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8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85화(386/668)
그 시각, 부산 한국 히어로 협회 소회의실.
“…그러니까 남자는 고자가 될 경우, 여자는 자궁이 파열될 때 마력이 질질 새는 몸이 된다는 건가?”
“그러합니다.”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있고, 히어로 협회의 부협회장이 심각한 얼굴로 모인 이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라면, 극비사항이 아닌가? 어디까지 알고 있지? 우리만 어떻게 이용할 수 없나?”
“불가능하오. 결사에서 일부러 정보를 흘린 것이니, 협회에서 비밀로 하면 오히려 역공이 들어오겠지.”
“역공이라고? 어떻게?”
“협회에 내용을 알렸는데, 협회가 입을 싹 닫았다. 한국 히어로 협회가 자기들만 알려고 정보를 독점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이능력자가 가진 궁극적인 약점을.”
한 사람의 이능력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아직 실험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모든 이능력자에게 통용되는 문제일 터.
만약 실험한다고 해도 누가 ‘예, 제가 해보겠습니다!’라고 실험에 응하겠는가.
실험 내용이 ‘고자 되기 vs 고자에 더불어 젠로스 되기’인데.
“한국의 이능력자뿐만 아니라 저기 해외의 이능력자들에게도 통용되는 말일 겁니다.”
“미치겠군. 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거지?”
“어지간하면 25살 이하 젊은 친구들이 생식기관이 파괴될 일이 없지 않습니까….”
“그건 또 그렇군. 25살 전에 고자 되는 놈이 세상에 얼마나 있다고.”
도깨비가 알아낸 지금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빨리 알게 된 시점이 아닐까.
국가에서 애지중지 키워준 이능력자들이 금구슬이 깨지거나 복부에 삼각형으로 구멍이 뻥 뚫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 참. 자꾸 생식기 이야기를 하는 게 좀 거시기해서, 협회에서는 정식 명칭으로 해당 약점을 ‘생명의 요람-줄여서 [요람]’으로 명명하기로 했습니다.”
부협회장의 말에 다른 이들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군. 생명을 담는 그릇은 그릇이니.”
“하여튼 이 나라는 표현 하나하나를 두고 시비를 거니…. 쯧쯧.”
“이능력의 시대가 아닙니까. 절대 이능력자들의 멘탈이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니, 그들이 괜히 요람이 깨질까 봐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하겠지요.”
모두가 무겁게 침음성을 흘렸다.
“이 이야기가 세간에 퍼진다면, 분명 이능력자들은 자기 요람을 보호하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할 겁니다.”
“여자는 그러려니 칩시다. 하지만 남자는 어떻습니까? 요람을 몸 외부에 달고 있는 만큼, 걸을 때도 조심하면서 걸을 겁니다.”
“어디 축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겠군. 허허, 전부 다 기저귀를 차는 것처럼 낭심보호대를 착용하고 다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강철 팬티라도 만들어서 입히고 다니는 거 아닙니까? 흐흐흐.”
남자들은 비릿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림자 때문에 다들 얼핏 보일 뿐이지만, 스크린의 빛에 비친 그들의 손목이나 목은 상대적으로 잔주름이 많은 이들이었다.
최소한 중장년, 그 이상은 되겠지.
“젊은 놈들이 마력 하나만 믿고 으스대는 것도 보기 같잖았는데, 이제 두 손을 아래로 쑥 밀어 넣고 돌아다니는 게 몹시 기대되는군요.”
“일단 보기에는 그렇지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부협회장은 마우스를 누르며 다음 화면으로 넘겼다.
“남자들이 과연 여자들을 상대로 애국 행위를 하려고 할까요?”
“갑자기 그게 무슨…?”
“여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냅다 그곳을 때려서 부수면, 이능력자는 더 이상 이능력자가 아니게 되지 않습니까.”
“헉….”
회의실에 있던 이들은 모두 환상통에 몸서리를 쳤다.
“아니, 어떻게 그런…?”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꼭 애국 행위 중이 아니더라도, 도깨비-젠더 브레이커가 하는 것처럼 요람을 깨부수고 다니는 빌런들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더욱더 자기 요람을 보호하려고 들겠군. 애국 행위에서 괜히 여자한테 공격당할까 봐, 지레 겁을 먹고 아예 애국을 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겠어.”
이능력자의 약점이 알려지는 것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이능력자들은 몸을 사리게 될 것이며.
그러면 이능력자들끼리 애국하여 낳은 아이들의 수가 적어질 것이며.
나중에는 국가 경쟁력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런 미래는 있을 수 없어! 막아야 해!”
“예. 그걸 위해, 회장님께서는 한 가지 제안을 하셨습니다.”
“제안…?”
“예.”
부협회장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다음 화면을 넘겼다.
“이능력자들이 소위 ‘젠로스’든 ‘젠더리스’든 번식할 수 없는 몸이 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아이를 낳게 하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25세 이전 출산 의무법?”
“예. 이능력자의 성인 나이 기준 17세. 현재 최고 연령 기준인 25세가 넘기 전까지, 이능력자는 한 명 이상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법안입니다.”
“오, 오오…!!”
회의실 안의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법대로 통과되기만 한다면, 25살까지 뻗대던 여자들도 법으로 임신을 하게 되는 거야…!”
“그래! 설령 마지막까지 미룬다고 해도, 17세부터 24세까지 무려 8년 동안 자유의 몸을 즐기지 않았나! 1년 정도는 국가를 위해 써야지!”
“아니면 아예 17살 때부터…흐흐흐.”
