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89)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89화(390/668)
아침이 되었다.
폭풍전야.
새벽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백설희의 충격적이고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뒤집어버렸다.
S급 이능력자가 임신을 위해 반대 성별의 비능력자를 데리고 가서 성관계를 하다.
-이거 성폭행 아닌가요? 남자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저지른 거나 마찬가지인데.
-백설희한테 성폭행 당하면 그건 포상 아닌가…?
-아무리 그런 식으로 말을 해도 성폭행은 성폭행입니다! 원치 않은 짓을 강제로 하는데 포상이라뇨! 이건 빌런행동입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임신 영장 보내서 임신하라고 재촉했는 걸.
-크읏…! 하지만 강제는…!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만약 남자 S급 이능력자가 여자를 강제로 데리고 가서 그런 짓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남자 이능력자가 여자 비능력자를’ 데리고 간 경우보다는 덜하지만, 백설희는 분명 힘 없는 약자를 강제로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과연 방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냥 사람을 납치한 시늉만 하고,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그래.
밤 사이에 스위트룸 아래층이 다 들릴 정도로 침대가 삐거덕거리던 소리는 그냥 일부러 그렇게 낸 소리일 뿐이다.
마치 백설희가 진짜로 분노가 가득차올라 아무 남자나 잡아다가 아이를 가지려고 했다는 것처럼 꾸미기 위한, 백설희가 대충 꾸며낸 자작극일 것이다.
몇몇 이들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그저 궁금할 뿐이다.
‘왜 그랬는가.’
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그 행동의 이유, 그리고 진짜로 그 행동을 저질렀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백설희는 협회를 통해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따로 기자들을 부르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듣는 이들에게 큰 충격을 줄까봐 일차적으로 기자들만 모인 자리에서 한 번 간담회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기자들에게는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백설희, 진짜 오는 거 맞아?”
“몰라. 호텔 룸서비스 2인분 시켰더라. 그 남자, 아직 살아있을 거야.”
“S급 이능력자의 ‘전력’을 상대로 하고 살아남은 비능력자라니…. 거시기가 S급이라도 되는 건가?”
“EX급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아, 저기 온다.”
기자회견장의 문이 열리자, 백설희가 아무렇지도 않은 무표정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다.
“헉…!”
기자들은 백설희의 겉모습만 보고도 기겁을 했다.
“치마가…아니야?”
“심지어 목 폴라티에 긴 팔까지…! 이 더운 여름날씨에 피부를 가릴 수 있는 건 다 가렸군 그래…!”
“공식 활동 할 때도 항상 치마를 고집하던 여자가 바지를 입는다…? 이거 사실상…허억!!”
기자들은 시선을 내리며, 그녀의 발 즈음에 시선이 간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이힐이 아니라 운동화라고…?”
“심지어 깔창도 없어보이는, 정말 편한 스니커즈다…!”
“하이힐을 신을 수 없는 이유…꿀꺽….”
왜 걷기 편한 운동화를 신고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걸까.
기자들의 의구심이 점점 깊어지는 가운데.
“앗…?!”
백설희가 잠시 휘청거렸다.
앞으로 계속 걸어가던 백설희가 살짝 다리를 절었다.
“저거, 저거 설마…!”
“얼마나 박아댄 거야.”
“무, 무슨…! 박다니, 그런 천박한 말은 하지 마시게! 부정탈 수 있어!”
“못을 박았다는 이야기이올시다.”
S급인데도 신체 밸런스가 살짝 무너진 것 같은 백설희를 향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던 기자들은 백설희가 가운데 의자에 앉자 모두 자리에 천천히 앉았다.
“질문할 시간도 많고, 질문할 거리도 많을 겁니다.”
백설희는 조심스럽게 화두를 던졌다.
“제가 일일이 설명을 하는 것보다, 여러분의 질문을 듣고 답하는 게 가장 현명할 것 같군요.”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겠다는 겁니까?”
“질의응답. 예. 틀린 표현은 아니네요.”
“설마….”
의미심장한 백설희의 말에 기자들은 한층 더 당황했다.
기자란 진실을 파헤처야 하는 직업이지만, 그 진실이 때로는 많은 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크나큰 문제일 경우, 진실을 굳이 밝히지 않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긴 방법이다.
“안녕하십니까, 해그늘 일보의 선동현이라고 합니다. 어제 비능력자인 ‘도지환’ 씨와는 어떻게 된 겁니까?”
하지만 먼저 기사를 써서 가장 먼저 세간에 알려지는 기사에 자기 이름을 올리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
“세상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전 인류가 어젯밤 백설희 씨의 방에서 이루어진 일을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대부분의 기자들은 질문을 한 이를 향해 무슨 무례한 말이냐며, 혹시 백설희가 그 질문에 악마가 되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했다.
“네.”
하지만 백설희의 당당한 태도에 오히려 기자들은 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 남자와 어떤 관계를 맺으신 겁니까?”
저 작은 입에서 나올 말이 만약 사람들이 예상하는 그 내용이 맞다면-
“성관계를 맺었습니다.”
타다다다닥!!
즉시, 기사로 퍼뜨려야 한다.
