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79)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79화(380/668)
악마는 생식능력이 없다.
종족을 늘릴 수는 있지만, 그건 흡혈귀나 좀비에게 물리는 것처럼 번식행위를 통한 종족증진은 아니다.
악마의 핵은 생식기에 머무른다.
이능력자가 더 이상 자손을 번식할 수 없게, 인간인 자식을 만들 수 없게 생식기부터 오염시킬 의도로 생식기를 악마의 핵으로 삼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능력자는 생식기를 잃었을 때, 마나의 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마력이 약해지더라.
그리하여 나온 결론.
어라?
이능력자, 혹시 번식능력을 잃으면 마력도 잃는 건가?
나는 세종섬에서 정보를 모으고, 두 명의 대악마를 상대하며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이 확신이 된 건 너츠 크래셔 사건.
알을 부수면, 남자 이능력자는 마나고자가 된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깨진 알에서 마나가 술술 새어나오게 된다.
그래서 나는 심영탄을 쐈다.
단순히 빌런을 상대로 ‘내가 고자라니!’드립을 치게 만들려고 생식기를 파괴한 게 아니다.
빌런 행동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빌런을 제거해야 하는 법.
지금까지는 목숨을 앗아갔지만, 목숨을 빼앗지 않고 후환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리데기. 협회에 전해. S급 이능력자 ‘겐신’은 지금 젠로스가 되어 쓰러졌다고.]“…….”
바리데기는 나를 노려보고 있으나, 들고 있던 마력의 활은 가만히 아래를 향할 뿐이었다.
[뭐지? 지금 신고하지 않으면, 저 남자는 과다출혈로 죽을지도 모른다.]“우리 나라 히어로도 아니라서.”
[인류애가 없군. 아니면 신고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건가?]“…이야기.”
파앗.
태이린이 마이토 사이코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온 연분홍빛 마력은 금방 마이토 사이코의 몸에 깃들었다.
바리데기의 이능력, 힐링.
어째선지 최소한의 힐만 넣어줬지만, 그래도 마이토 사이코는 죽음은 면했다.
“이걸로 죽지는 않아요. 출혈도 곧 멎을 거고. 이능력자의 몸이었으니, 달려있던 거 하나 폭발했다고 금방 죽지는 않겠죠.”
[가차없군.]“당신 같으면 싫은 사람이 당신을 겁탈하겠다면서 변태같이 바라보는데, 그 사람 죽어간다고 열과 성을 다해서 치료해주겠어요? 죽지 않게 목숨만 붙여놓은 것도 감지덕지지.”
[일리가 있군. 그래서 이야기라는 건, 결사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건가?]태이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태극워치를 손으로 덮었다.
“정확히는 도깨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협회에 신고해서 사람들이 오면 분명 그 사람들, 당신 보고 체포하느니 마니 떠들 테니까.”
[잘 아는군. 그러니 지금 1:1로 있을 때,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정보를 캐내겠다?]“대화가 통해서 다행이네요. …일단, 설명 좀 해주시죠. 저거, 어떻게 된 건지.”
[간단하다. 이능력자의 생식기를 파괴하면 마력을 잃게 된다. S급이라서 이후의 경과는 확인해봐야겠지만, 몸에 남은 마력이 다 빠져나가면 더 이상 마나는 몸에 쌓이지 않겠지.]“S급은, 이라는 건…. 너츠 크래셔는 그랬다?”
[그래.]뇌제의 말을 듣고 알게 된 거지만, 너츠 크래셔를 죽인 건 대외적으로 도깨비니까 정황에 오류는 없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글쎄. 나도 아직 현상만 파악했을 뿐 원인을 특정하지는 못했지만….]“짐작가는 게 있나보죠?”
[아아.]태이린에게 말을 해도 되나 싶지만, 최대한 태이린에게 말을 해둬야 나중에 협회에서도 내 행동의 이유를 오해하지 않겠지.
[번식탈락.]“…….”
[생물로서 가장 기본적인 존재의의. 유전자를 후대에 넘기지 못하게 되었을 때, ‘마나의 의지’는 더 이상 그 생물에게 마나의 축복을 내려주지 않는다.]“마나의 의지…? 마나가 의사를 가진 존재라는 건가요?”
