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39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396화(397/668)
“후우….”
각국에서 몰려오는 전화에 직접 응대한 대통령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소파에 그대로 몸을 던졌다.
“대통령님.”
“개판이 따로 없군.”
잠시 휴식을 위해 비서관들도 모두 자리를 비운 사이, 집무실에는 대통령과 태조만 남았다.
“백설희, 도대체 뭐지? 언제는 불륜으로 임신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남자를….”
“그건….”
“설마.”
벌떡.
대통령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
“백설희, 지금 대국민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건가?”
“예?”
“잠깐, 잠깐, 잠깐….”
대통령은 책상 위에 흩어진 자료들을 빠르게 훑었다.
“백설희가 불륜이라도 임신하겠다고 한 시점, 아카데미 교육과정의 변화, 사서인 도지환의 제주도행 교직원 참가…. 그렇군. 그런 거였어.”
대통령은 어딘가 쌓여있던 것이 내려가는 듯한 얼굴로 크게 웃었다.
“백설희, 하하하, 한 방 먹었군.”
“대통령님?”
“태조야. 우리가 다 속았다. 백설희는 도지환을 그냥 고른 게 아니야. …너, 알고 있었구나.”
“…….”
태조는 너무나도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죄송합니다. 말하면 죽인다고 협박당해서.”
“그, 그 정도였니?”
“전 세계를 상대로 폭탄발언을 저지를 정도로 좋아하는 사이입니다. 반 정도는 농담이었겠지만, 반 정도는 진심이었겠죠.”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가?
없다.
하지만 태조는 대통령이 섭섭해하지 않도록, 과감한 발언으로 진실을 호도했다.
“태조야. 이것 하나만 확실하게 하자. 도지환, 그는 믿을만한 사람이냐…? 혹시 아니?”
“선한 사람은 아니지만,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건 확실합니다.”
“……이능력자냐?”
“비밀로 하겠습니다.”
“너, 혹시 광익공 따라하는 건 아니지?”
대통령의 추궁에 태조는 어깨를 으쓱였고, 대통령은 좀 더 편안해진 얼굴로 흩어진 자료들을 다시 하나로 모았다.
“그래, 불륜이든 뭐든, 자기가 자기 원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겠다는데, 국가에서 뭐라고 간섭할 일은 아니지. 저기 전정부 시절도 아니고.”
대통령의 의미심장한 말에 태조는 잠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할아버지.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 뭐니?”
“…이 나라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성 이능력자들에게 ‘애국’을 강요한 겁니까?”
“태조야, 그건….”
“돌려말하지 않겠습니다. 얼마나 ‘출산’을 강요한 겁니까?”
“…….”
대통령은 손으로 이마를 짓눌렀다.
“이 나라는 미쳐있었단다. 그리고 지금도 그 광기는 남아있지. 그나마 내가 너와 이린이의 힘으로 아슬아슬하게 정권을 잡았지만, 만약 정권을 잡는데 실패했다면 이린이에게도 마수가 뻗쳤을 거다.”
“그런….”
“마음 같아서는, 확 엎어버리고 싶은 것도 있어. 하지만 그러면…이 나라는 한 순간에 약 천 만 명에 이르는 실직자가 만들어지게 되겠지. 심지어 나라는 꼭두각시에게 넘어갈 거고, 그걸 조종하는 건…저기 동조선과 서조선이 되지 않을까. 하하.”
대통령은 자조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에서 천천히 바꾸어나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나는 오늘 새로운 희망을 본 것 같구나.”
대통령은 집무실 스크린 TV 속, 자신의 스위트룸으로 들어가는 백설희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광기에는 더 큰 광기로 맞서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대단하지 않니? 백설희라는 여자가, 나이 25살밖에 되지 않은 여자가 저런 식으로 전 세계에 폭탄을 터뜨릴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 덕분에….”
대통령은 책상 위에 놓여있던 자료 중 임신 영장의 복사본을 집어들었다.
“해그늘의 추종자 하나를 보내버리고, 국가 위상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
부우욱.
