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8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81화(382/668)
태이린은 보았다.
비트라고 하는, 원격조종 병기들이 춤을 추듯 움직이는 모습을.
녹색의 마력을 뿌리며, 고운 입자를 뿌리며 날아가는 건 어린 시절 영화에서 봤던 그런 원격조종 병기의 전형-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건, 그 병기들이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인다는 것.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저 비트 병기들은 모두 이능력자가 조종하는 물건이고, 이능력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당연히 기계보다는 사람이 조종하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저 비트에, 마치 영혼이라도 깃든 것처럼 느껴지는 이 감각은.
영혼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할 리 없다.
라고 대격변 이전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이능력의 시대가 된 지금은 영혼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초능력자도 악마도 존재하는 시대.
사고와 마나가 특이현상을 일으키는 이 시대에, 영혼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누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랴.
그래서 조금, 소름이 돋았다.
저 비트에 하나하나 영혼이 깃들어있는 거라면, 고도화된 멀티태스킹을 통한 원격 조작이 아니라, 하나하나를 원격 조작으로 다수의 도깨비 부하들이 하나하나 조종하는 게 아니라.
만약 저 비트 하나하나에 인간의, 혹은 이능력자의 영혼이라도 깃들어있는 거라면.
한 명의 영혼이든, 여럿의 영혼이든 비트에 사람이 깃들어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저런 공격이 가능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비트들이 마구 날뛴다.
한 명의 악마를 상대로, 마라도 퍄퍄야스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빙글빙글 돌며 악마를 빔으로 꿰뚫는다.
“캬, 하아악…!”
악마는 고통 가득한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진다.
앞머리로 감추고 있던 눈보다도 더 많은 구멍이 몸에 생긴 채, 그녀는 전신에서 검보라색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내, 내가…! S급인 내가, 이렇게 허망하게…!!”
분명, 그녀는 S급이었다.
악마의 형태가 어떤 식으로 변했든, 원래 S급 이능력자였던 만큼 분명 그녀는 강한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상대하는 자가 이야기했듯이, 상대가 너무 나빴다.
철컥.
여덟 개의 다리가 모두 박살이 나서 몸통만 바닥을 기고 있는 마라도 퍄퍄야스의 앞에, 도깨비가 핸드건을 들고 나타났다.
[체크메이트.]정확히 정수리를 노리고, 마라도 퍄퍄야스를 중심으로 비트의 끝을 모두 겨누고, 그는 전투의 끝을 고했다.
[마지막으로 유언이라도 남기고 싶은 건?]“…흐.”
악마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절망 가득한 눈으로, 모든 눈이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이제, 악마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
“위험해요!!”
순간, 바리데기는 인간이 아닌 거미 몸통의 앞부분, 거미의 얼굴처럼 생겼던 부분의 동그란 두 부분이 반짝이는 걸 느꼈다.
“햣하!”
곧 하반신의 거미 얼굴에서 붉은 안광이 뿜어져 나왔고, 그 안광은 정확히 도깨비의 심장을 꿰뚫었다.
“아, 아아…!”
“하하하! 쓰러졌다! 도깨비, 방심했구나!”
[어딜 쏘는 것이냐.]타ㅡ앙.
총소리가 울렸다.
그 총소리는 악마의 뒤에서 들렸고, 마치 바람의 편린과도 같이 도깨비가 악마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내ㅡ]“잔상?!”
타ㅡ앙.
[대사다.]잔상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붉은 안광에 꿰뚫린 도깨비의 잔상은 서서히 바람과 함께 흩어졌고, 마라도 퍄퍄야스의 복부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하, 하아….”
[거미를 조종하는 능력. 탐은 나지만, 인간의 싸움에 애꿎은 거미들을 강제로 동원할 수는 없지.]“하, 한낱 벌레일 뿐인데…!”
[거미도 생명이다. 이 지구에 함께 살아가는 생물이지.]서서히, 마라도 퍄퍄야스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거미의 하반신은 다 타고 남은 재처럼 바스러지고, 허리 아랫부분이 서서히 인간처럼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죽…여….”
[이능력자로서의 퀸 스파이디는 오늘 죽었다. 축하하마. 인간 이채현의 새로운 탄생을.]“이, 이….”
[생일 축하 노래라도 틀어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지금 태극워치가 없어서 말이야.]만약 생일 축하 노래를 직접 재생했다면, 그것만큼 젠로스한 악마의 멘탈을 박살 내는 행위가 또 없겠지.
이능력자로서의 자신이 죽는다는 건, 이전의 삶을 모두 잃어버린다는 거니까.
“저주, 하겠다…!”
[그 저주를 가지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평생 나를 저주해라. 그리고 감옥에서 보아라. 다른 생명을 조종하는 게 아닌, 결사의 방식대로 세상을 지배하는 것을.]쿵.
젠로스한 이채현은 바닥에 쓰러졌다.
알몸이 된 채, 복부에는 삼각형을 이루는 구멍 세 개가 난 채 그녀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후…. 바리데기. 치료를 해주겠나?]“…치료?”
[악마는 얼마든지 죽일 수 있지만, 인간을 죽이는 건 찝찝해서.]도깨비는 옆으로 살짝 물러났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만약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면 그 얼굴은 몹시 슬픈 얼굴이었을 테지.
“……무슨 생각이죠?”
태이린은 외투를 벗어 이채현의 위에 덮은 뒤, 이채현의 등에 손을 올려 마력을 불어넣었다.
치료하면서도, 그녀는 도깨비에게 추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은 빌런은 무조건 죽이는 사람이 아니었나요?”
