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9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90화(391/668)
‘S급 히어로가 저런 식으로 나와버리면 답도 없지.’
나는 백설희의 방에서 TV로 호텔 아래층에서 열리고 있는 백설희의 폭격을 중계로 보며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오빠, 걱정 안 돼요?”
“나는 이 방에 텔레포트로 나타난 네가 더 걱정되는데.”
유미르는 공간이동으로 백설희의 방에 들어와 결계를 펼쳤다.
“대외적으로는 백설희의 결계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겠지만, S급이 갑자기 방문을 부수고 들어왔다가 너 보면 아주 식겁을 할 거다.”
“저보다는 S급 히어로를 상대로 밤새 상대를 했는데도 멀쩡히 살아있는 오빠를 보고 더 놀랄 걸요.”
“내가? 왜?”
“다들 죽은 줄 알고 있으니까요.”
유미르의 말대로, 지금 나는 사실상 죽은 게 아니냐 하는 이야기가 세간에 수두룩하다.
그도 그럴게, 백설희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해 새벽까지 침대를 삐거덕거렸다.
백설희가 나를 납치한 게 저녁 8시 즈음이었으니, 남들이 잠을 자야하는 시간 내내 침대를 움직이며 진동으로 모두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물론 백설희 혼자 그런 건 아니다.
나도 같이 했고, 둘 중 누가 더 침대를 열심히 삐거덕거렸는지 지분을 따지라고 한다면 거의 97%는 내가 차지할 정도로 내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방 안에서 일어난 일.
방 밖에 있던 이들은 오직 침대가 바닥을 끄는 진동과 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해야 했다.
일부러 크게 낸 신음조차도 흘러나가지 않았으니, 사람들은 밤 동안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백설희가 마력으로 침대 밤새도록 잡고 끌면서 애국한 척 한 거임!
이라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우리의 스노우화이트가 블러드스노우가 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려는 자들이 있고.
-아ㅋㅋ 새벽까지 얼마나 잡아먹은 거냐고ㅋㅋㅋ
이라고 이성적인 생각을 포기하고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애국적으로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전자가 더 건전하고 이성적이나, 진실은 후자에 가깝다.
아니, 후자다.
백설희가 나를 잡아먹은 게 아니라 내가 백설희를 잡아먹었지만, 침대의 프레임이 삐거덕거리는 소리로 인해 아래층 사람이 일반 투숙객이었다면 호텔에 항의를 했을 정도로 시끄럽게 소리를 낸 건 맞다.
[도지환 씨와 성관계를 했다고 하는 건, 그를 강제로 묶어놓고 하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아니오. 모두 합의 하에 이루어진 관계라고 말씀 드렸을 텐데요.] [어느 분이 얼음칼을 들고 협박을 한 건 아니고요?] [저는 ‘당신이 저랑 하지 않으면 다른 남자를 골라야 한다’라고 제안을 했을 뿐입니다.]그리고 그 이야기는 백설희의 입을 통해, 약간의 거짓이 섞인 채 세간에 널리 퍼지고 있다.
[백설희 님에게 묻겠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하신 겁니까?] [그건 잘 모르겠네요.] [잘 모른다?] [시간 가는 줄 몰라서…. 솔직히 시간도 새벽에 해 뜨는 거 보고 ‘아, 벌써 아침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저거, 거짓말이죠? 내숭 좀 봐.”
“진짠데. 밖에 어둠이 걷히는 걸 보고 나서야 새벽인 걸 알더라고.”
“와…그럼 새벽까지 한 거예요?”
“아니.”
