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9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91화(392/668)
“우와, 저 누나 진짜 제대로 미쳤다.”
“…얼마나 나라에서 쪼아댔으면 저기에서 저렇게 터뜨려버릴까. 그것도 여자가.”
방송을 보고 있는 두 명의 S급 청년, 투신 이준영과 척준경 척준경은 탄산음료와 햄버거를 앞에 두고 백설희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형. 형이라면 저렇게 할 수 있어요?”
“남자랑 여자랑은 입장이 다르잖아.”
“아니, 형이 설희 누님이었다면 저렇게 이야기 할 수 있었겠냐고요.”
“…못할 것 같은데.”
이준영은 감자튀김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자가 동정을 상실하는 건 다른 이들에게 자랑해도 될 일이지만, 여자가 처녀를 잃는 건 조금 이야기가 다르잖아.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환경적으로도 그렇고.”
“그런데 설희 누님은 당당히 모두의 앞에서 까버렸죠. 크으, 걸크러쉬 오졌다.”
척준경은 그저 재미있다는듯 킬킬거리며 콜라를 집어들었다.
“누님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후배들 입장에서는 선배가 저렇게 물꼬를 틀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 어떻게 되겠어요? 여자 이능력자들은 임신 영장 같은 걸로 협박하면 바로 설희 누님처럼 행동하겠다고 역으로 협박을 하지 않겠어요?”
“본인이 정말로 임신을 할 생각이 있다면 말이지. 저래놓고 ‘사실은 가짜 임신이었습니다’라고 하면 설희 누님 평판이 오히려 바닥으로 떨어질 걸.”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그렇게 거짓말이라도 해주기를 바라고 있던데.”
“여전히 백설희라는 존재가 자신들만의 아이돌이기를 바라는 이들이지.”
이준영은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우리는 히어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영웅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가지고 놀기 쉬운 장난감일 뿐이야. 그런데 그 장난감이 지금 대놓고 반기를 든 거라고.”
“오. 투신 형님, 오늘 뭔가 상당히 나이 있어 보이는 사람처럼 말씀하시는데요? 형 원래 이런 성격 아니었지 않아요?”
“밤새도록 지금 생각 정리하고 말하는 중이야. 아무리 나라도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나도 나름 생각 정리해서 말할 수 있다고.”
“그래서 형님은 대중들이 설희 누님에게서 돌아설 것이라고 봅니까?”
“적어도 겉으로는 그러지 못하겠지.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사람이 갑자기 그 누구도 하지 못한 급발진을 박아버렸는데, 누가 이전의 얌전하고 순진한 스노우화이트를 생각하면서 대하겠어.”
순결한 백색인 줄 알았는데, 잠시 눈을 뜨고 나니 전신이 핏빛으로 물들어있더라.
이제 백설희는 모두가 알고 있던 그런 백설희가 아니게 되었다.
화가 나서 그런 건지 몰라도, 아니면 나이가 차기 시작한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건지 몰라도, 순진하고 어리숙했던 처녀는 하룻밤에 사라지고 말았다.
“누가 그러더라. 이제 화이트가 아니니까, 이명도 다르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왕자님이랑 결혼하면 백설공주가 더는 아니라, 백설왕비님이 되는 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지금 잘못하다가는 악마 가해자로…. 하아, 너는 왜 그렇게 태평하냐? 뭐 아는 거라도 있어?”
“흐흐흐.”
척준경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기자회견 영상과는 다른 방송사에서 한창 정리 중인 ‘도지환은 누구인가’에 관한 자료를 훑으며 옅게 웃었다.
“사람들이 알고 있던 거랑 다르게, 마냥 순진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거?”
“그건 모두가 다 알잖아. 급발진으로 임신 박아버리는 여자가 어디 있어. 그것도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형, 이건 둘이서만 있으니까 하는 이야기인데요. 과연 급발진일까요, 아니면 계획범죄일까요?”
“…이미 그 전부터 임신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거야?”
“음, 아마도요? 임신하겠다고 한 남자가 이 도지환이라는 남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해요.”
척준경은 태극워치로 화상 스크린을 띄워, 영상을 하나 재생했다.
“임신 영장 보내라고 한 사람, 지금 손절당하고 있다는 거.”
* * *
[…따라서, 이번 영장 사태에 대해서는 국방부 안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책임을 통감하며, 이에 빠른 시일 내에 국방부 내부 쇄신을….]쾅!
장관실에 앉은 정장의 남자, 국방부 장관-임정일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대통령의 영상을 보며 이를 갈았다.
“젠장, 자기가 고개를 숙이는 한이 있더라도 나를 쳐내겠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로 고개를 숙이며 영장 사태에 사과를 했다.
심지어 동시에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을 백설희에게도 심심한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님이 지금 백설희님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분별한 영장 발부는 이런 일을 부른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건 너무 정치적으로 생각하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저는 모두가 앵무새처럼 떠드는 대로 임신하라고 하던 말을 곰곰이 생각했고,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해서 아이를 가지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 말은 대통령의 사과와 별개로, 임신 행동은 계속 취하겠다?] [예. 당연히 그 대상은 도지환 씨가 될 거고요. 오직 도지환 씨만.]와장창!
하얀 머그잔이 깨지며 안에 들어있던 믹스커피가 대리석 바닥을 적신다.
굳이 컵을 깨뜨리는 짓을 왜 하는 건지 장관실 안에 있던 보좌관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차피 이 집무실에서 곧 나가야 하는 상황인 만큼 집기 좀 망가뜨린다고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을 터.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장관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지금 전화 난리입니다.”