[후환은 모두 제거하는 편이지. 이채현이 이렇게 살아있어 봐야, 평생 나를 저주하거나 악플을 달거나 선동을 하며 살겠지.]도깨비가 앞으로 손을 뻗자, 비트들이 앞으로 튀어 나가며 다시 새로운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안 좋은 소리를 듣는 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지만, 괜히 쓸데없이 사람을 죽였다가 그걸로 다른 소리 듣는 게 더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이니까.]파지지직.
마력이 빠져나가며, 그 형태는 도깨비가 이전에 타고 온 바이크의 형상이 되었다.
[아라크네는 이걸로 쓰러뜨렸다. 앞으로도 S급 악마가 나타난다면, 우리 결사는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피닉스의 깃털을 노리는 자들이라면.]“…역시! 당신들, 피닉스의 깃털을 노리고 있군요!”
[그래. 아, 오해하지 말라고. 우리는 너희들 입장에서는 빌런이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아주 견실한 기업이다.]도깨비는 바이크에 올랐다.
검은색과 흰색으로 뒤덮여있던 옷이 점차 원래의 정장으로 변했고, 도깨비는 헬멧조차 쓰지 않은 채 손잡이를 당겼다.
[우리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지만, 인간이기를 저버린 자는 아니라서 말이야.]부아아앙ㅡㅡㅡ!!
강한 바람과 함께, 바이크가 하늘을 날았다.
그 방향은 정확히 제주도로 가는 방향이었고, 태이린은 멍하니 바이크를 바라봤다.
“…어?”
바이크의 뒤.
뭔가, 하얀 여인 같은 인영이 도깨비의 뒤에 타고 있었다.
잘못 보았나 싶어 다시 눈을 비비고 눈에 마력을 불어넣었지만, 이미 도깨비는 저 멀리 떠나고 사라진 뒤였다.
도깨비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마라도에 남은 것은 오직 젠로스한 빌런 한 명 뿐.
“…여기는 바리데기. 상황 종료. 우선…마라도에 남은 악마거미를 퇴치할 요원들을 파견 바랍니다.”
이후.
배를 타고 넘어온 히어로 협회의 요원들과 함께 마라도 구석구석을 정찰했지만, 악마거미는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만약 악마거미가 한 마리라도 남아있었다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정말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도깨비….”
태이린은 그저 주먹을 불끈 쥐며, 도깨비가 사라진 방향을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음번에는….”
* * *
“축하해. 마라도 퍄퍄야스 슬레이어.”
“이왕이면 악마라도 좀 정상적인 이름을 붙여줄 것이지. 쯧.”
펜션으로 돌아온 뒤, 나는 마력을 제법 많이 소모한 현세린과 함께 가볍게 샤워를 하고 온천으로 들어왔다.
“하루 만에 S급 둘을 처리하다니. 응, 좋아. 당분간은 이 소식을 듣고 S급들도 최대한 이상한 짓은 하지 않으려고 하겠지?”
“그랬으면 좋겠군.”
남자는 하르방이 되었고, 여자는 젠로스가 되었다.
성차별을 하는 게 아니라 여자 쪽이 악마가 되어서 그런 거고, 악마가 된 게 남자였다면 젠로스는 남자가 되었겠지.
“고생했어. 둘 다.”
펜션에서 쉬고 있던 윤혜라가 우리 둘에게 음료를 가져와 건넸다.
플라스틱 단지에 들어있는 바나나우유였고, 적당히 당을 채우기 딱 좋은 음료였다.
“혜라야. 이거 민초 버전 있지 않아?”
“제주도에서는 해그늘도 정상적으로 생각하는지, 민초 단지 우유 같은 건 없던데?”
“해그늘, 못 써먹겠네. 제품을 만들어놓고 부산에서만 판매하는 건 뭐야? 제주도까지 물건을 가져와서 쭉 팔아야 할 거 아냐. 그보다 도 과장, 뭘 그렇게 심각하게 보고 있어?”
“협회 공식 보고.”
현세린이 툴툴거리는 사이, 나는 회수한 태극워치를 차고 협회에서 하는 이야기에 정신을 집중했다.
“이능력자를 약화시키는 방법, 이제는 전 세계가 알게 될 테니.”
태이린의 앞에서 직접 두 케이스를 보여줬으니, 앞으로 모든 이능력자들이 조심하게 되리라.
[아아. 협회장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협회장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기자들의 앞에 선 뒤, 두 명의 이능력자에 관한 사진을 스크린에 띄웠다.
[우리는 두 명의 젠로스를 확인했습니다. S급 히어로 바리데기의 증언에 따르면, 도깨비는 이 두 이능력자의 생식기관을 파괴하여 무력화했다고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삐빅.
이어서 떠오른 사진은, 마치 중학교 보건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사진이었다.
[남자는 고환, 여자는 난소와 자궁. 이능력자는 이 두 곳이 파괴당하면 마력을 더 이상 담을 수 없게 되는 몸이 되어버리고 맙니다.]이제.
[모든 이능력자에게 고합니다. 이능력자에게 있어 급소는 머리와 심장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전 세계가 알게 되었다.
[도깨비, 더 젠더 브레이커를 조심하십시오.]이제.
도깨비의 처형에 새로운 방식이 추가되었음을.
“와. 도 과장, 빌런 닉네임 하나 추가됐네?”
“…에그 브레이커라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네.”
아라크네를 처리한 보람이 있다.
[이미 그는 마라도 퍄퍄야스를….]아라크네, 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