삐거덕 소리를 내지 않고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이능력자라서 몸치장을 마력의 도움만 받으면 1분 안에 가뿐히 할 수 있는 만큼, 백설희는 자신이 이능력자라는 걸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혹시 지금 백설희 씨의 방에 막 시체가 있는 거 아닙니까? 남자가 나오지 못할 정도로 생기가 빠져나간 거 아닌가요? S급 이능력자와 비능력자가 하는 건, 복싱 프로와 일반인 중에서도 요양이 필요한 중환자 급의 체력을 가진 사람이 대결하는 거 아닙니까?] [저는 그쪽으로는 기자님보다는 잘 모르지만, 제가 사람 고르는 촉은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기자님, 남자분이시죠? 제가 남자 그거는 직접 본 게 한 번밖에 없어서 잘 모르는데, 이 정도면 큰 편인가요?]백설희는 오른손을 위로 가볍게 들며, 기자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렸다.
“와, 언니 지금 욕하는 거예요?”
“아니지, 아니야. 내 방망이가 저만하다고 지금 어필하는 거야.”
“…설희 언니 팔이 가늘어서, 길이는 몰라도 굵기는 조금.”
“실제 사이즈를 그대로 보여주지는 못해도, 저 행동 하나만으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하지.”
기자회견장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아, 아니 어떻게 남자 사이즈가…!] [저것이 바로 진정한 탈아입구…!] [역시 인종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건가…! 세상에, 아무나 고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S급의 감각으로 세계 최강의 남자를 골라낸 건가…!]평범한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 묘사에 좌중은 혼란에 빠졌다.
[그, 그렇다면 백설희 씨가 느끼기에, 도지환 씨는…뭘로 비교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채소 중에서 비교를 하자면.] [바나나나 오이, 당근보다는…가지? 그냥 방망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리겠네요.]“오빠, 속보 떴어요. 도지환, 그의 진짜 이능력은 EX급 신체?”
“틀린 말은 아니지. 이게 뭐 마력으로 사기쳐서 만들어낸 것도 아닌데.”
“공감합니다.”
유미르도 인정하는 부분이고, 다른 간부들도 십분 공감할 내용이다.
빌런 도깨비에게 있어 가장 가치있는 부분을 세 가지 꼽자면 하나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하나는 다른 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상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깨비 방망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백설희 님. 그러니까, 지금 거의 20에 가까운, 아니 어쩌면 20이 넘을지도 모르는 남자와 해서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임신했다, 라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을 수 있겠네요. 저는 어제 처음 그분과 관계를 맺었고, 처음에 바로 아이가 생길지 아닐지는 지켜봐야 아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아니 그 이상으로 계속 옆에 데리고 계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생리 안 오면 확실해지지 않겠어요?]“저러다 중계 터지는 거 아니야?”
“터지는 건 백설희 팬클럽 사람들 복장이죠. 자기 우상인 여자가 하루 아침에 유니콘을 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는데.”
“……그거, 하면서도 조금 걱정되기는 하더라.”
이능력자는 현실로 치면 연예인 그 이상의 존재다.
그런 연예인이 연애설만 나더라도 팬들이 크게 동요하는데, 갑자기 덜컥 스캔들도 그냥 스캔들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일으킨 애국스캔들이다?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런 행복한 경험은 처음이었어요’라고 하면서 아이까지 가질 생각을 한다?
“이능력자 중에 백설희 팬이 있다면, 누구 하나 정도는 악마가 되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지금도 그렇고.”
“…진짜 악마 되는 거 아니에요?”
“글쎄. 악마가 된다면 그가 노리는 건 둘 중 하나지.”
나는 태극워치를 두드려 인터넷에서의 반응을 살폈다.
-도지환 죽인다.
-어떻게 비능력자 주제에 우리 백설공주님을 건드릴 수 있음?
ㄴ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우러 온 왕자님이셨습니다~
ㄴ너같이 인터넷에서 어리고 예쁜 히어로 나올 때마다 오시 갈아치우는 사람이 왜 화 냄? 님 진짜 진지하게 백설희랑 애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음?
