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8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82화(383/668)
며칠 뒤, 제주도 서귀포시 모 호텔. 데스몬드 페이그린 거처 라운지.
“선배 그거 들었어요? 성기능을 잃으면 이능력을 잃는대요.”
“그거 정확히는 성기가 파괴되었을 때 이야기 아니야?”
백설희는 옆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윤이선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생식기의 파괴.
아무래도 파괴되는 장기가 장기인 만큼, 탁 트인 공공장소에서는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능력자에게 있어 이능력을 잃는다는 것은 곧 죽음.
당장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저격에 신체 한 부위가 파괴되어 이능력을 모두 잃는다면, 당연히 이능력자로서 대비를 해야 하는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있을 10월, 이능력자 월드컵에 있어서 주최국 사람이 걱정해야 하는 부분이 하나 늘었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생기는 일이다.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까요.”
“글쎄.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줘야 하지 않겠어. 이미 알려져 버린 사실인걸. 어떻게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문제잖아.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더 자세하게 알려줘서 스스로 몸을 지키게 하는 게 낫지.”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아무래도 지켜야 할 부위가 다른 사람이 지켜주는 것보다는 본인이 더 확실하게 지킬 수 있을 테니까.”
자기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현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이능력의 상실 부분은 분명 주의를 줄 만한 일이었다.
악마가 되어 젠로스가 되는 경우와 달리, 이 케이스는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되게 어이없지 않아요? 뇌가 파괴되거나 심장이 망가지면 이능력을 잃는 것도 그렇지만, 세상 누가 그런 거를 생각하겠어요. 여기가 파괴되면 이능력을 잃는다는 걸.”
“손으로 가리키지 말렴.”
백설희는 이야기하면서도 괜히 낯간지러웠다.
“정말 어디 가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만 알려진 게 많아. 적당히 15세 정도로 이야기하면 될 텐데,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도 19세 적인 내용으로 빠져들기 마련이니까.”
“이능력학적인 문제라거나 의학적인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는 딱히 19금까진 아니지 않아요?”
“이야기하는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그렇지만, 듣는 사람은 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래.
당장 이 호텔 주변에 있는 기자들만 하더라도, 특히 이능력자가 아닌 일반 기자들만 하더라도 다들 흥미와 관심이 넘치고 있다.
만약 언젠가 누군가가 이능력을 갑자기 잃었다?
그건 곧 그 부분이 파괴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니까.
심지어 지금 전 세계의 사람들은 성기능이 제대로 이용되고 있는지, 혹시나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닐지 다들 걱정하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니까. 이선아, 너 혹시 해그늘 일보에서 인터뷰 요청 오면 그거 바로 거부해버려.”
“왜요. 그 사람들이 뭐 이상한 소리라도 해요? 오후에 저 인터뷰 요청 들어왔던데.”
“이상한 소리 정도가 아니라 아주 무례한 질문밖에 안 하더라. 협회에서 인터뷰 내용을 보고 바로 검열할 정도였어.”
“해그늘을 상대로 인터뷰 잘 받아주는 협회에서 검열할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무리한 질문을 한 거예요? 혹시 그거 선배님한테 한 인터뷰예요?”
“아니 뇌제한테. 아무래도 나한테 하는 거는 이미 알려진 것들이 조금 있으니까 두려웠겠지.”
말단 기자라고 해도 위로부터 듣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지금 함부로 백설희를 건드리면 윗분들이 아주 아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해그늘일보 사장을 넘어 해그늘 회장까지도 주의하고 있는 사람인데, 어찌 말단 기자가 함부로 백설희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
그 대신 백설희보다 만만한 S급 여자라고 한다면, 일단 한 번 찔러는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질문을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러한 질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마침 저기 오네.”
백설희가 윤이선의 뒤를 가리키자, 그곳에는 딱딱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김윤지가 있었다.
“언니, 어서 와요. 경호 업무는 어떻게 된 거예요? 지금 휴식 시간이에요?”
“아니. 해외에서 온 다른 S급들이 면담 하고 있는 중이야.”
“그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괜히 다른 S급들과 접촉을 시도하게 하면 피닉스의 깃털이 그 사람들에게 넘어갈 수도 있는 것 같은데.”