[판타지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그렇지. 자연 법칙일 수도 있고. 열역학 제 2법칙을 ‘엔트로피의 의지’라고 부르는 거랑 비슷하다. 단지 그 법칙의 현상을 파악했지만, 이론으로 정립하지 못했으니까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거지.]“표현 방법의 문제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건 현상이다…?”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하는군.]바리데기와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다른 S급들보다 가장 마나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보니 마나학에 관한 이야기가 상당히 잘 통한다.
[나중에 차근차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 이왕이면 네가 결사의 사람이 되어서 말이야.]“꼬드기는 건가요?”
[정치권과 가장 밀접한 S급 이능력자. 거기에 미인이라고 하면 영입을 시도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거절하겠어요.”
[그건 아쉽군.]“…딱히 아쉬워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한국의 S급 히어로만큼 찔러서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경우는 없어서 말이지. 한국 S급 히어로 한 명 설득할 시간에 다른 나라 S급을 설득하는 게 더 빠르기도 하고.]사실.
여자 S급 네 명 중 3명이 전부 결사와 알게 모르게 결탁하고 있다.
오직 태이린만 순수한 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하여튼 협회에 전해. 간단하게 말해서, 남자 이능력자는 아래쪽 급소가 피격당하면 젠로스가 된다고.]“불알 터뜨리면 마나고자가 된다?”
[나도 최대한 돌려서 말하는데, 너무 적나라하군.]“사실대로 말했을 뿐인 걸요.”
태이린은 옅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 말을 하는 게 늦었네요. 일단, 도와줘서 고마워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나라를 위해 중요한 정보를 하나 알려줘서.”
[세계를 위한 정보기도 하다. 내가 은폐한다고 해서 영원히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일이라서 말이야.]이제는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
응?
이전에 무조건 처형 당했던 사람들?
암 치료제가 개발되었다고 해서, 그 개발 기간 동안 죽은 암 환자들에게 미안한 감정은 있어도 그걸로 책임을 느낄 것 까지야.
그것도 그냥 환자도 아니고, 죽어 마땅한 빌런들이었는데.
[그럼 슬슬 전할 건 전했군. 안녕이다.]“잠깐만요. 그럼 여자는요?”
[…….]“여자인 빌런을 저런 식으로 젠로스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한 가지, 분명히 말해두지.]막 바이크를 타려고 했던 나는 태이린을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나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무슨 실험을 위해 아무나 처죽이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도 아니고.]“…알아본 적 없어요?”
[글쎄.]직접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지금까지 ‘어디를 파괴하면 젠로스가 된다’고 의식을 하고 공격한 적은 없으니까.
[아직 여자를 상대로 확인해본 적은 없어서. 혹시 나중에 여자 빌런이 나타나면 한 번 확인해보지.]“아니, 잠깐만요. 짐작 정도는 하고 있을 거잖아요. 포인트는 알려주고 가세요.”
[…틀리는 게 두려운 건 아니지만, 그걸 너한테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군.]나는 태이린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성인을 데려와라. 나는 17세 여고생 상대로 이야기할 생각은 없으니.]“저 성인인데요?”
[……응?]“모르셨어요? 그저께 법안 통과되었는데. 이능력자인 경우에는 만 16세 이상을 성인으로 규정한다. 저 생일 지나서 성인인데요?”
[아아. 그렇군. 기어이 그 미친 법안이 통과된 건가.]다행이다.
적어도 이 세계에서, 나는 합법이라서.
소급적용이냐 아니냐 하는 애매한 문제는 있기는 하지만, 그런 건 S급의 명함으로 밀어붙이면 될 일이다.
[그래도 넌 안 돼, 꼬맹이. 적어도 스노우화이트나 뇌제, 하다못해 파이어폭스라도 데려오면 알려주지.]“이익…!”
[남자 이능력자를 젠로스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너는-]삐비비빅!!
태이린의 태극워치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바리데기!”
[바리데기님!! 큰일났습니다!]“무슨 일인데요?”
곧 태이린은 내 눈치를 보며 태극워치의 호출에 응했다.
“이쪽도 큰일이라, 막 협회 요원을 불러야 하는 상황인데.”
[급한 일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마라도로 가주십시오! S급 빌런, ‘퀸 스파이디’가 마라도에 상륙했습니다!!]“……예?”