“대통령 전화도 끊을 수만 있었으면 끊어버리려고 했을 텐데, 전화가 대수야?!”
“그, ‘회장님’이…!”
“젠장, 누구한테 전화가 왔는지 얘기를 했어야지!!”
장관은 급히 보좌관이 건넨 구형 스마트폰 단말기를 집어들고 창가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사태, 몹시 당황스럽군.]“회, 회장님. 그게…!”
인사조차 생략하고 첫 마디부터 꺼낸 해그늘 회장의 목소리에 장관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인터넷에서 아주 난리야. 우리 해그늘 그룹에서 계약한 외국계 이능력자들…. 제우스라거나, 토르라거나, 헤라클레스라거나, 유니콘이라거나…. 그런 사람들을 이번 제주도 경매를 명목으로 데려와서 임신 영장이 나온 여자들을 상대로 그렇고 그런 짓을 할 거라고 아주 이야기가 자자해.]“아니, 회장님, 그건….”
[자네가 퍼뜨렸나?]“아, 아닙니다!!”
장관은 기겁을 하며 바로 반박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건 모두 백설희 저 미친 여자가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러서…!”
[그래.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하지만 저 미친 짓을 저지른 덕분에, 지금 모든 계획은 어그러졌어. 당장 ‘유니콘’만 하더라도, 한국으로 오지 않겠다고 30분 전에 통보하더군.]“유니콘이라면…그 노르웨이의 S급…!”
[컨셉에 충실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뭔가 느낌이 쌔하다 싶어서 발을 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S급 이능력자도 발을 빼는데 나도 더는 저 미친 여자의 행동에 엮이고 싶은 생각은 없군.]“회, 회장님?!”
[자네가 멋대로 저지른 임신 영장 발부로 인한 피해…. 우리 해그늘이 지금 엮인 것만으로도 골치아프니, 그 행동으로 인한 책임에 대해서는 필리핀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지.]“아, 아니…! 영장 발부는 회장님께서 하시라고…!”
[내가? 내 기억에는 그런 적이 없는데. 내가 치매라도 온 건가? 그럼, 고생하게.]뚝.
전화가 끊어졌다.
“이, 페도필리아 늙은이가!!”
쾅!
장관은 시뻘게진 얼굴로 바닥에 스마트폰을 집어던졌다.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더니…!”
“자, 장관님…!”
장관실 안에 있던 이들은 직감했다.
한 마디로, 뭐 됐다는 것을.
유일하게 잡으려고 했던, 애초에 다른 선택지는 모두 배제하고 선택하려고 했던 줄을 천상에서 잘라버린 이상,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바닥에 처박히는 일 뿐이었다.
“…백설희, 백설희이이이…!!”
“자, 장관님?!”
쿵.
장관은 TV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백설희를 노려보다, 그대로 눈을 까뒤집으며 뒤로 넘어갔다.
이후.
구급차가 장관을 싣고 급히 병원으로 그를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실려가는 그를 좋게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
“오빠. 장관 병원갔대요. 고혈압으로.”
“빡칠 법도 하지. 슬슬 해그늘에서 손절을 했을 테니.”
결사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에 따르면, 한국으로 들어오려는 S급 남자들 중 일부가 입국 계획을 취소했다고 하더라.
‘부담스럽겠지.’
S급 종마가 한국에 상륙하는 거 아니냐는 여론이 판을 끓는 지금 이 시점, 아무리 시시각각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해도 제주도까지 들어오는 건 개인에게 몹시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일단 한국에 들어오려는 남자 놈들은 막았나….”
부담을 느꼈다면 다행.
“흐흐, 오빠. 혹시 한국 들어오려던 사람들 중에 진짜 해그늘이랑 계약한 남자가 있던 거 아녜요? 제주도에 와서 설희 언니든 누구든 A급 이상을 임신시켜서 해그늘이 스폰 달게 하라고.”
“한두 명은 있겠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지켜봐야지.”
남자는 때때로, 이성적 사고가 아랫도리에 지배될 때가 있으니까.
“백설희가 순결의 베일을 스스로 벗었으니, 이제 제주도에 있는 여자 이능력자들도 베르테르 효과처럼 백설희를 따라하려고 할지 몰라.”
“…그거, 자살 아녜요?”
“자살 대신에 임신이라면 썩 나쁘지도 않잖아?”
“후후, 그러면 저도 아예 공식적으로…?”
“너, 지난 번에 따로 이야기를 했던 거-”
[…해그늘 일보의 선동현 기자입니다. 도지환 씨가 유부남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가요?]앗.
[유부남을 상대로 성관계를 맺자고 한다. 이거, 불륜 아닙니까?]아앗.
[백설희 씨, 도지환 씨의 아내분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아, 큰일났다.”
백설희.
[하고 싶은 말이요? 음….]폭주 패턴이.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고 어르신들이 다들 그러던데.]멈추지 않는다.
[…S급 낳으면, 용서 받을 수 있겠죠?]“오빠.”
“왜.”
“누가 실시간 댓글로, S급 낳으면 불륜도 애국이지, 라고 하는데요.”
“……인정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능력의 시대.
“S급 낳으면 살인도 눈감아주는 세상인데, 불륜납치감금협박성폭행이 문제겠어요?”
“아니, 문제 많은데.”
“여자가 남자를 상대로 한 거니까, 괜찮다는데요?”
“누가. …하아.”
인권은, 때때로 ‘이능력 S급’이라는 이름 앞에 철저히 무시될 때가 있다.
“이거, 성차별이야.”
“라고 밤새 설희 언니를 울린 남자가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