그리고 그걸 반으로 찢고 또 찢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해그늘의 프레임에서 긴 시간을 보냈던 것 같구나. 태조야. 나도 그렇지만, 너도 이제 프레임을 벗어던질 시간이 되었다.”
“할아버지.”
“남은 임기, 너와 저 도지환이라는 남자에게 걸어보마.”
대통령은 태극워치를 손으로 꾹 눌렀다.
“임기 이후에 해그늘의 스폰을 받는 놈들에게 모욕을 당할까봐 전전긍긍해왔지. 놈들과 손을 잡아서 가족만큼은 지키려고 했었지. 그런데 백설희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저 25살짜리 아이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세상과 맞서는데,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하고 말이야.”
“할아버지….”
“네가 좀 많이 도와줘야겠다. 나는 당분간 내 사람들을 훑어보고 솎아내는 작업을 할 것이니,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거라.”
“알겠습니다. 그러면….”
“여자들 마음껏 만나고 다녀라.”
“…예?”
의미심장한 대화가, 순식간에 그 방향이 ‘색’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도지환이라는 남자가 몸뚱이 하나만으로 S급 여자 둘…아니 그보다 더 많은 여자를 휘어잡고 있지 않느냐? 너도 지금부터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거다.”
“저기, 할아버지?”
“사랑에 빠진 여자는 그 남자가 아무리 쓰레기같아도, 자신을 사랑해줄 거라고 생각하면 그 남자의 편을 들어주는 법이다.”
“…그러니까 저를 사랑하는 여자들을 마음껏 늘리고 다녀라는 겁니까?”
“그래. 그들이 진정으로 너의 편이 되도록 해라. 권력도 돈도, 아머드 태조라는 겉모습도 상관없이, 매국노의 자식이더라도, 뺨 한 대 때리면서 ‘나쁜 자식’이라고 말하면서 너를 꽉 끌어안을 수 있는 여자들을 만들어. 그들이…진정으로 너의 편이 될 것이다.”
“아니. 할아버지. 저 아머드 태조가 아니라, 원래대로 살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냥 그대로 살아! 그게 네가 살 수 있는 길이야!”
광기는.
“저기 도지환이라는 남자는 불방망이 하나로 S급 여럿을 휘어잡았는데, 내 손자가 그것도 못 하겠어!”
전염된다.
“다른 나라 여자들이 도지환을 만나러 한국에 왔다고 해도, 너를 만나고 ‘어머, 멋진 남자’라고 하면서 네게 빠지게끔 만드는 거다!”
그 광기의 이름은.
“많은 여자들이 너를 사랑하게 만드는 거다!”
사랑이다.
* * *
[도지환 씨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방에서 쉬고 있습니다.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지금 일본의 ‘나데시코’, 그리고 저기 스페인의 ‘카르멘’이 도지환 씨를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뭘 어떻게 생각하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멀리서 영상만 봐도 요람이 떨려서 견디지 못한다는 거, 이해해요. 저도 그렇거든요.] [아, 아니…. 저기, 스노우화이트님. 이거 공개방송….] [왜요? 좀 더 적나라하게 말씀드릴까요? 저는 말이에요, 도지환 씨만 보면 자궁이 큥큥ㅡ]영상이 끊어졌다.
녹화된 영상 자체가 해당 부분에서 송출이 끊어졌기에, 애초에 뒷부분이 존재할 수가 없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이들은 뒤를 들었겠지.
백설희의 폭탄 발언을.
[축하해요, 도지환 씨. 이제 모든 S급 여자들이 당신을 노릴 거예요.]“되게 기뻐하시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
[그럼요. 알아서 도깨비 레이드를 할 수 있는 파티원들이 모이고 있는데, 당연하죠.]구형 스마트폰 너머, 키득거리는 그녀의 낮은 웃음에 나는 괜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저 막 그렇게 빡신 사람 아닙니다.”
[그래요? 점점 더 강해지는 걸 보면 10인 레이드가 아니라 24인 레이드를 뛰어야 할 것 같던데?]“그러다가 저 죽습니다.”
[죽으면 깃털로 부활시켜드릴게요. 후후후.]“그런 데 깃털을…. 아니, 제가 죽는 거니까 꼭 써주십시오. 보통 그거로 죽으면 심장마비니까, 죽기 직전에 휴식을 취하면 되겠네요.”