태이린이 당황한다.
나도, 솔직히 당황스럽다.
퀸 스파이디. 이채현.
다른 이들이 부르기를, ‘거미여왕’.
한국 출신이었으나, 워킹 홀리데이를 가고 싶다는 이유로 호주로 건너간 뒤에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게 된 여자.
한국에서는 아머드 태조에게 닦여서 A급이었지만, 호주에서 그 이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호주의 S급이 되었다.
그녀의 이능력은 이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거미를 조종하는 ‘충술사’로서의 능력.
그런 그녀가 왜 마라도에.
왜라기보다는, ‘어떻게’?
“도대체 마라도에 갑자기 나타났다는 게, 무슨-”
[인천행 비행기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고도 1만미터에서!!]아아.
그런 건가.
하늘을 달리는 비행기, 인천행 747-1호에서 뛰어내리는 것.
분명, 제주도로 오는 방법 중 하나기도 하다.
문제는.
‘맨몸으로 왔을 리가 없지.’
“말도 안 돼요! 신체강화형 능력자도 아니고, 1만 미터에서 뛰어내렸다면 낙하산 같은 걸 펼치기도 힘들었을텐데! 스카이다이빙을….”
[사진 보내드리겠습니다!]삐빅.
태이린의 태극워치에 협회에서 보낸 사진이 날아왔다.
나는 조용히 태이린의 뒤에서 어깨 너머로 사진을 봤고, 그 끔찍한 모습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으아아아…. 미친….”
수백, 아니 수 천 마리의 농발거미들이 다리를 쫙 펼친 채, 거미줄로 낙하산을 펼치며 하강하고 있었다.
“무슨 거미가, 사람 머리보다 더 커…!!”
한 마리 한 마리가 손바닥보다 더 큰, 거대 농발거미가.
다음화는 11월 15일 12시 업데이트 됩니다.
마라도는 제주도 남부에 있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제주도의 서귀포시에 소속되어있지만, 엄연히 ‘도’인 만큼 섬으로 제주도로부터는 바닷길로 이동해야 한다.
문제 하나.
지천향의 이능력은 마라도까지 닿는가?
행정구역상으로는 같은 제주도에 속하는데, 그 힘이 마라도에서 자라는 귤에도 영향을 미칠까?
결과적으로는 No.
지천향의 인식은 제주도라는 섬에 머물러있기에, 유감스럽게도 마라도에는 이능력이 닿지 않는다.
그렇기에 마라도에는 귤나무를 이용한 치안유지 시스템이 없다.
그 대신, 총기를 든 군인들과 일부 이능력자들이 섬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하늘에서 빗발치는 수많은 거미들을 향해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으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화망을 펼친다.
하늘을 향해, 총구를 높여 마구 연발로 총탄을 쏜다.
하지만 적은, 순식간에 마라도를 공습하는 거미들은 좀처럼 총탄에 맞지 않는다.
다리 길이는 무슨 나무젓가락을 이어놓은 것마냥 길쭉한 놈들이, 정작 몸통은 사람 주먹 정도의 크기라 총탄이 좀처럼 맞지 않는다.
타다당.
총탄은 거미들의 다리 사이로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혹시나 일부 총탄이 거미들의 몸통이나 다리에 맞았다고 해도, 그것은 그저 한 마리의 거미를 맞춘 것일 뿐.
“으, 으아…!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하늘에서 거미가 빗발친다.
서로 다리를 붙잡은 채 활강하듯 떨어지는 거미 이외에, 총탄에 맞은 거미의 시체가 좀 더 빠르게 바닥에 떨어진다.
철푸덕!
아무리 거미의 사체라고 해도, 제법 높은 고도에서 떨어지면 나름의 물리력을 가지기 마련.
비록 그 형체는 알아볼 수 없지만, 나름 우박 정도의 물리적 살상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군인들이 쏘는 소총의 총탄을 맞을 정도의 고도라는 건, 이미 그만큼 마라도에 가까워졌다는 것.
착, 차착.
농발거미들의 무리가 하나둘 천천히 바닥에 착지한다.
다리 사이에 서로 뿌려둔 거미줄을 낙하산의 천으로 이용하며, 농발거미 무리들은 큰 무리 없이 마라도에 착지했다.
