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8화(39/668)
“악마는 두 가지 방법으로 태어나. 자연적으로 생기거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거나.”
이미 세간에 알려진 악마라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자연발생’했다고 알려져있다.
“전자의 원인이야 잘 알지?”
“흑화?”
“…그래. 흑화.”
자연발생의 경우, 대부분 ‘이능력자의 폭주’가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크크큭, 내 안의 악마가 날뛰고 있어…! 경배하라! 나는 새롭게 태어난 악마, 데빌 촹이다!
-으악, 이름부터 진짜 악마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더니 기어이 악마가 되버렸구나! 물러나라, 이 마귀 사탄의 자식!
-마귀 사탄의 자식이 아니야! 내가 바로 마귀 사탄이다!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
무언가를 가지고자 하는 욕망.
누군가에 대한 증오.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슬픔.
분노와 복수심.
컨셉에 대한 심취.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광기.
“이능력자를 흑화하게 만드는 데에는 정말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 무서운 건 이 요인들이 일반인들 모두가 겪는 감정이라는 거고.”
인간의 부정한 감정이 폭주하여 이능력자는 악마로 변하는 게 이미 대격변 이후부터 ‘일상’으로 널리 알려져왔다.
“최초의 악마가 나타난 건 2002년, 00년생이었던 아이가 3살인가…? 아무튼 그렇게 영유아였을 때부터였지.”
“기억해. 그, 부모가 살해당했었던가…?”
“그래. 강도가 들어와서 부모를 죽였고, 아기는 부모의 고통에 이능력을 각성하고 악마가 되었지.”
악마가 된 자들은 하나같이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신체가 변하거나, 신체 능력이 월등해지거나, 아예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거나, 혹은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지만 악(惡) 그 자체이거나.
“그 아이는 10살이 되던 해에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자결했지. 그 뒤로도 여러 악마들이 나타났어. 어린 시절에 이능력을 사용하는 아이들을 상대로 ‘괴물!’이라고 했다가, 그 아이가 TV 영화 속 괴물을 보고 진짜 자신이 그것과 같은 건 줄 알고 자신을 투영해버렸지.”
“후지산 ‘설녀’ 사태?”
“그래.”
일본 후지산 인근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이능력의 각성으로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 여자아이를 두고 주변 아이들이 요괴라고 놀렸고, 여자아이는 자신을 진짜 TV 속에 나오는 요괴라고 생각해서 요괴-악마가 되었다.
“아이들을 얼려버리고 자신을 스스로 얼음 속에 가둔 비극이었지. 그래서 이능력자를 최대한 일반인이 있는 곳이 아닌 별도의 교육기관, 이런 세종섬에서 가르치고 기르려고 하는 거고.”
어려서부터 이능력자로 각성하면 격리될 수밖에 없다.
이능력자 자신이 악마가 되지 않기 위해서.
비능력자들이 이능력자들로부터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이능력자에 관해 사회적으로 안정된 지금은…다들 머리에 피 좀 찼다고 스스로 악마를 만들어내는 지경에 이르렀지. 그게 어떤 형태든.”
-기존의 악마들은 시시해! 나는 나만의 악마를 만들어내겠어!
-응, 그거 표절.
-……크아아아! 흑화한다! 내가 창조해낸 악마를 표절이라고 하는 모든 것들을 파괴한다!!
혼돈, 파괴, 그리고 살육에 대한 욕구는 평범한 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제거하고자 했다.
“악마든 이능력자든 빌런이든,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는 힘이지. 기존 인류가 저항할 수 없는 초능력이라는 건.”
그렇다면.
“…언제나 그렇듯, 이런 초능력이라는 건 항상 연구되어온 게 사실이고.”
악마의 힘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
일반인을 이능력자로 만들 수는 없을까?
악마의 힘을 이용한다면, 일반인을 이능력자로 각성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초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초능력을 가지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히 발생하는 일이고.”
그렇게 한다면, 중년이나 노년으로 늙어버린 육신을 내던지고 악마로 살아가더라도 젊음과 영생을 누릴 수 있는 거 아닐까?
“아직까지 일반인이 이능력자가 된 경우는 단 한 사례도 없지만, 이 악마의 씨앗이 바라보는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악마화야.”
“…악마가 되어서라도 이능력을 각성하고 싶다?”
“그래. 주모가 나보다 어디까지 더 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악마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굳이 이곳 세종섬에 오겠다고 한 것도, 어느정도는 악마와 관련이 있어서 그래.”
“세종섬이 악마를 연구하는 곳이라서.”
“그래. 세종섬을 비롯하여 많은 곳에서 악마를 연구하고 있지. 대한민국 전국 곳곳에 연구소가 있고, 이곳 세종섬에서는 특히 가장 진지하고 다양하게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어.”
악마라고 말하고, 이능력자라고 읽는다.
“이 실험에 자주 쓰이는 건 등급이 낮은 이능력자들이야. C급 이하 중에서도 B급이나 A급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그 상태로 폭주해버린 자들. 그냥 사고를 일으킨 빌런을 넘어, 인간의 탈을 벗어던지고 악마가 되어버린 자들이지.”