ㄴ닥쳐
ㄴ백설희가 직접 선택을 한 남자인데, 왜 그렇게 열폭하세요? 질투하세요? 그래서 님 방망이는 백설희 팔 정도는 됨? 말 하는 거 보니까 손가락도 안 될 것 같은데.
ㄴ님은 백설희 왕자 아니에요~ 그야말로 진정한 왕자지.
“납치감금을 당해서 사실상 협박을 당했지만 결국에는 백설희의 제안에 응한 도지환이라거나.”
백설희가 명치를 때리고 기절한 사람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결계로 감금을 했든 말든, 일단 백설희와 처음 밤을 보낸 남자는 도지환이다.
이능력자도 아닌데 히어로 위키에 ‘도지환’이라는 문서가 개설되어 실시간으로 ‘그곳의 크기가 방망이급이라고 한다. 백설희의 팔 길이와 굵기를 바탕으로 그 사이즈를 분석해보면 길이가 약 2-‘라는 식으로 내용이 추가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저 새끼 맨날 도서관 지하에 처박혀서 놀고 먹던 낙하산 놈이었는데ㅡㅡ
ㄴ놀고 먹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ㅋㅋ 여자 한 명 물어서 기둥서방 할 생각이었던 거임.
ㄴ도지환의 불결한 기둥….
ㄴ아니, 뭐 때문에 불결해졌다는 거죠? 순수하고 깨끗한 붉은색? 아니면 눈거품이 가득한 하얀색?
ㄴ이 새끼들 애들도 들어오는 곳에서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ㄴ요즘 애들도 알 건 다 알 거든요?
-그러니까 아무튼 도지환 죽이면 된다는 거지?
ㄴ님 도지환 죽이면 백설희가 이제 님 죽이러 감.
ㄴ앗, 도지환이 망가졌다. 앗, 더 이상 큰 걸 찾을 수 없어…. 이렇게 된 이상, 더 큰 걸 찾아서 저기 아프리카로 가야 해…!
ㄴ흑설공주 타락각이네. 저기 아메리카에서 도지환 죽이러 암살자 보낼 듯.
당연히 도지환이라는 남자에 대한 악의와 분노도 가득할 터.
순수하게 도지환에 대한 질투로 분노하는 경우도 있고, 어떻게 하면 도지환을 죽여서 백설희를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도록 유도할까 생각하는 자들도 있다.
그리고.
-아니 국방부 그 놈들은 왜 가만히 있는 백설희한테 임신 영장 같은 걸 날려서 백설희가 도지환 건드리게 만든 건데ㅡㅡ
도지환과 같은 급으로 묶여서 욕을 먹고 있는 한 정부 기관이 있었으니, 그들 또한 쌍욕을 먹고 있는 중이다.
“슬슬 선동을 시작해볼까. 아아, 주모?”
[여기는 주모. 모두 키보드 앞에 있어.]결사용 태극워치를 이용해, 나는 주모와 연락을 나누며 타이밍을 쟀다.
“백설희가 앞에서 어그로 끄는 동안, 우리가 다른 어그로 끌 차례야. 예를 들어….”
이왕이면.
“일단 해그늘에서 자기들이 해외에서 계약한 S급 이능력자를 데려다가 백설희랑 어떻게 하려고 했다고 가볍게 시작해볼까?”
제주도에 모인 S급과 해그늘을 도매로 묶어서 날려버릴 수 있게.
“해그늘의 사주를 받은 국방부 장관이 임신 영장을 발부한 뒤, 제주도에 온 S급 남자 이능력자랑 백설희랑 엮어서 임신시키려고 했다고.”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백설희가 빡쳐서 아무 한국인이나 잡아다가 임신하려고 한 거라고.”
중요한 건.
‘자고로 키배의 핵심은 선동과 날조지.’
사람들이 무엇을 팩트로 받아들이냐는 것.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기업에서 동원한 외국산 종마보다는 국산 야생마가 더 낫지 않겠어?”
애국 한 스푼 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