“퍼펙트.”
농발거미의 가운데, 누가봐도 거미를 다루는 사람이라는 걸 알리는 듯한 코스튬의 여인이 두 팔을 벌리며 착지했다.
검은색을 기조로 하여 짙은 보라색으로 포인트를 준, 상당히 펑크한 복장의 여인은 전신에 문신을 잔뜩 두르고 있었다.
“한국도 정말 오랜만이네. 쓰읍. 하아. 바다 한가운데에서도 느껴지는 김치냄새. 오랜만이라 정겹기도 할 것 같은데, 왜 역겨울까.”
여인, 퀸 스파이디는 짙은 보라색 장갑을 낀 손으로 코를 막았다.
“머, 멈춰!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고 있나?! 이건 범죄야!”
“범죄라니? 뭐가? 나는 그냥 내 애완곤충들 데리고 고향에 놀러온 것 뿐인 걸?”
퀸 스파이디는 머리 위에 걸치고 있던 검은 선글라스를 눈으로 내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오히려 당신들을 신고해야겠는데? 어떻게 비행기에서 추락해서, 간신히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긴급낙하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총을 쏴댈 수 있어? 한 마리에 100만원, 손해배상 청구할 거야.”
“미친…!”
“뭘 미친이야. 남의 애완동물 함부로 죽였으면 대가를 치루어야지. 아, 참고로 정부 상대로 소송거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소송을 거는 건 당신들 개인. 후후, 방아쇠를 당겨서 내 애완곤충들을 죽인 자들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받아낼 거니까, 안심하라고. 당신들은 국가에 피해를 끼친 건 아니라구우?”
퀸 스파이디의 폭거에 마라도를 지키는 이들은 이를 악 물며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제주도가 가깝다고 한들, 아무리 제주도에 S급 히어로들이 있다고 한들.
마라도까지 오려면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퀸 스파이디는 마라도에서 할 일을 다 해버리고 말겠지.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 나는 빌런이 아니니까. 한국 입장에서는 매국노 빌런일 수 있겠지만, 나는 호주 정부에서 돈을 받고 인적용역을 제공하는 이능력 프리랜서잖아? 후후후….”
“그 기술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거, 누가 모를 줄 아는가!!”
“어머. 누가 들으면 내가 우리 아기들 이용해서 무슨 진짜 범죄라도 저지르는 줄 알겠어.”
퀸 스파이디가 손을 가볍게 옆으로 비틀자, 곧 농발거미들이 서로의 결합을 풀기 시작했다.
“모, 모두 조심해! ‘뗑깡’ 부리려고 한다!!”
“아아, 정말. 뗑깡이라니. 내가 무슨 명절날 만난 조카도 아니고. 아아, 오랜만에 고향에 온 사람을 환대를 하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다니.”
퀸 스파이디는 키득거리며 자신의 관자놀이에 손을 올렸다.
“큭, 머리가…!”
“온다!! 모두, 전투 준비!!”
“아아. 한국 군인들이 나한테 스트레스를 주는 바람에…어머나?”
툭.
퀸 스파이디는 마치 인형을 조종하던 신을 끊어낸 것처럼, 손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이죽거렸다.
“곤충을 조종하는 이능력이, 잠깐 멘탈이 상해서 이능력이 풀린 모양이네?”
순간.
파사사사삭!!
퀸 스파이디의 주변에 있던 농발거미들이, 일제히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것처럼.
“쏴ㅡㅡㅡ!! 거미들이 절대, 절대…!”
투두두두.
“마라도 토종 생물들을 절멸시키지 못하게 해ㅡㅡㅡ!”
* * *
‘이미 시작했군.’
바이크로 허공을 달리며 마라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마라도 방향에서 총 소리가 파도를 타고 내 귀에 전해졌다.
“이런…!”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옆, 마치 선녀의 날개옷처럼 하늘하늘거리는 천을 팔에 두른 태이린은 내 바이크의 속도에 비슷한 속도로 바다 위를 날며 나를 따라왔다.
“저 미친 여자가 또 자기 멋대로…!”