나는 TV에 연결된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동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크하하! 이제 난, 완벽해졌다!
“많은 이능력자들이 ‘흑화’하고 타락했지. 많은 컨텐츠 속 빌런들, 악당들, 악마들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고 받아들였어. 그런데 그런 악마들도 다 원래 ‘모티프’가 있잖아? 그들을 사로잡아서 이용하는 거지. 어줍잖게 변한 자들 중에서 실험을 해도 컨트롤 가능한 이들.”
“그 ‘전유빈’처럼?”
“그래. 서큐버스. 내가 이전에 2차 변신을 해서 죽였던 그 친구 있잖아. 릴리스.”
“아, 솔라 플라티나와 대치했을 때 있었던 그 악마?”
“그래. 그 친구도 아마 히어로에게 붙잡혀서 체포되었다면, 높은 확률로 전유빈과는 다른 연구실에 붙잡혀서 생체 실험을 당했을 거야.”
나는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악마의 씨앗이라는 건 이거니까.”
“생식세포…라는 거지?”
“그래. 특히 여자의 생식세포를 이용해서 만들어내는 거야. 세종섬은 그래도 그나마 사람들 눈치 때문에 강도를 조절을 하는 것 같지만, 저기 다른 곳에서는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걸?”
차마 말로는 할 수 없는, 그런 잔인한 실험들.
“한국 뿐만이 아니야. 인체실험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국가 단위로 실험을 하는 곳도 있지.”
말로 나열하기조차 껄끄럽고,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듯한 광기가 지구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전유빈 같은 경우에는 아마도 생식세포를 정기적으로 ‘적출’을 당했을 거야.”
“…최소 한 달에 한 번이라는 이야기잖아. 아니지, 그냥 바로 뽑아냈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더 끔찍한, 강제로 악마의 씨앗을 ‘낳아야’ 했을 지도 모르지.”
“실험 내용이 뭔지는 확인했어?”
“아니. 확인할 필요도 없었고,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확인하는 사이에 연구원 놈들이 도망치는 꼴을 볼 생각도 없었다. 그 사이에 다 죽여버렸지.”
나야 그냥 척 보면 다 아는 수준에 이르렀으니까.
“악마가 된 여자의 난자를 인공배양하면 악마가 태어난다. 그 난자를 이용해 어떤 세포로 만들고, 그걸 통해서 만들어지는 게….”
“악마의 씨앗이구나.”
“그래.”
“무섭네.”
주모는 창백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기인 걸. 지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소름이 돋을 정도야.”
“하지만 현실이지. 아마도 전유빈은 실험체기도 하지만, 이미 악마의 씨앗을 몇 번 만들어낸 ‘모체’였을 거야.”
“근거는?”
“추측이지만, 릴리스의 모습과 전유빈의 모습이 비슷했다는 거? 전유빈이라는 서큐버스의 몸에서 추출한 세포로 악마의 씨앗을 만들고, 그 씨앗이 다른 인간에게 스며들어 발아하게 되면 모체의 모습을 닮게 되는 거지.”
“…악마의 모습이 비슷한 건 그냥 모티프가 옛 이야기 속의 모습을 보고 베낀 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네?”
“그렇지.”
드라큘라의 모습을 본따 악마가 된 자가 있을 수 있다.
자연적으로.
하지만 드라큘라로부터 악마의 씨앗을 적출한 뒤, 그 악마의 씨앗을 통해 다른 이능력자가 드라큘라와 같은 악마가 될 수 있다.
“어때. 생각보다 더 깊고 어둡고 더러운 세상에 발을 담근 느낌은.”
“끔찍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네. 도깨비라거나, 총수님이라거나, 결사에서는 악마들을 같은 빌런이나 회유해야 할 아군이 아닌 적으로 여기고 있으니까.”
“그래. 악마는 세계 정복의 적일 뿐이니까.”
결사는 악마와 대적하고 있다.
모든 이능력자가 악마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능력자가 핵심 간부로 있는 결사는 악마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 제거하려고 한다.
“우리가 지배할 세상을 망가뜨릴 악마를 제거한다. 참 결사다운, 총수다운 생각이지.”
내가 지배할 별은 내가 지킨다.
이렇게 보면 결사가 참 평범한 빌런 조직과는 차원이 다른 조직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니까 주모도 조심해. 이능력자는 누구나 다 악마가 될 가능성이 있고, 악마가 되면 자기 목적을 위해 이 지구 따위는 가볍게 파괴할 수 있으니까.”
“너는 어때?”
“나?”
“그래. 도깨비가 만약 악마가 된다면, 너는 어떤 악마가 될 것 같아?”
“…글쎄.”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악마보다도 더 강하고 끔찍한 악마가 되지 않을까.
“내가 만약 악마가 된다면, 나를 이렇게 불러줬으면 좋겠는 걸.”
“어떻게? 왕도깨비?”
“아니.”
“세계를 닫는 자.”
다른 이름으로, 연중의 악마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