 되지도 못했다.
-크윽, 악마여! 나와 거래를 하자! 나를 악마로 만들어다오! 대신, 나를 죽이려는 저자를 죽일 힘을!
-에? 고자 안 받는데여….
-뭐, 라고….
-악마는 고자랑 거래하지 않습니다, 호갱님.
악마라는 존재가 있다면, 너츠 크래셔는 악마도 거른 놈이었으니까.
-왜, 어째서!!
-그야, 악마가 없애버릴 미래의 가능성이 당신에게는 없잖아여.
-뭐…?
-더 이상 후세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존재를 왜 우리가 악마로 만들어야하져? 가만히 놔둬도 당신의 유전자는 도태될 거고, 이미 번식에서 탈락한 개체인데.
-크, 크아아아…!!
-터진 황금알 사이로 마나가 줄줄 흘러나오는 것 좀 봐여. 당신은 이능력자로서도 탈락이고, 수컷으로서도 탈락이에여.
뭐, 이건 나의 가설에 따라, 그냥 악마라는 존재가 너츠 크래셔와 거래를 맺는 과정에서 했었을 것 같은 대화다.
“크아악! 마, 마나가…! 어흑, 크으윽…!”
어디까지나 공상에 불과한 이 생각은, 지금 내 앞에서 그 생각이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한 ‘이론’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이…!”
[S급조차도 심영탄에 맞으면 마나가 줄줄 새어 나오는 건가.]“…당신, 혹시 확신을 못 한…?”
[테스트. 그리고 가설은 입증되었지.]“만약 아니었으면…!”
[아니면 아닌 거고.]나는 대물저격총을 다른 형태로, 소형 권총으로 바꿨다.
대물저격총은 대물을 저격하기 위한 것이고, 가까이에서 확인해보니 아니었으니까.
[좀 더 확인해볼까. 아직 덜 깨진 것이 있는 것 같으니.]“그, 그만둬…! 너도 남자잖아! 어떻게 이런 잔인한 짓을 할 수 있어!!”
[내가 언제 빌런 상대로 남녀 차별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나?]여자든 남자든, 처형 대상이면 죽이는 게 나의 신조였다.
[그래도 너는 다행으로 생각해라. 죽이지는 않을 테니.]목숨을 빼앗지는 않는다.
[대신 영영 이능력을 쓰지 못하게 만들어주마.]나는 권총의 끝을 정확히 마이토 사이코의 하반신을 향해 겨눴다.
[잘 들어라, 바리데기. 보시다시피, 남자 이능력자는 아래를 터뜨리면 마력을 잃게 된다는 것을.]“……!”
[콩쥐팥쥐 이야기를 알고 있나? 깨진 장독대에 물을 가득 채우라는 이야기. 이야기 속에서는 두꺼비가 그걸 몸으로 막아줬지만….]철컥.
[이 이야기는, 그런 전래동화가 아니야.]타ㅡㅡ앙!
나는 한 번 더 심영탄을 쐈다.
권총의 끝에서 날아간 마탄은 빛과 같이 날아가 마이토 사이코의 하반신을 꿰뚫었다.
“으, 커허억…!”
[균형이 안 맞았겠지? 하나가 터지고, 다른 하나는 완충작용으로 덜 깨졌을 테니. 이제 좌우밸런스가 맞겠군.]“이, 이 개…!”
마이토 사이코의 눈에 핏발이 선다.
“저주한다…! 증오한다! 크아아, 도깨비, 이 쓰레기 자식…! 내가, 내가 악마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을…!”
[악마가 되지 못할 것이다.]나는 권총을 도깨비방망이로 되돌렸다.
[너는 악마에게 담보로 넘겨줄 것이 없으니. 왜? 화가 나나? 그럼, 어디 악마가 되어봐라. S급, 그 이상의 악마가 되어도 상대해줄 테니.]원래는.
빌런으로서, 상대가 더 강해질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강화 이벤트를 얌전히 기다리는 건 아동만화의 빌런이나 할 일이지, 나는 그런 빌런이 아니다.
하지만.
[뭐 하는 거지? 악마가 되어 나를 죽이겠다며?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건, 악마가 아니라 당장 비뇨기과에 가서 치료받아야 할 사람뿐이군.]“이, 이…!”
강화 이벤트의 플래그 자체를 꺾어놓았다면, 이 남자가 악마가 될 가능성은 ‘0’이다.
[아. 그것도 안 되겠어. 입국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은 일본인이니까, 일본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지.]“주, 죽여버리겠…커허억…! 내, 내 마력이…!”
[줄줄 흘러나오는군.]“으으….”
옆에서 바리데기가 인상을 찌푸린다.
눈에 푸른빛이 감도는 걸로 보아, 지금 그녀는 눈에 마력을 담은 영안(靈眼)으로 마이토 사이코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를 보고 있는 게 틀림없다.
현재.
마이토 사이코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나는, 하반신에서 줄줄 새어 나오는 마나는 마치 연기처럼 하늘로 흩어지고 있다.
그 몸에 담겨있던 마나가 ‘더 이상 이 몸에서는 못 살겠다’라면서 대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만약 악마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면, 너를 보고 아무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미 악마가 될 가능성도 사라졌으니까. 실험, 확인시켜줘서 고맙다.]철컥.
도깨비방망이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앞으로 나의 행동 방침에도 한 가지 길이 더 생겼으니, 이제는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겠어.]도깨비방망이 끝에 마력이 송골송골 물방울처럼 맺히고, 그 물방울은 점차 탄환처럼 끝이 날카롭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죽이지는 않으마. 대신, ‘젠로스’로 만들어주지.]“너, 너…!! 도깨비이ㅡㅡㅡㅡ!!”
[심영탄.]타ㅡㅡㅡ앙!
앞으로 날아간 마탄이 정확히 마이토 사이코를 향해 날아갔다.
빠캉!
저 멀리.
높이 서 있던 돌하르방이 갑자기 목이 우뚝 꺾이며, 약 절반 정도가 앞으로 넘어지며 반으로 갈라졌다.
[물리적으로 번식조차 하지 못하는 자, 이능력자는 커녕 악마조차 될 수 없으니.]“커, 허억….”
끝까지, 마이토 사이코는 악마가 되지 못했다.
[악마조차 되지 못한 자. 이능력자였던 자. 이제, 평범한 인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지니.]피보다도 더 짙게 줄줄 새어 나오는 마나는 다시는 그 몸에 쌓이지 않을 것이며, 이제 마이토 사이코는 그저 평범한 한 명의 인간-‘구인류’와 같은 분류가 되어 살아가리라.
[이능력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나. 그렇지?]나는 쓰러진 마이토 사이코를 향해, 가볍게 손뼉을 쳤다.
[해피버스데이, 투유.]오늘.
한 명의 이능력자가 죽고.
한 명의 젠로스가 태어났노라.
진정한 의미에서 모든 것을 잃은, 한 명의 인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