[자기 뭐대로 행동하는 게 이능력자들 특징이지. 마라도를 농발거미…호주산 거미로 점령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마라도는 퀸 스파이디의 영역이 되는 거지.]무언가를 조종하는 능력이 있을 때, 그걸로 그 지역을 덮어버리면 그 지역은 해당 이능력자의 땅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지천향이 제주도귤을 꽉 잡고 있어 제주도 전체를 지배하는 것과 같다.
[특정 동물을 조종하는 이능력자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도시를, 섬을 점령하는 건 일도 아니지. 저기 영국의 어느 섬은 쥐를 조종하는 능력자에 의해 점령당했으니까.]“지금이 그렇게 느긋하게 이야기를 할 때인가요?!”
[최고속도로 달리고 있는 중이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더 빨리 도착하는 것도 아니지. 그렇다면 차라리 이동하는 동안 작전회의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나는 태이린에게 손가락으로 나와 자신을 번갈아 가리켰다.
[협력은 이번만이다. 나도 농발거미들이 마라도에서 둥지를 틀고 제주도로, 한반도로 상륙하는 건 보고싶지 않아.]“크윽…. 그럼, 어떻게 할 거죠? 죽일 건가요, 아니면 마력고자로 만들 건가요?”
[여자를 상대로 고자라는 표현은-]“대충 의미 통하면 되니까 상관 없잖아요!”
태이린은 빽 소리를 질렀다.
조금 긴장을 풀라고 가볍게 분위기를 잡으려고 했는데, 태이린은 지금 마라도 전체로 퍼져나가는 농발거미 수천 군세를 보며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하긴, 아무리 이능력자라고 해도 30cm에 이르는 거대거미가 수천이 다닥다닥 기어오면 혐오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물며 하나하나가 거미여왕에게 조종당하며,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한 마리 한 마리가 ‘F급 이능력자’수준의 전투력을 낼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면.
“저건 거미가 아니라 군대예요! 거미에 이채현의 마나가 담기면, 그게 곧 이능력자가 되는 거란 말이에요!”
[방사능 거미에 물려서 초인이 되는 것처럼, 이능력 거미에 물리면 이능력자가-]“알아듣지도 못할 틀딱 드립 치지말고 답이나 해요!”
헉.
“이채현, 죽일 거예요?! 죽일 거라면, 죽이기 전에 내가 당신을 막을 거니까!”
[곧 죽어도 사람 죽이는 걸 못 보겠다는 거, 확실히 히어로는 히어로야.]“대답!”
[죽이지는 않는다. 악행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이게 처형정도인가…는 좀 얘기가 다르니.]퀸 스파이디는 죽을 만큼의 죄는 저지르지 않았다.
단지.
[그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면서 신경을 긁는 악질이라서, 앞으로 옐로우 카드 한 장만 더 받으면 바로 레드 카드지.]“어떤…?”
[농발거미를 데려온 것 때문에 마라도 주민 중 한 명이라도 심장마비로 쓰러진다거나.]“…….”
그 악질행동으로 인해 사람이 죽는다면, 그건 즉시 처형 대상이다.
[사람을 죽였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는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젠로스로 만들어버릴 거다. 엄연히 타국의 영토에 보편적인 혐오 생물을 수천 마리 데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테러나 다름 없으니.]슬슬 마라도가 보인다.
항구에 모인 주민들과 군인들이 열심히 담을 넘어오는 농발거미를 공격했고, 농발거미들는 저마다 사람들의 공격을 피해 그저 숨기만 하며 마라도 구석구석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화장실 변기 뚜껑 안이라거나.
현관 밖에 놓여있는 길쭉한 고무장화라거나.
장독대 사이, 건물 처마 아래, 심지어 반쯤 열려있는 자동차 창문 사이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 자동차 운전석 아래까지 숨기 시작했다.
[남이 겁을 먹는 걸 즐기는 사이코패스 빌런에게 젠로스 형을 내리지.]“쏠 건 가요?”
[쏠 거다. 하지만 쏘는 건 총이 아니라, 이거지.]나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켰다.
[이능력자는 자기 이능력에 혼란이 생기면 약해진다. 잘 보도록.]끼이이익!
나는 바이크를 거칠게 몰며, 아직 농발거미 수백 마리가 호위하고 있는 퀸 스파이디의 앞에 착지했다.
“어머, 이게 누구야? 그 유명하신 S급 빌런, 도깨비잖아?!”