[속보] 백설희, ‘도지환과 XX했다’라고 선언.스스로 밝힌 이상, 세상의 모든 눈과 귀가 쏠린 곳에서 당당히 ‘했다’라고 밝힌 이상 이 정보는 누가 먼저 퍼뜨리느냐 싸움이다.
삼류 기자는 즉시 기사로 옮긴다.
하지만 일류 기자는 그런 기사보다 다른 내용을, 더 심화된 내용을 취재하는 사람들.
“어제 처음이셨습니까?”
“예.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인데도 남자를 기절시키고 방에 데려간 이유가 있을까요?”
“자꾸 국방부에서 저보고 임신하라고 해서, 임신하려고 그랬습니다.”
[속보] 백설희, 임신 영장에 화가 나서 임신하려고 했다.백설희가 폭주를 일으킨 원인은 결국 임신 영장으로 귀결되었다.
그러길래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아직도 법으로 유지를 하고 있고, 아무리 요람파괴로 세상이 떠들썩하다고 해도 그걸 영장을 보내서 사람의 스트레스가 폭발하게 만드냐.
“결국 국방부가 국방부했다는 걸로 귀결이 나는 건가….”
“국방부도 어처구니가 없을 걸? 임신 영장 보냈더니 갑자기 아무 남자나 덜컥 데리고 가서…어우.”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일을 저지른 당사자도 그렇지만, 피해자(?)라고 할 사람도 이 일을 쉽게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도지환 씨는 비능력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이전에 도지환 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습니까?”
“아니오. 이번에 제주도에 와서 처음 봤습니다.”
“그럼 이전에는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말씀이시죠?”
“예. 제주도에 와서 그가 곤경에 처했을 때 한 번 도움을 준 적은 있지만, 이전에 따로 만난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그가 백설희 님에게 ‘간택’을 받은 건, 순전히 운이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간택을 받다.
정말 그 표현이 틀리지 않았다고 누구나 말할 문장이었다.
S급 여자 이능력자가 처음인데도, 그 목적이 임신에 있는데도 자기가 원하는 남자를 대뜸 잡아갔으니.
“정말로 도지환 씨와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던 겁니까?”
“예. 제가 그 자리에서 선택한 사람입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그 자리에 있던 남자만 수십 명이었으니까요.”
당사자의 의견은 어떻든, 도지환은 백설희의 간택을 받은 게 맞다.
“A급 이능력자 학생도 아니고, 협회의 요원도 아니고, 행정관이나 비서관도 아니고 정말 그 사서가 뽑힌 이유가 그저 ‘운’ 때문이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처음 선택을 했을 때는 겉으로 보면 그가 운이 좋아서 뽑힌 거였겠죠.”
아무리 생각해도 비능력자에 아카데미에서 사서 일을 하고 있을 뿐인, 그저 평범한 사회인에 불과한 그가 하루아침에 S급 이능력자의 ‘파트너’가 된 셈이니까.
“하지만 운이 좋았던 건 저였어요.”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최고의 밤이 되었거든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하는 백설희에 기자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하기 전에 깨워서 물어봤어요.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하겠느냐. 만약에 아무 남자를 불러다가 할 거라면, 그는 자신이 하겠다고 말했어요.”
“그거야 그렇겠죠….”
남자 기자들은 격렬히 공감했다.
손에 반지를 끼던 이들도 반지 낀 손을 다른 손으로 붙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설희가 만약 ‘내가 처음인데 나랑 안 하면 다른 남자 찾아서 할 거다’라고 말한다면, 그 어떤 남자가 그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질문있습니다. 그렇다면 강제성은 없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강제로 이루어진 행위는 하나도 없었으며, 상호합의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냈습니다.”
백설희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의 아래를 눈으로 살짝 가리켰다.
“임신할 때까지 유전자를 제공받기로.”
“허, 허어…!”
“저도 원래는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었지만…늦게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가의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이바지하는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하, 하하….”
[속보] 백설희, “임신할 때까지 XX하겠다.” 선언.“진심이십니까…?”
“제가 농담 따먹기나 하려고 여러분들을 이곳에 모았을까요?”
백설희는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임신하는 게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아니오. 그런 건 아닌데….”
“언제는 이능력자의 정보는 공공재라면서요? 비밀로 할 일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서 소식이 퍼지더라도 큰 걱정 없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럽네요.”
백설희는 너무나도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씩 웃었다.
“아이의 아버지에게 제 처음을 줬다는 게.”
“큭….!”
그 순수하고도 자랑스러운 미소에, 기자들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질문을 차마 내던지지 못 했다.
“다시, 해그늘 일보의 선동현입니다. 백설희 님의 팬분들이 이 소식을 듣고 너무 큰 충격을 받거나 실망할 수도 있을텐데….”
“실망이요? 왜요? 저는 국가를 위해 행동한 건데.”
백설희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기자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해그늘 칼럼에서도 그런 이야기 했잖아요. 뭐라더라….”
히죽.
“여자 이능력자 나이가 25살을 초과하면 그 뒤로는 할머니라면서요. 저, 할머니 되기 전에 아이 가지려고 한 건데, 오히려 잘 한 일 아닌가요?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임신하라고 주장한 게 해그늘 일보인데.”
백설희는.
“그래서 임신하려고요. 제 의지로.”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