“페이그린 회장은 경매로 넘길 생각이 가득해. 지금 대면을 한 S급들도 대놓고 자기한테 팔라고 협박할 사람들도 아니고. 단지 경매를 넘겼을 때 자신들이 낙찰받을 금액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조정하려고 미리 협상을 하는 거지.”
“협상이라.”
백설희는 담담한 얼굴로 주변에 가득한 기자들을 훑었다.
“누가 어떤 조건을 내걸고 피닉스의 깃털을 가져갈 것인가. 지금 사람들 그거 들으려고 이렇게 모여든 거 같긴 하지. 특히….”
“앗. 저기 들어왔다!”
기자들의 외침에 셋은 호텔 로비로 시선을 돌렸다.
“‘하야부사’다!!”
그곳에는 얼마 전 세종섬에 방문했던 S급 이능력자, 일본의 히어로 하야부사가 있었다.
다소 경직된 얼굴로, 한국 히어로 협회의 요원들을 양옆에 대동한 채, 마치 연행이 되는 것처럼 들어온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기자들에게 마력을 내뿜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하야부사 님, 그 소식이 사실입니까? 일본 정부가 하야부사 님에게 페이그린 사와의 혼인을 지시했다는 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하야부사가 좀처럼 좋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답했지만, 주변 기자들의 표정은 오히려 더 밝아졌다.
“일본에서는 피닉스의 깃털 판매 대금을 S급 이능력자와의 혼인으로 지불하려고 한다는 게 사실입니까?”
“일본 히어로 협회에서 발표한 내용이 정말로 정부의 입장과 같은 입장입니까?!”
“페이그린 회사에 있는 남자는 페이그린 회장 한 명뿐인데, 정말로 일본 정부를 위해 페이그린 회장에….”
“그만.”
점점 더 선을 넘는 기자들의 질문에, 결국 하야부사는 강한 마력을 일으키며 주변을 압박했다.
“저는 일본 히어로 협회를 대표해서 온 것이지, 제 몸을 팔아서 피닉스의 깃털을 사고자 하는 그런 창녀가 아닙니다.”
기자들의 앞에서 적나라하게 말한 하야부사의 태도에 기자들은 마이크를 내렸고, 하야부사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안쪽을 가리켰다.
“약속 시간이 되었으니 저는 이만 올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서로 불쾌한 일이 없도록, 사실에 기반을 두어 기사를 써 주시기 바랍니다.”
하야부사는 딱딱한 어조로 경고를 남기며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가는 기자들은 없었지만, 엘리베이터보다 더 빨리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도 있었다.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일본은 S급 이능력자의 몸이라는 초강수를 뿌렸으니까.
당사자의 동의는 일단 차치하고, 일단 질렀으니까.
“페이그린 회장, 미인계에 넘어갈까요?”
“안 넘어갈 거라고 생각해. 아무리 S급이라고 해도, 일 대 일로 독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야기하는 거니까.”
현재, 페이그린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은 한국 히어로 협회 요원이 옆에서 달라붙어 감시하고 있다.
페이그린 회장을 감시하는 것도 있지만, 페이그린 회장의 옆에 혹시나 누군가가 나타나서 수상한 제안을 하여 피닉스의 깃털을 경매 전에 먼저 챙겨갈까 봐 걱정하는 부분도 있었다.
미국으로 치면 사생활 침해 문제로 고소를 당할 일이었지만, 페이그린 회장도 자기 주변에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알고 있는 건지 협회의 요원이 비서로 행동하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사실상 화장실 개인용무를 볼 때 말고는 항상 옆에 붙어 있는 수준.
외국 정상이 와서 머물러도 이것보다 더 호화로울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VVIP급의 의전을 받고 있었다.
한국에서 이 정도의 의전을 하니, 이보다 더한 이득이 있어야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이동하려고 하겠지.
그 방법으로 당장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나라들이 여럿 있었고, 일부 국가는 모처럼 정식으로 한국에 입국하여 제주도까지 왔으나 곧 제주도에서 추방당해야만 했다.
사실상 전쟁이었다.
“후. 만약 페이그린 회장이 여자였다면, 여자 히어로를 자꾸 보내는 게 아니라 남자 히어로를 보내서 미남계를 썼겠죠?”