[스파이디 퀸. 인섹트메이지. 이채현. 충술사 중에서는 네가 최강이라지?]“그…래! 하하하! 왜? 영입하려고? 호주 정부보다 더 돈 많이 줄 수 있어? 이 세계 최고의 곤충술사를 말이야!”
[그런가.]나는 바이크에서 내리며, 그녀의 주변에 있는 거미들을 가리켰다.
[거미는 곤충이 아닌데.]다시 한 번 말하지만.
[왜 스스로를 충술사라고 하는 거지? 거미는 곤충이 아니다. 동물이라면 모를까.]“……뭐?”
이능력자를 제압하는 법은, 뇌에 데미지를 주는 것.
[자기 이능력이 미치는 범위도 모르다니. 안타깝군.]그것은, 정신적인 데미지도 포함된다.
[세계 최강의 충술사라면서, 그것도 모르나?]다음화는 11월 16일 00시 업데이트 됩니다.
이능력은 에고의 관철이다.
이 한 문장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계에 떨어지면 바로 적응하고 살아갈 만큼 이능력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이능력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자아’.
확고한 자아를 바탕으로, 마력이라는 에너지를 이용해 자신의 공상을 현실로 이끌어내어 법칙으로 만드는 것이 이능력의 핵심.
그런데 그 자아가 흔들린다면, 이능력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거미가, 곤충이 아니라고?”
퀸 스파이디, 이채현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내게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여기에서 반응은 둘로 나뉜 뒤.
에고가 확실한 경우.
자아가 확실한 경우.
남들이 뭐라고 지껄이든,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경우.
-누가 물어보기라도 했나? 내가 곤충이라고 하면 곤충인 거지! 현대곤충학자들은 전부 틀렸어! 충술사인 내가 곤충을 조종한다는 것! 이게 증거다! 거미는 곤충이다!
라고, 기존의 상식과 지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상대로는 아무리 입을 털어도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다.
너무나도 자아가 확고하기에, 어떻게 이능력과 관련하여 사고를 흔들 방도는 없다.
만약 이채현이 이런 종류의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저 거미군단을 뚫고 뇌진탕을 일으켜 물리적으로 두뇌를 흔드는 방법뿐.
결사의 간부들이 이런 부류다.
그리고 그런 특출난 신념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라면.
아머드 태조에게 판독 당하여 한국 땅에서 S급조차 되지 못한 자라면.
“거, 거미가 어떻게 곤충이 아니야!! 벌레지!!”
[충술사라면서 곤충도감도 본 적이 없나 보군.]“곤충도감에 거미 나오잖아!!”
[어린이 곤충백과라도 봤나? 아니면 거기에 딸린 설명은 보지 않았던가. 거미는 곤충이 아니다. 절지동물이지.]사실, 나도 잘은 모른다.
그냥 움직이는 건 동물이고, 나머지 풀떼기는 전부 식물이라는 정도로만 구분할 뿐이다.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생물의 분류를 두고 이런저런 분류를 하는 건 배웠지만, 그걸 다시 설명하라고 하면 책을 보든 뭘 보든 다시 지식을 정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전공자는 아니고, 평소에 거미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오는 중에 잠깐 위키 읽기를 잘했지.’
퀸 스파이디가 거미들을 이끌고 마라도에 상륙했다는 소식을 듣고, 태이린과 함께 마라도로 이동하며 슬쩍 위키로 수박 겉핥기처럼 알아낸 지식에 불과하다.
주석에 달려있더라.
거미는 절지동물이고, 곤충과는 엄연히 다른 생물분류라고.
[이능력자라고 생물학을 전공할 필요는 없지만, 네 지식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군.]“이, 이…!”
나는 솔직히 몰라도 된다.
거미에 대해 안다고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충술사라면 자기가 다루는 곤충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뇌제 김윤지가 전기에 대한 이과적인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전자화의 이능을 개발한 것처럼, 그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이능은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고작 그런 얕은 지식으로 스스로를 충술사의 정점이라고 자칭했나?]거미를 다루는 자가 충술사를 자칭하면서, 거미가 곤충에 속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건 대학교수가 자기 전공의 학부 1학년 수준의 기초지식을 모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
저 여자를 모욕하거나, 전공자면서 최소한의 지식이 부족하다고 놀리거나 하는 그런 목적이 아니다.