여자랑 놀아나다가 죽은 자에게 피닉스의 깃털을 쓰는 건 낭비다.
하지만 그게 나라면 얘기는 다르다.
[아 참. 그건 확실하게 하시는 거, 아시죠?]“물론입니다. 제가 회장님의 권위를 어떻게 침해할 수 있겠습니까?”
S급 여자들과 아무리 많이 만난다고 해도.
“그들을 여자로서 대하겠지만, 제 아이의 어머니로 대하는 건 회장님의 결정 사항이니까요.”
[제 고집인데, 그거 지켜주셔서 고마워요.]“고집이라뇨. 당연한 걸.”
임신은 시키지 않는다.
그걸 결정할 수 있는 건 총수고, 나는 그녀의 부탁 아닌 부탁을 수용했다.
“항상 사랑합니다, 총수님.”
[저도요. 사랑하는 만큼, 열심히 여자 이능력자들을 영입해주세요. 도지환 없이는 못 사는, 도깨비 없이는 못 사는 그런 여자들을 마음껏 만드는 거예요.]모든 것은 결사를 위해.
[당신이 S급 여자를 더 많이 만날수록, 그들의 폭주 리스크는 더 줄어들 테니까.]“…독점욕을 부리는 자가 있으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어머. 저도 독점하려고 하지 않을 텐데, 감히? 후후, 그러면 한 일주일 정도만 같이 계속 있어보세요. 아마 다시는 그런 독점욕을 부리지 않을걸요? 백설희나 유미르처럼.]“음….”
확실히.
[인간은 말이에요, 자신이 ‘죽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생각이 바뀌는 법이랍니다. 이 남자를 독점했다가는 내가 제 명에 못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결국 현실을 인정하게 되는 거예요.]“그러셨습니까?”
[그러니까 당신을 아카데미로 보낸 거 아니겠어요?]세계 평화를 위해.
[앞으로 백설희 치마 아래에 숨어서 활동하세요. 아카데미에 있어도 당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더욱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을 거예요. 10월이 가까워지면 이능력자 월드컵이고, 그 때가 되면 아카데미에서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그 때까지만 좀 참아봐요.]“회장님도 지금 거의 7개월 동안 침대에서 가만히 지내고 계시는데, 제가 그 정도도 못 참겠습니까.”
[후후. 하긴. 밤에는 따로 외유도 나갈 수 있으니까. 그럼….]수화기 너머, 무언가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아빠, 안녀엉.]“…….”
[아빠가 쑥쓰러워서 인사 못 하나보다. 후후, 그럼, 3개월 뒤에…그 때 봐요. 물론, 그 전에 찾아갈 수도 있을지도?]“…회장님?”
[기대하세요. 서프라이즈.]뚝.
전화가 끊어졌다.
“…후, 정말.”
나는 아주 오래 전-2024년 10월 경에 찍었던, 그녀의 옛 모습을 찍었던 사진을 갤러리에서 꺼냈다.
“이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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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가장 익숙한 모습.
지금은 과도한 마나 사용으로 작아졌지만, 이 때는 정말 백설희가 한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첫 눈에 반하다.
보자마자 깨달았다.
이 기분, 틀림없는….
‘이건 지난 번에 했던 말인가?’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었지만, 나는 그녀를 보고 확신했다.
만약 내가 이 세상에 남기로 결정했다면, 그건 이 여인-총수 때문이라고.
“…이제는 다른 이유도 하나둘 생겨나가고 있지만.”
나라는 존재가 경제적 자유도, 이성적 자유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세계.
빌런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악마만 없다면 완벽한 세상.
덤으로 악마같은 이들도 없어진다면, 금상첨화겠지.
해그늘이라거나.
“좋아. 역시 그 방법이 최고겠어.”
해그늘에 운석을 떨어뜨리지는 못해도, 해그늘 회장의 멘탈에 운석을 떨어뜨리는 방법은 있다.
“유부남도 불륜하는데, 유부녀라고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해그늘의 회장에게는.
A급 이능력자인 부인이 한 명 있다.