윤이선의 말에 백설희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나이 든 여자라고 해도, S급 남자가 수발을 들어주면 바로 넘어갈걸요.”
“나이 든 여자라기보다는, 상대가 S급 남자라고 하면 다 그렇게 생각을 할 거야.”
“언니?”
“그냥 내 의견일 뿐이야. 실제로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렇지, 윤지야?”
“저는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김윤지의 말에 백설희와 윤이선이 동시에 귀가 쫑긋 섰다.
아마도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을 다른 기자들도 급히 귀를 쫑긋 세웠겠지만, 그보다 먼저 윤이선이 주변에 마나를 흩뿌려 음성을 차단했다.
“뭐야, 뭐야. 지금 저 사람들 되게 중요한 이야기하는 건가?”
“아마도 S급 악마도 나타나는 상황이니까 뭔가 극비 상황을 이야기하는 거겠지. 호텔 경비라거나.”
“이능력자는 참 편하네. 이렇게 사람들 많은 곳에서도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근데 그거 알려나? 저렇게 이야기를 하면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는 걸 만천하에 공개한다는 걸.”
기자들의 말은 전부 세 명의 귀에 다 들어왔으나, 백설희와 윤이선은 어딘가 쑥스러워 보이는 김윤지의 태도에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윤지야. 너 혹시 누구 사람 만나는 거 있니?”
“아니요. 하지만 최근에 어느 정도 호감이라고 해야 할지, ‘이 남자라면 괜찮겠다’라고 하는 남자는 있었습니다.”
“누구.”
“도깨비요.”
순간, 호텔의 공기가 쩍 가라앉았다.
윤이선은 윤이선대로 김윤지가 갑자기 도깨비에 호감을 느낀다는 것에 반가웠지만, 그보다도 백설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도, 깨비? 갑자기 왜.”
“빌런이든 악마든, 남녀를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대하는 모습이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그런 거였어? 난 또 윤지가 도깨비한테 반한 줄 알았어.”
“이성적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예. 그가 따르는 정의가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전 인류를 위해서 자신들 만이 사용할 수 있는 비밀을 대놓고 퍼트린 것. 그건 확실히 존경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밀.
그것은 당연히 이능력자의 무력화에 대한 이야기.
“만약 결사에서 성기파괴술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자신들만 독점했다면, 정말 많은 사람이 결사의 이익에 따라서 희생되는 경우가 있었을 겁니다. 결사에서는 다른 이들 모르게 조용하게 처리를 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 도깨비 같은 자들이 멀리서 저격을 하든 암살을 하든, 그들은 숨기려고 하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어.”
“예. 하지만 도깨비는 당당히, 그것도 바리데기의 앞에서 모든 것을 공개했었죠.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인류의 보편적인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모습이 조금 부러웠습니다.”
김윤지는 꽤 상기된 얼굴로 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깨비를 옹호하는 건 아닙니다. 도깨비는 이전에 많은 죄를 지었고, 그 죄를 벌 받아야 합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구체적으로 어떤?”
“음, 저는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 누가 그러더군요. 도깨비를 잡아서 감금한 다음, 그 나라에 A급 이상 여자들을 전부 불러 도깨비의 씨를 강탈하는 것.”
“뭐, 라고…?”
“저기 일본의 히어로 나데시코가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헤에에.”
다시 공기가 가라앉았지만, 그 한기는 적어도 제주도 호텔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향한 것은 아니었다.
“재미있네. 아주 재미있는 의견인걸. 나중에 10월에-”
“아, 저기 저 사람은!!”
기자들이 경악하며 외친다.
나타나선 안 될 사람이 나타난 것에 깜짝 놀란 것 같은 얼굴이었다.
“……뭐?”
백설희는 당황했다.
윤이선도 몹시 당황했다.
호텔 로비, 입구에 나타난 붉은 머리의 여인을 보고.
“어머, 다들 왜 그래요. 저는 그냥 호텔 투숙객인데. 뭘 그렇게 놀라는 거죠?”
“당신은 결사의…?”
“결사가 아니라.”
히죽.
“오늘은 ‘컴퍼니’의 이사, [레드 라이더] 윤혜라로서 온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