‘대피는 완료.’
하나는 시간 벌이.
내가 적당히 입을 터는 동안, 뒤로 도망치던 사람들에게 덤비던 농발거미들을 태이린과 군인들이 소리 없이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마라도의 주민들을 항구 끝까지 무사히 대피시켰다.
아직 섬 곳곳에 숨은 농발거미들은 많지만, 집은 다시 찾을 수 있어도 목숨은 다시 찾을 수 없으니.
‘이건 히어로적인 입장이고, 진짜 목적은 따로 있지.’
동시에 나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기술.
‘풍둔 아가리술.’
굳이 힘들게 싸울 필요 없이, 입만 뻥긋거리는 걸로 상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거미가 곤충이 아닌…. 아 씨, 데이터…! 아, 찾았다! 야, 도깨비! 어딜 거짓말을 해! 거미, 곤충으로 볼 수 있다고 하잖아?!”
[너처럼 생각하는 자들을 위해 거미학자들이 그냥 ‘예, 예, 그렇습니다’라고 하는 거지. 멍청한데 고집만 센 자를 상대로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득하는 것만큼 귀찮고 피곤한 일이 없거든.]사실 이 세계.
마력만 있으면 멍청해도 자기 생각에 대한 고집만 강하다면 이능력학적으로는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누가 그런 걸 좋아하겠는가.
나는 멍청하지만 내 이능력의 강화와 개발을 위해 진실로부터 눈을 돌리고 나만의 에고를 세상에 강요하겠습니다, 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키배만큼 멘탈 흔드는 게 또 없지.’
키보드는 아니고 진짜 입으로, 상대를 보고 하는 말이지만.
“너, 너…! 네가 거미에 대해 뭘 안다고…!”
[적어도 너보다는 많이 아는 것 같군.]내가 하는 말은 팩트와는 거리가 멀다.
진실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나조차도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단편적 정보를 가지고 말하는 거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나는 목적을 이루어냈다.
‘됐어. 거미들이 지배에서 풀려났다.’
중요한 건 지금 퀸 스파이디가 잠시나마 거미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것.
곤충술사지만 거미를 조종할 수 있다.
그런데 거미는 곤충이 아니다.
어라? 그럼 나는 거미술사인가? 곤충술사가 아니라 절지동물술사인 건가?
라고 뇌에 혼돈이 온 순간, 이능력은 사고와 의식의 흐름에 영향을 받게 된다.
거미에 관한 조종을 잠시 놓든.
아니면 새로운 이능으로 변질하든.
결과는 같다.
[여덟.]“뭐…?”
[그냥 한 소리다. 거미 다리는 여덟 개니까. 아니, 뭐 너를 위해 사실을 하나 말하자면, 어차피 내가 말하지 않아도ㅡ]타ㅡ앙.
[알겠지.]어디선가 들려온 총성.
[경계를 닫아라. 심연의 그림자로부터 날아들어, 목표를 저격하라.]“갑자기 무슨 기술을-”
[선사용 후영창. 사실, 이미 기술은 사용했다.]마이토 사이코의 금구슬을 깨뜨렸던 것과 똑같은 총성이 울렸고, 그 소리는 내가 타고 온 바이크에서 나왔다.
“포…연…?”
이채현은 멍한 얼굴로 바이크를, 바이크에서 뻗어 나온 대물저격총의 총구가 가리키는 방향을, 그리고 천천히 피가 흘러나오는 자신의 복부를 바라봤다.
“어, 언제…?”
주르륵.
붉은 피가, 복부의 좌우로 피가 흐르고 있다.
마치 두 개의 신장을, 콩팥을 저격한 듯, 복부에 난 두 개의 구멍에서 붉은 피가 옷을 천천히 적시고 있다.
[처음부터. 시간차 포격은 흔한 기술이지. 내가 설마 아무런 준비 없이 네 앞에 급히 바이크를 멈추며 마주 섰다고 생각했나?]“어, 언제부터 이걸…!”
[처음부터.]마라도에 도착하기 전에 일단 젠로스로 만들 거라고 마음을 잡은 뒤, 실증을 위해 나는 바이크에 장착하여 숨겨둔 대물저격총을 언제든지 쏠 수 있게 준비해뒀다.