서로 입맛을 다시며 무언가를 상상하고 있다.
그 상상은 너무나도 저열했으나, 회의실에 모인 이들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법안에 반대하는 이능력자가 있으면 어떻게 하지요?”
“매국노로 몰아세우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항상 하던 것처럼 하면 되는 거지요.”
“하지만 그러다 정말 많이 해외로 넘어갔는데….”
“이제는 그럴 일도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우리도 나름 이능력자들 다루는 노하우가 생겼잖습니까.”
회의실 안에 있던 이들 중 가장 목소리가 높은 이가 낄낄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능력자들은 개돼지입니다. 사냥개로 키울 자는 사냥개로 키우고, 맛있게 인간에게 먹혀 줄 돼지들은…. 후후, 조금 특별한 대우를 해준다고 자기들이 대단한 줄 아는 가축들일 뿐.”
화면 속.
“인간을 위해 태어나, 인간을 위해 죽는다. 더 많은 가축을 낳고 또 인간을 위해 살고 죽는다. 가축으로서는 최고의 명예가 아닐지.”
수많은 이능력자들의 사진을 번갈아 보며, 회의실에 있던 이들은 그저 낄낄거릴 뿐이었다.
“낳지 못하는 몸이 되기 전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더 빨리 낳게 하는 겁니다!!”
* * *
-이능력자에게는 이능력자를 낳을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 이능력자들은 깃털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라, 아이 만들기에 신경을 써야 해요! 그게 이능력자의 존재 의의입니다!
“무슨 자신감으로 저딴 말을 하는 걸까.”
호텔에서 도지환 사서의 숙소로 돌아온 나는 TV 속 패널의 말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직도 저런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니는 자들이 있다니.”
심야 방송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반 이능력자 기조가 강한 채널에서 하는 이야기라서 그런 걸까.
이 세계의 일부, 이능력자는 인간을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보는 관점이 있다.
극소수지만, 그 극소수의 극단주의자 중에는 나름 권력을 가진 구시대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지금은 대외적으로 잘 없다.
대외적으로 떠들 수 있던 이들이 몇 번 사고를 치며, 그 사고의 여파로 한국에 있던 S급들이 전부 죽거나 떠나버리기 시작하며 최소한 앞에서는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20살이 되었으니, 당장 성인이 되었으니 성인식을 치르고 임신하여 S급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했다거나.
개인의 취미생활과 흑역사를 가지고 지금 이미지를 잃고 싶지 않으면 아이를 가지라고 협박했다거나.
출산이야말로 애국이라면서 일단 아이를 낳아 애국심을 증명하라면서, 낳지 않으면 매국노라고 매도한다거나.
아예 약을 먹이고 최면 능력을 갖춘 이능력자를 포섭하여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저지르려고 한다거나.
그런 경우를 매해 겪었으니까 그나마 대외적으로 임신하라고 말하는 이들이 없는 것.
이 세상의 이능력자들은 임신을, 번식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도, 남자도.
그건 이 나라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도 똑같다.
“요람이 깨져야 할 건 이능력자가 아니라 그런 놈들인데.”
덤으로 대가리도 함께 깨져야 하는데, 그런 자들일수록 더 오래 살고 배에 기름 잔뜩 낀 채로 살아간다.
‘대격변으로 세상이 달라져도 인간 살아가는 건 똑같은 건가.’
조금 씁쓸한 이야기지만, 세상 어디를 가도 권력을 가진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건 똑같다.
어처구니없게도 피지배계급이 이능력자라는 게 참 우스울 뿐.
과도한 억압과 착취의 결말은 운석이라는 걸 이 세상 사람들은 모른다.
젊은 사람이라고, 젊은이라고 마구 부려 먹고 써먹으려고 하는 추악한 의도는 결국 하늘에서 날아드는 메테오로 지구 멸망에 이른다는 걸 이 세상 누구도 모른다.
뭐, 나야 그런 결말을 막기 위해 추악한 생각을 하는 자들을 처단하고 나름대로는 평화로운 세상을 구축하고자 결사를 따르고 있지만.
“슬슬 학생들에게도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하겠군.”
윤혜라가 호텔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어느덧 나흘이 지났다.
즉, 이능력자의 약점 아닌 약점이 세간에 공개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내 요람을 깨뜨리려고 하는 거지?! 너츠 크래셔처럼!
-너, 젠더 브레이커야? 어딜 여자 배를 노려! 가슴도 아니고!
몰랐을 때는 괜찮았지만, 알고 난 뒤로는 다들 조심하고 있는 게 현실.
세상에 혼란을 가져온 건 나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약점 공개 이후, 하르방이 만들어진 적 없음.”
이 약점을 공개한 것 덕분에, 오히려 빌런들의 악행도 악마가 되는 경우도 줄어들었으니까.
“…이제 빌런들도 아는 거지. 함부로 행동하면 뚝배기가 터지는 게 아니라, 요람이 깨져서 젠로스 한다는 걸.”
물론 상대도 나를 그렇게 만들려고 하겠지만, 이쪽은 이미 그런 쪽으로 대비가 다 끝나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선생님. 저예요.]“……윤이선?”
문을 열자, 밖에는 심각한 얼굴의 윤이선이 서 있었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영장이 나왔어요.”
“……영장? 구속 영장이야?”
“아뇨. 차라리 구속 영장이면 다행이죠. 정말, 말도 안 되는 영장이 나왔어요.”
윤이선은 내 앞에 편지 봉투 하나를 건넸다.
“임신 영장이래요.”
“……홀리.”
발신인.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