[빌런의 시답잖은 말을 경청한 네 패배다.]“이, 이…! 너를, 반드시 거미밥으로……!!”
[소용없다. 잭팟이 터졌으니.]가설은 아무래도 맞아떨어진 것 같다.
미래의 가능성을 파괴하는 것이 젠로스화의 근간이라면, 저격 포인트는 두 곳 중 하나였다.
사랑의 결실이 맺어져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요람인가.
아니면 양쪽으로 뻗어있는 곳에 자리 잡은, 남자는 몸 외부에 장착하고 있지만 여자에게는 몸 내부에 자리 잡은 곳인가.
“어, 어떻게 마력이…? 아, 안 돼…! 너, 너 이…! 마나를 쓰지 못하는 독을 발라뒀구나…!”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답이지. 신선한 반응, 고맙다.]거미를 조종해 거미독을 자신의 멋대로 쓸 수 있는 여자라 독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넌 이미 중독되었다. 단지 깨닫지 못했을 뿐.]“이, 이런…! 안 돼! S급인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이 세상은 만화가 아니다. 폼나게 죽는 건 비중 있는 캐릭터나 그러는 거지, 너는 그저 한 섬에 밖에서 데려온 생태계교란종을 뿌린 테러범에 불과해.]뉴트리아를 퍼뜨린다거나.
미국가재를 퍼뜨린다거나.
배스를 개울가에 풀어버린다거나.
이 여자가 뭐든지 큰 호주로 가버려서 몸에 문신을 잔뜩 해버리고 호주에서 인류 대통합을 시도하고 있든 말든, 그런 건 개인의 사생활이니 차치하고 눈앞에 보이는 악행만 단죄한다.
[이능력 없이 감옥의 거미와 함께 살아라. 거미맘.]마라도에 30cm 거대 혐오 곤충 수천 마리를 뿌린 것.
풀썩.
스파이디 퀸은 쓰러졌다.
애초에 일격에 쓰러지도록 기습 저격을 했는데, 조금이라도 버티던 게 S급의 자존심이었다.
“…알집을 터뜨린 건가요?”
태이린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뒤에 사람들도 있는 만큼, 그녀도 나름 돌려 말했다.
[아아. 그렇다. 이걸로 이론은 확실해졌다. 이능력자는 남자나 여자나, 둘 다 ‘파괴되면’ 약해진다는 걸.]“…그럼, 해치웠나요?”
[……음.]상관없겠지.
아무리 세계의 법칙과도 같은 말이라고 해도, 이 말을 했다고 뭔가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그럴 일은 없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 말을 안 했어도 어차피 일어날 이벤트.’
사사사사삭.
농발거미들이 일제히 쓰러진 이채현을 향해 달려든다.
자신을 조종하던 자를 덮치려는 건가 싶었으나, 농발거미들은 순식간에 주변에 거미줄을 둘러 이채현의 몸을 보호했다.
“설마, 아직 마력을 쓸 수 있…?!”
[지식이 늘었다. 이능력자로서 젠로스를 하는 거랑 별개로, 둘 다 파괴해야 한다는 걸.]더 이상 생명이 깃들 수 없는 요람이라도, 그런 요람이라도 좋다고 써먹을 수 있는 자들이 있으니.
몸 안에 있는 마력이 줄줄 새어 나온다고 한들, 그건 그 육신과 생명을 담보로 쓰는 ‘악의 마나’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니까.
[슬슬 나오나 싶었는데, 안 나오면 섭섭하지.]쩌저적.
거미줄을 찢고, 안에서 거대한 거미 다리가 튀어나왔다.
[대충 S급 악마, 아라크네라고 할까.]“뭐, 뭘 이렇게 여유를 부려요…!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지금 저건…!”
[이기지 못할 것도 아닌데, 이 정도 여유는 부릴 수 있지 않겠어.]휘이잉.
제주도 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시간을 벌고 있던 만큼, 딱 좋은 타이밍에 도착했다.
[보여주지. S급 악마는 ‘따위’로 만들, 결사의 숭고한 힘을.]“…뭐?”
정령.
합일.
[TRANS-SPIRIT.]나의 전신에서, 녹색의 마력이 빛처럼 흘러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